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염성민은 유명욱이나 한명현과 원래 어느 정도 친분이 있는 사이였다.다만 다들 워낙 바쁜 사람들이라 사적으로 자주 만나 뵐 기회는 많지 않았다.그래서 더 이해가 가지 않았다.‘연미혜와 김태훈도 함께한 자리였다면... 아버지가 마음만 먹었으면 나 역시 충분히 부를 수 있었을 텐데...’무엇보다 유명욱이나 한명현, 박찬호 같은 사람들과 자주 얼굴을 트는 건 염성민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이었다.그런데 염용석은 이번 모임에 관한 이야기는 꺼내지도 않았다.심지어 누군가가 인터넷에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면 염성민은 아버지가 오늘 유
연미혜가 유명욱 일행과 함께 식사 자리를 갖고 있던 그 시각, 안혜수와 임지유 역시 밖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인터넷에 올라온 사진과 기사를 확인한 안혜수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으며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니까 연미혜가 그렇게까지 김 대표 옆에 붙어 있으려고 했던 거네. 너랑 김 대표, 유명욱 교수님 사이 가까워지는 것도 어떻게든 막으려고 했던 거고!”안혜수는 냉소적으로 웃었다.“김 대표만 잘 붙잡아도 저런 대단한 거장들하고 자연스럽게 엮일 수 있으니까.”솔직히 안혜수 역시 집안 배경만 따지면 어디 가서 밀
연미혜는 아침 일찍 회사로 출근해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길이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김태훈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전화를 받자마자 김태훈이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올해 국내 인공지능 과학기술상 수상자 발표 났는데, 너 이름 올라갔더라. 축하해.”연미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정말요? 이따 공식 홈페이지 들어가서 확인해 볼게요.”연미혜의 수상 소식은 회사 안에도 금세 퍼졌다.연미혜가 직접 확인해 보기도 전에 구진원을 비롯한 직원들이 하나둘 찾아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임지유를 비롯한 임씨
그날 오후, 경다솜이 경기를 마치자마자 경민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경기 끝났어? 결과 어때?”경다솜은 물병을 들고 물을 마시면서도 들뜬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1등 했어요! 다음 라운드 진출했어요!”“잘했네.”경민준이 웃으며 덧붙였다.“할아버지는 오늘 퇴원해서 집에 오셨어. 저녁에는 증조할머니 댁으로 와서 밥 먹자.”“네, 알겠어요.”두 사람은 더 길게 이야기하지 않았다.통화는 금세 끝났다.전화를 끊은 경다솜이 연미혜를 바라봤다.“엄마, 아빠가 저녁에 증조할머니 댁으로 오라고 했어요. 우리 지금 갈까요?”
임지유는 고개를 끄덕였다.경민준이 차에 오르자, 차량은 천천히 병원을 빠져나갔다.오늘 경다솜은 병원에 나오지 않았다.경문세의 퇴원 날이었고 게다가 주말이었다. 평소라면 경다솜이 빠질 리 없는 자리였다.노현숙은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조금 전까지는 감정이 격해져 있어서 바로 따져 묻지 않았을 뿐이었다.차에 올라탄 뒤, 그 일이 다시 떠올랐다.‘다솜이 오지 못한 이유는 아무래도...’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노현숙의 표정이 굳었다.곧장 고개를 돌려 경민준을 노려봤다.“설마... 저 아이 데려오려고 다솜이한테
월요일, 연미혜는 경다솜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소우진 일행과의 미팅에 참석했다.구진원과 함께 도착했을 때, 경민준도 이미 와 있었다.경민준은 두 사람을 보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이후 며칠 동안 두 번 더 마주쳤지만 대화는 모두 업무에 한정됐다. 그 외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며칠 사이, 경문세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됐다.토요일이 되자, 주치의는 퇴원 후 자택에서 요양해도 된다고 했다.노현숙은 직접 병원을 찾아 경문세의 퇴원을 챙겼다.병실 문을 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바로 임지유였다.경민
연미혜는 경민준이 갑자기 손을 잡으려 하자 순간 놀라서 곧바로 손을 뿌리치며 담담히 말했다.“내가 알아서 갈게.”말을 마치자 고개조차 돌리지 않고 먼저 소파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그런데도 경민준은 기분이 상한 기색 없이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그녀 옆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테이블 주변에는 빈자리가 많았지만 굳이 그녀 곁을 택했다.연미혜는 잠시 멈칫했으나 이내 말없이 차를 들며 멀찍이 드럼을 시연하는 경다솜을 바라보았다.경민준도 찻잔을 들어 차를 한 모금 삼키고는 곧 그녀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연미
연선아의 치료 방안은 하루아침에 결정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다음 날 아침, 연미혜는 요양병원에 들러 연선아의 상태를 확인한 뒤 평소처럼 회사로 출근했다.이날은 외지에서 먼 길을 달려온 온진명이 연미혜와 김태훈을 만나러 넥스 그룹을 방문했다.세 사람은 점심시간에 맞춰 외부 식당에서 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고 이미 진행 중인 협업 논의는 대부분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상태였다.이동 중 김태훈이 자연스럽게 물었다.“온 대표님, 이번엔 언제까지 머무르세요?”온진명이 웃으며 대답했다.“이번엔 이틀 더 있을 예정이에요. 내일 다른
연미혜가 조심스레 물었지만, 담당 의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옆에 있던 간호사가 먼저 말했다.“1003호요? 어제 고혈압으로 갑자기 쓰러지신 어르신이에요. 검사해 보니까 큰 문제는 없었고요. 사실 당일 퇴원도 가능했는데... 가족들이 완강하게 입원시키겠다고 해서요. 상태도 금방 호전됐는데, 일반 병실은 못 쓰겠다 하시고 꼭 VIP 병동을 쓰셔야 한다고 해서...”간호사는 목소리를 낮추긴 했지만 마치 불만을 토로하듯 말이 점점 길어졌다.“사실 요즘 VIP 병동 예약이 꽉 찼거든요. 그런데 어디 대단한 가문 어르신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구진원은 결국 연미혜와 함께 래프팅을 타볼 기회를 잡지 못했다.하지만 저녁 무렵, 그는 또 한 번 ‘우연히’ 연미혜와 연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쳤다.그녀의 외삼촌 연창훈과 외숙모 하여진은 반갑게 인사하며, 그와 그의 친구에게 같이 식사하자고 흔쾌히 자리를 권했다.이야기를 나누다 그가 구씨 가문의 도련님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연창훈이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근데 어쩐 일이에요? 갑자기 도원시로 내려올 생각을 다 하고...”구진원은 젓가락을 잠시 멈췄다.도원으로 돌아오게 된 이유가 순간 머릿속을 스쳤던 그는 짧게 숨을 고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