Masuk변영준을 가만히 바라보던 심지우는 문득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 순간 마음속 응어리가 풀렸다.“네가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있을 줄은 몰랐구나. 놀랍기도 하고, 자랑스럽기도 해.”변영준은 어머니가 자기 생각을 받아들였다는 걸 알아차렸다.“엄마 아들이잖아요. 엄마랑 아빠 보고 배우며 컸으니, 아빠도 아시면 제 선택을 이해해 주실 거로 생각해요.”“쳇, 보고 배웠다고 하니 그 말은 맞긴 하다.”변영준이 잠시 멈칫하며 어머니를 힐끗 봤다.“예를 들면요?”“네가 우리 변씨 집안에서 정관수술 한 첫 번째 남자인 줄 아니?”변영준
“엄마가 옛날 사람이라서 그러는 것도 아니고, 민경이가 아이를 못 낳는다고 싫어하시는 것도 아닌 거 알아요. 그냥 저희를 아끼니까, 저희한테도 저희 핏줄인 아이가 있었으면 하는 거잖아요.”심지우의 코끝이 시큰해졌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창밖을 바라봤다.산에서 내려온 차는 번화한 도심을 향해 달렸다. 밀폐된 차 안에서 변영준의 목소리가 차분하게 울렸다.“혈연이 중요하긴 하지만, 모든 감정이 꼭 피로 이어져야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랑 아빠도 평생을 함께하며 온갖 일을 겪었으니 서로가 얼마나 소중한지 더 잘 아
“...”‘이 시간에 벌써 잔다고?’변영준이 고개를 저었다.‘됐어. 앞으로 함께할 날은 길어. 오늘 하루쯤이야.’...그렇게 평온하고 따뜻한 나날이 보름 가까이 흘렀다.이날 어민경은 예능 촬영을 하러 갔다.변영준에게 심지우의 전화가 걸려 왔다. 심지우는 그에게 집에 한 번 들어오라고 했다.집에 도착하고 나서야 변영준은 심지우가 함께 외출하려 한다는 걸 알았다.“어디 가요?”“나랑 명원산에 좀 가자.”변영준이 미간을 찌푸렸다.“명원산은 왜요?”심지우가 입술을 다물었다가 한숨을 내쉬었다.“너랑 민경이가 이제 막
‘그게 착하고 대인군자인 거랑 무슨 상관이지?’“그래도 영준 씨의 사업 파트너잖아요....”“우리 둘이 어떻게 시작했는지 잊었어?”어민경이 멈칫했다.‘아, 맞다. 처음엔 궁서월 때문에 둘이 계약 연애를 하게 됐었지. 그러다 연기하던 관계가 진짜가 돼 버렸고.’“그럼 제가 질투해야 하는 거예요?”어민경은 변영준을 보며 확신 없는 표정으로 물었다.변영준은 어이없었다.어민경의 진심 어린 질문에 변영준은 또다시 맥이 빠졌다.“그런데 전 영준 씨를 믿잖아요. 영준 씨는 이렇게 잘났고 잘생겼으니 누가 좋아하는 게 이상한 일도
“찾아갔어요. 그런데 만나 주지 않아요.”어민경이 미간을 좁혔다.“왜요? 두 분은 사업 파트너 아니에요?”궁서월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가 솔직하게 말했다.“이 일은 엄밀히 따지면 완전히 공적인 일이라고 하기도 어려워요. 저희 집안의 후계 다툼과 관련된 문제라서요. 변 대표님은... 거기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아요.”‘그랬던 거구나...’“휘말리고 싶지 않은 것도 이해는 돼요. 재벌가 집안싸움에 외부인이 끼어드는 게 좋을 리 없으니까요.”어민경이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을 이었다.“그래도 여기까지 찾아오면 영준 씨를 설득
촬영팀이 한 달 동안 촬영을 중단하게 되자 은하 측은 이 기회를 이용해 어민경에게 몇 편의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을 잡아 줬다.일주일 뒤에는 음악 예능 촬영을 위해 운성으로 가야 했다.특별 출연자인 어민경은 고정 남성 출연자 한 명과 사랑 노래 한 곡을 함께 부르기만 하면 됐다.그 프로그램은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예능이었다.은가람은 어민경에게 보컬 선생님을 붙여 줬다. 앞으로 사흘 동안 어민경은 회사에 나가 노래 연습을 해야 했다.어민경의 몸은 거의 회복된 상태였다. 사흘 연속으로 연습한 덕분에 노래도 이미 능숙하게 소화할
“엄마가 돌아간다면 나도 돌아갈 거예요!”심지우는 웃으며 말했다. “여기 친구들이랑 헤어지는데 아쉽지 않아?”“아쉽죠.”윤영이는 입술을 내밀며 말했다. “하지만 가장 아쉬운 건 지강 삼촌과 헤어지는 거예요.”심지우는 무기력하게 웃었다.“삼촌이 들으면 감동하겠네.”“삼촌도 나랑 헤어지는 게 아쉬울 거예요.”윤영이는 말하다 보니 정말로 슬퍼졌다.“어휴, 앞으로 삼촌을 자주 못 볼 생각에 정말 슬프네요!”심지우는 마음속으로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하지만 그녀는 분명히 알고 있었다. 변승현의 인내심이 거의 바닥나고 있다
“지강 삼촌 소개팅 갔어!”영화 이모라고 불리는 여자가 입을 가린 채 낮은 목소리로 윤영에게 말했다.“네 백연 언니는 지강 삼촌이 소개팅 나간다는 말을 듣고 너무 슬퍼서 울었어!”“소개팅이 뭐예요?” 윤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소개팅은 여자 친구를 찾거나 아내를 찾는 거야. 지강 삼촌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아내를 찾아야지!”윤영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럼 오늘 출근은 해요?”“올 거야, 가기 전에 네가 왔을 때 아직 돌아오지 않았으면 꼭 올 거라고 전해 달랬어.”그 말을 듣고 윤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보니 엄
그 말을 들은 심지우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그렇게 해요.”“영준아, 이리 와.”송해인이 손짓했다.영준은 얌전히 그녀의 곁으로 다가왔다.송해인은 영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엄마랑 외할아버지, 외할머니께 인사해야지.”영준은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엄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새아빠, 안녕히 계세요.”작별 인사를 마치고 모두가 송해인이 영준을 데리고 떠나는 모습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변승현의 차를 타고 왔다.뒷좌석에는 이미 어린이용 안전 좌석이 설치되어 있었다.송해인은 영준을 안아 올려 안전
눈물이 끊어진 구슬처럼 쉼 없이 흘러내렸다.“영준아, 나는 네 엄마야. 미안해, 엄마가 널 지켜주지 못했어. 이 4년 동안, 네가 고생이 많았어...”심지우는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도 못했다.눈물이 시야를 가려 영준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싶어도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야 겨우 흐릿한 상이 맑아졌다가 다시 뿌옇게 번졌다.되풀이되는 흐림 속에서 감정을 도무지 제어할 수 없었다.영준은 심지우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작은 손을 들어 그녀의 눈가를 조심스럽게 닦아주었다.심지우는 오히려 더 크게 울음을 터뜨렸다.“나는 네 엄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