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병원에서는 누구보다 엄격한 교수와 살아남아야 하는 레지던트. 병원 밖에서는 서로의 가족과 맞선 취향까지 알아버린 남자와 여자. 연애보다 수술이 쉬운 외과 교수와, 교수의 마음보다 환자의 상태를 먼저 알아보는 레지던트의 살벌하고 엉큼한 병원 로맨스가 시작된다.
Ver más# 1화. 맞선 상대가 교수님
한소이는 병원에서 사람의 목숨보다 무서운 것이 딱 두 가지라고 생각했다.
첫 번째는 새벽 네 시에 울리는 응급 호출.
두 번째는 어머니에게서 걸려 오는 부재중 전화 일곱 통.
그리고 오늘, 그 두 번째 것이 결국 사고를 쳤다.
“소이야, 오늘만 나가 봐. 진짜 마지막이야.”
마지막이라는 말을 믿은 게 잘못이었다.
김정숙 여사가 말하는 마지막 맞선은 계절마다 돌아왔다. 봄에는 벚꽃처럼, 여름에는 장마처럼, 가을에는 환절기 감기처럼 찾아왔다. 겨울이 되면 이번 해만 넘기지 말자는 절박함까지 더해졌다.
소이는 호텔 레스토랑 입구에 서서 휴대전화를 노려봤다.
[엄마: 상대방 벌써 도착했대.]
[엄마: 사진보다 훨씬 잘생겼다고 하더라.]
[엄마: 말실수하지 말고.]
[엄마: 직업도 안정적이야.]
[엄마: 의사래.]
마지막 문장을 읽은 소이의 미간이 깊게 좁아졌다.
의사?
같은 업종은 피하고 싶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병원에서는 하루 열여섯 시간씩 의사들 틈에 끼어 살았다. 쉬는 날까지 의사와 마주 앉아 간 수치, 콜레스테롤, 당직 횟수 따위를 공유하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지금은 연애할 때가 아니었다.
청명대학교병원 인턴 생활도 막바지였다. 일반외과 레지던트 지원서는 이미 제출했고, 며칠 뒤면 면접이 시작될 예정이었다.
인턴보다 더 지독하다는 외과 레지던트 생활이 눈앞이었다.
운이 나쁘면 잠도 못 자고 밥도 못 먹고 사랑도 못 한다.
아니, 사랑은 지금도 못 하고 있었다.
소이는 한숨을 삼키며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갔다.
직원이 창가 쪽 자리를 안내했다. 하얀 테이블보와 반짝이는 와인 잔, 지나치게 차분한 클래식 음악까지 모두 부담스러웠다.
상대는 아직 오지 않은 듯했다.
소이는 의자에 앉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냈다. 상대방의 사진을 확인하려 했지만 어머니가 보낸 파일은 이미 대화창 아래로 한참 밀려 있었다.
굳이 찾지 않았다.
오늘의 목적은 간단했다.
예의를 지키며 식사를 마치고, 서로 좋은 분 만나시라는 덕담을 건넨 뒤, 최대한 빠르게 귀가하는 것.
결혼은 근무 외였다.
연애도 근무 외였다.
지금 한소이에게 근무 외 시간은 수면을 위해 존재했다.
“한소이 씨?”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머리 위에서 떨어졌다.
소이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며 고개를 든 순간, 입가에 걸어 두었던 영업용 미소가 그대로 굳었다.
키가 큰 남자였다.
검은 정장 위로 반듯하게 떨어지는 코트, 흐트러짐 없이 넘긴 머리, 상대를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사소한 실수까지 찾아낼 것 같은 눈.
소이는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정확히는, 저 얼굴을 모르는 청명대학교병원 인턴이 드물었다.
간담췌외과 부교수 윤재혁.
수술 실력은 국내 최고 수준.
성격은 국내 최악 수준.
회진 중 전공의에게 질문을 던진 뒤 대답을 기다리는 삼 초 동안 병동의 실내 온도를 낮춘다는 사람.
한 번은 수술 준비가 늦었다는 이유로 레지던트 한 명을 눈빛만으로 울렸다는 전설도 있었다.
그 전설의 주인공이 지금 소이의 맞은편 의자를 빼고 있었다.
소이는 멍하니 서 있었다.
윤재혁이 의자에 앉다 말고 그녀를 올려다봤다.
“안 앉습니까?”
그 한마디에 무릎이 자동으로 접혔다.
소이는 의자에 바르게 앉았다. 손은 허벅지 위에 가지런히 올렸다. 병원에서 교수와 면담할 때 나오는 자세였다.
윤재혁의 시선이 그녀의 얼굴에서 손으로, 다시 얼굴로 천천히 움직였다.
“인턴 한소이.”
“네, 교수님.”
대답이 튀어나온 뒤에야 소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망했다.
맞선 자리에서 상대를 교수님이라고 불렀다.
윤재혁의 한쪽 눈썹이 아주 조금 올라갔다.
“여기 병원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교수님이라고 합니까?”
“습관입니다.”
“나랑 대화한 적도 없는데?”
“멀리서 많이 뵀습니다.”
“내가 연예인입니까?”
“그런 의미가 아니라 교수님께서 워낙 유명하셔서요.”
소이는 입을 다물었다.
긴장하면 말이 많아지는 습관이 또 튀어나왔다.
그의 유명세 중 절반 이상이 악명이라는 설명까지 보탤 뻔했다.
윤재혁은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메뉴판을 펼쳤다.
“뭐 먹습니까?”
“저는 괜찮습니다.”
“저녁 시간에 식당까지 와서 안 먹겠다는 겁니까?”
“입맛이 조금 사라져서요.”
“나를 보고?”
“그건 아닙니다.”
너무 빨리 부정했다.
누가 들어도 그것 때문이었다.
소이는 물잔을 들어 입술에 댔다. 아직 물을 따르지도 않은 빈 잔이었다.
조용히 내려놓으려 했지만 유리잔 바닥이 테이블과 부딪치며 또각 소리를 냈다.
윤재혁의 시선이 빈 잔에 머물렀다.
소이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메뉴판을 폈다.
글자가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맞선 상대가 윤재혁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소이는 일반외과에 지원했다.
합격하면 적어도 몇 달은 윤재혁이 있는 과에서 근무해야 했다. 최악의 경우 직속으로 배정될 수도 있었다.
오늘 맞선을 망치면 결혼만 망치는 게 아니었다.
레지던트 인생까지 함께 망칠 가능성이 있었다.
소이는 메뉴판 위로 조심스럽게 눈만 들었다.
윤재혁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다. 놀라거나 당황한 기색조차 없었다.
그게 더 무서웠다.
혹시 이미 자신을 기억하고 있었던 걸까.
인턴 한 명의 이름을 저 사람이 어떻게 알았지?
지난달 응급 수술 때 혈액을 잘못된 엘리베이터로 옮긴 일 때문인가. 아니면 회진 중 환자 침대 뒤에 숨어 김밥을 먹다가 들킨 일 때문인가.
둘 다 아니기를 간절히 바랐다.
직원이 다가와 물을 따르고 주문을 받았다.
윤재혁은 스테이크를 주문했다.
소이는 가장 빨리 먹고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파스타를 골랐다.
직원이 사라지자 다시 정적이 내려앉았다.
소이는 무릎 위에서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이 상황을 끝낼 사람은 자신뿐이었다.
“교수님.”
윤재혁이 눈을 들었다.
“윤재혁 씨라고 불러도 됩니다.”
“그건 조금 어려울 것 같습니다.”
“왜죠?”
“내일 병원에서 마주치면 오늘 일을 떠올릴 것 같아서요.”
“이미 떠올리고 있는 것 같은데.”
정곡이었다.
소이는 목을 가다듬었다.
“사실 저는 오늘 맞선에 큰 뜻을 두고 나온 게 아닙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시군요.”
생각보다 순조로웠다.
소이는 용기를 얻어 말을 이었다.
“서로 바쁘고, 같은 업종이고, 무엇보다 직장도 같으니까요. 괜히 불편한 상황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는 게 어떨까요?”
윤재혁이 물잔을 들었다.
그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맑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뒤 잔을 내려놓는 동작까지 지나치게 느긋했다.
소이는 그 짧은 침묵 동안 자신의 레지던트 지원서가 찢어지고, 이름 옆에 불합격 도장이 찍히며, 지방의 어느 병원으로 쫓겨나는 장면까지 상상했다.
마침내 그가 입을 열었다.
“좋습니다.”
소이의 얼굴이 환해졌다.
“정말요?”
“나도 이 자리가 편한 건 아니니까.”
“감사합니다.”
“다만.”
역시 쉽게 끝날 리 없었다.
윤재혁이 테이블 위에 팔을 올렸다. 몸이 조금 앞으로 기울었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졌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져 볼 때도 위압적인 사람이었다. 가까이에서 마주하니 검은 눈동자가 생각보다 더 깊었다.
소이는 자신도 모르게 등을 의자에 붙였다.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어떤...”
“인턴 한소이.”
그가 다시 정확하게 이름을 불렀다.
병원에서 교수에게 이름이 불렸을 때 좋은 일이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네.”
“일반외과에 지원했더군.”
소이의 손가락이 굳었다.
지원자 명단이 벌써 교수들에게 넘어간 모양이었다.
윤재혁은 그녀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그러니까 묻는 겁니다.”
그의 시선이 소이에게 곧게 꽂혔다.
“나를 보자마자 도망치고 싶어 하는 사람이, 왜 내 과에 지원했지?”
# 외전 5화. 이번에는 가족이 먼저입니다윤재혁의 어머니를 만나기로 한 날.한소이는 약속 시간보다 삼십 분이나 일찍 호텔 로비에 도착했다.지난번 윤재혁과 맞선을 봤던 곳과 같은 호텔이었다.처음에는 서로를 가장 빨리 잊고 싶어 했고, 두 번째에는 정식으로 다시 만나기로 약속했다.오늘은 양쪽 가족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앉을 예정이었다.“왜 하필 여기예요.”소이는 로비 소파에 앉아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윤재혁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정확히는 약속 시간까지 이십칠 분이나 남아 있었으니 늦은 것도 아니었다.그런데 혼자 기다리고 있으니 온갖 생각이 들었다.어머니가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할까.교수와 전공의라는 관계를 문제 삼으면.나이 차이가 크다고 걱정하면.혹시 결혼 이야기를 너무 빨리 꺼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긴장하자 생각이 많아졌고, 생각이 많아지자 말하고 싶은 문장들이 머릿속에 쌓였다.“한소이 씨.”익숙한 목소리에 소이가 고개를 들었다.윤재혁이 검은 정장 차림으로 다가오고 있었다.그의 뒤에는 윤서진이 꽃다발을 들고 따라왔다.“왜 둘이 같이 와요?”“오빠가 아침부터 너무 긴장해서 감시하러 왔어요.”서진이 대신 대답했다.“제가 긴장했다고 말한 적 없습니다.”“넥타이 세 번 바꿨잖아.”소이는 윤재혁의 넥타이를 바라봤다.짙은 남색 바탕에 작은 무늬가 들어간 것이었다.“잘 골랐네요.”“첫 번째가 더 나았어.”서진의 말에 윤재혁의 미간이 좁아졌다.“그럼 그때 말했어야지.”“오빠가 물어봤어?”“네 의견이 필요해서 보여 준 거잖아.”“같이 결정해야지. 보여 주기만 하면 어떻게 알아?”소이는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 웃음을 터뜨렸다.“이제 재혁 씨도 당하네요.”“한소이 씨가 가르친 방식입니다.”그는 소이의 손에 들린 가방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었다.“언제 왔습니까?”“방금요.”윤재혁의 시선이 얼굴 오른쪽으로 향했다.소이는 반사적으로 눈썹을 눌렀다.“십 분 정도 됐어요.”“메시지는 왜 안
# 외전 4화. 남자 친구의 보호자 면담토요일 오후 네 시 오십 분.윤재혁은 한소이의 본가가 있는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차를 세운 뒤 시동을 끄지 못했다.소이는 조수석에 앉아 그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도착했어요.”“알고 있습니다.”“그런데 왜 안 내려요?”“준비 중입니다.”“마음의 준비요?”“네.”윤재혁은 룸미러로 자신의 넥타이를 확인했다.평소 병원에서도 흐트러진 모습을 보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집을 나선 뒤 벌써 네 번째로 매듭을 만지고 있었다.소이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눌렀다.“그만 만져요. 그러다 목 졸리겠어요.”“많이 이상합니까?”“넥타이는 안 이상해요.”“그럼요?”“재혁 씨가 너무 긴장했어요.”그는 부정하지 않았다.차량 뒷좌석에는 과일 바구니와 꽃, 견과류가 들어가지 않은 수제 양갱 세트가 놓여 있었다.처음에는 건강식품을 사겠다고 했고, 소이가 말렸다.그다음에는 한우를 준비하려 했고, 그것도 거절당했다.결국 김정숙이 좋아한다는 꽃과 함께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선물만 골랐다.그 과정에서 소이는 같은 말을 열 번 넘게 했다.“엄마 수술받는 거 아니에요.”그때마다 윤재혁은 같은 대답을 했다.“수술보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지금도 그렇게 생각하는 얼굴이었다.“재혁 씨.”“네.”“엄마가 무슨 말을 해도 바로 잘못했다고 하지 마요.”“내가 잘못한 일이라면 인정해야 합니다.”“그건 맞는데, 우리 엄마는 질문하면서 답을 정해 놓는 사람이에요.”“한소이 씨와 비슷하군요.”소이의 눈이 가늘어졌다.“지금 들어가기 전에 싸울래요?”“아닙니다.”윤재혁은 바로 안전벨트를 풀었다.“가죠.”“도망 안 가고요?”“도망갈 생각 없습니다.”그가 뒷좌석의 선물을 챙겼다.소이는 차에서 내리며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제가 옆에 있을게요.”윤재혁이 소이를 바라봤다.병원에서 환자 보호자에게 위험한 수술을 설명할 때도 흔들리지 않던 눈빛이 조금 부드러워졌다.“네.”“그러니까 너무 무서워하지 마요
# 외전 3화. 맞선 주선자의 사후 관리한소이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침대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커튼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방바닥에 길게 번져 있었다.소이는 베개 옆에 놓인 휴대전화를 더듬어 시간을 확인했다.오후 한 시 십이 분.“한 시?”그녀는 벌떡 일어나다가 이마를 감쌌다.밤샘 근무를 마치고 오전에 잠들었으니 오래 잔 것은 아니었다.문제는 오후 다섯 시가 마지막 입장 시간이었던 전시회였다.씻고 준비한 뒤 이동하면 늦지는 않겠지만, 식당 예약까지 맞추려면 시간이 빠듯했다.소이는 침대에서 내려와 거실로 나갔다.주방 쪽에서 규칙적인 칼질 소리가 들렸다.회색 티셔츠를 입은 윤재혁이 도마 앞에 서 있었다.식탁에는 달걀과 샐러드, 과일이 준비돼 있었다.소이는 주방 입구에 기대어 그 모습을 바라봤다.“뭐 해요?”윤재혁이 고개를 돌렸다.“깼습니까?”“네.”“몸은 괜찮고요?”“어깨가 조금 뻐근해요.”그의 시선이 즉시 소이의 어깨로 향했다.“어디가 불편합니까?”“밤새 일하고 소파에서 세 시간 자고, 여기서 또 잤으니 당연한 거예요.”“진통제 필요합니까?”“의사 말고 남자 친구처럼 물어봐요.”윤재혁은 칼을 내려놓고 소이에게 다가왔다.“많이 아픕니까?”“아니요.”“마사지해 줄까요?”소이가 눈을 가늘게 떴다.“해 본 적 있어요?”“해부학적 구조는 압니다.”“그건 믿음이 더 안 가는데요.”그의 손이 소이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닿았다.“여깁니까?”“조금 아래요.”윤재혁이 손가락으로 굳은 부위를 눌렀다.생각보다 정확한 위치였다.소이는 자신도 모르게 짧은 소리를 냈다가 입을 다물었다.그의 손이 바로 멈췄다.“아픕니까?”“시원해서 그런 거예요.”“계속해도 됩니까?”“네.”소이는 그의 가슴 쪽으로 등을 기대었다.따뜻한 손이 목 아래부터 어깨를 천천히 눌렀다.“전시회 갈 수 있겠습니까?”“당연하죠.”“피곤하면 가지 않아도 됩니다.”“그 말 하면서 예약 시간 계속 확인했죠?”윤재혁은 대답하지 않았다.소이
# 외전 2화. 잠만 자도 됩니까한소이가 눈을 떴을 때 휴게실 벽시계는 오전 여섯 시 십 분을 가리키고 있었다.삼십 분만 자겠다고 했는데 세 시간이 넘게 지나 있었다.그녀는 무언가에 기대어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윤재혁은 여전히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한 손에는 논문이 들려 있었고, 다른 팔은 소이의 어깨가 흔들리지 않도록 등받이 위에 걸쳐져 있었다.“왜 안 깨웠어요?”잠긴 목소리가 나오자 윤재혁이 논문을 내려놓았다.“잘 자고 있어서요.”“팔 안 저렸어요?”“저렸습니다.”“그런데 왜 그대로 있었어요?”“깨우지 말라고 할 것 같았습니다.”소이는 그의 오른팔을 붙잡았다.손끝이 차가웠고 손가락은 제대로 펴지지 않았다.“이건 참는 게 아니라 말하기로 했잖아요.”“자고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묻습니까?”“깨워서 물어보면 되죠.”“그럼 싫다고 했을 겁니까?”소이는 잠시 그의 어깨를 바라봤다.“조금만 더 자겠다고 했을 것 같아요.”“그래서 안 깨웠습니다.”“그게 또 혼자 판단한 거잖아요.”“이번 판단은 후회하지 않습니다.”소이는 그의 팔을 천천히 주물렀다.윤재혁의 시선이 자신의 손으로 내려오는 것이 느껴졌다.“감각은 있어요?”“조금씩 돌아옵니다.”“의사면서 신경 눌리게 계속 있었어요?”“영구 손상이 생길 정도는 아닙니다.”“그걸 어떻게 확신해요?”“한소이 씨 머리가 생각보다 가볍습니다.”“생각보다?”소이가 손을 놓자 그가 바로 팔을 움직여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칭찬이었습니다.”“실패했어요.”“다시 하겠습니다.”“어떻게요?”윤재혁이 소이의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정리했다.“오래 기대고 있어도 좋았습니다.”화가 나 있던 마음이 너무 쉽게 풀렸다.소이는 그의 손을 떼어 내지 않은 채 물었다.“환자분은요?”“새벽 네 시 이후로 혈압 안정적입니다. 추적 검사에서도 급격한 변화는 없었고요.”“직접 확인했어요?”“한소이 씨 팀에 물었습니다.”소이는 즉시 휴대전화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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