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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Autor: 해월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10-30 21:50:02

그녀가 작성한 보고서로 진행되는 행사였다. 수익률 산정과 계약 조건을 누구보다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도 자신이었지만, 남편은 그런 아내를 손님들 앞에서 사진조차 제대로 찍지 못하는 직원으로 만들었다.

단아는 다시 셔터를 눌렀다.

이번에는 사진이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화면 속 남편의 웃는 얼굴을 확인하는 순간, 단아는 자신이 언제 마지막으로 저 미소를 받았는지 끝내 떠올리지 못했다.

***

만찬이 시작된 뒤에도 단아는 앉을 수 없었다.

주요 손님들의 입장 사진을 정리하고 발표 자료를 확인하는 사이 식사가 제공되었지만, 지원 직원들에게 마련된 대기 공간에 들를 시간조차 없었다. 아침부터 제대로 먹지 못한 탓에 속이 비어 있었고, 발뒤꿈치에서는 걸을 때마다 밴드가 상처를 문지르는 느낌이 났다.

그때 유리가 손짓했다.

“서 대리님, 잠깐 이쪽으로 와 주세요.”

단아가 다가가자 유리는 도윤과 나란히 앉은 채 조명이 잘 드는 쪽을 가리켰다.

“대표님하고 저희 사진 좀 더 찍어 주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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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벌남의 여자 특전사   33화

    “여보라고 부른 건…….”말을 끝내지 못했다.무엇을 설명해야 할까.저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삼 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았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으며, 아플 때면 서로의 이마를 짚어 주던 사이라는 사실을?그 모든 시간을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해야 하는 걸까.도윤은 단아의 침묵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공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세요. 다른 직원들도 지켜보고 있으니 분명하게 말씀하시죠.”단아는 남편을 올려다보았다.“제가 당신을 그렇게 불렀다는 이유로, 지금 여기서 사과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직원들 앞에서 업무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다시 말하게 하지 마세요.”단아는 말을 멈췄다.당신을 남편이라고 부른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그러나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이 지켜 온 결혼의 마지막 남은 부분까지 남편에게 짓밟힐 것 같았다.유리가 옆으로 다가왔다.“단아 씨, 그냥 사과하면 되잖아요. 대표님도 회사에서 원칙을 지키려는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그녀의 목소리는 상냥했다.그러나 단아에게만 들릴 만큼 가까이 다가온 뒤에는 조금 다른 말을 속삭였다.“여기서 굳이 아내인 척할 필요는 없잖아요.”단아는 유리를 바라보았다.유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 지었다.그 순간 단아는 확실히 알았다.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유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알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도윤은 유리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서단아 씨,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사과하세요.”단아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가슴이 아팠다.그런데 그 아픔보다 더 선명한 것은 오른쪽 발뒤꿈치에서 올라오는 통증이었다.오랫동안 서 있는 사이 양말 안쪽이 축축해졌다.상처가 다시 벌어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보았다.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

  • 재벌남의 여자 특전사   32화

    사람들이 조용해졌다.“회사에서는 행사 운영에 참여한 직원에게 경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소명 과정에서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이 자리에서 직접 설명을 듣기로 했습니다.”그의 시선이 단아에게 향했다.“서단아 씨, 앞으로 나오세요.”단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오른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올라왔지만,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절뚝거리지 않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다.아픈 발을 숨긴다고 다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그녀가 앞으로 나오자 유리가 도윤의 옆으로 다가갔다.유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단아를 바라보았다.“많이 힘들죠? 그래도 오늘은 오해를 풀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거든요.”단아는 유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도윤이 입을 열었다.“사진 속 행동이 회사의 공식 지시였습니까? 아니면 본인이 상황을 판단해서 한 행동입니까?”“행사 진행 중 한유리 씨의 요구를 받고 한 행동입니다. 제가 먼저 구두를 닦겠다고 나선 것은 아닙니다.”주변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유리가 놀란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단아 씨,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억지로 시킨 것처럼 들리잖아요. 나는 구두가 더러워졌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걸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해요.”“구두가 더러워졌다고 말씀하신 뒤 제게 직접 닦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다른 분들도 계셨고요.”유리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도윤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그만하세요. 여기는 개인적인 감정을 풀어놓는 자리가 아닙니다.”“대표님, 저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에 찍힌 행동만으로 제 책임을 판단하시면—”“그만하라고 했습니다. 회사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책임이 있습니다.”단아는 입술을 다물었다.도윤은 그녀가 말을 멈춘 것을 확인하고 다시 직원들을 향했다.“특히 외부 손님이 많은 자리에서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회사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어

  • 재벌남의 여자 특전사   31화

    그때 문이 다시 열렸다.강도윤이었다.***도윤은 회의실에 들어오면서도 단아를 보지 않았다.비서에게 서류를 건네받아 몇 장 넘긴 뒤 상석에 앉았다.“홍보팀장과 인사팀은 준비됐습니까?”“두 부서 모두 대기 중입니다. 필요하시면 바로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단아는 맞은편에 앉은 남편을 바라보았다.짙은 남색 정장에 흰 셔츠, 단정하게 정리한 넥타이.아침마다 그녀가 골라 주던 차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한때는 저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으면 손을 뻗어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도윤은 그럴 때마다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출근하기 싫게 만든다고 투덜거렸다.지금 그 사람은 단아와 눈을 마주치는 일조차 피하고 있었다.“서단아 씨, 사진은 확인했습니까? 회사 공식 행사에서 그런 모습이 촬영돼 돌아다니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군요.”“사진은 확인했습니다. 다만 누가 촬영했고 어떤 경로로 유포했는지, 사진이 찍히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도윤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지금 회사에 필요한 건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아닙니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에요.”“저도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소명 요청서에는 제 책임을 확인하겠다고 되어 있어서요.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서단아 씨, 말꼬리 잡지 마세요.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 본인 입장만 내세워서야 되겠습니까?”유리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도윤 씨, 너무 화내지 마요. 단아 씨도 많이 놀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까,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되잖아요.”도윤은 유리에게만 고개를 돌렸다.“당신은 괜찮아? 어제 일 때문에 많이 신경 쓰였을 텐데.”“나는 괜찮아요. 괜히 나 때문에 회사에 피해가 간 것 같아서 속상할 뿐이지.”“당신 잘못 아니야. 그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그 말이 너무도 빠르게 나왔다.단아는 자신도 모르게 남편의 얼굴을 바

  • 재벌남의 여자 특전사   30화

    전날 전달받은 행사 진행표, 좌석 배치표, 참석자 명단, 홍보팀 협조 요청 메일이 차례로 나타났다. 그녀는 파일을 하나씩 확인하며 시간을 적었고, 어떤 지시가 언제 내려왔으며 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 구분해 두었다.행사장에서 한유리의 구두를 닦으라는 요구를 받은 시점도 기억나는 범위 안에서 기록했다.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채우지는 않았다.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단정해 버리면 나중에는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단아 씨, 대표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열 시까지 오라고 하더니 지금 바로 올라오래요.”민주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혼자 오라고 했어요. 제가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안 된대요.”단아는 컴퓨터 화면을 저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른발을 디디는 순간 몸이 조금 기울었고, 민주는 놀라 얼른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괜찮아요? 병원에 다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제보다 훨씬 심해 보이는데요.”“오늘은 꼭 가야 할 것 같아요. 대표실에서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끝나는 대로 진료를 받아 보려고요.”“그럼 대표실에도 말씀드려요. 다친 사람을 이렇게 불러 놓고 계속 기다리게 하면 어떡해요.”단아는 휴대전화를 들어 병원 예약 가능 시간을 확인했다.오후에 진료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나 남아 있었다. 예약 버튼을 누르자 확인 메시지가 떴고, 그녀는 그 화면을 저장한 뒤 대표실로 향했다.***대표실이 있는 층은 조용했다.두꺼운 카펫이 발소리를 삼켰고, 복도 끝에서는 비서들이 낮은 목소리로 통화하고 있었다. 단아가 도착하자 비서 한 명이 그녀를 회의실로 안내했다.“대표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혹시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있을까요? 오후에 병원 예약이 있어서, 확인이 끝나는 대로 내려가야 합니다.”“정확한 시간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우선 안에서 기다리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문이 닫혔다.단아는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벽면에는 회사가 후원한 국제

  • 재벌남의 여자 특전사   29화

    거울 앞에 선 단아는 얼굴을 살폈다.밤새 제대로 잠들지 못해 눈가가 부어 있었고, 입술은 평소보다 창백했다. 그녀는 화장으로 피곤한 기색을 가리려다가 그만두었다.회사에 가서 자신이 왜 그런 사진 속에 있어야 했는지 설명해야 했다.그런데 정작 그 일을 시킨 사람은 아무런 설명도 요구받지 않고 있었다.***회사 로비에 들어서자 평소와 다른 시선들이 단아를 따라붙었다.사원증을 찍는 순간부터 누군가 그녀를 알아보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는 두 직원이 대화를 멈췄다. 단아가 가까이 다가가자 한 여직원이 휴대전화를 황급히 뒤집었지만, 화면이 꺼지기 직전 그녀는 사진 한 장을 보았다.화려한 행사장 바닥에 몸을 낮춘 여자.그 앞에 당당하게 서 있는 한유리.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강도윤.어젯밤의 자신이었다.단아는 그 사진을 보는 순간 행사장 바닥에 손을 짚었을 때 느꼈던 차가운 감촉이 다시 손바닥에 닿는 것 같았다.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리의 구두를 닦아야 했던 순간, 그녀는 남편이 한 번쯤 자신을 말려 줄 거라고 믿었다.도윤이 아무 말 없이 돌아서는 것을 보고도 혹시 다른 사람이 보는 앞이라 그러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렇게라도 믿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일어설 수 없을 것 같았으니까.“좋은 아침입니다.”단아가 먼저 인사하자 여직원은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아, 네. 안녕하세요.”다른 직원은 끝내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단아는 마지막으로 발을 옮겼는데, 뒤에서 누군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저 사람이래. 어제 행사장에서 한유리 씨 구두 닦았다는 직원.”“사진은 봤는데, 정말 시켜서 한 거야? 아무리 그래도 그런 자리에서 어떻게…….”“그런데 왜 저 사람이 경위서를 써? 구두 닦으라고 한 사람은 따로 있잖아.”누군가 대답하기 전에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단아는 층수 표시등을 바라보며 가방끈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자신이 무릎을 굽혔던 순간보다 지

  • 재벌남의 여자 특전사   28화

    “서단아 씨, 오늘 오전 열 시까지 대표실로 올라오세요.”정민주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고, 전화기 너머에서는 누군가 복도를 지나가는 발소리가 들렸다. 잠시 후 문이 닫히는 소리까지 이어지자 단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휴대전화를 조금 더 세게 쥐었다.“어젯밤 행사 사진 때문인가요?”“네. 홍보팀에서 경위서를 요구했어요. 그런데 이상한 게…… 단아 씨한테만 소명하라고 하네요.”단아는 대답 대신 침대 아래로 발을 내렸다가, 오른쪽 발뒤꿈치가 바닥에 닿는 순간 숨을 삼켰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남편에게 길가에 버려진 뒤 생긴 상처는 아직 제대로 아물지 않았고, 어젯밤 행사장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던 탓에 다시 벌어진 듯했다.아침에 일어나면 조금 나아져 있을 줄 알았는데, 밤새 양말에 달라붙었던 상처가 움직일 때마다 따끔거렸다.“단아 씨, 듣고 있어요?”“네, 듣고 있어요. 그런데 제가 뭘 소명해야 하는지 정확하게 적혀 있나요?”“행사장에서 부적절한 행동을 해서 회사 이미지가 손상됐다는 내용이에요. 사진 속에서 무릎을 굽히고 있는 사람이 단아 씨잖아요. 누가 누구한테 잘못했다는 건지 모르겠어요.”단아는 협탁 위에 놓인 물컵을 집으려다가 손을 멈췄다.컵 옆에는 결혼반지가 놓여 있었다.어젯밤 집에 돌아와 손을 씻으면서 잠시 빼놓은 것이었다. 반지 안쪽에는 결혼 날짜가 작게 새겨져 있었고, 그 아래로 두 사람의 이름 첫 글자가 나란히 들어가 있었다.삼 년 전 강도윤은 그 반지를 직접 끼워 주었다.그날 그는 단아의 손가락을 한참 바라보다가 반지가 헐거워지면 다시 맞추러 가자며 웃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맡겨 놓은 사람처럼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감싸 쥐던 남자였다.그런데 이제 그 남자는 자신의 아내가 다른 여자의 구두를 닦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돌아섰다.단아는 반지를 집어 손가락에 끼웠다.“민주 씨, 사진 원본은 확보할 수 있을까요? 지금 돌아다니는 사진만으로는 앞뒤 상황을 확인하기 어려울 것 같아서요.”“제가 알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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