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화

Author: 강노을
“맞... 맞아요. 사모님한테서 연락은 안 왔고, 제가 전화 드려도... 계속 안 받으세요. 그게... 아마... 저를 차단하신 것 같기도...”

탁!

제헌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일어났다.

그리고 표정은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

이순심은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

‘내가 착각했네. 사모님과 좀 떨어져 지내면 대표님도 잠잠해질 줄 알았는데...’

제헌은 평소에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었다. 웬만해선 목소리조차 높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불쾌해하는 태도만으로도 주위를 얼어붙게 만드는 사람이었다.

이순심은 그제야 깨달았다.

‘사모님... 대표님한테 이렇게 튕길 게 아니었어...’

‘대표님은 강하게 나오는 사람한테 절대 약하지 않거든.’

‘그걸 모를 리 없을 텐데...’

이순심은 한숨이 절로 나왔다.

‘사모님, 정말 눈치도 없다니까.’

...

제헌은 사무실에 도착해 평소처럼 정례회의를 마쳤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성이 문을 두드리고 들어왔다.

“대표님, 택배입니다.”

그가 내민 작은 선물 봉투.

제헌은 말없이 그것을 받아 들었다.

상자를 열자, 안에는 심플한 디자인의 실반지 하나.

‘지후 말이 맞았네. 결혼반지를 팔아놓고... 또 다른 주얼리 샵을 들렀다더니.’

‘이틀 동안 연락 한 통 없더니, 결국 이런 식으로 나타나는 거야?’

‘이따가 도시락 들고 회사까지 찾아오겠지.’

‘기성이 말로는 매번 점심 무렵에 맞춰 오는 패턴이니까.’

제헌의 이마가 좁아지며 주름이 생겼다.

그는 반지 케이스를 닫고, 무심하게 책상 한쪽으로 밀어놨다.

몇 초 뒤, 내선 전화 수화기를 들었다.

“오늘 와이프 들어오게 하지 마. 출입 절대 금지시켜.”

목소리는 차갑고 명확했다.

기성이 당황해 아무 말 못 하고 끊자, 제헌은 반지 케이스를 그대로 휴지통에 던져버렸다.

‘이런 식의 계산된 접근, 딱 질색인데...’

월요일 아침.

이람은 SY그룹의 사무실, 자신의 자리 앞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결혼 초반 몇 달간, 이람은 직장을 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강 회장은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이는 식사 자리에 참석하지 않았고, 그 자리를 채운 채영희 여사는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람을 노골적으로 무시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남편 뒷바라지도 못하고, 애는커녕 몸조리 하나 제대로 못 하면서 입은 잘 나불대. 창피해서 내 친구들 앞에서 며느리 얘긴 꺼내지도 못해요.”

그 자리에 제헌도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아니, 일부러 외면했다.

그날 밤, 이람은 바로 노트북을 열고 이력서를 썼다.

지원한 곳은 KU그룹이 아닌, 완전히 다른 계열사인 SY그룹이었다.

‘같은 건물 안에서 숨 쉬는 것도 싫었거든.’

...

SY그룹은 설립된 지 고작 5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시가총액은 이미 수천조 원을 넘어선 국내 대표 테크기업 중 하나였다.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라면, 비서직 하나도 전국 상위권 명문대 출신이 기본 조건이었다.

이람은 시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출신.

학벌도 전공도 전혀 밀리지 않았다.

당연히 개발팀이나 R&D 부서로도 갈 수 있었다.

하지만 기술 직군은 대부분 ‘9 to 9, 주 6일’이라는 살인적인 일정이 기본.

대형 프로젝트에 투입되면 밤샘도 수시로 반복된다.

그렇게 일하면, 제헌을 챙길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그녀는 비교적 여유가 있는 총무실 산하, 대표이사 비서실을 선택했다.

즉, 행정 업무 중심의 포지션이었다.

이람이 SY그룹에 들어간 걸 안 강수철 회장은 이람에게 KU그룹으로 오라고 권했다.

“내 회사니까 출퇴근도 융통성 있게 해줄 수 있고, 네가 너무 힘들지 않게 조정해줄게.”

하지만 이람은 단번에 거절했다.

‘시어머니가 날 얼마나 싫어하는데...’

‘KU 들어가면 그분이 날 더 가차 없이 몰아붙일 거야.’

채영희 여사는 틈만 나면 이람이 강씨 가문의 재산을 탐내는 것처럼 몰아갔다.

이람은 KU그룹에 가면 그런 소리를 공식적으로 듣게 될 것이 뻔해서 차라리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지금 회사가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SY는 국내에서 가장 앞선 기술과 데이터를 쥔 회사다.

다시 논문을 쓰기로 마음먹은 이상, 여기만큼 좋은 환경은 없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람은 임신 소식 때문에 사직서를 써놓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메일을 보낼 생각이 없다. 행정 업무는 충분히 여유가 있었고, 그 시간에 자신은 업계 자료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게다가 자료 접근 권한도 넉넉했고, 사람들과 부딪힐 일도 거의 없었다.

“이람 씨, 오늘은 도시락 안 가져왔어요?”

옆자리 직원이 툭 던지듯 물었다.

이람은 살짝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가끔 아주 정성스럽게 도시락을 싸왔다.

하지만 점심 시간이 되면, 늘 그 도시락을 들고 회사 밖으로 나갔다.

도시락... 사실 남편 주려고 싸온 거였다.

제헌은 술자리가 잦았고, 이람은 그 다음 날 아침이면 속을 편하게 해줄 음식 위주로 직접 도시락을 쌌다.

그가 아침에 회사로 가져가면 편할 일이었지만, 제헌은 ‘들고 다니는 게 귀찮다’며 거절했다.

그래서 이람이 직접 들고 와 점심시간에 맞춰 택시를 타고 KU 본사 근처까지 배달하듯 건넸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았고, 시간도 맞출 수 있어서 그 정도 수고는 감당할 수 있었다.

“오늘은 그냥... 도시락 안 싸고 싶었어요.”

‘아니, 이제 싸줄 필요도 없지.’

그 순간, 비서실 실장 남진이 급하게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에 집중하던 이람과 다른 직원들이 모두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

“다들 주목해주세요. 우리 대표님 귀국이 다음 주 월요일입니다.”

순간 사무실이 술렁였다.

“각 부서 자료들 정리 다시 들어갑니다. 대표님이 열람하시는 문서에 누락이나 오류 하나도 없게 부탁드립니다.”

탁- 탁-

남진은 책상 가장자리를 두드리며 단호하게 말했다.

“시간 없습니다. 전원 집중하세요.”

SY그룹은 창업 이래 지금까지, 실무의 거의 대부분은 모두 부대표 부연훈이 도맡아 처리해왔다.

회사의 실질적인 권한과 자금, 비전은 오로지 ‘대표’에게 집중되어 있었지만, 정작 단 한 번도 공식 석상에 등장한 적이 없다.

얼굴도, 나이도, 성격도 전부 미상.

신화처럼 떠도는 존재였다.

다음 주면... 드디어 나타날 것이다.

그날 이후, 사무실은 온종일 분주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

KU그룹.

아무런 예고도 없이, 한 여성이 제헌의 사무실에 들어섰다.

대표이사를 만나려면 최소 며칠 전부터 비서실을 통해 사전에 약속을 잡는 게 관례인데, 오늘 그 여성의 이름은 어떤 명단에도 없었다.

더 놀라운 건, 기성이 직접 1층까지 내려가 그녀를 안내해서 올라왔고, 문까지 닫아주고 나왔다는 점이었다.

이례적인 대응에 비서실 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그 여자 누구야? 완전 연예인 얼굴 아니야? 풍기는 아우라가 장난 아니던데.”

“강 대표님이 예고 없이 즉석에서 약속 잡는 거 거의 못 봤어. 그것도 단독 응대? 이건 진짜 흔한 일이 아닌데.”

“강 대표님이 원래 여자랑 단둘이 있는 것도 안 좋아하잖아. 입사하고 몇 년 됐는데, 여직원을 사무실오 부른 건 처음 봐.”

그 순간, 누군가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설마... 진짜 그분? 미래 사모님이신가?”

그 말에 몇몇 직원이 숨을 삼켰다.

모두 알고 있었다. 강제헌 대표가 결혼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알려진 바 없었다.

공식적인 발표가 없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론 ‘미혼’으로 보는 게 중론이었다.

하지만 제헌을 오랫동안 봐온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그는 항상 절제되어 있었고, 스캔들에 연루된 적도 없었다.

그런 사람이 어떤 여자에게 특별한 대우를 한다면, 그건 ‘가능성’ 그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

사무실 안.

제헌은 그 여성이 들어오자마자 손에 들고 있던 펜을 내려놨다.

바로 하유리였다.

유리는 여유로운 발걸음으로 책상 앞으로 다가와 양손을 책상 위에 짚고 몸을 살짝 기울였다.

그리고 남자의 손가락을 스치듯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반지, 못 받았어?”

제헌은 잠시 멈칫했다.

“네가 보낸 거야?”

그건 이람이 보낸 줄 알았다.

유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어제 저녁에 우리 같이 식사하기로 했잖아. 근데 한빈 교수님 쪽에서 급하게 연락이 와서... 결국 그 자리에 못 갔지. 미안해서 선물로 반지 보냈어.”

그녀는 자신의 왼손을 들어 보여줬다.

무광의 심플한 반지가 빛을 반사했다.

“이 브랜드, 남자 반지는 별로 예쁜 게 없더라고. 그나마 내가 낀 이거 커플링으로 나온 게 제일 괜찮아서 그걸로 했어. 나 그냥 장난으로 끼고 다닌 거니까, 부담 안 가져도 돼.”

그 말과 달리, 여자의 눈빛에는 기대가 숨어 있었다.

제헌은 그제야 무언가 떠오른 듯 자리에서 일어나 휴지통 옆을 뒤적였다.

조금 전 쓰레기로 던져버렸던 반지 케이스를 꺼냈다.

손에 쥔 케이스를 열어보며 표정이 전과는 확실히 달라져 있었다.

유리는 순간 얼굴이 굳었다.

“버렸던 거야?”

제헌은 그녀를 조용히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에 유리의 마음이 전부 읽혔다.

그는 반지를 꺼내 자연스럽게 왼손 네 번째 손가락에 끼웠다.

“네가 보낸 건 줄 몰랐어.”

말투는 변함없었지만, 그 말 한마디에 유리의 얼굴이 조금 환해졌다.

지후가 말했었다.

제헌은 절대 반지를 끼지 않는 사람이라고.

특히 결혼반지는 더더욱.

그 이유는 간단했다.

‘반지 따위 낀다고 해도 아무 의미 없으니까.’

제헌이 조용히 물었다.

“화났어?”

유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네가 싫어하는 건, 반지가 아니라 그 반지를 줬다고 생각한 그 사람이겠지.”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물었다.

“예뻐?”

“괜찮네.”

제헌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어제는 뭘 그렇게 바빴는데?”

유리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한빈 교수님 프로젝트가 한 기술에서 막혀서... 어젯밤엔 집에서 자료만 뒤적였어. 근데 잘 안 풀리더라. 다행히 내 친구가 다니고 있는 그 회사가 그 분야 기술을 다루거든. 시간 나면 연락해보려고.”

유리의 그 ‘친구’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는 바로 진민서였다.

유리와 민서는 시우대 동문.

유리가 선배, 민서는 후배였다.

둘이 같은 명문대를 나왔고, 업계에서도 이미 잘 알려진 사이였다.

그래서 유리는 민서 정도는 언제든 연락해서 쉽게 만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Patuloy na basahin ang aklat na ito nang libre
I-scan ang code upang i-download ang App

Pinakabagong kabanata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4화

    그때, 서주연은 바쁜 일정 중 잠시 시간을 내, 어린 하준을 보러 왔다.어린 하준은 ‘엄마’라는 사람이 자신을 만나러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다.또래 아이들을 유심히 관찰한 결과, 하준이 내린 결론은 단순했다.‘엄마’라는 존재는, 온전히 의지해도 되는 가장 중요한 사람이었다.그래서 기대도 컸고 동시에 긴장도 많이 했다.실제로 서주연을 처음 마주했을 때, 어린 하준은 먼저 압도당했다.‘엄마’라는 사람은 지나치게 아름다웠고, 화려하기까지 했다.다른 아이들의 엄마들과는 전혀 달랐다. 더 예쁘고, 더 크고, 더 멀리 있는 것 같았다.하준은 겁이 나서 말을 잃었다.조심조심 서주연 앞에 다가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누구예요...?”그때 서주연은 무릎을 굽혀 하준과 눈높이를 맞췄다.잠시 위아래로 훑어보는 시선이었지만, 세 살짜리 하준에게는 너무나 무서운 눈빛이었다.어린 하준은 본능적으로 도망치고 싶었다.하지만 그 순간, 서주연의 손이 하준의 볼을 세게 잡아당겼다.“이게 내 아들이야? 왜 이렇게 멍청해 보여? 엄마라는 말도 못 해?”놀람과 노골적인 불만이 섞인 목소리였다.그 한마디는 어린 하준을 바닥으로 푹 꺼지게 만들기에 충분했다.서주연은 그날 저녁에도 일정이 있다며 오래 머물지 않았다.모자는 그렇게, 한 시간도 채 되지 않는 첫 만남을 끝냈다.그 후로도 좋지 않은 일들이 연달아 일어났다.그리고 하준이 일곱 살이 되어 서주연을 따라 J시로 가게 되면서,그곳에서 하준은 차마 사람이라 부르기 힘든 이들을 여럿 보게 되었다.그쪽 친구들과 비교해 보니, 제헌의 어린 시절 사소한 신경전들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질 정도였다.J시에서의 성장 과정은, 하준의 세계를 빠르게 넓혀 주었다.그와 동시에 하준은 분명히 깨달았다.서주연은 아들을 돌볼 줄 모르는 여자였고, 어떻게 엄마가 되어야 하는지도 전혀 알지 못했다.그래서 모자의 관계는 늘 팽팽하게 굳어 있었다.그러다 하준은 성장했고, 혹은 서주연이 나이를 먹었고... 물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3화

    “알겠어요.”이람은 하준이 그렇게 말할 거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그 뒤로 하준의 추가적인 말이나 당부가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고 이람이 먼저 입을 열었다.“그럼... 끊을까요?”그때, 하준이 불쑥 말을 이었다.[강제헌이 이람 씨를 왜 찾은 거예요?]이람은 순간 멈칫했다.예전 같았으면, 하준이 제헌을 경계하는 걸 단순히 두 사람 사이의 오래된 앙금 때문이라고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람은 하준의 질문에 담긴 의도를 다시 생각했다.‘서하준... 혹시 질투하는 건가?’그동안 이람은 하준과 지내면서 경계가 명확하다고 느꼈다. 제헌의 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었고, 굳이 하준을 끌어들이고 싶지 않았다. 혼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일부러 짐처럼 얹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하지만 지금의 하준은 분명히 한 발 더 깊이 들어왔다.이람은 그 ‘의미 있는 관심’을 느꼈다.그리고 그걸 애매하게 넘기면, 하준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이람은 진심으로, 하준이 불편해지는 걸 원하지 않았다.“강제헌이요? 강수철 회장님 생신 참석 관련해서 얘기하자고 했어요. 지난번처럼 난리 치지도 않았고요. 큰 문제는 없어서 굳이 하준 씨에게 말하지는 않았어요.”이람은 제헌이 재결합을 언급했다는 사실만은 말하지 않았다.사흘 뒤, 이람은 강수철 회장 앞에서 제헌의 부모와 여동생, 그리고 강씨 집안의 친지들까지 모두 모인 자리에서 두 사람이 이미 이혼했다는 사실을 직접 밝힐 생각이었다.차라리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관계를 정리하는 게 가장 깔끔했다.제헌은 체면을 무엇보다 중시하는 사람이었다.그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혼 사실이 공개된 뒤에도 다시 붙잡겠다고 나서는 건, 곧 자신이 후회하고 있다는 걸 스스로 인정하는 꼴이 된다. 제헌의 자존심이 그걸 허락할 리 없었다.이번에 제헌이 고개를 숙일 수 있었던 건... 이람 단 한 사람 앞이었기 때문이다.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 제헌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2화

    이람은 화면 속에서 하준이 카메라를 옮기는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었다.어깨가 넓은 편이라 그런지, 카메라를 조금 멀리 당겼는데도 그의 어깨가 화면 안에 온전히 다 들어오지는 않았다.하지만 그 뒤쪽으로 보이는 좌석들 덕분에 이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하준은 지금 공항에 있었다.그제야 이람은 조금 전에 하준이 했던 말을 제대로 인식했다.심장이 순간적으로 크게 뛰었다.‘서하준의 어머니가... 드디어 오시는구나.’이람은 예전에 하준에게 서주연의 사진을 보여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 하준의 휴대폰에는 어머니 사진이 없었다.서주연은 한때 H시에 미리 와서 하준과 잠시 함께 지내며 모자 관계를 회복하고 싶다고 말한 적도 있었다.그러나 하준은 그 제안을 거의 생각할 틈도 없이 거절했다.여자친구 집에서 지내고 있다며 선을 그었고, 결국 서주연은 그때 오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강수철 회장의 생일을 앞둔 시점이 되자 비로소 H시로 오게 된 것이다.이람은 이 일련의 흐름을 보며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하준과 서주연의 모자 관계는 아주 가깝다고 하긴 어려워 보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끊어진 사이도 아니었다.하준이 직접 공항에 나가 마중을 나왔다는 것만 봐도, 그는 어머니를 가볍게 대하지 않았다.적어도 기본적인 존중과 책임은 분명히 지키고 있었다.그래서 더 어려웠다.서주연 앞에서 ‘연인 역할’을 어느 정도까지 해야 할지, 이람은 감이 잘 오지 않았다.“그럼... 제가 공항으로 갈까요?”말을 꺼내고 나서야, 이람은 자신이 조금 긴장하고 있다는 걸 느꼈다.하준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지금은 괜찮아요.][제가 먼저 어머니께 상황을 설명드릴게요. 어머니가 이람 씨를 직접 보고 싶어 하시면, 그때 이람 씨 일정도 보고 결정하면 되고요. 절대 무리하게 부탁하거나, 이람 씨에게 부담 주는 일은 없을 거예요.]하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치 어떤 비교 대상이 떠오른 듯 한마디를 더 덧붙였다.[저는 이람 씨를 제 여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있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1화

    이람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대로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제헌은 주먹을 꽉 쥔 채 이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냉소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내가 쓰레기라며. 그런데도 넌 나를 3년이나 사랑했잖아?”이람의 걸음은 멈추지 않았다.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고, 다시 문을 닫았다.문이 닫히는 소리는 마치 뺨을 세게 후려치는 소리처럼, 제헌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어릴 때부터 제헌의 머릿속에는 늘 딱 한 가지만 있었다.어떻게 더 잘될 것인가, 어떻게 서하준보다 우위에 설 것인가?그 외의 것들은 담을 자리가 없었다.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기울인 적도 없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자신의 시간과 에너지를 이람에게 쏟았는데... 돌아오는 게 이런 태도라고?제헌은 이를 악물었다.‘조이람. 나... 너 줄 선물도 준비했어.’‘하유리한테 준 것보다 훨씬 신경 써서, 직접 경매까지 가서 산 거야. 집에 놔뒀어.’‘오늘 만나서, 네가 다시 같이 살겠다고 하면, 집에 돌아가서 너한테 주려고 했어.’‘그런데 이렇게 가버린다고? 나를 여기 혼자 버려 두고?’제헌의 얼굴은 분노로 새파랗게 굳었다.하지만 그는 이람에게 그 사실을 설명하고 싶지 않았다.예전에도 설명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럴 생각은 없었다.먼저 식사를 제안하고, 고개를 숙인 것만으로도 제헌에게는 이미 자존심이 크게 깎인 일이었다.거기에 그 선물까지 꺼내는 건... 그가 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넘는 일이었다.제헌은 운전기사에게 전화를 걸어 차를 부르곤, 혼자 전통찻집으로 향했다.기분이 어지러울 때면, 제헌은 늘 혼자 조용히 있는 걸 택했다.어릴 때부터 몸에 밴 습관이었다.어머니에게 꾸중을 들을 때마다 억울해도 누구에게 털어놓지 못하고, 혼자 삼키며 버텼다.지금도 마찬가지였다.이 장소를 아는 사람은 고지후뿐이었다.지후에게서 전화가 왔지만, 제헌은 받지 않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후가 직접 찾아왔다.지후는 맞은편에 앉아 제헌을 잠시 살폈다.“형, 좋은 소식 있다고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30화

    ‘오늘 굳이 여기까지 와서, 자존심도 다 버리고 조이람한테 고개까지 숙였는데... 그게 안 통한다고?’제헌은 이람이 다시 내민 다이아몬드 반지를 내려다보며 눈빛을 잔뜩 가라앉혔다.제헌이 원하는 건 늘 같았다.말 잘 듣고, 사소한 것까지 신경 쓰며 자신에게 다 맞추던 이람.지금처럼 사사건건 맞서고, 제헌의 말을 거부하고,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이람은 애초에 제헌이 좋아하던 모습이 아니었다.하지만 제헌은 안다. 이람은 아직 자신에게 화가 나 있었다.조금만 시간을 주면, 예전처럼 마음도 시선도 다 ‘강제헌에게만 향하던 해바라기 같은 여자’로 돌아올 거라고.제헌은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제야 명확히 알게 된 걸 다행이라 여겼다.그렇지 않았다면, 지금쯤 이람의 태도에 이미 폭발했을지도 모른다.‘조금만 더 참으면 돼... 조이람이랑 다시 결혼만 하면...’‘그다음엔 적당히 흉내만 내도... 조이람은 나를 떠나지 못할 거야.’제헌은 반지를 다시 집어넣으며, 이람의 차가운 눈매를 바라봤다.“그래. 하루 줄게.”이람은 곁눈질로 핸드폰 화면에 뜬 알림을 보았다.하준에게서 온 메시지였다.하지만 지금은 확인하지 않았다.이람의 시선은 제헌에게 향해 있었다.예전의 이람에게는 제헌을 바라볼 때 항상 콩깍지가 씌워져 있었다.제헌이 어떤 사람이든 상관없었다.그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기뻤고 행복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콩깍지가 벗겨진 자리에는 제헌의 오만함과 냉담함만이 선명하게 보였다.제헌은 고개를 숙여 재결합을 말하면서도, 진짜로 내려오지는 않았다.그 말투는 부탁이 아니라, 마치 크게 인심쓰는 척에 가까웠다.게다가 그는 솔직하게 말했다.다시 함께 살고 싶은 이유가 ‘사랑’도 ‘후회’도 아닌, 그저 이람이 자신을 잘 챙겨주던 그 편안함 때문이라고.보통 사람이라면, 과거로 돌아가고 싶을 때 최소한 감정적인 미련 정도는 있지 않나?그래서 이람은 오히려 제헌이 대단하다고 느꼈다.다른 사람이 고개를 숙였다면, 최소한의 연기라도 했을 것이다.

  • 이혼 후, 나는 그의 형의 신부가 되었다   제429화

    제헌의 머릿속에서는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리고 있었다.‘그만 말해. 너 진짜 이렇게 생각하는 거 아니잖아, 여기서 멈춰.’‘그런데 이게 아니면 대체 뭐 때문인데?’과거의 제헌은 이람의 생각 같은 건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늘 자기 자신이 가장 중요했고, 지금처럼 고개를 숙이는 일은 제헌에게 있어 상상 이상으로 어려운 일이었다.‘이 정도면 이미 엄청 양보한 거잖아.’‘도대체 내가 어디까지 내려가야 해?’‘조이람을 사랑한다고 거짓말하라고?’‘말이 되냐, 그게.’제헌은 머릿속의 경고를 억지로 눌러버렸다. 그리고 말을 이었다.“앞으로는 너한테 좀 더 잘할게. 예전처럼은 안 할게.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이람은 그 말에 또 한 번 깊게 베였다.제헌에게 아직 기대가 있어서가 아니었다.그 말은 이람이 과거에 받았던 상처의 감각을 그대로 끄집어냈다.제헌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자기중심적이었다.그리고 매번 이람에게 그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켰다.이람은 망설임 없이 입을 열었다.“솔직히 말할게, 강제헌. 난 이제 더 이상 바보 같은 짓 안 해.”제헌은 이람이 거절할 거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완전히 예상 밖의 대답이었다.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낮게 물었다.“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 난 더 이상 너랑 살고 싶지 않아. 그리고 이제 내가 뭘 원하는지도 알아.”이람의 미래에 제헌의 자리는 없었다.그런데 어떻게 다시 돌아갈 수 있겠는가?제헌의 머릿속이 잠시 하얘졌다.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물었다.“그럼 넌 뭘 원하는데?”이람이 입을 열려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을 두 사람 모두 바라봤다.발신자 이름은 ‘서 대표님’이었다.제헌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그는 팔을 뻗어 단번에 핸드폰을 낚아채 전화를 받았다.“서하준, 지금 내 아내는 나랑 같이 있으니까 꺼져.”그는 하준의 반응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그대로 전화를 끊어버렸다.이람의 얼굴은 순식간에 굳어졌다.제헌은 또

Higit pang Kabanata
Galugarin at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Libreng basahin ang magagandang nobela sa GoodNovel app. I-download ang mga librong gusto mo at basahin kahit saan at anumang oras.
Libreng basahin ang mga aklat sa app
I-scan ang code para mabasa s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