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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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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30화
유한이 루이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모든 사람이 두 사람을 쳐다봤다.루이는 낯선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자, 두려워하며 걸음을 멈추었다.“아빠...”유한도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숙여 딸을 바라봤다. 아이의 자그마한 얼굴에는 불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몇 초간 망설이던 유한이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루이는 아빠가 내민 손을 보더니 자기의 자그마한 손을 내밀어서 꼭 잡았다.아빠의 손을 잡자 불안감이 조금 가셨다.결국 두 부녀는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한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사람들은 그 순간 모두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으니까.이 모습은 정말 너무 이상했다.다만 유한은 아주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훑어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딸, 루이야.”순간 놀라서 서로 눈치만 살피던 사람들 중 일부는 호기심을 느꼈다.어쨌든 유한이 딸과 친하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워낙 예의 바른 루이가 손을 흔들며 먼저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주루이라고 해요.”인영은 루이의 자그마한 얼굴을 보며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그녀도 사실 지금껏 유한에게 아이가 있다는 사실을 무시해 왔다. 하지만 곧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루이에게 다가갔다.“안녕 루이야. 이모는 아빠 친구야. 인영 이모라고 하면 돼.”루이가 인영의 얼굴을 보더니, 갑자기 한마디 했다.“저 이모 알아요.”그 말에 모든 사람의 시선이 루이에게 꽂혔다.유한 또한 마찬가지였다.그의 기억으로는 루이를 데리고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다.하지만 루이는 곧바로 사람들의 의문을 해답해 주었다.“저 TV에서 이모랑 아빠가 같이 있는 거 봤어요. 이모, 혹시 우리 아빠랑 친해요?”어린아이의 악의 없는 순수한 말이었지만, 왠지 난처해진 인영은 애써 유지하고 있던 미소마저도 굳어버렸다.“허. 저 꼬맹이가 일부러 저런 거지?”연준이 참지 못하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수혁은 그 말에 루이의 얼굴을 찬찬히 쳐다봤다. 리은과 판박이라고 할 정도로 닮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29화
그토록 달콤했던 기억이, 5년이란 시간이 흐르면서 썩어 문드러졌다.“아빠?”그때 루이의 목소리가 유한을 현실로 잡아 끌었다. 유한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기억 속 여인의 축소판 같은 얼굴을 바라봤다. 어두운 눈빛만 봐서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읽을 수가 없었다.“아빠, 왜 그래요? 왜 갑자기 기분이 나빠요? 제가 기분 나쁘게 했어요?”루이는 아주 조심스럽게 물었다.유한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며 대답했다.“아니야.”“그럼 웃어 봐요. 엄마가 그랬는데 기분 안 좋을 때 많이 웃어야 한대요. 그래야 기분 나쁜 일이 생기지 않는다고 했어요!”유한은 고개를 돌려 루이를 보더니 피식 웃었다.“그거 거짓말이야.”“엄마는 거짓말 안 해요!”“하, 네 엄마는 원래 사탕 발린 말을 잘해.”“무슨 뜻이에요?”“거짓말 잘한다고.”“아니에요. 엄마는 거짓말 안 해요!”초딩처럼 싸우는 두 부녀를 보자, 앞에서 운전하던 선호의 입꼬리가 저절로 실룩거렸다.“크흠. 대표님, 혹시 어디로 갈까요?”유한이 막 말을 하려던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유한은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회사에 있는 거 아니었어?]“나왔어.”[같이 하씨 가문 저택으로 가려고 했는데. 벌써 퇴근해서 어디 간 거야?”유한은 옆에 있는 루이를 힐끗 쳐다봤다. 그때 루이는 귀여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호기심 어린 눈으로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다.“유치원 마친 딸 데리러 왔어.”전화 건너편에서 약 십 초간 침묵이 흐르더니 약간 불확실한 말투로 되물었다.[방금 뭐 하러 갔다고?]유한이 미간을 찌푸리며 언짢은 듯 말했다.“귀가 먹었어?”[아니야. 애 엄마는 뭐 하고? 오늘은 왜 아빠가 데리러 간 거야?]“네가 직접 진리은한테 물어보던가.”[그럼 이따가 인영이 생일 파티에 루이도 데려오는 거야?]고개를 돌린 유한이 기대 어린 눈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루이를 바라봤다.“안 돼?”[어. 안 되는 건 아니고. 너 예전에...]“되면 입 다물어.”말을 마치고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28화
루이를 맡길 곳이 생기자, 리은도 일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유한과 결혼한 뒤, 리은은 조용히 가정과 루이를 지키느라 자신도 꿈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이 있던 사람이라는 걸 잊었다.그런데 지금은 실패한 혼인에서 빠져나와서 일에 대한 열정을 되찾았다.한편, 루이도 저녁에 아빠가 데리러 온다는 걸 알고 하루 종일 흥분했다. 심지어 낮잠도 자지 않았다.유치원을 마친 뒤 밖에 서 있는 차를 보자, 루이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선생님, 아빠가 저 데리러 왔어요!”유치원 선생님들은 그 말에 흠칫 놀랐다. 유치원에서도 루이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껏 리은이 루이의 등하원을 책임진 터라, 그 유명한 주강그룹 대표님 얼굴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그런데 그 주유한이 갑자기 아이를 데리러 왔다고 하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소식을 접한 몇몇 젊은 선생님들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모두 따라 나왔다.“저분이 주유한 대표님인가?”“아마 그럴 걸요. 주유한 대표님이 직접 유치원에 온 건 처음 봐요...”두 선생님은 양쪽에서 루이의 손을 잡고 유치원 정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차에서 내린 선호도 루이를 향해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아가씨, 저 기억해요?”루이는 달콤하게 웃더니 선호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선호 아저씨, 안녕하세요.”“어! 안녕하세요.”선호는 환한 얼굴로 대답하고는 두 선생님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고생 많으셨어요.”“아니에요. 루이가 얼마나 똑똑하고 철이 들었는데요. 선생님들과 친구들이 루이를 엄청 좋아해요.”선호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주루이의 신분은 태어날 때부터 곁에 좋은 사람만 끌어 모을 운명이었다.주강그룹 외동딸이라는 이름이 그저 빈 껍데기만은 아니니까.그때 뒷좌석 차창이 천천히 내려오더니 유한의 매혹적인 얼굴이 드러났다.“안 타고 뭐 해?”“대표님, 안녕하세요.”유한은 고개를 살짝 끄덕여 인사하고는, 루이에게 시선을 돌리면서 손가락을 까딱했다.순간 환한 미소를 지은 루이가 발랄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27화
유한은 두 손을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리은의 다리를 훑었다.“왜 계속 말하지 않았어? 다리가 부러질까 봐 무서웠어?”리은은 다리를 살짝 움직였다.“할머니는 말씀만 그렇게 하신 거야.”“그럼 왜 계속 말하지 않았어?”리은은 유한을 보면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사실은 할머니가 너무 화를 내서 몸 상하실까 봐 그랬다고 말하고 싶었다.방금 할머니는 화가 머리끝까지 난 상태였던 게 분명했다. 그때 리은마저 얘기하면, 화병이 생길 지도 몰랐다. 자신을 끔찍하게 아껴준 할머니인데 리은은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유한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리은을 보다가 맞은편에 앉았다.“여긴 왜 왔어?”리은은 눈꺼풀을 들어 유한을 보더니 솔직히 말했다.“요즘 일이 바빠서 이혼 얘기를 할머니께 말씀드리고 루이를 본가에 한동안 맡길 생각이었어. 그러다가 바쁜 시기가 지나면 다시 데려가려고 했어...”다만 지금 보니 그 방법은 불가능했다.현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다른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결국 리은은 소파에서 일어나 나가기로 했다.“어디 가?”“집.”리은은 짧게 대답하고는 걸음을 옮겼다.“루이는 어쩔 건데?”리은은 고개를 돌려 유한을 힐끗 바라봤다.“정 방법이 없으면 회사로 데려가서 같이 야근하거나, 저녁에 맡길 수 있는 곳을 알아 봐야지.”유한은 기분을 전혀 알 수 없는 얼굴로 리은을 빤히 바라봤다.“왜? 아빠는 죽었어?”잠시 멍하니 있던 리은이 입을 열었다.“루이 싫어하잖아.”유한은 은은한 눈빛으로 리은을 지그시 바라봤다.“내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루이 성이 주씨인 건 변함이 없어. 야근할 때 회사로 데려가겠다고? 왜? 다른 사람들이 내가 애를 학대한다고 여기게 하려고 그래?”리은은 미간을 찌푸렸다.“그럴 생각 없어. 난 그저...”“그저 뭐?”리은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유한을 응시했다.리은의 대답을 기다리던 유한은,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자 먼저 입을 열었다.“말해.”“그럼 무슨 뜻인데?”갑자기 일어난 유한이 리은을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26화
리은은 어리둥절해서 고개를 돌렸다. 아니나 다를까 소리가 난 쪽에 유한이 있었다.‘여긴 왜 왔지?’강덕순은 유한을 보며 물었다.“너도 왔구나? 무슨 일이냐?”유한은 강덕순의 옆에 털썩 앉아 투명할 정도로 깨끗한 바둑알을 집어 만지작거렸다.“할머니 뵈러 왔죠. 무슨 일이긴요.”강덕순은 유한을 한 번 훑어보다가 리은을 바라봤다.“네가 이렇게 효심 많은 애인 줄은 몰랐네.”유한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바둑알을 내려놓으며 말했다.“할머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하세요? 할머니가 저더러 결혼하라고 했을 때, 이미 충분히 효심을 보여 드렸잖아요?”강덕순은 그 말에 유한을 째려봤다. 오히려 리은이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이왕에 다 모였으니, 리은은 이 기회에 분명히 말하기로 했다.“할머니, 사실 저 오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어요. 저와...”“만약 제가 불효하다고 생각하면, 차라리 이혼할 거니까 동의해 주시지 그래요?”리은은 흠칫 놀라서 옆을 돌아봤다.‘그냥 이렇게 말해버린다고?’‘아니면 사실 이날을 기다려 왔나?’‘하지만 정말 그렇다면 지금껏 이혼하러 가자고 했을 때 미뤄온 건 뭐지?’다음 순간, 강덕순이 바둑알 한 알을 집어 유한의 머리에 뿌렸다.“어디서 감히! 이혼하기만 해 봐!”“할머니!”리은은 다급히 할머니를 말렸다.차갑게 코웃음을 친 강덕순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잘 들어. 우리 주씨 가문에 이혼은 존재할 수 없어! 앞으로 이혼의 이자도 꺼내지 마. 또 꺼내면 네 다리 몽둥이를 분지를 거니까!”“...”리은은 입을 꾹 다물었다.할머니가 화내는 모습을 보자, 하려던 말이 목구멍에 걸려 나오지 않았다.그때 유한이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빨개진 이마를 문지르면서 정신이 딴 데 팔린 리은을 보고 흥얼거렸다.“할머니, 너무한 거 아니에요? 장난 좀 친 건데 반응이 너무 큰 거 아니에요?”“잘 들어. 결혼은 어린애들 소꿉장난이 아니야. 어디서 말도 없이 결혼했다 이혼했다 하려고? 난 루이가 한부모 가정의 아이가 되는
이혼 얘기에 미쳐 버린 내 남편 제25화
선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건 묵인이나 다름없었다.“허. 평소에 그렇게 다정하고 나긋나긋하더니, 사람을 다 무네?선호는 그 말에 혼자 속으로 중얼거렸다.‘그게 왜요? 사람은 누구나 성깔 있거든요.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물어요.”“어? 그런데 진리은이 왜 갑자기 얘를 문 건데요? 혹시 또 인영이를 질투해서 성질을 부린 거예요?”선호는 묵묵히 고개를 저었다.“아니, 장 비서님 그게 무슨 말인데요? 말 좀 해 봐요.”선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물릴 만해서 물렸다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장...”“그렇게 궁금하면서 왜 나한테는 안 물어?”유한이 갑자기 끼어들었다.수혁은 어색한 듯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내가 어떻게 그런 걸 물어봐? 우리가 네 앞에서 진리은을 언급할 때마다, 네 안색은 늘 어두웠잖아. 난 절대 눈치 없이 행동하지 않을 거야.”“그럼 입 다물어.”유한은 말을 마치자마자 진료실을 떠났다.“어? 그냥 이렇게 가려고? 다음 주에 인영이 생일인데 우리 예전대로 한다?”“마음대로 해.”말을 마친 유한은 그대로 나갔다. 수혁도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기에, 곧바로 핸드폰을 들고 채팅방에서 이 사실을 말했다.그 시각, 마침 얼굴 스파를 받고 있던 인영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오호라, 진리은. 감히 유한이한테 꼬리를 쳤지? 네가 원하는 대로 되게 둘 것 같아? 넌 평생 미움을 받아야 해!”광윤이 맡겨준 새로운 프로젝트 때문에 리은은 바빠지기 시작했다.하지만 루이 때문에 회사에 남아 있을 수 없어서 집으로 돌아가 야근할 수밖에 없었다.이에 광윤은 농담조로 집에서 야근하면 야근 수당이 없다고 얘기했다.사실 리은도 야근 수당을 받고 싶지 않아서 회사에서 야근하는 걸 포기한 게 아니다. 도저히 야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루이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었으니까.리은도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지금 하는 업무는 언제든 접대와 야근이 있을 수 있다. 할머니도 그녀가 루이를 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