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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00억 원의 위자료, 남편과 여동생의 은밀한 만남?

작가: 나카미치 마야
서해인의 시점.

다음 날 아침, 무거운 몸을 일으켜 겨우 침대에서 나왔다. 거울 속에 비친 초췌한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 같았다.

'어젯밤 일이 꿈이었으면 좋을 텐데...'

악몽과도 같은 현실에 한숨도 잘 수 없었다. 멍한 머리로 이혼 협의서를 바라봤다.

'100억 원이라는 거액의 위자료는... 그만큼 서아영을 사랑한다는 뜻일까? 아니면 재산을 노리고 다가온 여자에게 주는 마지막 돈일까? 정말 그 정도로... 나를 이 집에서 쫓아내고 싶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은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의 마음이 더 이상 자신에게는 없다는 사실만이 뼈저리게 남겨졌을 뿐이었다.

위자료 액수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이렇게까지 어마어마한 금액을 내걸며 이혼을 원하고 있는 최준혁과 더 이상 얽혀 있는 것이 견디기 힘들었다. 게다가 뱃속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그의 요구에 조용히 따르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거실에도, 침실에도 최준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집사에게 묻자 어젯밤 잠시 들렀다가 금세 집을 나갔다고 했다.

'나와 마주치는 것조차 싫다는 건가... 준혁 씨는 내가 떠나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래서 집에 없는 건가?'

입맛은 전혀 없었지만, 뱃속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조금은 먹어야 한다고 생각해 토스트와 과일을 입에 넣었다. 지금은 무엇을 먹어도 맛이 느껴지지 않아 그저 기계적으로 삼킬 뿐이었다.

“여보세요, 이 선생님? 해인이에요. 지금 잠깐 통화 괜찮으세요?”

“해인 씨, 요즘 컨디션은 어때요? 입덧 같은 건 없고요?”

“괜찮아요. 선생님... 스트레스가 쌍둥이에게 영향을 주나요?”

“절대적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좋지 않은 건 맞아요. 게다가 해인 씨는 난임 치료 끝에 임신한 거라 유산 확률도 높은 고위험 임신이잖아요. 무슨 일 있었어요? 최준혁 씨와 무슨 문제라도?”

“아니에요. 그냥 앞으로를 생각하면… 준혁 씨도 일이 바쁘니까 혼자 있는 시간이 많지 않을까 해서요.”

“그렇군요. 앞으로 변화도 많을 테니, 최준혁 씨와는 둘이서 서로 충분히 이야기를 나누는 게 좋아요.”

“... 네. 감사합니다.”

이혼 이야기는 숨긴 채, 주치의에게 전화를 걸었다. 임신 사실을 아는 사람은 아직 이 선생님뿐이라, 털어놓을 곳도 없었다. 이 씨 가문과 서 씨 가문은 오래전부터 왕래가 있었고, 이동현은 서 씨 가문의 전담 주치의이기도 했다. 그를 의사로서도, 한 사람으로서도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동현 역시 지난 3년 동안 나의 난임 치료를 함께하며 지탱해 준 사람이었다.

'어제는 말하지 못했지만... 적어도 뱃속의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만큼은 전하고 싶어. 그에게 나에 대한 마음이 이미 사라졌다고 해도, 아이들의 존재를 알게 되면 마음이 조금은 달라질지도 몰라.'

3년 만에 드디어 뱃속에 아이들이 찾아와 주었다. 최준혁 역시 임신 소식을 누구보다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다. 이제는 같은 마음으로 기뻐하지 못한다 해도... 아이를 갖게 되었다는 사실만큼은 꼭 전하고 싶었다.

그의 회사로 향해 지하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걸음을 옮기던 순간, 마침 입구 쪽에서 최준혁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얼른 다가가 최준혁을 부르려는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

“준혁 오빠!!!”

목소리의 주인은 서아영이였다. 둘은 약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마주쳤고, 서아영은 자연스레 최준혁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있었다. 나는 들키지 않도록 기둥 뒤에 몸을 숨기고 숨을 죽였다. 두 사람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

“준혁 오빠, 보고 싶었어.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늘 오빠였어. 오빠가 이혼 얘기를 꺼내줘서 정말 기뻐.”

“해인에게 계좌 이야기를 했더니 뭔지 전혀 모르는 얼굴이던데.”

“그건 연기야. 언니는 예전부터 거짓말만큼은 정말 잘했거든. 늘 거짓말로 자기가 원하는 걸 손에 넣었어.”

“해인이가 그런 사람이었다니 전혀 몰랐어. 대체 왜 거짓말을...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거짓말인데.”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야. 다른 많은 사람들도 속아 왔으니까. 친아버지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라니까. 준혁 오빠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언니 일은 내가 다 잊게 해줄게. 그리고 나는, 난임 치료 같은 것 없어도 건강한 아이를 많이 낳을 수 있어. 아이만 생기면 준혁 오빠 아버님도 기뻐하시겠지?”

서아영은 그렇게 말하며 최준혁의 얼굴 가까이로 다가갔다.

순간 치밀어 오르는 구역감에, 나는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났다. 다행히 두 사람은 아직 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무언가를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 이혼 서류에는 사인하지 않았어. 아직 부부인데... 그런데도 서아영과 이혼 후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니... 만약 내가 임신했다는 걸 알게 된다면, 이 아이들까지 빼앗기면 어떡하지?'

숨을 쉬는 것조차 고통스러워져, 나는 급히 집으로 돌아왔다. 방에 들어와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아직 작은, 그러나 분명한 생명이 이 안에 있다.

최준혁에게도, 서아영에게도... 아이들을 절대 빼앗길 수는 없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캐리어를 열고 짐을 넣기 시작했다. 그의 물건들, 둘의 추억이 담긴 것들…… 전부 부수고 엉망으로 만들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억누르며,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들만 골라 담았다. 모든 짐을 채운 뒤, 마지막으로 집 안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곳곳에는 최준혁과의 추억이 흩어져 있었다. 결혼이 결정된 날, 레스토랑에서 찍은 약혼식 사진. 결혼식. 답례품으로 주문 제작했던 커플컵. 약혼 당시 그가 건네준 3캐럿 다이아몬드 반지... 모두가 최준혁과의 소중한 추억이었다.

'지금까지의 날들은 도대체 뭐였을까... 그렇게도 행복했는데. 그 시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니...'

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렸지만, 아이들을 위해서도, 나 자신을 위해서도 이제는 강해져야 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간절히 바라던 임신을 알게 된 날은, 최준혁이 더 이상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혼인 관계를 끊어내고 싶어 할 만큼 자신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날이기도 했다.

떨리는 손으로 이혼 신고서와 이혼 협의서에 사인했다. 결혼반지를 서류 위에 조용히 내려놓고, 마지막으로 단 한 번만 집 안을 둘러보았다.

“안녕... 내가 사랑했던 사람. 내가 사랑했던 집... 잘 지내요...”

절대 아물지 않을 상처를 마음 깊숙이 안은 채, 나는 조용히 그 집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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