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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내 신분증은 어디 있어요?

공항 로비에 서 있던 최하연은 잠잠해진 핸드폰에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마도 오랫동안 한씨 가문에게 억압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온몸이 가벼웠다.

오가는 여행객들을 보던 하연은 생각에 잠겼다.

‘B시를 떠난다고 생각하니 좀 싱숭생숭하네.’

‘그래도 괜찮아, 더 이상 힘든 일은 없을 거야.’

그녀는 단순히 한서준의 사랑이 식었다고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게 다 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차라리 깔끔하게 떠나주는 게 더 나아.’

하연은 곧장 공항 카운터로 가서 체크인을 했고, 이미 D국행 티켓을 예매한 상태였다.

처음 그녀는 가족을 떠나 신분을 숨기고 B시에 머물렀다.

이번에 D국에서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 프로젝트만 아니었다면 할아버지는 그녀와 서준을 만나고 싶어하셨을 것이고, 이 프로젝트를 HT그룹을 승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서준은 감사해하기는커녕 그녀 혼자 보냈다.

이제 하연 차례였다.

“안녕하십니까, 손님. 이 티켓은 현재 잠겨 있어 당분간 처리할 수 없습니다.”

비즈니스 카운터 직원은 정중하게 거절했다.

“잠겨 있다고요?”

믿을 수 없던 하연은 온몸이 얼어붙었다.

“그럴 리가 없는데..., 다시 한번 확인해 주시겠어요?”

“회사 계좌로 예매하셨나요? 방금 환불한 것으로 확인되는데, 신분증 좀 보여주시겠습니까?”

...

하연은 문득 한 가지 사실이 떠올랐다.

그녀는 서준의 비서였기에 회사에서 만들어준 대부분의 계좌는 HT그룹이 관리했다.

그리고 신분증은...

얼마전 회사 인사부에서 어떤 것을 등록해야 한다며 들고 간 상태였다.

하연은 너무 긴장해 손이 덜덜 떨렸다.

그녀는 상처밖에 남지 않은 이 도시를 하루 빨리 떠나고 싶어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

“죄송해요, 제가 전화해서 물어볼게요.”

그녀는 가장자리로 걸어가 휴대폰을 꺼내 HT그룹 인사팀에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는 걸리지 않았고, 사용할 수 없는 번호라는 메시지만 떴다.

하연은 머리속이 새하얘졌다.

‘어떻게 내 휴대폰 번호도 HT그룹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한다는 걸 잊고 있었을까!’

‘HT그룹, HT그룹!’

HT그룹은 계속해서 그녀의 걸림돌이었다.

공항을 빠져나온 하연은 황급히 택시를 잡고 HT그룹 빌딩으로 향했다.

차창 밖으로 비가 한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고, 곧 우뚝 솟은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녀는 운전기사에게 돈을 건넨 뒤 캐리어를 끌고 HT그룹 본관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그녀의 퇴사 소식은 아직 퍼지지 않았고, 하연은 비에 젖어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한 후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녀는 인사팀이 있는 12층을 눌렸다.

“아이고, 최 비서님, 오늘 비 온다고 했는데 모르셨나 봐요.”

인사팀 차장은 여성스러운 손짓을 즐겨 하는 기생오라비이자, 아부에 능한 제이슨이었다.

서준이 하연에게 잘해주지 않는 것을 본 그는 평소 하연을 막대하는 데에 익숙했다.

“내 신분증은 어디 있어요?”

하연은 그와 대화할 생각이 없었기에 바로 요점부터 말했다.

“신분증이요? 그럼 잘못 찾아오셨네요. 2분 전에 대표 비서실 구 실장님이 가져가셨는데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

하연은 이 결과를 예상했어야 했다.

서준은 비즈니스를 할 때 엄격하고 신속하게 움직이고 한번 한 말은 바꾸지 않는 B시에서 알아주는 냉혈한이었다.

어떻게 하연이 쉽게 그에게 도전할 수 있겠는가!

하연이 캐리어를 끌고 돌아서서 서준에게 가려고 하는데 제이슨이 그녀를 잡았다.

그의 태도가 도발적인지, 악의가 있는지는 불분명했다.

“해고될 수도 있어요, 잘 생각해요. 지금 위층에서는 꽤 중요한 회의가 열리고 있고, 한 대표님께는 이미 약혼녀가 있다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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