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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민혜경의 부탁

한서준의 약혼자?

최하연과 한서준은 비밀 결혼을 했기에 회사 사람들은 그녀가 서준의 비서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

‘그럼 민혜경을 가리키는 건가?’

하연의 이혼협의서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혜경은 HT그룹에 화려하게 등장했다.

나중에 그녀는 한때 하연이 잤던 침대에서 잠을 자고 서준과 잠자리를 가지기도 할 것이다.

이 생각에 하연은 손이 떨리기 시작했지만 겉으로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고마워요.”

그리고 그녀는 곧바로 인사팀 사무실을 나갔다.

제이슨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하연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아이고, 최 비서가 대표님을 좋아하는 건 바보가 아닌 이상 모두가 다 알 수 있는데, 해고되지 않는 게 더 이상하지.’

그는 컴퓨터를 보며 말했다.

“아, 또 재밌는 일이 생기겠네~”

대표실이 있는 층에 도착한 하연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구동후를 만났다.

“최 비서님, 오셨네요.”

그녀의 캐리어를 본 동후는 틀림없이 하연이 신분증을 찾기 위해 왔다는 것을 알고 신분증이 있는 회의실을 가리켰다.

“비서님 신분증은 대표님께 드렸어요. 아직 회의 중이신데, 아직 세 번째 회의예요. 급하시면 제가 말씀드릴까요?”

“아뇨, 그럴 필요 없어요.”

하연은 무덤덤하게 말했다.

“여기서 기다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커피 한 잔 갖다 드릴까요?”

동후는 서준이 그녀를 해고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연은 많은 일을 담당하고 있었고, 중요한 프로젝트가 많아 그녀를 해고하면 당장 적당한 직원을 찾기가 힘들었기 때문이다.

하연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전보다 훨씬 부드러워졌다.

“K국식 핸드드립 커피예요, 배운지 얼마 안 됐지만요.”

“전 정말 괜찮아요.”

서준과 깔끔하게 헤어지고 싶었던 하연은 주위 사람들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다.

이 말을 들은 동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어두운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가 서준에게 서류를 건넸다.

하연은 대표실 앞을 지나가다 회의실 쪽을 힐끗 쳐다봤다.

문틈사이로 보인 회의실 내부에는 여러 사람이 테이블을 중심으로 앉아 있었다.

그녀는 서준의 뒷모습과 정장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넓은 그의 어깨를 봤다.

그는 양쪽에 있는 사람들의 보고를 듣고 있었고, 조금씩 보이는 서준의 얼굴은 차가웠으며 한 번씩 입술이 움직였다.

서준은 회의에 집중하고 있었다.

시선을 돌린 하연은 자신의 손에 들린 캐리어와 비에 흠뻑 젖은 옷을 내려다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회의실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건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다시 대표실을 바라보았다. 불투명한 유리였지만 어렴풋이 푹신한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여자는 병원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혜경이 분명했다.

지금 들어가는 건 자신의 부끄러움을 더할 뿐이었다.

이런 생각에 하연은 짐을 잠시 보관한 후 화장실로 가 찬물로 세수를 하며 서준에게 어떻게 돌려달라고 해야 할지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최 비서님, 왜 이렇게 늦게 오셨어요!”

손을 씻으러 온 인턴 비서가 다가와 인사를 건넸다.

“그렇게 됐네.”

하연은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인턴 비서가 떠난 후 휴지로 얼굴을 닦으며 자신의 얼굴을 바라봤다.

‘지난 번에 D국에서 큰오빠가 살이 빠졌다고 하길래 다이어트 한다고 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결혼 때문에 스트레스 받은 거였어.’

‘그래,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야.’

그때 갑자기 화장실 문이 열리더니 우아한 자태의 여성이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은 하얗고 투명했으며 살짝 불룩한 배를 제외하고는 온몸에서 고귀함과 우아함이 물씬 풍겼다.

혜경을 본 하연은 왠지 모르게 열등감이 생겼다.

그녀는 재빨리 남은 물기를 닦고, 옷매무새를 정리한 후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잠시만요.”

그러나 옆에서 혜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방금 사람들이 최 비서님이라고 부르던데, 서준 씨 비서 맞죠?”

가까워지는 발소리에 하연의 몸은 그대로 굳어졌다.

혜경은 그녀에게 다가가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서준 씨 회의가 곧 끝날 것 같은데 커피 한 잔만 대표실로 가져다 주시겠어요? 현호 씨가 무슨 커피를 좋아하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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