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MELDEN월요일, 연미혜는 경다솜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소우진 일행과의 미팅에 참석했다.구진원과 함께 도착했을 때, 경민준도 이미 와 있었다.경민준은 두 사람을 보자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이후 며칠 동안 두 번 더 마주쳤지만 대화는 모두 업무에 한정됐다. 그 외에는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며칠 사이, 경문세의 상태는 눈에 띄게 호전됐다.토요일이 되자, 주치의는 퇴원 후 자택에서 요양해도 된다고 했다.노현숙은 직접 병원을 찾아 경문세의 퇴원을 챙겼다.병실 문을 여는 순간, 예상치 못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바로 임지유였다.경민
연미혜가 입을 열려는 순간, 경다솜이 화장실에서 뛰어나왔다.“엄마, 증조할머니! 저 다 됐어요!”경다솜의 말에 흐름이 끊기자, 연미혜와 노현숙은 더 이상 방금의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았다.두 사람은 경다솜을 데리고 관광차에 올라 산에서 내려왔다.그날, 연미혜와 경민준이 노현숙의 부탁을 받아 이혼을 미루기로 했다는 소식은 곧 임지유와 정범규, 하승태에게도 전해졌다.소식을 들은 정범규는 단체 채팅방에서 곧바로 경민준을 불렀다.[야, 이혼 진짜 미뤄진 거야? 드라마도 이렇게 안 찍어... 아니, 이제 몇 번째냐.]하승태와 임지
이틀이 더 흘렀다.경민준은 여전히 처리할 일이 많았다.주말이 되자, 경다솜은 연미혜와 함께 연씨 가문에 머물렀다.경민준은 경다솜에게 틈이 날 때마다 병원에 들러 할아버지를 뵙고 가라고 했다.아침 식사를 마친 뒤, 연미혜는 경다솜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도착했을 때, 경문세는 마침 깨어 있었다.두 사람을 보자, 창백한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미혜랑 다솜이 왔구나.”연미혜는 고개를 끄덕였고 경다솜도 조르르 달려가 인사했다.“할아버지, 다솜이 왔어요!”경문세는 아직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다.힘겨워 보이는
연미혜가 도착했을 때, 허미숙과 노현숙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노현숙은 연미혜를 보자마자 옆에 앉으라며 자리를 권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전화를 받은 노현숙의 표정이 금세 굳어졌다.잠시 후, 짧게 그녀는 ‘알겠어.’라고 하며 전화를 끊었다.“민준이 전화였어.”노현숙은 미안한 기색으로 두 사람을 번갈아 보았다.“오는 길이었는데,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겼다네. 오늘은 같이 식사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하더라.”연미혜는 허미숙을 따라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두 사람 모두 진심이었다. 애초에 이 자리는 노현숙의 마음을
연미혜도 집으로 가야 했다.그녀는 경다솜을 보며 나긋하게 말했다.“엄마는 외증조할머니 모셔다드려야 해. 다솜이는 여기 남아서 증조할머니 옆을 지켜줄 수 있을까?”경다솜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연미혜는 허미숙과 함께 연씨 가문으로 돌아왔다.그날 밤, 열 시가 조금 넘은 시각.샤워를 마치고 나온 연미혜는 휴대전화를 확인했다.몇 분 전, 경민준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심여정이 의식을 되찾았고 위험한 고비도 넘겼다는 내용이었다.다만 경문세는 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상태였고 언제 깨어
연미혜도 옆에서 몇 마디 거들며 노현숙을 설득했다.결국 노현숙은 집에 가서 쉬겠다고 했다.하승태와 정범규 역시 병원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연미혜가 도착했을 때, 한 사람은 전화받으러 자리를 비웠고, 다른 한 사람은 병원으로 식사를 주문하기 위해 연락을 넣고 있었다.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도, 연미혜는 여전히 노현숙을 설득하는 중이었다.한참 말을 이어가던 연미혜는 그제야 고개를 들었고, 그때 두 사람을 발견했다.하승태의 시선이 자신에게 닿아 있다는 걸 느끼고도 연미혜는 그저 가볍게 고개만 끄덕였다.그걸로 인사를 대신했다.
연미혜가 임해철 남매의 속내를 알 리는 없었다.그녀는 평소와 다름없는 평온한 얼굴로 정혁완 일행과 식사하며 업무 이야기를 나눴다.식사를 마친 뒤, 연미혜와 정혁완 일행은 함께 룸을 나와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그때 다시 임해철 일행과 마주쳤다.아까와 달리 이번에는 임지유와 손수희까지 합류해 인원이 훨씬 많아 보였다.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사람들 역시 연미혜를 발견했다.손아림과 임혜민은 연미혜를 보자마자 표정이 눈에 띄게 굳어졌다.정혁완 일행은 그 미묘한 기류를 눈치채고 어색하게 웃어 보였다.가족들과 달리, 임지유는
이번 입찰은 결국 넥스 그룹이 가져갔다.입찰에서 탈락하는 결과는 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모두 어느 정도 예상하던 일이었다.다만 수많은 대기업이 경쟁에 뛰어든 끝에, 최종 승자가 넥스 그룹으로 확정되는 장면을 직접 마주하자 마음이 편할 리는 없었다.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사람들 모두 적잖이 씁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입찰에 실패한 데 대한 실망감은 당연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신경이 쓰이게 하는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경민준의 도움으로 신사업 개발을 이어 오던 엘리스 그룹의 프로젝트가 다시 한번 어려움에 맞닥뜨린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 이유라면 연미혜 스스로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그 자리에 굳어 버린 채로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다음 날 아침, 연미혜는 직접 경다솜을 학교에 데려다준 뒤 회사로 향했다.그날 오후, 경다솜의 하교 시간이 가까워지자, 연미혜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 잠시 망설이다가 딸에게 전화를 걸었다.전화를 받자마자 경다솜의 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무슨 일이에요?”“별일은 아니고. 그냥 전화했어.”연미혜는 잠시 말을 고른 뒤 이어 말했다.“오늘 수업 끝나고 외증조할머니 댁으로 올 거지? 엄마
윤신재와 염성민은 잠시 잘못 들은 건 아닐지 의심이 될 정도로 그 말이 쉽게 믿기지 않았다.다만 지현승의 반응은 장난으로 넘길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무엇보다도, 지현승이 이런 일로 농담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두 사람 모두 잘 알고 있었다.윤신재가 침을 한 번 삼켰다.“어떻게 하려고...”말끝을 흐린 채, 차마 뒤를 잇지 못했다.‘상대는 이미 가정이 있는 사람이잖아. 설마 남의 가정에 끼어들 생각은 아니겠지. 하지만 현승이라면... 마음만 먹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텐데.’그때 지현승이 말을 이었다.“곧 이혼할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