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순은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휴게실에 앉아 있는 리은을 발견했다.“리은아?”리은은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소리가 난 방향에 있는 사람을 본 순간 리은은 멍해졌다. 할머니가 회사에 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리은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할머니에게 다가갔다.“할머니,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강덕순은 리은의 손을 잡고 자애로운 표정으로 바라봤다.“오늘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한번 들러봤어. 왔으면서 왜 안 올라가고 여기 있어?”리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사실 강덕순은 리은과 유한의 상황을 잘 모른다.해성시의 모든 사람이 리은과 유한의 결혼이 유명무실하다는 걸 알아도, 강덕순 앞에 가서 입을 털어댈 사람은 없다.게다가 지난 몇 년 동안, 리은은 강덕순 앞에서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었다.유한도 비록 리은을 싫어했지만, 할머니 앞에서만큼은 사랑하는 부부인 척 연기했다.“저도 방금 왔다가 바쁜 것 같아서 올라가지 않았어요.”그때 선호가 엘리베이터에서 다가왔다.“어르신, 사모님, 오셨어요?”리은은 선호와 눈을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리은의 손을 잡은 강덕순이 웃으면서 물었다.“장 비서, 유한이는 바쁜가?”선호는 몸을 살짝 옆으로 돌려 들어가자는 손짓을 했다.“지금은 안 바쁘세요. 안으로 가시죠.”참 어이없었지만 리은은 마지못해 할머니를 부축한 채 엘리베이터에 올랐다.“할머니, 오늘 건강검진 결과가 어떻대요? 저한테 전화라도 하지 그러셨어요. 그러면 제가 같이 갔을 텐데.”강덕순은 웃으며 리은의 손등을 토닥였다.“걱정하지 마. 나 아직 쌩쌩하니까. 게다가 집에나 돌봐 주는 사람도 많아.”강덕순이 한번 외출할 때면 따라붙는 사람은 확실히 많다. 경호원 두 명에 기사 한 명, 그리고 집사에 도우미 아주머니까지.“요즘 유한이랑 어때? 한 달 동안 나 보러 안 왔는데, 혹시 바빠?”리은은 눈을 반짝이며 가볍게 대답했다.“루이가 요즘 2학년 반이 돼서 조금 정신이 없었어요. 주말
더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