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ZER LOGIN"자, 바리 씨. 제가 팀장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봤어요." 덕순이 5년간의 관찰력을 총집합한 비밀 문서를 꺼내든다. "1. '아니오'를 세 번 말하면 사실은 맞다는 뜻." 킥킥대며 읽던 그 순간, 하필 당사자가 등장한다. "...뭘 그렇게 보고 있었소?" 얼떨결에 매뉴얼을 압수당한 무장승, 항목 하나하나가 실시간으로 증명되기 시작한다. "거봐요, 방금 아니라고 세 번째 말씀하신 거 아세요?" 귀부터 뺨까지 붉어지는 조각상 팀장, 사무실이 웃음바다가 되는 순간을 놓치지 마시길.
"이 손수건, 좀 이상한데요."덕순이 손수건을 이리저리 살피며 고개를 갸웃했다. 바리는 그 옆에서 커피를 마시다 사레들릴 뻔했다. 어제 손수건을 목에 두르고 다니는 걸 보고, 덕순이 신기하다며 자세히 들여다보다가 나온 반응이었다."이상하다니요? 그냥 평범한 손수건이잖아요.""아니요, 자수 무늬 자세히 보세요. 이거 그냥 장식이 아니에요."바리는 손수건을 다시 살펴봤다. 자수는 꽃무늬처럼 보였는데, 덕순의 말을 듣고 나니 확실히 뭔가 규칙적인 패턴이 있는 것 같았다. 꽃잎의 개수, 줄기의 방향, 심지어 실의 색깔까지 어떤 순서를 따르는 듯했다."이거... 글자예요?""맞아요! 저 총무팀에서 옛날 문서 정리하다가 이런 암호 문양 몇 번 본 적 있어요. 이거 고대 명부 관리국 표기법이에요."바리는 그 말에 순간 소름이 돋았다. 어제 그렇게 소중하게 받아 들었던 손수건이, 단순한 유품 이상의 무언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스쳤다. 지금까지 손목에 뜬 문양, 인연 지수, 세 번의 생까지 겪으며 이미 놀랄 만큼 놀랐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서 또 새로운 비밀이 드러나고 있었다."덕순 씨, 확실해요? 그냥 자수 무늬일 수도 있잖아요.""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이 패턴 봐요. 완전히 규칙적이잖아요. 손으로 대충 놓은 자수라면 이렇게 정확할 수가 없어요."바리는 놀라서 손수건을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자수 하나하나가, 정말 낯선 문자처럼 보이기 시작했다."이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어요?""저도 완벽하게는 못 읽어요. 근데 총무팀에 이런 거 전문으로 해석하는 선배가 있거든요. 한번 물어볼까요?"바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무장승도 그 대화를 듣고 다가왔다."...손수건에 문양이 있었소?""네! 덕순 씨가 발견했어요. 이거 무슨 암호래요."무장승은 손수건을 조심스레 받아 들고 자수를 살펴봤다. 그의 표정이 점점 진지해졌다. 눈빛이 자수의 한 부분에 오래 머물렀다."...이거, 낯익은 문양이오.""팀장님도 아세요?""...확신은 없소. 하지
"바리 씨, 이번엔 좀 다른 얘기로 왔어요."오해영 대리가 심각한 얼굴로 서류철을 들고 나타났다. 회식 자리에서 그렇게 웃고 떠들었던 기억이 무색하게, 오늘의 표정은 완전히 딴사람 같았다. 안경도 평소보다 더 자주 고쳐 쓰는 걸 보니, 뭔가 신경 쓰이는 일이 있는 눈치였다."6관문이 재무팀 담당으로 다시 떨어졌어요. 이번엔 1차 때랑 다르게, 관문 심사 대상이 지출이 아니라 '가치 판단'이에요.""가치 판단이요? 그게 뭔데요?""쉽게 말하면, 바리 씨가 뭔가를 얼마나 소중하게 여기는지 측정하는 심사예요. 근데 이게 좀 까다로워요. 물건 하나를 두고, 그 가치를 숫자로 매겨야 하거든요."바리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지금까지 겪은 관문들과는 또 다른 방식이라, 감이 잘 잡히지 않았다."물건이요? 어떤 물건인데요?"오해영 대리는 서류철에서 작은 상자 하나를 꺼냈다. 뚜껑을 열자, 그 안에는 낡고 색이 바랜 손수건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상자 자체도 오래돼서 모서리가 닳아 있었다."이거, 바리 씨 어머니 유품이에요."바리는 순간 숨이 멈췄다. 손수건을 조심스레 집어 들자, 익숙한 자수 무늬가 눈에 들어왔다.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엄마가 남긴, 유일한 물건이었다. 손끝으로 자수를 따라 만지자, 뭔가 알 수 없는 감정이 울컥 올라왔다."이걸... 어떻게 여기서.""명부 관리국은 모든 기록을 보관해요. 유품도 예외는 아니고요. 원래는 아빠가 갖고 계셨는데, 언젠가 바리 씨한테 전해주려고 하셨더라고요. 근데 그럴 기회가 없으셨나 봐요."바리는 그 말에 목이 메었다. 아빠가 자신에게 전해주려고 간직해온 물건이라는 사실이, 손수건의 무게를 몇 배로 늘려놓았다. 왜 진작 주지 않으셨을까 생각해봤지만, 아마도 마땅한 때를 기다리고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자신이 결혼하는 날, 혹은 힘든 순간을 맞이했을 때, 그런 순간을 위해 아껴두셨을지도 몰랐다."아빠는 이 손수건에 대해 뭐라고 하셨어요?"오해영 대리는 서류를 뒤적이며 답했다."기록에
"자, 바리 씨. 제가 팀장님 사용 설명서를 만들어봤어요."덕순이 자랑스럽게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바리는 그걸 받아 들고 눈을 껌뻑였다. 아침부터 뭔가 신난 얼굴로 다가오길래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이런 걸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사용 설명서요?""네! 요즘 팀장님이랑 지내시면서 헷갈리는 거 많으실 것 같아서요. 제가 5년 동안 관찰한 노하우를 총집합했어요. 밤새 정리했다니까요."바리는 웃음을 참으며 종이를 살펴봤다. 정성스러운 손글씨로 적힌 목록이 눈에 들어왔다. 형광펜으로 밑줄까지 그어가며 작성한 게, 꽤나 공들인 티가 났다.무장승 팀장님 사용 설명서"...아니오"라고 세 번 이상 말하면, 사실은 맞다는 뜻.헛기침을 하면, 당황했다는 신호.귀가 붉어지면, 즉시 화제 전환 금지. 오히려 더 놀려도 됨."업무 외 사항이오"는 사실 "그건 너무 부끄러운 질문이오"의 다른 표현.서류를 필요 이상으로 정리하기 시작하면, 딴생각 하고 있다는 신호.말수가 평소보다 줄어들면, 오히려 마음속으로는 할 말이 산더미라는 뜻.넥타이를 자주 고쳐 매면, 긴장하고 있다는 신호.평소보다 걸음이 빨라지면, 도망치고 싶다는 뜻. 절대 놓치지 말 것.바리는 그걸 읽으며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덕순 씨, 이거 완전 정확한데요? 저도 요즘 그렇게 느꼈어요. 특히 5번이요, 어제도 서류 세 번이나 다시 정리하시더라고요.""그렇죠? 저 관찰력 하나는 자신 있거든요. 아, 그리고 하나 더 있어요."덕순은 목소리를 낮추며 은밀하게 덧붙였다."7번, 국밥 얘기하면 눈빛이 부드러워짐. 전략적으로 활용하실 것.""이거 완전 실전 매뉴얼이네요. 덕순 씨, 이걸로 사내 베스트셀러 내셔도 되겠어요.""에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근데 진짜 유용하죠? 제가 이거 만드느라 어제 야근까지 했다니까요.""야근이요? 이거 만드시느라요?""네, 팀장님 관찰 일지가 워낙 방대해서요. 5년 치를 정리하다 보니까 시간이 꽤 걸렸어요."바리는 그 말에 웃음이 터졌다.
"또 뵙네요, 바리 씨."사무실 앞 복도에서, 바리는 다시 그 남자와 마주쳤다. 여전히 정중한 미소, 여전히 서늘한 눈빛이었다. 이번엔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국장실에서 관측자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직후라, 그 존재감이 아까와는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누구세요, 진짜로."바리는 더 이상 예의를 차릴 여유가 없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으려 애썼지만, 손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남자는 그 질문에 옅게 웃으며 답했다."글쎄요,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굳이 말하자면, 지켜보는 사람이라고 해두죠.""관측자, 맞으시죠?"남자의 눈빛이 순간 흥미롭다는 듯 반짝였다. 처음으로 그 정중한 가면 뒤에 숨겨진 진짜 표정이 살짝 드러난 것 같았다."...벌써 거기까지 알아내셨군요. 생각보다 빠르네요.""국장님이 말씀해주셨어요. 규정을 벗어난 일이 있으면 나타나는 존재라고.""정확합니다. 그리고 지금, 정확히 그런 일이 이 관리국 안에서 벌어지고 있죠."바리는 마른침을 삼켰다. 무장승의 얼굴이 떠올랐다. 이 남자가 정말 그를 처벌하러 온 거라면,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팀장님은 그때 저를 살리려고 그러신 거예요. 규정을 어긴 건 맞지만, 나쁜 의도는 전혀 없었어요.""...의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규정은 의도와 상관없이 적용되니까요.""그게 말이 돼요? 좋은 뜻으로 한 일도 무조건 처벌받아야 한다는 거예요?""...규정이란 원래 그런 겁니다. 의도를 재판하기 시작하면, 시스템 자체가 무너지거든요. 모두가 자기 나름의 정당한 이유를 대며 규정을 어기려 들 테니까요.""그럼 팀장님은 어떻게 되는 거예요?"남자는 잠깐 침묵하다가, 뜻밖의 말을 꺼냈다."...제가 여기 온 건, 무장승 씨를 처벌하기 위해서가 아닙니다."바리는 순간 어리둥절해졌다."...네? 그럼 왜 오신 거예요?""당신을 관찰하기 위해서죠. 정확히는, 당신의 인연 지수를.""제 인연 지수가 왜요?"남자는 품에서 작은 수첩을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낯선 기호들이
"...그런 부서는, 나도 처음 듣는군."국장의 표정이 순식간에 심각해졌다.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책상 위 서류를 뒤적이는 손길이 빨라졌다. 책상 한쪽에 놓여 있던 사탕 봉지도, 오늘은 손대지 않은 채 그대로였다."국장님도 모르시는 부서가 있을 수 있어요? 국장님이 여기 최고 책임자시잖아요."바리의 물음에 국장은 잠깐 침묵했다. 그 침묵이 심상치 않았다. 그는 서류를 뒤적이던 손을 멈추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명부 관리국은, 내가 아는 것보다 훨씬 큰 조직이야. 나는 여기 지부의 책임자일 뿐이고, 그 위에 본청이 있고, 본청 위에는 또 다른 상위 기관이 있지. 나도 그 상위 기관에 대해서는 아는 게 거의 없어.""상위 기관이요? 그럼 그 사람이 거기서 온 거예요?""...가능성은 있어. 근데 그렇다면 더 큰 문제야."무장승이 옆에서 낮게 물었다."...왜 더 큰 문제입니까."국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의자에 등을 기댔다."상위 기관이 직접 개입한다는 건, 이 사안이 단순한 관문 심사 그 이상이라는 뜻이거든. 바리 씨의 인연 지수, 세 번의 생, 그 모든 게 그쪽 관심을 끌었을 수도 있어."바리는 그 말에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럼 저 위험한 거예요?""...아직 확실친 않아.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그때, 국장실 문이 벌컥 열리며 덕순이 뛰어들어왔다. 숨을 헐떡이며 소리쳤다. 노크도 잊은 채 뛰어든 걸 보면, 어지간히 급한 일인 모양이었다."국장님! 바리 씨! 큰일 났어요! 아니 근데 이게 큰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이상한 일이 생겨서요!""...무슨 일인데 그렇게 호들갑이오."무장승이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덕순은 숨을 고르며 서류를 내밀었다.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방금 시설팀에서 연락 왔는데요, 지하 창고 CCTV에 그 남자가 찍혔대요. 근데 문제는—""문제는요?""CCTV 화면에서, 그 사람만 이상하게 흐릿하게 나온대요. 다른 사람들은 다 선명한데, 그 남자만 마
"저기요, 이 사원증 처음 보는데요?"바리는 탕비실 앞에서 낯선 남자와 마주쳤다. 말끔한 슈트 차림에, 목에 건 사원증에는 처음 보는 부서명이 적혀 있었다. 감사국 특별조사팀. 커피를 뽑으러 나온 참이었는데, 복도 저편에서 걸어오는 그 사람의 존재감이 묘하게 낯설어서 저절로 시선이 갔다."아, 신입이신가 봐요. 처음 뵙겠습니다."남자는 정중하게 목례했지만, 눈빛만은 이상하게 날카로웠다. 마치 뭔가를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었다. 지금까지 관리국에서 만난 그 누구와도 다른, 묘하게 차갑고 계산적인 분위기가 감돌았다."저... 실례지만 어느 부서 소속이세요? 저 여기서 일한 지 좀 됐는데 처음 뵈어서요.""감사국 특별조사팀입니다. 본청 직속이라 평소엔 잘 안 보이실 거예요."바리는 그 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본청 직속이라는 게, 저번에 왔던 그 깐깐한 감사관들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때와는 뭔가 미묘하게 다른 위압감이 느껴졌다."혹시 무슨 조사 때문에 오신 거예요?"남자는 그 질문에 잠깐 뜸을 들이더니, 여전히 미소를 유지한 채 답했다."관리국 내 특정 사안에 대한 정기 감찰입니다. 요즘 이례적인 사례가 좀 있었다고 들어서요.""이례적인 사례요?""글쎄요, 그건 제 입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네요. 조사 중인 사안이라."바리는 그 대답이 왠지 자신을 가리키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졌다. 인연 지수 만점, 세 번의 생, 소멸 위기까지, 최근 자신을 둘러싼 사건들이 이미 관리국 전체에 소문이 퍼진 상태였으니까."혹시 무슨 조사 때문에 오신 거예요?"남자는 옅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아, 정기 점검입니다. 걱정 마세요. 바리 씨 관련된 건 아니니까."'어? 내 이름을 어떻게 알지?'바리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자기소개도 안 했는데, 남자는 이미 이름을 알고 있었다.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애써 티 내지 않고 웃어넘겼다."아, 네. 그럼 수고하세요.""네, 좋은 하루 보내세요. 바리 씨."남자는 그렇게 인사하며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