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오늘 특별히 후지와라 미우에게 1호 별장을 보여준 게 이 인터넷 스타를 꼬시려고 그러신 거 아니에요?”“회장님이 특별히 그녀에게 봉쇄한다고 말했는데 그녀가 자발적으로 회장님에게 와서 대본에 대해 얘기하게 하려고 그러신 거 아니에요?”슬기는 좁고 긴 눈을 가늘게 뜨고 마치 무슨 증거라도 찾으려는 듯 방안을 한 바퀴 둘러 보았다. 하현은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 설은아가 와서 자신의 ‘증거’를 조사하러 왔다면 모를까 슬기는 뭔가? 그러자 그는 또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슬기, 너 나 알지?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가짜 외국 놈인 거. 그런데 내가 어떻게 후지와라에게 관심을 가질 수 있겠어?”“걱정하지 마. 나랑 그녀는 완전 결백해.”“괜한 트집 잡지 마!”하현은 슬기가 그와 후지와라가 함께 어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다만 슬기는 지금 어린 여학생이 질투하는 듯한 마음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그녀 자신도 아마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으리라고는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야 비로소 이 애매한 상황을 더욱 이상하게 만들 수 있었다. 슬기는 코를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회장님, 무슨 트집을 잡는다고 그러세요?”“형수님한테서 전화가 왔었어요. 형수님께서 회장님이 대구에 오면 아무나 함부로 회장님께 오지않도록 반드시 회장님을 잘 지켜보라고 분부를 내리셨어요.”“제가 형수님께 전화를 걸면 믿으시겠어요?”하현은 머리가 아팠다. “아니. 아니야. 이런 일에 정말 이렇게까지 할 필요 없어.”그는 설은아가 자신을 믿을 것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 일이 희정에게 알려지면 큰 일이었다. 슬기도 하현이 결백하다고 믿었다. 그녀가 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어 하지 못했던 일을 후지와라가 했던 일을 떠올리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기회를 틈타 하현을 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면 어제는 왕주아, 오늘은 후지와라,
다음날 아침, 10시 정각. 보타 경매장. 보타 경매장은 반공식적인 경매 조직으로 대구 관청을 제외한 대구 최정상 가문들이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이 경매장은 대구의 모든 상류층의 이익을 대변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경매장에서는 아무도 감히 말썽을 일으키지 못했다. 길바닥 보스라고 해도 이곳에서는 더없이 조용했다. 일이 생겨도 대화를 통해 해결하려고 했다.여기서 날뛰었다가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슬기는 아침 일찍 경매장에 도착해 구석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하현은 이번에 나가주 그 땅을 반드시 얻어내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 천일그룹이 대구에서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 외에도 또 다른 근본적인 이유는 이 경매가 방현진과 정면 대결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하현은 연경 네 도련님 중 하나인 방 도령이 어떤 능력과 매력을 가지고 있는지, 섬나라 신당류가 기꺼이 그에게 깡패 노릇을 하게 할 수 있는지 보고 싶었다.경매는 이미 시작되었다. 오늘 예고된 모든 물건들의 가치는 적지 않았다. 아름다운 얼굴에 정교한 화장을 하고 곱게 차려 입은 여자 경매사가 애교 가득한 표정으로 무대에서 경매를 진행했다. 첫 번째 경매품은 정교하기 그지없는 청화자로 봉황무늬가 조각되어 있어 보기 드문 명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물건의 최저가는 10억밖에 안되었지만 물건을 아는 사람들은 이 물건의 시장가가 최소 35억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때 10억으로 싸게 내놓은 것은 오늘 분위기를 띄우기 위한 것일 뿐이었다.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가져온 물건들은 모두 값비싼 것들이어서 오늘 경매는 더욱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곧 이 청화자는 45억에 낙찰이 되었다. 경매물을 얻은 대가문 도련님은 흥분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 정도의 가격으로 청화자를 얻었으니 이미 큰 행운을 얻은 셈이었다. 이어 진귀한 경매물들이 하나 둘 등장해 경매가 막바지에 이르렀다. 갑자기 경매장 문이 ‘퍽’
경매장 문을 박차고 들어와 경매장 절차를 깨고 맨 앞에 와서 앉는 것은 무례하고 굉장히 거만하다고 할 수 있었다.하지만 문제는 그 자리에선 아무도 이 점을 지적하지 않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손히 일어나 굽실거리기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아름다운 경매사조차도 윗자리에서 공손히 허리를 숙이고 화장한 얼굴로 알랑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슬기는 미동도 없이 눈을 가늘게 뜨고 이 광경을 쳐다보았다. 나무는 조용히 있고 싶어도 바람은 그치지 않았다. 슬기는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지만 방현진은 슬기가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벌써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슬기가 있는 자리로 시선을 떨어뜨리고 손을 흔들고는 웃으며 말했다. “이슬기, 너 정말 장난이 심하구나. 오늘 여기 온 목적이 나가주의 그 땅 때문이라며?”“그렇게 나랑 맞설 생각이야?”방현진은 슬기의 입찰 문서를 본 것이 틀림없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는 슬기가 어떤 물건을 입찰하려고 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간단한 말 한 마디였을 뿐이었지만, 방현진의 힘과 권세를 설명하기에 충분했다. 방현진이 헛웃음을 짓는 것을 본 많은 사람들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 이 연경 도련님을 건드렸으니 결과는 죽기보다 못한 결과가 될 것이다. 슬기는 그의 표적이 되었으니 그 결과는 비참할 것이다. 슬기는 차갑게 입을 열었다. “방 도련님, 내가 여기에 온 목적은 당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내가 뭘 마음에 들어 하든 당신과는 더욱 무관해요.”“당신과 나 사이는 원래 아무런 관계가 없었어요.”방현진은 가볍게 웃으며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슬기, 나와 너 사이에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네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야. 내가 결정하는 거지.” “내가 있다고 말했으니 그럼 있는 거야.”“나는 지금부터 모든 사람에게 네가 내 여자라는 것을 선언할 수 있어.” “나를 제외하고 어떤 남자라도 감히 너에게 접근하면……”“죽어!”방현진은 그의
심지어 이 구룡주의 가장 값진 부분은 바로 이 구슬 표면의 용 모양 무늬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물건은 세상에서 보기도 드물 뿐더러 세계 어디에서도 두 번째로 찾기 어려운 것이었다. “4백억.” 방현지는 마음 내키는 대로 간판을 들고 가격을 제시했다. 4백억은 가격이 그리 비싸지 않았다. 어쨌든 이런 타고난 야광주는 세상에 많지 않기 때문에 원래 값을 매길 수 없는 보물이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하나 있었다. 방현진의 신분을 여기에 드러내 놓았다는 것이다. 그가 가격을 부른 이상 당연히 아무도 감히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의 스타일상 이미 모든 사람들에게 그가 이 구룡주를 반드시 얻어내겠다는 것을 알려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누가 이 구룡주에 관심이 있든 이런 때에 이런 외부 물건으로 방가 도련님에게 미움을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방현진도 감히 그와 가격 경쟁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가격을 큰 소리로 부른 후 벌써 손에 든 팻말을 한쪽으로 내던졌다. “4백억! 4백억을 부르셨습니다!”“하나!”“둘!”“세……”경매사는 더없이 흥분한 모습으로 값을 불렀지만 사실 속으로는 너무 재미가 없었다. 이런 식의 가격 내정은 경매장 분위기에 전혀 맞지 않았다. 심지어 경매사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따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조금 기대를 하고 있었다. 만약 이럴 때 누군가가 와서 가격을 올린다면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명예를 소중하게 여겼기에 사소한 일로 방현진에게 미움을 사고 싶은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아름다운 경매사의 마지막 말이 떨어지려 할 때 닫혔던 문이 다시 한 번 발길에 걷어차였다. “퍽______”큰 소리가 나자 장내의 주의를 끌었고 경매사의 목소리도 뚝 그쳐졌다. 그리고 난 후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오더니 담담하게 가격을 제시했다. “1800억!”발로 대문을 걷
이때 이 책임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하현이 방현진의 자리와 얼굴을 때리러 왔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하현은 지금 경매에 참가할 자격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내쫓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이 장면은 많은 사람들에게 약간의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비록 그들은 감히 방현진을 도발할 수 없었지만 연극을 보는 데는 지장이 없었다. 하현은 이때 담담한 표정으로 맨 앞줄로 가서 마음 가는 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와 방현진 사이에는 딱 한 자리밖에 없었다. 방현진은 눈꺼풀도 들지 않고 아랑곳하지 않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미야모토는 하현에게 시선을 떨어뜨렸고 아름다운 눈동자에는 서늘한 빛이 감돌았다. 그들이 어찌 하현을 모를 수 있겠는가?전에 미야모토가 여러 차례 손을 썼는데 결국 하현이 두 손 두 발 멀쩡하게 경매장에 나타났다는 것은 사실 이미 많은 것들을 설명해 주기에 충분했다. “1800억 하나!”경매사는 조금 망설였지만 규정에 따라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부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방현진을 쳐다보았을 때 그녀는 두려움으로 가득 찼다. “2000억!” 방현진은 이런 하찮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할 뜻이 없었다. 곧장 패를 들어 올렸다. 장내는 순간 떠들썩해졌다. 방 도령이 이 가격을 부를 줄은 몰랐다. 당연히 다들 하현을 좋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 놈은 딱 봐도 타지 사람이었다. 돈과 자산이 좀 있긴 하지만 하현이라는 두 글자는 유명하지 않았다. 대단한 연경 도련님과 비교하면 사실 너무 부족했다. 설령 방현진의 기분을 망친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기분을 망친 일로 그는 아마 평생 잊지 못할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모두가 하현이 가격을 더 올릴 용기가 있는지 궁금해하고 있을 때 하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담담하게 패를 들어 올렸다. “3500억.”이 숫자를 듣고 앞 좌석에서 다리를 꼬고 의자에 기대어 있는 하현을 보고 적지 않은 사람들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다들
전장은 충격을 받았다! 다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특히 이때 침착한 얼굴의 방현진을 쳐다보았다. 5500억!?구룡주가 그럴 가치가 있는가?이 물건의 가격은 기껏해야 550억에 불과하다. 그런데 방현진이 지금 10배의 가격을 불렀다고?설마 그가 갑자기 나타난 이 자식이 잘 나가서 화가 난 건가? 미야모토는 눈꺼풀이 가볍게 뛰었다. 그녀는 하현을 응시하며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침묵을 지켰다. 경매사는 이때 가격을 부르며 완전히 흥분했다. 그녀는 경매품 가격의 1%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간단히 말해 이 매매로 그녀는 이미 55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이 거래가 완료되면 그녀는 부자가 되고 자유로워질 것이다! 이때 경매사는 흥분한 듯 저울추를 흔들며 큰 소리로 말했다. “5500억 하나, 둘!”“방 도련님이 5500억을 제시하셨는데, 계속 가격을 올릴 건가요!”“없으면……”“7000억!”하현은 여유롭게 피켓을 들어올렸다. 모두가 이 사태가 잘 해결 될 것이라고 생각한 이 시점에 그는 또 천지를 뒤흔드는 가격을 외쳤다!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대구 상류층의 거물들로 부자와 귀인들이었다. 하지만 이 숫자를 들었을 때 하나같이 심장 박동수가 빨라졌다. 이 숫자는 일류 가문을 하나 만들 수 있는 숫자였다! 심지어 최정상 가문도 이렇게 많은 현금을 쉽게 꺼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숫자를 하현의 입에서 마치 종잇장 한 장처럼 마음대로 꺼낼 수 있다는 건가? 슬기는 이때 약간 의아하다는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하현이 오늘 이렇게 충동적으로 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나가주 땅을 위해 온 거 아니었나?지금 7000억으로 구룡주 하나를 사겠다니, 재미있나?다만 하현은 이때 냉담하기 보단 흥미로운 듯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지주 앱을 열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놀기 시작했다. “지주를 불러……”“살 수 없어……”“바라지마
많은 사람들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쳐다보았고, 또 멀리 있지 않은 담담한 기색의 방현진도 쳐다보았다. 오늘 이 싸움은 보타 경매장 역사에 기록될 운명이었다. 다만 그들과는 무관한 운명일 뿐이었다. 하현은 지금 마치 방현진을 죽이기로 일찍부터 결심했던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의 최고의 처신은 시비와 원한에 휘말리지 않는 것이다. 다들 작품을 보면서 큰 연극을 감상하면 된다. 경매사는 방현진을 쳐다보더니 잠시 후 그가 입을 열 마음이 없다는 것을 보고 마침내 이를 악물고 손에 든 패를 들어올렸다. “셋, 7000억……”그녀의 패가 떨어지려고 하자 방현진은 마침내 손에 든 피켓을 들어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9000억!”그는 차갑고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말할 수 없는 분노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었다. 하현은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방현진에게 반응할 시간을 전혀 주지 않고 담담하게 피켓을 들어올렸다. “2조!”이 가격을 듣고 장내는 거의 기절할 뻔했다. 2조!?9000억원에서 바로 2조로 넘어간다고!?이것은 돈을 전혀 돈으로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퍽!”이때 줄곧 여유롭게 있던 방현진이 폭발했다. 마침내 자신의 담담한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는 일어나 눈앞에 있던 책상을 발로 걷어찼다. 정교한 청화자가 땅에 떨어졌고 용정의 향기가 온 장내에 퍼졌다. 방현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바닥에 널려있는 도자기 조각들을 밟으며 하현에게 다가가 차갑게 말했다. “하씨, 네가 2조를 낼 수 있어?”하현은 담담하게 웃었다. “너 바보 아니야? 보증금만 2조를 냈잖아.”이 말을 듣고 방현진은 냉소했다. “지금 내가 가격을 올린다고 하지 않으면 너 후회하지 않겠어?”하현은 가타부타 뭐라 말하지 않고 눈을 가늘게 뜨고 지금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고 있는 방현진을 쳐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하현의 사전에는 후회라는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방현진을 쳐다보더니 잠시 후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방 도령이 나를 협박하는 걸로 이해해도 되겠어?”방현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게 이해해도 돼.”“하현, 네가 능력이 조금 있다는 건 알지만 이 물건 배후에 수심이 얼마나 깊은지는 네 상상을 초월할 거야.”“그래서 내가 여기서 좋은 마음으로 너한테 말해주는 거야.” “구룡주를 낙찰한 다음 공손하게 내 손에 가져다 줘야 해.”“그렇지 않으면 결과는 네가 책임져야 돼.”“아이고 무서워라!”하현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이었다. “너무 무서워서 일어설 수가 없어.”하현의 빈정거리는 말투에 방현진은 냉소하며 지금 긴장한 경매사를 보며 차갑게 말했다. “낙찰시켜!”“2조, 그에게!”“지금부터 이 구룡주는 하현 선생님의 것입니다.”경매사는 감히 방현진을 거역하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낙찰을 시켜야 했다. 이 물건이 하현의 것이라고 선언한 셈이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하현이 방현진을 두려워해 곧바로 행사장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하현이 손에 잡히는 대로 카드를 던지며 변백범에게 계산하도록 시키는 것을 보았다. 이 장면을 보고 많은 사람들은 숨을 헐떡거렸다. 이 녀석은 역시 벼락부자였다. 2조원을 장난치듯 내놓다니. 그리고 난 후 모두들 놀리는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이 물건을 낙찰하면 또 뭐가 어때서?방현진 같은 거물 앞에서 하현이 어떻게 구룡주를 지킬 수 있겠는가?하현을 바라보는 많은 부잣집 따님들의 눈빛은 경멸로 가득 찼다. 그들이 보기에 하현은 곧 빈털터리가 될 것 같았다. 만약 이해를 못한다면 목숨을 잃어도 아무도 그를 대신해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방현진은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져다 보더니 잠시 후 발길을 돌려 자신의 의자에 앉았다. 마침내 그는 자신과 부딪히는 하현에 대해 조금 주의를 기울였다. 그러나 미야모토의 아름다운 눈빛은 차가워졌고 노려보다가 잠시 후 문
허탈해하는 하현의 표정을 살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하현, 뭘 선물하는지는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당신이 우리 결혼기념일을 기억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해.”하현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였다.“하현, 오늘 내가 당신한테 전화를 한 것은 더 이상 우리의 과거 일을 언급하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서였어.”“김탁우와의 사이는 이미 멀어졌어.”“엄마 기분이 좀 나아지면 내가 직접 말씀드릴 거야.”“당신이랑 재혼할 거라고.”“그러니 더 이상 우리 엄마랑 싸우지 마, 알았지?”설은아는 하현을 무척이나 아끼고 있는 게 분명했다.게다가 그녀는 간민효를 마주했을 때 하현을 빼앗길까 봐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하현은 쓴웃음을 지었다.다른 일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다만 최희정은 아마 두 사람의 재혼을 승낙하지 않을 것이다.하현이 그리 강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최희정이라는 여자는 혼자서 모래폭풍도 무찌를 사람이었기 때문이다.두 사람이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동안 나박하는 어느새 설 씨 집안에 도착했다.하현이 머뭇거리며 말했다.“먼저 들어가. 난 요즘...”“내려! 여긴 당신 집이야!”설은아는 억지로 하현을 차에서 끌어내렸다.“오늘 밤 여기서 자.”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설은아의 손에 이끌려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집안에 들어가니 식탁에는 이미 음식이 그득하게 차려져 있었다.최희정과 설재석 외에 그들의 양아들 이영산과 며느리 장리나도 함께 모여 있었다.네 사람이 82년산 라피트를 마시며 얼굴이 볼그레한 채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다.그리고 테이블 위에는 십여 개의 선물 상자가 쌓여 있었는데 그중 몇 개의 상자에는 김 씨 가문 로고가 박혀 있었다.김탁우가 방문한 것이 틀림없었다.그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하현이 나타나자 최희정의 낯빛이 일그러지며 순식간에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자네, 여긴 어쩐 일이야?”“와서 밥 먹어.”로열 회관의 일로 설재석은 여전히 약간의 죄책감을 느끼고
”하 대사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아마 지금쯤 감옥에서 죽었을 거야!”“당신한테 하루의 시간을 주겠어! 우리 왕 씨 가문의 돈 일억을 갚지 않으면 바로 경찰서에 신고할 거야!”“감옥에 들어갈 준비나 하라고!”“그럼 그만 꺼져!”왕부인이 다시 손을 휘둘러 우소희의 얼굴을 날려 버렸다.망했다!완전히 망했다!우소희는 땅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가리며 끊임없이 통곡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설은아는 하현의 차에 앉아 의문에 가득 찬 얼굴로 물었다.“도대체 우소희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어떻게 하다가 왕 씨 가문에 일억을 빚진 거냐고?”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왕 씨 가문 딸 왕자혜가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는데 마침 내가 그녀를 구해 주게 되었어...”설은아는 어이가 없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뭐? 당신이 어떻게 사람을 구해? 당신이 의술을 알아?”하현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모르지. 난 단지 차에서 그녀를 빼내서 폭발하기 직전의 차에서 구해 준 것뿐이야...”“그때 마침 우소희가 구급차 간호사로 왔는데 내가 한 일을 자신이 한 것으로 둔갑시켜 공을 가로챘지.”“그래서 왕 씨 가문에선 고마움의 뜻으로 그녀에게 일억을 준 거야.”“나중에 왕문빈의 부인이 진실을 알게 되었고 우소희의 잘못이 드러났지.”“하지만 부인은 우선은 딸의 부상이 더 염려되어서 잠시 우소희 일은 따지지 않았던 거야. 그런데 뜻밖에도 우소희가 그 돈을 먹고 튈 줄은 몰랐지.”“게다가 그 돈으로 사기를 쳐 돈 많은 거물을 낚은 거야...”하현은 기가 차다는 듯한 얼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다.“그렇게 된 거구나.”설은아는 그제야 모든 걸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어쩐지 우다금 모녀가 휘룡만 집을 산다며 뛰어다니더라니.”“우소희가 아주 눈먼 거물을 잘 속인 거였군!”하현이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다만 안타깝게도 운이 조금 모자랐던 거야. 여기서 부인을 만났으니.”“집도 날아가고
”저는 왕 사장님이 주신 휘룡만 1호를 보러 왔습니다.”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런데 휘룡만의 문턱이 이렇게 높은 줄은 몰랐습니다. 매니저가 다짜고짜 절 도둑놈으로 몰 줄은 상상도 못했거든요.”“왕 사장님이 저한테 뭐라고 해명이라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하현의 말을 듣고 왕문빈의 부인은 눈꺼풀이 펄쩍 뛰었다.그녀는 순간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손을 휘둘러 남자 매니저의 얼굴을 때렸다.“퍽!”“개자식! 눈이 멀었군!”“하 대사님은 우리 왕 씨 가문 귀빈이야!”“그런데 도둑이라니?!”“네가 뭔데 함부로 그딴 소리를 해?!”“경찰에 신고를 한다고?”“감옥에 가둔다고?”“죽고 싶은 거야?”“꺼져! 당장 내 눈앞에서 꺼지라고!”“옳고 그름도 가리지 않고 다짜고짜 사람을 얕보는 당신 같은 직원은 필요없어!”왕문빈의 부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하현이 누구인가?왕자혜의 생명을 구해 준 은인이다.주 씨 가문 귀빈이자 풍수의 대가, 무도의 고수였고 심지어 자신도 그에게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해야 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감히 매니저 따위가 하현을 건드려?살기가 싫은 건가?왕문빈의 부인은 가까스로 하현의 용서를 얻은 상태였다.하현이 자칫 기분이 언짢기라도 한다면 왕문빈이 자신을 내칠 수도 있었다.남자 매니저는 일그러진 얼굴을 가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모님, 어떻게 저한테...”“촥!”왕문빈의 부인은 또 한 번 세차게 그의 얼굴을 때렸다.“꺼지라고!”“못 들었어?”“내가 다시 한 번 말해야 알겠어?”“내가 직접 널 끌어내야 속이 시원하겠어?!”남자 매니저는 얼굴을 가린 채 아무 반박도 못하고 멍하니 서 있었다.혹시라도 반박했다간 어떤 지경이 될지 그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이다.그는 왕문빈의 부인이 어떤 스타일인지 익히 잘 알고 있었다.순간 장내는 찬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일이 이렇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하물며 하현이 정
”그가 훔쳤든 아니든, 내가 여기 있는 한 그는 훔친 겁니다!”“왕 사장님 머리가 어떻게 되셨더라도 절대 휘룡만 1호를 파실 분이 아닙니다!”“두 분이 솔직히 인정하는 게 좋을 겁니다. 제가 용서할 기회를 드리죠!”“그렇지 않으면 정말 경호원을 불러 경찰서로 데리고 가라고 할 거예요!”남자 매니저는 색기가 가득 흐르는 눈빛으로 설은아를 바라보았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두드리며 음흉한 속내를 슬쩍 비쳤다.설은아는 기겁하며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러자 남자 매니저는 더욱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여사님, 제가 여사님 얼굴을 봐서 특별히 두 분께는 기회를 드리겠습니다!”“안 그러면 두 분도 같이 경찰서 가서 조사를 받아야 할지 모릅니다. 쓸데없는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요.”“공범으로 몰려 죄를 피할 수 없을지도 몰라요!”남자 매니저가 이렇게 말하자 우소희는 순간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설은아, 우리 모두 피차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체면 때문에 일부러 하현한테 이런 뻔뻔한 일을 시킬 필요는 없는 거 아니야?”설은아는 그녀의 말에 기절할 뻔했다.“뭐라고?”이때 하현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휘룡만 1호는 내가 산 게 아닌 건 확실하지만 그렇다고 주운 것도 아니에요.”“훔친 건 더더욱 아니고요.”“왜냐하면 왕 사장님이 저한테 주신 거니까요.”이 말을 들은 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믿기 어려워하는 표정을 지었다.“무슨 소리예요?”“무슨 농담을 그렇게 하냐고요?!”“왕 사장님이 당신을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어떻게 천억짜리 집을 당신한테 주냐고요?!”남자 매니저는 하현의 말을 듣고 ‘피식’하고 냉소를 흘리며 얼굴 가득 혐오의 빛을 띠었다.“당신은 정말 날 바보로 아는군요!”예쁘장한 여자 영업사원들도 모두 경멸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나이도 많지 않은데 허풍이나 떨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이 못마땅했던 것이다.우소희도 입을 삐죽거리며 시큰둥한
하현은 이 말을 듣고 망설임 없이 말했다.“이 집은 내가 산 것이 아닙니다...”“뭐라고요?”하현이 말을 끝맺기도 전에 남자 매니저가 눈에 한기를 가득 머금은 채 하현을 노려보았다.“이 카드키, 훔친 거죠?”이 말을 듣고 사람들은 눈이 동그래졌다가 의아한 표정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훔친 거라고?머리가 어떻게 된 건가?훔친 카드키를 들이밀며 자신이 이 집을 산 거라고? 돌았나?!방금까지 하현을 우러러보던 사람들의 눈빛은 갑자기 돌변했다.그들은 방금 하현을 그런 눈으로 본 자신들을 탓하며 3분 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까지 생겼다.설은아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살짝 변하며 약간 걱정스러운 듯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 매니저를 바라보았다.“방금 당신이 한 말, 꼭 책임져야 합니다.”“책임이라고요?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는지 제대로 알려드리죠!”남자 매니저는 손가락을 튕겨서 경호원 몇 명을 불렀다.“휘룡만 1호는 우리 휘룡만에서 가장 귀한 물건입니다!”“이 집은 외부에 판매된 적이 없었고 저당 잡힌 것도 없습니다!”“이곳은 왕문빈 사장님의 개인 별장입니다!”“카드키도 분명 왕 사장님 손에 있을 겁니다!”“그런데 그게 어떻게 외부인인 당신 손에 있단 말이죠?!”“설마 오다가 주웠다고는 말하지 마세요!”“오다 주운 게 휘룡만 1호 카드키라니요?!”“어서 말해 봐요! 이 카드키, 왕 사장님한테서 훔친 겁니까?”“솔직히 말하면 관대하게 처리해 줄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당장 관청에 신고해서 당신을 감옥에 처넣어 버리고 말 겁니다!”남자 매니저는 위엄 있는 얼굴로 속사포처럼 하현을 향해 퍼부었다.이로써 그는 자신이 꽤 성공한 사람처럼 느껴져 우쭐해졌다.데릴사위를 호통쳤을 뿐만 아니라 설은아 같은 미녀 앞에 꽤나 멋진 모습을 보일 수 있어서였다.가장 중요한 것은 왕문빈이 잃어버린 카드키를 되찾았다는 것이다.엄청난 공로임에 틀림없다!어쩌
휘룡만 1호?!그 가치가 천억이라고?하현의 말을 들은 사람들은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방금까지도 싸움에서 이긴 수탉처럼 의기양양했던 우다금은 설은아가 손에 든 카드키를 보며 온몸이 굳어 버렸다.우소희는 자신의 뺨을 때리며 이것이 꿈이 아님을 확인한 뒤 설은아를 쳐다보았다.우소희의 눈빛에는 부러움과 질투로 이글이글 타올랐다.스스로 상류층 사람이라고 자부하는 오건우조차도 이 순간에는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천억짜리 선물이라고?그 무슨 말 같지도 않은 농담을!자신의 몸값을 다 쳐도 살 수 없는 액수였다!설은아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이게 휘룡만 1호라고?”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맞아. 휘룡만 1호.”“당신 주려고 준비했어. 결혼 3주년 기념 선물이야.”하현의 말을 듣고 주변에 있던 많은 분양사 직원과 손님들이 몰려들었다.모두들 귓속말로 서로 속삭이며 하현을 한껏 우러러보았다.다들 돈이 있는 사람들이었지만 저렇게 쉽게 천억을 들여 집을 산 사람은 처음 보았다.이것이 진정한 토호의 모습이 아닌가!하현을 얕잡아 보던 우소희는 순간 억지로 웃음을 쥐어짰다.“설은아, 하현이 어떤 사람인지 우린 모르지만 혹시 당신도 잘 모르는 거야?”“저 사람 혼자 힘으로 천억을 덥석 내놓는다고? 허! 그렇담 암퇘지도 나무에 올라갈 수 있겠군!”우다금도 옆에서 이를 갈며 거들었다.“맞아. 하현은 데릴사위야. 한 달 동안 네가 준 용돈으로 빌붙어 사는 사람이잖아?!”“그런데 어떻게 휘룡만 1호를 살 수 있단 말이야? 농담 좀 그만해! 정말 지겨워!”“분명히 인터넷에서 카드키 하나 사 가지고 너한테 준 걸 거야!”“우리 앞에 보여 주려고 말이야!”“설은아, 내가 사람 된 도리로 하나 가르쳐 줄게.”“사람이 아무리 허풍을 떨고 싶어도 체면까지 내팽개치면 안 되지.”우다금은 세상 물정에 해박한 어른인 양 하현을 꾸짖었다.“하현, 내가 꼭 당신을 두고 하는 말은 아니지만 사람이 이렇게
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오건우를 쳐다보았다.오건우는 왠지 얼굴이 화끈화끈거리며 통증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잠시 후 그는 이를 악물고 은행 카드를 테이블 위에 내놓았다.“살게요! 내가 사요!”“전액 현금으로!”“이걸로 하겠습니다!”오건우는 49호를 가리켰다.더 비싼 집은 도저히 그의 능력 밖이었다.특가 주택 정도는 그의 능력으로 어떻게 감당할 수 있었다.그러자 분양 직원은 함박미소를 띠며 말했다.“네, 그럼 수속 도와드리겠습니다.”일사천리로 구매 계약서가 준비되었고 서명하는 것으로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다.“오건우, 당신 정말 대단해! 날 이렇게 사랑하다니!”우소희는 터져 나오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계약서를 들고 오건우의 얼굴을 감싸안으며 미친 듯이 웃었다.정말 사람 하나는 잘 골랐어!이렇게 비싼 집을 사 주다니!이게 웬 떡이야!오건우의 마음속에 그녀를 향한 사랑이 이렇게 크게 자리했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하지만 오건우는 이 계약으로 거의 이백억을 탕진하게 되어 유동자금은 모두 없어져 버렸다.그는 화류계에서 호화롭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는데 그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하지만 우소희가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가졌으니 앞으로 인맥은 비길 데 없어 넓어질 것이다.우소희가 왕문빈의 딸을 구해 주었다니 인정상 왕문빈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그것만으로도 우소희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자신이 우소희와 결혼하기만 한다면 우소희의 인맥이 곧 자신의 인맥이 된다.그렇게 되면 자신도 당당하게 왕문빈 앞에 얼굴을 내밀 수 있게 되고 날개를 달고 날아오를 일만 남게 된다.그 순간을 상상하니 지금 아무리 불쾌하고 떨떠름해도 오건우는 충분히 참을 수 있었다.잠시 생각에 빠져 있던 그의 얼굴 위에 이내 환한 미소가 번졌다.우다금 모녀는 기뻐 어쩔 줄을 몰랐다.원래 그녀는 이십억짜리 집이라도 사면 설 씨 집안에 충분히 체면이 서게 된다고 생각했었다.그런데 지금
”어머! 오건우, 200억이잖아?”우소희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오건우에게 온몸을 기대어 애교를 부렸다.“당신 같은 부자한테 200억은 껌이잖아. 나 이 집 갖고 싶어!”우소희는 영리한 여자였다.오건우라는 황금거위를 이용해 거액의 집 한 채를 꿀꺽 삼키고 싶었던 것이다.어쨌든 그녀는 지금 신기에 가까운 의술을 겸비한 돈 많은 여자이지 않은가!그녀가 왕문빈 부부에게 체면이 깎인 일은 현재 병원 내부에서만 알고 있으며 온라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여전히 여신격의 의사로 알고 있다.겉모습이 꽤나 예쁘장한 우소희는 왕문빈의 일억을 가지고 고급 장소에 출입하며 재벌 2세들의 관심을 끌었다.수많은 추파 속에 오건우를 선택한 우소희는 목적한 바를 이루기 위해 그를 단단히 붙잡아야 했다.그래야 평생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게 된다.오건우는 지금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새파랗게 변했다.그러나 그도 체면을 의식하며 깊은 숨을 들이마신 뒤 가식적인 모습으로 사진을 몇 번 찍어 누군가에게 보냈다.오건우의 입에서 ‘어우, 와’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우소희, 방금 우리 집 풍수지리사에게 특별히 물어봤어.”“그런데 이 집은 보기에는 위치도 좋아 보이고 멀끔해 보이지만 결함이 굉장히 많다고 해.”“바람길의 입구에 위치해 있어서 교살과 노살을 막고 있대.”“그러니까 말이야. 이 집은 다른 사람들의 재난을 막아주고 있는 형상이어서 들어가서 살게 되면 병들고 아플지도 모른대.”“우리 대사님 말씀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아. 이 집 말고 다른 집이 있는지 둘러보자.”“가격대가 다 이렇게 비슷비슷한가요?”오건우는 분양 직원에게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그 의미는 분명했다.더 저렴한 물건이 없냐는 뜻이었다.직원은 오건우의 눈짓에 웃으며 말했다.“손님, 이미 이 가격도 싼 거예요.”“이 집은 도로 입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특가를 진행하는 거예요.”“48호 가격은 250억이에요. 그리고 다른 건...”
”됐어! 소희야, 다른 사람 상처에 소금 뿌리는 거 아니라고 했잖아!”“좋지 않은 행동이야!”이때 공작새처럼 차려입은 우다금이 나서서 원만하게 수습하려는 척 단아한 표정을 지었다.“하현이 단지 체면이 깎일까 봐 한번 해 본 소리일 뿐이야.”“우리야 이런 일이 많으니 스스로 감정을 통제할 수 있지만 저런 사람들이야 남하고 비교될까 봐 더 잘난 척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통제할 수 있겠어?”“게다가 우린 지금 상류층 사람이야. 저런 데릴사위랑 실랑이를 할 필요가 뭐 있어?”“격 떨어져!”“그러니까 얼른 집이나 보자고. 빨리 수속 밟아야 하잖아?”“저런 사람과 실랑이를 하다가 좋은 집을 놓치면 우리만 손해지!”우다금은 빈정거리면서 분양 단지를 설명하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 흡족한 눈빛으로 대형 분양 단지들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절대 이런 집을 살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예비 사위 오건우도 이런 큰집에 헛돈을 쓰지는 않을 것이다.그저 칠팔십 평짜리 방 세 개 정도 되는 집이라도 살 수 있다면 감지덕지일 것이다.“자, 설은아. 하현. 당신들은 먼저 돌아가.”“우리는 집을 산 후에 개인 모임이 있어서 식사도 해야 해.”“그곳은 너무 고급스러운 자리라 여러 명을 데리고 가긴 좀 안 맞거든. 함부로 데려갔다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이 엄한 말이라도 하면 곤란하잖아, 안 그래?”하현은 무슨 말을 하려다가 설은아가 끌고 나오는 바람에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설은아는 돼먹지도 않은 우다금 모녀와 더는 화를 내며 상대할 이유가 없다고 느꼈다.아무런 의미없는 실랑이는 시간 낭비일 뿐이다.만약 최희정이 가라고 그녀를 등 떠밀지 않았더라면 아마 설은아는 죽어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오건우는 설은아가 이렇게 떠나게 될까 봐 노심초사했다.자신의 부를 과시할 기회가 없어지기 때문이다.오건우는 헛기침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우소희, 당신이 골라 봐. 마음에 드는 거 있는지 보자고.”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