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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0화

Auteur: 도도보
유시진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사실 유시진도 결혼 초였던 그때를 떠올렸다.

지나윤은 늘 자신이 만든 음식이 입맛에 맞는지 물어보곤 했다.

그때의 지나윤은 늘 조심스러웠고 눈에는 기대가 가득 차 있었다.

그 기억이 지금에서야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당시의 유시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고 애초에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몇 번은 아무 생각 없이 대충 대답해 버린 적도 있었다.

그리고 그저 그렇다는 말을 듣고 나면 지나윤의 눈에 담겨 있던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듯 순식간에 사라지곤 했다.

이후 같은 요리를 다시 만들 때면 미묘하게 맛이 바뀌어 있었다.

지나윤은 늘 자신만의 방식으로 노력하고 있었다.

유시진의 눈에 합격인 아내가 되기 위해서였다.

지금 커피를 마시고 있는 건 지나윤인데 이상하게도 입안에 쓴맛이 감도는 건 유시진 쪽이었다.

입도 쓰고 마음은 더 썼다.

하지만 그때 괴로웠던 건 지나윤이었기에 이 정도로 본인이 괴롭다고 말할 자격이 없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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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11화

    HF그룹이 현재 처한 위기는 백이천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었다.지나윤이 피자를 먹는 동안, 백이천은 단 한마디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계속해서 쓸데없는 농담을 해주었다.백이천은 원래 농담을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고 잘하는 편도 아니었다.그랬기에 지나윤은 백이천이 이렇게 하는 건 모두 자신을 위해서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피자 두 판을 다 먹고 나서야, 백이천은 지나윤에게 물었다.“HF그룹 지금 주가 폭락했잖아, 주주들이 분명 책임을 요구할 텐데, 앞으로 어떻게 할 생각이야?”지나윤은 잠시 침묵했고, 백이천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HF그룹 이사회는 내가 맡으면서 물갈이했지만, 주주 중에는 여전히 유씨 집안과 크고 작게 얽혀 있는 사람들이 많아.”지나윤의 입에서 유씨 집안이라는 말이 나오자, 백이천은 참지 못하고 미간을 찌푸렸다.“아까 올라오기 전에 유시진한테 전화가 왔어. 그 사람이 백기사 도입을 제안했어.”“안 돼!”지나윤의 말이 끝나자마자 백이천은 강하게 반대했다.백이천은 목소리를 높이며 말했다.“유시진은 절대 좋은 의도로 그런 게 아니야! 이런 상황에서 유씨 집안의 돈을 끌어들이라는 건, 완전히 불난 집에 기름 붓겠다는 거나 다름없어.”“하지만 세이만 테크놀러지가 계속 HF그룹 주식을 사들이고 있어. 나는 그게...”“그 세이만 테크놀러지가 적대적 인수라고 해도 유씨 집안이라고 다를 게 있겠어? 유시진이 이렇게 나오는 건 결국 HF그룹을 다시 손에 넣으려는 거야.”“나윤아, 그 함정에 빠지면 안 돼.”지나윤이 말없이 있자 백이천은 말을 이었다.“고진수가 있던 회사도 처음부터 유시진이랑 연결되어 있었어. 어쩌면 고진수가 유시진이 보낸 산업 스파이였을 수도 있어.”“널 궁지로 몰아넣고 자연스럽게 백기사를 끌어들이게 하려고.”백이천의 말은 듣기에는 그럴듯했다.실제로 많은 기업이 적대적 인수를 막기 위해 백기사를 들였지만, 결국 또 다른 인수자에게 넘어간 경우도 적지 않았다.하지만 지나윤은 유시진이 그렇게까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10화

    곧이어 지나윤은 전화받았다.“유시진?”지나윤이 막 말을 꺼내자 수화기 너머로 유시진의 낮은 웃음이 흘러나왔다.[맞아. 내가 아니면 누구일 거라고 생각했어?]유시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하고 자신감이 넘쳤다.그 목소리를 듣는 순간, 지나윤은 유시진이 이경성에게 감금된 것이 아니라는 걸 알아차렸다.“지금 어디야?”[비밀이야.]뜸을 들이는 유시진의 태도에 지나윤은 미간을 찌푸렸다.“하루 무단결근했지? 내일 회사 나오면 인사팀을 통해서 바로 해고할 거야.”지나윤의 말은 단호했고 조금의 여지도 없었다.원래도 유시진과 더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이번 기회에 내보낼 구실이 되었다.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지금은 나를 해고할 때가 아니지 않나?”그 말은 곧 HF그룹에 문제가 생긴 걸 이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그래서 전화한 이유가 뭐야? 불난 집에 기름 부으려고?”[내가 꼭 불난 집에 기름 붓는 사람이어야 해?][도와주려고 전화한 걸 수도 있잖아.]유시진의 말에 지나윤은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지나윤은 계단을 오르지 않고 근처 벤치에 앉아 남자의 말을 차분히 들었다.[HF그룹 지금 스캔들 터져서 주가 폭락한 거 알지? 세이만 테크놀러지라는 회사 조심해.][개인 투자자랑 소액 주주들한테서 주식을 계속해서 그리고 은밀하게 사들이고 있어.]“그 회사는 나도 확인했어. EYSG 그룹이 지배하고 있더라고. 근데 EYSG그룹은 H섬에 등록된 회사라서 지분 구조를 확인할 수가 없어.”[그래 EYSG그룹을 실질적으로 다루는 회사는 K섬에 있는 리셸컴퍼니라는 회사야.”유시진의 말에 지나윤의 가슴 깊은 곳에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이런 식으로 여러 단계로 얽혀 있는 회사 구조는 한편으로는 세금을 줄이기 위한 목적도 있지만, 대부분은 불법적인 사업이나 실체를 숨기기 위해 사용되었다.또한 유시진이 찾아낸 K섬의 리셸컴퍼니 역시 본부가 아닐 가능성이 컸다.“누가 HF그룹 공매도를 걸고 그 틈을 타서 적대적 인수를 하려는 거야?”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0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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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윤아, 내가 잘못했어! 내가 너무 미안해. 그런데, 그런데 나 진짜 너를 해치려고 한 건 아니야.”고아라는 지나윤의 팔을 세게 붙잡았다.지나윤은 시선을 아래로 떨궜고, 고아라의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굳어 있는 것과 손이 떨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지나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고아라는 계속해서 변명했다.“고진수 때문이야. 고진수가 말했어. 네가 돈을 벌고 나서부터는 이익만 생각하고 환자 안전은 안중에도 없다고.”“나는 그 시스템에 진짜 결함이 있을까 봐 걱정됐어. 맞아, 나도 인정해. 고진수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그 사람을 돕고 싶어서 그런 것도 있었어.”“하지만 나도 네가 잘못된 길로 가는 건 원치 않았어. 나는 내가 몰래 시스템만 꺼버리면, 너는 그냥 조금 돈만 잃고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적어도 사람 목숨이 오가는 일은 안 생길 거라고, 그리고 고진수도 도울 수 있고...”고아라는 지금 무슨 말을 해도 이미 늦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그런데도 말을 멈출 수 없었다.어두운 밤, 두 사람은 흰색 BMW 3시리즈 옆에 서 있었다.한 사람은 쉴 새 없이 말을 쏟아냈고 다른 한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래, 이제 축하해. 네 목적은 이뤄졌네, 나 확실히 많이 잃었거든...”“나윤아...”고아라는 지나윤이 자신을 원망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렇게 느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지금 고아라가 끼친 피해는 단순히 돈을 조금 잃은 수준이 아니었다.고객 정보 유출, 그것도 건강과 관련된 극도로 민감한 정보였다.이는 어느 업계에서든 중대한 사고였다.지금 HF그룹의 주가는 폭락했고,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으며, 창사 이래 가장 심각한 신뢰 위기에 직면해 있었다.그리고 이 모든 일은 고아라가 지나윤의 노트북에 그 USB를 꽂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고아라는 자신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질렀다는 걸 분명히 알고 있었다.지나윤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아라는 지나윤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07화

    “아라야, 너 무슨 짓 한 거야?”지나윤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려오자 고아라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나윤아, 나...”고아라는 몸을 돌려 지나윤을 마주 봤다.지나윤은 손에 나이프와 포크, 접시를 들고 있었고, 경계하는 시선은 먼저 고아라의 얼굴에 닿았다가 곧 뒤쪽에 있는 노트북으로 향했다.지나윤은 원래 자신의 노트북에 없던 USB를 발견하는 순간,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그래서 곧장 달려가 USB를 뽑아낸 뒤 노트북 화면을 확인했다.화면에는 빼곡한 코드가 여전히 실행되고 있자, 지나윤은 곧바로 정보관리팀 책임자를 불러냈다.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는데 발신자는 이원호였다.지나윤은 전화받지 않고 바로 끊었으나 방금 끊은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발신자는 여전히 이원호였다.이에 지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전화를 끊었다.지금은 이원호의 전화를 받을 때가 아니었다.이씨 집안에 아무리 큰일이 있어도 HF그룹보다 급한 일은 아니었다.‘어차피 나는 더 이상 이씨 집안 사람이 아니야.’낮에서 밤으로 바뀌었다.경찰서.경찰 이호진은 지나윤과 고아라 모두에게 진술받았다.“나윤아, 나, 나도 몰랐어. 진짜 몰랐어. 그 USB 안에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줄은...”“고진수가 말하길, 이걸로 너희가 개발한 AI 보조 진료 시스템을 끌 수 있다고 했어. 그 시스템에 결함이 있어서 계속 사용하면 환자한테 위험하다고 했고...”“나, 난...”고아라는 온몸을 바들바들 떨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고 지나윤 앞에서 혀가 굳어버린 듯했다.USB를 지나윤의 노트북에 꽂는 순간 경보음이 울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리고 그 안의 프로그램이 치명적인 바이러스라는 것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그 바이러스는 HF그룹 기밀 시스템의 방화벽을 직접 공격해, FZZL 시스템의 모든 고객 정보를 외부로 유출했다.순식간에 FZZL프로그램을 도입해 사용하던 의료 기관들이 모두 혼란에 빠졌다.이 사건은 곧바로 인터넷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다.하지만 단순히 온라인을 넘어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06화

    “아라야...”고아라를 보자마자 지나윤의 두 눈이 환하게 빛났다.고아라의 손에는 케이크 상자가 들려 있었는데 지나윤은 그 케이크가 분명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임을 알 수 있었다.‘화해를 위해서 이걸 준비한 건가?’“얼마나 기다렸어? 앉아서 기다리지 왜 이러고 있어?”지나윤은 고아라를 자신의 사무실로 안내했다.고아라가 대표실에 들어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사무실은 넓었고 고아라는 한눈에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발견했다.“나윤아, 지난번에는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고아라는 어색하게 사과하면서 케이크를 상자에서 꺼냈다.“이 케이크는 내가 직접 만든 건데, 너...한번 먹어볼래?”지나윤은 잠시 멈칫했다.고아라가 이렇게 수줍고 조심스럽게 구는 모습은 예상하지 못했다.“무슨 소리야? 아라야, 네가 직접 구운 케이크인데 내가 왜 안 먹겠어?”“그럼 다행이다...”고아라는 억지로 웃어서 그런지 입꼬리가 약간 굳어 있었다.“아, 미안 나윤아, 케이크가 이렇게 큰데 내가 칼이랑 포크, 접시를 준비하는 걸 깜빡했어...”“괜찮아, 내가 준비할게.”지나윤은 자연스럽게 내선 전화를 눌렀다.비서인 유시진이 무단으로 출근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장우영을 부르려고 했다.그러나 내선 전화를 걸기도 전에 고아라가 갑자기 전화를 빼앗아 끊어버렸다.이에 지나윤은 의아하게 고개를 기울였다.“왜 그래? 아라야?”“아,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고아라의 눈에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다.“다른 사람한테 부탁하지 말자. 나윤아, 네가 직접 접시 몇 개만 가져와 줘! 나 이번에 회사 몰래 나온 거라서 혹시 누가 보면 좀 곤란해...”고아라의 걱정은 지나윤에게 잘 이해되지 않았다.설령 장우영에게 칼과 포크, 접시를 준비해 달라고 해도, 고아라를 봤다고 해서 그 회사에 가서 일러바칠 일은 없을 터였다.지나윤은 고아라를 바라보며 오늘따라 어딘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하지만 고아라가 신경 쓰인다고 하니 접시를 가져오는 일쯤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07화

    지나윤도 퇴근하려 했지만, 유시진에게서 메시지가 왔는데 회사에서 기다리라는 내용이었다.이에 지나윤은 짧게 답했다.[공적인 일? 아니면 사적인 일?]곧바로 답장이 왔다.[사적인 일.]그래서 지나윤은 기다리지 않았다.오늘은 야근이 없었기에 원래는 사내 셔틀버스나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갈 생각이었다.그런데 결정을 내리기도 전에 검은색 파사트 한 대가 지나윤 앞에 멈춰 섰다.운전석에는 장우영이 앉아 있었다.“나윤 씨, 타시죠.”“괜찮아요.” 지나윤은 정중히 거절했다. “지하철 타고 가면 돼요.”“모셔다 드리려는 게 아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06화

    “지나윤, 그저께 출근 왜 안 했어? 일이 있으면 미리 하든 당일에라도 휴가를 내야 해. 내가 입원 중이었어도 문자정도는 보낼 수 있었을 텐데.”채연서는 커피를 내리며 아무렇지 않은 척 지나윤에게 물었다.“알았어. 다음부터는 주의할게.”지나윤은 담담히 답하고 자신의 커피를 들고 탕비실을 나왔다.지나윤의 태도를 보아, 전태지와 있었던 일을 의도적으로 덮고 없는 일처럼 넘기려 한다고 판단한 채연서는 곧 휴대폰을 꺼내 조커에게 연락했다.HF그룹과 JJ건설의 협력 프로젝트는 순조롭게 진행 중이었다.오늘은 한식 미식타운이 정식 개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116화

    지나윤은 유시진의 말을 이해하는 데 잠시 시간이 걸렸고 휴대폰을 쥔 손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무슨 말이야? 이혼을 안 한다니 그게 무슨 뜻이야?”[말 그대로야.]유시진의 담담한 대답은 지나윤의 속을 단번에 뒤집어놓았다.지나윤은 오늘 하루 종일 여기서 기다렸고, 이는 기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유시진과 함께 이혼 절차를 밟기 위해서였다.“유시진, 지금 나를 가지고 노는 거야?”[할아버지께서 입원하셨어.]그 말에 지나윤의 눈이 크게 뜨였다.“나 때문에?”유시진은 그저 짧은 냉소를 흘렸을 뿐이었다.그 웃음에는 두 가

  • 잃고서야 알았던 사랑   제64화

    [저녁은 뭐 먹었어?]지나윤은 그 짧은 문장을 십 분이나 보면서도, 끝내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금세 잠들 것 같았는데 잠도 싹 달아나서, 뒤척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겨우 잠들었다.HF그룹의 연말파티는 경강호텔 57층의 회전 뷔페에서 열렸다.직원들은 지인 한두 명을 동반할 수 있었다.지나윤은 고아라만 데려왔다.이준혁의 현재 상황을 생각하니, HF그룹 행사에는 아무래도 데리고 오기가 힘들었다.오늘 생전 처음 드레스를 입은 고아라는 잔뜩 흥분해서 차칫 넘어질 뻔하기까지 했다.지나윤이 선물한 드레스는, 고아라에게 가장 잘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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