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리은은 딸을 유치원에 데려다 준 뒤 곧바로 택시를 타고 가정법원으로 향했다.유한과 결혼한 뒤로 일한 적은 없지만, 평소에 자신의 돈을 쓸 일은 거의 없었다.때문에 결혼 전에 따로 모아둔 돈으로 딸과 한동안 버티는 건 문제가 없었다.게다가 얼른 일자리를 찾아서 자기와 딸이 생활할 생각이었다.8시가 조금 넘어 가정법원에 도착한 리은은, 정문 한쪽에 서서 안으로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봤다.덤덤하게 결혼생활의 마감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들어가는 와중에 싸우는 사람들도 있었다.그 사람들을 보자, 리은의 머릿속에 문득 유한과 혼인신고를 하던 날이 떠올랐다.기대에 찬 눈으로 혼인관계증명서를 보면서 유한에게 막 말을 걸려던 찰나, 남자의 차가운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자신을 보는 남자의 날카로운 눈에는 혐오감이 가득했다.“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이 자리를 꿰찼으니 소원 이뤘네. 주씨 가문 안주인 자리 잘 지켜.”‘주씨 가문 안주인’이라는 단어에는 악감정이 담겨 있었다.리은은 그날 남자가 자신을 바라보던 악의에 찬 눈빛을 잊을 수가 없었다.그리고 그날 알았다. 남자의 눈에 자신은 그저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악독하고 이기적인 여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하지만 지난 몇 년간 자꾸만 왜 이렇게까지 됐나 하는 의문이 들었다.그들도 분명 사랑했던 적이 있었는데.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유한도 한때는 리은을 대할 때 허인영을 대하는 것처럼 다정했었다.남자는 리은의 눈가에 입을 맞췄고, 뺨과 귓가에 키스했고, 입술을 탐하면서 사랑을 속삭였었다.그랬던 남자가 왜 갑자기 이렇게 변한 건지 리은은 도무지 알 수 없었다.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면서, 왜 갑자기 허씨 가문과 정략결혼을 하기로 하고 심지어 그에 대한 설명도 없었는지.이전에 답을 얻지 못했을 때는 리은은 모두 자기 탓이라고만 생각했다.다만 너무 큰 신분 차이 때문에, 리은은 헤어지고 나서도 유한에게 집착할 생각은 없었다.그날 밤은 넘 혼란스러워 지금까지도 그날 아침 깨어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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