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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화

작가: 구름속
다음 날 아침, 경민준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연미혜와 마주쳤다.

그녀는 경민준과 경다솜이 이미 귀국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기에 예상치 못한 조우에 순간 발걸음을 멈췄다.

경민준 역시 그녀를 보고 흠칫 놀란 기색을 보였지만, 그저 출장을 다녀온 줄로만 생각하며 별다른 표정 변화 없이, 마치 낯선 사람을 지나치듯 무심하게 그녀를 스쳐 지나가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예전 같았으면, 갑작스러운 경민준의 귀국 소식에 깜짝 놀라며 기뻐했을 것이다. 바로 뛰어가 안길 수는 없어도 환한 미소로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아침 인사를 건넸을 것이다.

그의 태도가 차가워도 상관없었고 그저 그를 한눈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연미혜는 갑자기 맞닥뜨린 그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나서는 이내 시선을 내렸다. 경민준을 바라보는 그녀의 얼굴에는 더 이상 기쁨도, 설렘도 없었다.

그녀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한 경민준은 이미 멀어져 가고 있었다.

그의 흔들림 없는 뒷모습을 바라보며 연미혜는 문득 이혼 서류를 두고 왔던 것이 떠올랐다.

‘이제 돌아왔으니, 이혼 절차도 곧 진행될 수 있겠지...’

이미 모든 걸 정리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기로 했고, 자리로 돌아온 후 곧바로 업무에 집중했다.

30분쯤 지나 강철우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

“대표님께 커피 두 잔 내려서 사무실로 가져다주세요.”

과거, 경민준의 마음을 얻기 위해 그녀는 강민준의 커피 취향을 철저히 연구했다. 정성을 들인 끝에 결국 그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 결과로 경민준은 그녀가 내린 커피만 즐겨 마셨다.

그러나 그녀가 내린 커피만 자주 찾을 뿐이었고 그녀에 대한 태도는 변함없이 차가웠고 여전히 선을 그었다.

경민준은 커피가 필요할 때면 직접 요청하지 않았고 늘 강철우를 통해 그녀에게 전했다. 그리고 커피가 내려지면 다른 수행 비서들이 가져가는 방식이었다. 그렇게 연미혜가 가까이 다가갈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다만 가끔 수행 비서들이 바쁠 때만 예외였다. 그럴 때는 그녀가 직접 사무실로 커피를 가져갈 수 있었다.

오늘도 그런 날인 것 같은 분위기라, 조용히 커피를 내린 후 연미혜는 트레이에 올려 들고 경민준의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 문이 열려 있었지만 그녀는 예의상 노크를 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집무실 안쪽의 광경을 보고 그만 걸음을 멈췄다.

임지유가 경민준의 무릎 위에 앉아 있었고 두 사람은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연미혜의 손에 들고 있던 트레이가 흔들렸고 그녀는 순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제야 그녀를 알아본 임지유가 황급히 몸을 떼며 일어섰다.

하지만 경민준의 표정은 더없이 냉랭했다.

“누가 내 집무실 출입을 허락했지?”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

연미혜는 힘겹게 손에 쥔 트레이를 꽉 붙들었다.

“커피를 가져오라고 해서...”

그녀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비서님, 그만 나가보세요!”

마침 사무실에 들어온 정시원이 냉정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는 연미혜와 경민준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가 왜 여기 있는지 충분히 짐작한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이런 일... 참 의미 없지 않습니까?”

그의 말에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지만, 연미혜는 한순간에 깨달았다.

‘나를 의심하는 거야? 임지유가 회사에 왔다는 걸 알고, 괜히 두 사람 사이를 방해하려고 커피를 핑계 삼아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나 경민준 역시 같은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예전 같았으면, 정말 그런 짓을 했을지도 모르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그녀는 이미 이혼을 결심했기에 그런 일을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변명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정시원은 한 발짝 다가서며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 당장 나가세요.”

연미혜의 눈가가 붉어졌다. 손에 든 트레이가 미세하게 떨렸고, 그 위에 있던 커피가 찰랑이며 넘쳐 손가락을 덮쳤다.

뜨거운 커피에 손가락이 데었지만, 그녀는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묵묵히 돌아서 나가려 했다.

연미혜가 몇 걸음을 채 떼기도 전에 등 뒤에서 경민준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다음에도 이런 실수를 할 거면 더 이상 회사에 나오지 마!”

연미혜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가, 아무런 말 없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그녀는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고 지금은 단순한 업무 인수인계만을 위해 남아 있을 뿐이었다. 어차피 후임자가 정해지는 즉시 회사를 떠날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관심을 두는 사람조차 없었다.

그녀는 묵묵히 트레이를 들고 나왔지만 그 순간, 사무실 안에서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됐어... 민준 씨,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야. 그러니까 너무 화내지 마.”

임지유였다.

연미혜는 커피를 싱크대에 그대로 부어버리고 붉게 달아오른 손가락을 차가운 물에 집어넣고 한동안 가만히 서 있었다.

약간의 얼얼함과 뜨끈한 통증이 느껴졌지만 그보다 더 깊숙한 곳에서 밀려오는 찌르는 듯한 감각이 더 아팠다.

손을 식히고 난 후, 그녀는 가방을 열어 연고를 꺼냈다.

지금이야 집안일을 능숙하게 해내고 요리도 능숙하게 하지만, 결혼 전의 그녀는 집안일이라곤 할 줄 몰랐다. 요리도 전혀 못 했고 심지어 커피조차 즐겨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 후, 그녀는 경민준을 위해, 그리고 아이를 위해 모든 것을 배웠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수많은 실패를 겪었고 손이 데기도 했고 칼에 베이기도 했다.

그렇게 노력해서 겨우 익숙해진 것들이었는데 이제 와서 돌아보면, 그 모든 노력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싶었다.

연고를 바르며 문득 떠올렸다.

‘다솜이가 아이리스에 간 후로는... 이 연고도 거의 쓸 일이 없었지.’

다행히 유통기한은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조용히 상처를 정리한 뒤, 다시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시작했다.

잠시 후, 사무실 안에서 직원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여자 친구가 회사에 왔다더라고요!”

“여자 친구요? 대표님한테 여자 친구가 있었어요? 누구예요? 어떤 사람이길래...”

“잘은 모르겠는데, 아래층 프런트 직원들이 하는 말을 들어보니 재벌가 출신에 엄청 예쁘고 분위기도 남다르다고 하던데요?”

두 직원은 한창 수군거리다가, 문득 연미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들은 그녀와 함께 회의에 참석해야 했기에 가벼운 웃음으로 말을 돌렸다.

“일단 일부터 하고, 수다 떠는 건 나중에...”

연미혜는 그들이 말하는 ‘대표님 여자 친구’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임지유를 말하나 보네...’

하지만 그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고 말없이 서류를 챙겨 들고 회의실로 향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순간, 회의실로 가려던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

멀리서 임지유가 회사의 주요 고위 임원 네 명과 함께 걸어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네 사람 모두 그녀를 향해 한껏 몸을 숙이며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회사까지 직접 방문해 주신다니 정말 감사할 따름입니다.”

“대표님과의 관계를 생각하면 당연히 저희가 이 정도는 해야죠.”

“그러게요. 정말 영광입니다.”

임지유는 명품 브랜드로 완벽하게 차려입고 있었다. 그녀의 태도는 나긋하고 격식 있었지만, 그 속에 은근히 그들과 거리를 두는 듯한 느낌이 스며 있었다. 마치 이 회사의 안주인이라도 되는 듯한 태도였다.

그녀를 둘러싼 임원들은 이미 임지유를 대표님의 ‘공식적인 짝’로 인정하고 있었다.

그 순간, 연미혜와 그녀의 동료들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걸 본 임원들의 얼굴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그들은 이미 엘리베이터 옆으로 비켜 서 있었음에도, 마치 길을 막은 듯한 반응이었다.

곧이어, 한 임원이 불쾌한 어조로 말했다.

“걸음걸이가 왜 그렇게 방정맞아? 임지유 씨를 다치게라도 하면 어쩌려고?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기본 예절도 모르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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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goodnovel comment avatar
박선향
경민준이제일나쁜놈이네
goodnovel comment avatar
제이a
지랄하고자빠졋네 뱌람을 아주 당당하게 하시네 개새끼
goodnovel comment avatar
ya ho
여기까지가 광고군요. 8화부터 너무 기대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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