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그날 밤, 연회가 끝날 때까지 연미혜와 경민준은 단 한 번도 말을 섞지 않았다.연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두 사람의 냉랭한 분위기를 은근히 곁눈질하며 지켜봤다.연회가 끝나자, 연미혜와 김태훈이 먼저 자리를 떴고, 경민준과 하승태 일행도 뒤이어 연회장을 나섰다.연미혜와 김태훈이 멀어지는 모습을 지켜보던 하승태가 경민준에게 고개를 돌렸다.“민준아, 너랑 지유 말인데...”“내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경민준의 대답을 들은 정범규는 그가 자신과 하승태의 걱정을 어느 정도 눈치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하지
염성민과 윤신재는 이제 막 도착한 참이었다. 두 사람은 마침 경민준과 연미혜가 서로 아는 척조차 하지 않는 모습을 지켜봤다.윤신재가 참지 못하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연미혜 씨처럼 괜찮은 여자를 두고도 경민준은 끝까지 마음을 돌리지 않네. 임지유 씨한테 푹 빠졌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한결같은 놈인 줄은 몰랐어. 정말 의외라니까.”염성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연미혜가 아무리 뛰어난 여자라도 경민준이 그녀에게 이성적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점만큼은 염성민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민준은 육태석 박사에게 다가갔다.“박사님, 오랜만에 뵙습니다.”하승태와 정범규도 차례로 인사를 건넸다.육태석 박사는 짧게 인사를 받아 준 뒤 경민준을 못마땅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고는 연미혜가 있는 쪽을 힐끗 보며 혀를 찼다.“바로 곁에 그렇게 좋은 사람이 있었는데도 알아보질 못했으니... 정말 하나도 아쉽지 않아?”경민준은 연미혜 쪽으로 시선조차 돌리지 않았다. 대신 아무렇지 않게 화제를 바꿨다.“지난번에 말씀드린 프로젝트에 더 관심이 있으실 줄 알았는데요.”“...”
추석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연미혜와 김태훈은 초청받은 만찬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집을 나섰다.행사장으로 향하는 차 안에서 김태훈이 말했다.“오늘 만찬에는 경민준도 올 것 같아.”“알고 있어요.”“엘투스 연구원 기념행사 이후 공식 석상에서 마주치는 건 처음이잖아. 오늘도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겠네.”“그렇겠죠.”연미혜는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두 사람의 관계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아직 많다는 건 알고 있었다. 오늘도 평소보다 조금 더 관심을 받겠지만, 연미혜는 일일이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행사장에 도착한 두 사람은 먼저
경민준이 선뜻 도움을 주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던 임지후는 문득 연미혜를 떠올렸다.임지후도 연미혜를 기억하고 있었다.하지만 연미혜가 경민준의 아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더구나 연미혜와 임씨 가문 사이에 그토록 깊은 악연이 얽혀 있으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임씨 가문과 손씨 가문 식구들은 저마다 복잡한 생각에 잠겨 있었다.하지만 임지유에게는 가족들의 심경까지 살필 여유가 없었다.경민준에게서는 여전히 아무런 연락도 없었으니까.한동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던 임지유는 정범규와 하승태에게 각각 추석 인사 메시지를 보냈다.
추석 당일 오후, 연씨 가문 식구들은 연선아를 만나기 위해 병원으로 향했다.연미혜도 밀려드는 명절 인사 전화를 몇 통 더 받은 뒤 가족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연선아의 상태는 이전과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가족들은 이번에도 병실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 채 문밖에서 연선아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한동안 그 자리에 머물던 가족들은 준비해 온 선물을 병원 직원에게 맡기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도착하자 가사도우미가 연미혜에게 다가왔다.“추석 선물이 또 들어왔습니다.”거실 테이블에는 네댓 개의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