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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53화 만약이 있다면

신은지는 바로 말을 하지 않고 박태준이 말을 마치기를 기다렸다. 먼저 이렇게 말을 하는 걸 보니 또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박태준은 몸을 옆으로 뉘이고 침대 끝쪽으로 움직이더니 제 옆을 툭툭 치며 말했다.

"올라와."

공립병원의 일 미터 남짓한 침대라 두 명이 눕기는커녕 팔다리 길쭉길쭉한 박태준 한 명만 누워도 꽉 차는 침대였다. 그리고 이곳은 병원이라 간호사들도 수시로 병실에 드나드는데 환자 침대에 떡하니 누워있는 신은지를 보면 환자와 침대를 뺏는 보호자로 오해받을 수도 있었으니 신은지가 올라갈 리가 없었다.

금방 눈을 뜬 탓인지 박태준은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힘들다며?"

"힘들어도 어떻게 거기서 같이 자..."

신은지의 말이 끝나기 바쁘게 간호사가 들어오며 말했다.

"박태준 환자, 체온 한 번만 잴게요."

신은지는 옆으로 비켜서면서 하품을 했다. 어제도 박태준 걱정 때문에 한숨도 자지 못했는데 오늘 그런 박태준이 깨어나니 마음이 편해져서 그런지 졸음이 밀려왔다.

연속 하품을 하느라 눈물까지 새어 나와 눈시울이 벌게진 신은지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안쓰러웠으나 공립병원의 보호자 침대는 쓸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었기에 지금은 아무리 졸려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박태준은 입술을 말아 물며 말했다.

"저 언제쯤 퇴원할 수 있나요?"

"환자분 몸엔 외상만 있는 게 아니라 내상도 있어서 시간이 좀 걸려요. 그리고 오늘 아침에 ICU에서 나오셨으니까 일단은 퇴원 생각 마시고 안정 취하시는 데만 집중하세요."

"그럼 병실은 바꿀 수 있나요? 아니면 침대라도 좀 넓은 거로 바꿀 순 없을까요?"

간호사는 박태준의 침대가 좁아 보이지는 않아 거절의 뜻으로 말했다.

"병원 침대는 다 사이즈가 똑같아요. 100키로 되는 환자분들도 다 사용 가능한 침대에요."

간호사의 맑은 눈망울을 본 박태준은 잠시 말을 잃었다. 이렇게 말을 곧이곧대로 알아듣고 융통성이 없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박태준의 당황하는 모습이 웃긴지 신은지는 눈웃음을 지으며 또 하품을 했다.

연달아 몇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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