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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화

Autor: 탄산요정
은희는 어이없다는 듯 세준을 바라봤다.

세준이 갑자기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정말 몰랐다.

하지만 곧 침착함을 되찾았다.

“그래요. 곡은 써 드리죠. 그럼 먼저 비용부터 얘기해 볼까요?”

오히려 세준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계속 거절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은희가 이렇게 쉽게 받아들일 줄은 몰랐다.

“우리 형수님은 생각보다 시원시원하시네요. 제가 그동안 형수님을 잘못 봤습니다.”

세준은 입꼬리를 올렸다. 장난기 어린 눈빛이 더 짙어졌다.

은희는 턱을 살짝 들고 웃었다.

“제 곡 작업은 원래 1억 원 이하로는 받지 않아요. 이번에도 하씨 집안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특별히 낮춰 드린 가격이에요.”

세준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좋습니다. 1억 원쯤이야 별거 아니죠. 2억 드릴게요. 곡 하나에 2억이면 제 성의가 충분하지 않습니까?”

말투만 들으면 2억 원도 세준에게는 푼돈처럼 느껴졌다.

실제로도 그랬다.

2억 원을 들여서라도 은희의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면, 세준도 전혀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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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5화

    은희는 수하물 벨트 앞에 서 있었다. 장거리 비행 탓에 평소보다 피곤해 보였다. 임신 중이라 몸이 더 쉽게 지쳤다. 노레드는 렌터카를 받으러 가고 은희는 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괜찮으세요? 도와드릴까요?” 공항 직원이 걱정스럽게 물었다.은희는 고개를 저었지만 갑자기 어지럼증이 밀려왔다. 난간을 붙잡는 사이 시야가 어두워졌다.흐릿한 감각 속에서 누군가의 팔이 은희의 어깨를 단단히 받쳤다.익숙한 향이 가까이 퍼졌다. 은은한 우디 향이었다.은희는 몸이 굳었다.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넌 늘 네 몸을 안 챙겨.” 남우의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렸다. 기억보다 더 거칠고 쉰 목소리였다.은희는 바로 손을 뿌리치고 돌아섰다가 다시 휘청였다. 남우가 허리를 받치려다 불러온 배에 손이 닿자 뜨거운 것에 덴 사람처럼 급히 손을 거뒀다.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남우는 검은 코트를 입고 있었고 턱에는 덜 깎인 수염이 올라와 있었다. 눈 아래에는 짙은 피로가 남아 있었다.“괜찮아?” 남우가 먼저 물었다. 시선이 은희의 배에 머물렀고 목울대가 천천히 움직였다.은희는 본능적으로 배를 감싸며 반걸음 물러났다. “너랑 상관없어.”남우가 왜 여기에 있는지 궁금했지만 지금은 대화를 이어 가고 싶지 않았다.남우가 무언가 더 말하려 할 때 멀리서 노레드의 목소리가 들렸다. “은희 씨! 차 준비됐어요.”남우가 고개를 돌렸고 다가오는 노레드와 시선이 부딪쳤다.“하 대표님.” 노레드는 은희 곁에 자연스럽게 서며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연이네요.”“우연 아니에요. 두 사람의 행선지를 알고 온 겁니다.”은희가 눈을 크게 떴다. “나를 따라왔어?”남우는 더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설명했다. “나도 여기서 처리할 일이 있어. 진효찬한테 들은 일 때문에 확인할 게 생겼고, 목적지가 겹친 것뿐이야. 너는?”효찬의 배신이 남우에게 어떤 의미인지 은희도 알고 있었다. 배신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남우가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배신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4화

    “입 다물어!” 남우의 주먹이 효찬의 복부에 꽂혔다. 고정 장치가 크게 흔들렸고 효찬은 몸을 접은 채 헛구역질했다.남우는 효찬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강제로 고개를 들게 했다. “우리 부모님 죽음에도 하세준이 관련돼 있어?”효찬은 입가에 피를 묻힌 채 웃었다. “이제야 감이 와? 그 사고 말이야. 그 늙은이가 수십 년 준비한 판이었어.”남우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효찬을 놓은 뒤 두 걸음 물러섰고 가슴이 거칠게 오르내렸다.조사실을 나온 남우는 벽을 짚었다. 속에서 피비린내가 치밀어 올랐다.“대표님?” 비서가 급히 다가오다 남우의 창백한 얼굴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남우는 손을 들어 가까이 오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고 혼자 화장실로 향했다.거울 속 남우의 눈은 충혈돼 있었고 입술에는 피가 묻어 있었다.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깨문 모양이었다.기침이 터지며 선명한 피가 흰 세면대에 떨어졌다.“10년...” 남우는 물에 번지는 붉은 자국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효찬은 단순한 직원이 아니었다. 10년 전 비 오는 밤, 부모의 빈소에서 남우와 함께 끝까지 자리를 지킨 유일한 사람이었다.사업 협상법을 직접 가르친 것도 남우였고, 하진그룹 본가에 효찬이 자유롭게 드나들도록 허락한 사람도 남우 본인이었다.또 거센 기침이 이어졌고 더 많은 피가 흘렀다.세면대를 짚은 손이 떨렸다. 아파서가 아니라 어리석은 자신의 맹목적인 믿음에 대한 분노 때문이었다.핸드폰이 울렸다. 사설 사설탐정이 보낸 메시지였다. [대표님, 하세준이 A국으로 이동한 사실 확인했습니다.]남우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 [가장 빠른 항공편 잡아.]입가의 피를 닦은 뒤 차분한 목소리로 지시했다. “진효찬은 24시간 감시해. 죽게 두진 말고.”...그 시각, 은희도 비슷한 단서를 얻었다. 누군가 A국에서 영은과 매우 닮은 여자를 봤다고 제보한 것이다.“닮은 사람이라는 정도예요. 게다가 카스터 가문이 있는 곳입니다. 은희 씨가 직접 가면 위험할 수 있어요.” 노레드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3화

    조사실.남우는 빗물에 젖은 정장 재킷을 벗어 옆 의자에 던졌다.“카메라 꺼.” 남우가 뒤에 선 비서에게 낮게 말했다.비서가 망설였다. “대표님, 절차상 그건 곤란합니다.”“끄라고 했어.” 남우는 돌아보지도 않았다. 목소리는 싸늘했다.비서는 곧바로 장비를 조작하고 눈치를 보며 밖으로 나갔다.조사실 중앙에는 효찬이 특수 합금 수갑과 고정 장치에 묶인 채 앉아 있었다. 손목과 발목은 이미 쓸려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효찬은 고개를 들어 남우를 보며 혐오스러운 웃음을 지었다.“왜, 고은희가 아직도 용서 안 해 줘?” 목소리는 쉬어 있었지만 악의가 가득했다. “네 표정 보니까 죽는 것보다 더 재밌네.”남우는 천천히 커프스를 풀고 셔츠 소매를 팔꿈치까지 반듯하게 접었다.움직임은 지나칠 정도로 침착했다.“내가 왜 널 바로 경찰에 넘기지 않고 여기로 데려왔는지 알아?” 남우는 벽면 작업대 쪽으로 가 차가운 금속 도구들이 놓인 곳을 손끝으로 훑었다.효찬이 코웃음을 쳤다. “개인적인 복수라도 하게? 너도 이제 감정에 휘둘리나 보네.”남우는 가느다란 메스를 하나 집었다. 효찬 앞에 서서 칼끝을 목울대 가까이에 가져갔다. 차가운 금속이 닿자 효찬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하세준 어디 있어?” 효찬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효찬의 목울대가 칼끝 아래에서 움직였다. “내가 말할 것 같아?”남우가 힘을 조금 더 주자 목에서 가느다란 핏줄기 셔츠 깃을 붉게 적셨다.“은희를 납치한 일에도 네가 끼어 있었지.” 남우는 사실을 확인하듯 말했다. 칼끝이 목 옆을 따라 움직였다. “그때 내부에서 정보를 넘기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네가 그 장본인일 줄은 몰랐어.”효찬이 갑자기 크게 웃었다. 밀폐된 공간 안에서 웃음이 울렸다. “하남우, 넌 너무 자신만만했어. 다 네 손안에 있는 줄 알았지? 정작 가장 가까운 사람 하나도 못 알아봤으면서.”남우의 눈이 어두워졌다. 메스가 효찬의 어깨에 깊게 박혔다.효찬이 낮게 신음했다. 이마에 식은땀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2화

    “은희야, 적어도 내가 데려다줄게.”“그냥 보내 주세요.”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빗속에서 들려왔다.노레드가 검은 우산을 들고 다가왔다. 은희 곁에 서서 우산을 은희 쪽으로 기울이자 자신의 한쪽 어깨가 금세 빗물에 젖었다.“노레드 박사님.” 남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노레드는 침착하게 남우를 바라봤다. “은희 씨가 가겠다고 했습니다.”남우는 손을 꽉 쥐었다가 천천히 풀었다. 빗물이 손가락 사이로 떨어졌다.은희를 바라보는 눈에는 미련이 가득했다.“그럼 내가 두 분 다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남우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노레드는 고개를 저었다. “차는 바로 저쪽에 있습니다.”은희는 이미 노레드가 가리킨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남우를 다시 돌아보지도 않았다.노레드는 은희의 뒤를 따라갔고 두 사람은 곧 빗속에 묻혀 보이지 않게 됐다.남우는 그 자리에 홀로 남아 빗물을 맞았다.효찬은 이미 수사 인력에게 이송되고 있었다. 멀어지는 사이렌 소리가 비 내리는 밤을 가르며 울렸다.“대표님, 이제 가셔야 합니다.”비서가 우산을 들고 달려와 조심스럽게 말했다.남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빗물이 시야를 가렸고 눈가의 물기까지 감춰 줬다.이번에도 잘못했다. 은희에게 미리 알려 줬다면 은희가 저런 위험에 빠질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두 사람 사이가 더 멀어지는 일도 막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남우는 늘 의도하지 않은 방식으로 은희를 상처 입혔다.씁쓸한 웃음이 흘렀다. 예전에는 은희가 뱃속 아이 때문에 자신과 이혼하려 한다고 믿었다.그때는 은희가 다른 사람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때 조금만 달랐다면 은희를 잃지 않았을지도 모른다....한편, 노레드의 차 안은 따뜻한 바람으로 가득했다.은희는 조수석에 웅크리고 앉아 여전히 두 손으로 배를 감싸고 있었다.옷도 머리카락도 흠뻑 젖어 평소보다 훨씬 약해 보였다.노레드가 마른 수건을 건넸다. “하남우에게 사실을 말해도 됩니다.”은희는 수건을 받아 기계적으로 머리를 닦았다.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1화

    차가운 빗물이 피부를 때렸다. 은희는 온몸의 피가 굳어 버리는 것 같았다.반사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 젖은 옷감 위로 손가락이 파고들었다. 그렇게 하면 비밀을 지킬 수 있을 것처럼.“놔!”은희는 남우를 세게 밀쳐 냈다. 두 걸음 물러나는 사이 구두굽이 진흙 섞인 물웅덩이에 박혔다.빗물이 속눈썹을 타고 내려 시야를 흐렸다.남우의 손이 허공에 멈췄다. “은희야, 여긴 위험해. 일단 나가자.”“위험하다고?”은희가 말을 끊었다. 목소리는 빗물보다 차가웠다. “진효찬보다 자기 죽음을 숨긴 사람이 더 위험한 거 아니야?”은희는 수사 인력에게 제압당한 효찬을 가리켰다. 효찬은 입가에 피를 묻힌 채 두 사람을 독하게 노려보고 있었다.남우가 한 걸음 가까이 왔다. “미리 말했으면 이번 판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을 거야.”시선이 은희 목에 남은 붉은 자국을 스쳤다. 남우의 목울대가 움직였다. “하지만 효찬이가 너까지 노릴 줄은 몰랐어.”사실 그게 전부는 아니었다. 남우는 은희가 자신이 죽었다고 믿으면 조금은 편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런 속마음까지 입 밖으로 낼 수는 없었다.“그래서 난 네 계획에 없던 변수였다는 거네?” 은희가 웃었다. 그 웃음에 남우의 가슴이 조여 왔다.은희는 배를 감싸며 말했다. “이 아이처럼?”빗소리가 갑자기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았다.“효찬이가 한 말 들었어.”남우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턱끝에서 떨어진 빗물이 은희의 손목에 닿았다.“아이... 아직 있는 거지?”은희의 손끝이 떨렸다.“그게 중요해?” 은희가 턱을 들었다. “누구 아이든 너랑 무슨 상관인데? 우리 이미 이혼했어.”“내 아이로 키울게.”남우가 갑자기 은희의 손목을 잡았다. 번개가 스치는 사이 눈빛이 집착에 가까울 만큼 짙게 빛났다. “맹세할게. 이번에는 너도 아이도 절대 다치게 하지 않아.”은희의 숨이 걸렸다. 아이 이야기에 이렇게까지 낮아진 남우는 처음 봤다. 늘 모든 걸 결정하던 남자가 빗속에서 젖은 채 자신에게 고개

  • 이제 당신을 버릴 차례   제290화

    ‘하남우가 나를 죽이라고 했다고?’은희는 절대로 믿을 수 없었다.빗속에서 주삿바늘 끝이 서늘하게 번뜩였다. 은희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효찬의 배신 때문에 남우가 죽었을 가능성이 오히려 더 크게 느껴졌다.“당신이었군요.” 은희의 목소리가 떨렸다. “하남우를 팔아넘긴 사람이 진효찬 씨였어요.”효찬은 입가를 비틀며 은희의 귀 가까이 다가갔다. “이제야 알아차렸네요. 하지만 이미 늦었습니다.” 주사기를 들어 올리며 낮게 웃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래 아프진 않을 겁니다.”탕!총성이 빗소리를 가르며 울렸다. 효찬의 손목에서 피가 튀었고 주사기는 바닥에 떨어져 빗물에 휩쓸려 갔다.“악!” 효찬이 비명을 지르며 뒤를 돌아봤다.빗속에 남우가 총을 든 채 서 있었다. 검은 코트가 강풍에 크게 펄럭였다.뒤쪽에는 무장한 수사 인력이 줄지어 서 있었고 효찬을 향한 조준점이 흔들림 없이 고정돼 있었다.“하, 아니, 남우야... 살아 있었어?” 효찬의 안색이 창백해지며 뒤로 비틀거렸다.남우는 천천히 다가가 총구를 효찬의 이마에 대었다. “내 여자를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은희는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눈물과 빗물이 뒤섞여 얼굴을 타고 흘렀다.남우의 뒷모습을 보자 결국 울음이 터졌다. “살아 있었네... 정말 살아 있었어.”남우가 돌아보자 얼음처럼 차갑던 눈빛이 금세 풀렸다. “미안해. 늦었어.”그때 효찬이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부츠 안에서 칼을 뽑아 남우의 등을 향해 찔렀다.“조심해!” 은희가 소리쳤다.남우는 뒤를 완전히 돌아보지도 않은 채 팔을 틀어 효찬의 다리를 향해 총을 쐈다.효찬은 눈을 크게 뜬 채 비에 젖은 바닥 위로 쓰러졌다.“신병 확보해서 데려가.” 남우는 총을 내리고 은희에게 다가가 품에 안았다. “이제 괜찮아. 끝났어.”은희는 남우 품에서 떨다가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고개를 들었다. “진효찬이 배신한 걸 알고 있었어?”방금 남우의 반응을 보면 효찬의 정체에 놀라지 않은 게 분명했다.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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