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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놀라운 생각

“지아가 지금 기분이 안 좋아!”

내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신호연이 나서서 설명을 하다가 이내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은 채, 힘을 살짝 주면서 다정하게 말했다.

“여보, 걱정하지 마. 의사 선생님도 괜찮다고 했어. 집에 가서 조금만 주의하면 된대!”

집이라는 말에 자극을 받아 순간 이성을 잃어버린 난, 신호연을 밀어버리고 벌떡 일어나 병실을 나서서 눈물을 흘렸고 이미연이 다급하게 나를 따라 나왔다.

갑작스러운 모습에 병실에 있던 콩이도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지아야, 너 왜 그래? 아이가 놀라잖아! 기분이 안 좋아도 아이를 위해서 좀 참아야지!”

이미연이 나의 손을 덥석 잡으며 말렸고 화가 치밀어 오른 난 그녀를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참아? 내가 어떻게 참아?”

이성을 잃은 나 자신에 정신이 번쩍 들어 겨우 감정을 억누르고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입꼬리를 덜덜 떨며 말을 이어갔다.

“너 먼저 돌아가. 우린 괜찮아. 네가 얼마나 바쁜데 네 일에 지장을 주면 안 되지!”

말을 마친 뒤, 눈물을 닦고 이미연을 지나쳐서 병실로 돌아왔다. 콩이를 다독여주고 있는 신호연을 밀쳐내고 콩이 곁에 앉아 눈물을 뚝뚝 흘렸다.

곁으로 밀려난 신호연은 멍한 표정으로 자리에 굳어 있다가 이내 다정하게 날 위로했다.

“걱정하지 마. 응? 아이가 놀라잖아!”

한참 지나고 나서야 병실로 돌아온 이미연은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입술만 만지작거리고 있었고 분위기는 더할 나위 없이 어색했다.

“지아야, 나 먼저 갈게. 너무 마음 졸이지 말고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전화해!”

조심스럽게 말을 하던 이미연은 돌아서서 콩이에게도 인사를 했다.

“콩이야, 이모 이만 가볼게. 얼른 나아서 이모랑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당신 미연이를 오랜만에 보는 거잖아. 좀 바래다줘!”

난 눈물을 닦으며 신호연에게 눈치를 주었고 흠칫하던 신호연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당신 그만 울어! 알겠지?”

신호연이 이미연을 바래다주려고 병실을 나서던 순간, 이미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바래다줄 필요 없어. 아이가 중요하지! 시간 나면 또 올게!”

날카로운 구두 소리가 점점 멀어졌고 신호연이 다시 내 곁에 다가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여보, 당신 오늘 왜 그래?”

“내가 왜 이러는지 몰라서 물어?”

벌겋게 충혈된 눈으로 그를 노려보면서 묻자 곁에 있던 콩이가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우리 콩이 괜찮아! 엄마가 곁에 있잖아! 걱정하지 마! 울지 마!”

아이를 달래다가 나도 모르게 같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그래! 엄마가 있잖아! 엄마는 영원히 콩이 곁에 있을 거야! 하지만 진짜 이혼이라도 하게 되면 아빠는…’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후 내내 조용할 겨를이 없었다. 어린이집 선생님에 상대방 아이의 부모까지 다녀가자 신호연의 부모님까지 병원에 나타나는 바람에 너무 머리가 아팠다.

늦은 밤이 되어서야 병실이 조용해졌고 콩이도 잠이 들었다. 의사가 아직은 머리가 부딪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고 했기에 난 밤새 뜬 눈으로 아이의 곁을 지켰다.

신호연이 복도에서 통화를 하는 동안, 난 침대 곁에 멍하니 앉아 깊은 잠에 빠진 콩이를 보며 마음이 착잡했다.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 신호연은 조심스럽게 내 곁을 지키면서 밤새 병원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나도 그를 돌려보낼 생각이 없었다.

침대 끝에 기대고 있는 건장한 신호연의 몸을 보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예전이었다면 이튿날 출근을 해야 하는 그를 집에 보냈을 텐데 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이게 그의 책임이고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도 그의 딸만큼은 반드시 사랑하고 아껴줘야 했다.

3일 정도가 지나자 의사가 퇴원을 허락했고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신호연은 혹시라도 문제가 생길까 봐 딸을 집에서 며칠만 더 지켜보자고 나에게 상의했다.

한편, 잠깐 휴식을 취하던 신호연은 급하게 회사로 나갔고 남편이 나가자마자 난 또 안절부절못한 채, 이런저런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난 점점 예민해지고 있었다. 신호연이 이 문을 나서서 이미연의 품에 안기는 건 아닌지 의심됐고 머릿속에는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미연의 몸을 탐하는 신호연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며칠 동안이나 참았으니 그 욕망을 풀 때도 됐을 것이다.

이제 그가 내 시선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너무 불안했다. 내 앞에서 표정 하나 안 바뀌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인데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얼마나 자유롭게 즐기고 있을까?

며칠 동안 이미연은 딱 한 번 전화가 왔었다. 콩이의 상황을 묻는 그녀의 말에 난 담담하게 대답했고 그녀가 신호연과 손을 잡고 날 속였다는 생각만 하면 나도 모르게 몸이 부르르 떨렸다.

난 하루빨리 빌딩 직원들이 알고 있는 사모님이 이미연이 맞는지 확인해야 했다.

만약 정말 이미연이 맞으면 난 이제 어떡해야 하지?

처음으로 이혼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어떻게든 신호연 그 사람을 빈털터리로 만들어서 쫓아낼 거야!’

난 이를 악물며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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