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11년 연애를 끝낸 서른아홉 한서윤. 더는 사랑 따위 하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녀 앞에 아홉 살 어린 남자 강이준이 나타났다. 잘생긴 얼굴에 능력까지 갖춘 서른 살 건축 디자인 스튜디오 대표. 그런데 이 남자, 이상하게 나한테만 애교가 많다. “누나, 나 오늘도 보고 싶었는데.” “이준 씨, 우리 그런 사이 아니잖아요.” “그럼 그런 사이 하면 되겠네.” 툭하면 보고 싶다고 하고, 틈만 나면 만나자고 조르고, 가끔은 심장이 멎을 만큼 진지한 눈빛으로 다가온다. “자꾸 선 넘지 말아요.” “누나가 허락한 만큼만 넘을게요.” 다시는 연애하지 않겠다던 결심이 무색하게, 어느새 그가 기다려지기 시작했다. 오래된 사랑에 지친 여자와 그녀를 매일 새롭게 설레게 만드는 직진 연하남의 달콤한 로맨틱 코미디.
View More수요일 아침.[이준 : 누나아! 좋은 아침!][이준 : 어제 멋있었다는 말, 아직 유효하죠?][서윤 : 칭찬에도 유효 기간이 있어?][이준 : 누나 칭찬은 평생 보관하려고요.]서윤은 웃음을 삼켰다. 휴대전화가 울리면 그를 떠올렸다.아홉 살 어린 남자. 연애할 마음도 없는데 자꾸 기다리게 됐다.[서윤 : 오늘도 잘하고 와, 이준아.][이준 : 충성! 오늘 업무 성과 두 배로 내겠습니다!]서윤이 혼잣말했다.“큰 강아지 같아, 정말.”토요일 오전, 플래그십 스토어 조사를 위해 찾은 꽃시장.서윤은 입구에서 이준을 발견했다. 베이지색 재킷에 도면 가방을 멘 그가 그녀를 보자 환하게 손을 흔들었다.“한 팀장님! 여기요!”직원들이 앞서가자 이준이 슬쩍 고개를 숙였다.“누나, 오늘 예쁘네요.”“강 대표님. 업무 중이거든요?”“그래서 작게 말했잖아요.”그가 옷깃을 매만졌다.“저도 오늘 꽤 신경 썼는데, 칭찬 없어요?”“응. 잘 어울려.”“아싸. 오전 목표 달성!”해맑은 미소에 서윤은 결국 웃었다.점검이 시작되자 이준은 달라졌다. 진열대 높이를 재고, 조명 때문에 꽃잎의 색이 달라 보이는 문제를 바로 짚었다.“입구는 낮은 화기를 세 구역으로 나누죠. 고객 동선도 넓어집니다.”“좋네요. 월요일 회의에 반영해 주세요.”“네, 한 팀장님.”그가 메모하는 모습을 보니 믿음직스러웠다.조사가 끝날 무렵, 안쪽 통로로 손수레가 들어왔다.“지나갑니다! 비켜주세요!”사람들이 움직이자 서윤이 옆으로 밀렸다.“어!”이준이 재빨리 서윤의 손을 잡아 중심을 잡아 주었다. 손이 닿은 건 잠깐. 그는 그녀의 손을 자기 팔꿈치 부근 소매로 옮겼다.“자, 여기 잡아요.”“응?”“제 소매요. 누나 잃어버리면 안 되니까.”“내가 무슨 어린애야?”“맞아요. 이렇게 큰 누나 잃어버리면 큰일이죠.”“강이준!”“하하! 자, 출발합니다. 한서윤 어린이!”서윤은 웃으며 그의 팔꿈치 부근 소매를 살짝 움켜쥐었다.그렇게 몇 걸음 걸었을 때였다.툭.
전송 버튼을 누른 지 십 초도 지나지 않았다.[서윤 : 응. 나도 보고 싶네.]화면에 적힌 자신의 문장을 바라보던 서윤은 뒤늦게 얼굴을 감쌌다.‘내가 왜 그랬지?’바로 그때 전화가 울렸다. 강이준.“여보세요?”— 누나. 방금 문자, 진짜예요?“뭐가?”— 나 보고 싶다는 거요.“빵 갖다준다니까 그렇지.”— 아, 크루아상이 보고 싶은 거였구나.목소리가 금세 축 처졌다. 서윤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반반.”— 네?“크루아상 반, 이준이 반.”수화기 너머에서 무언가 쿵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이준아?”— 괜찮아요. 너무 좋아서 책상에 무릎 좀 박았어요.“어휴, 조심 좀 해.”— 누나가 또 이준이라고 불렀다. 오늘 잠은 다 잤네.전화기를 붙든 채 웃던 서윤은 문득 생각했다. 민혁과 통화할 때 마지막으로 이렇게 웃은 게 언제였더라.다음 날 오전 여덟 시 사십 분.[이준 : 누나! 빵집 도착!][이준 : 크루아상이 세 종류인데 긴급회의 필요해요.]함께 온 사진에는 플레인, 아몬드, 초콜릿 크루아상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서윤 : 플레인 하나면 돼.][이준 : 알겠습니다. 나머지는 제가 책임질게요!]‘세 개 다 사겠다는 뜻이네.’서윤은 웃으며 옷장 문을 열었다. 편한 청바지에 흰 니트를 골랐다가, 거울 앞에서 머리를 풀어 내렸다.일부러 꾸민 건 아니었다. 다만 조금 예뻐 보이고 싶었다.오전 열 시, 회사 근처 작은 광장.멀리서 이준이 손을 흔들었다. 회색 후드티 위에 가벼운 재킷을 걸친 모습이었다. 한 손에는 빵 봉투, 다른 손에는 따뜻한 커피 두 잔.“누나아!”달려오던 이준이 그녀 앞에서 멈췄다.“왜 뛰어? 넘어지겠다.”“빨리 보고 싶어서요.”그는 환하게 웃다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왜?”“오늘…… 예쁘네요.”“어제도 그랬잖아.”“어제도 예뻤는데 오늘은 조금 달라요.”“뭐가?”“오늘은 저 보러 나온 거잖아요.”서윤은 대답 대신 커피를 받아 들었다. 괜히 손끝이 따뜻해졌다.두 사람은 광장 옆 벤
월요일 오전 7시 31분.-띠링-[이준 : 누나, 좋은 아침!][이준 : 어제 기다린다고 했으니까 1분도 안 늦었어요.]서윤은 알람보다 먼저 눈을 뜬 자신이 조금 우스웠다.[서윤 : 잘했네, 이준아.][이준 : 칭찬받았다! 오늘도 힘내서 돈 벌게요.][서윤 : 그 돈으로 밥 제대로 챙겨 먹고.][이준 : 네! 누나도요. 사랑... 아니, 좋은 하루요!]서윤은 마지막 문장을 두 번 읽었다.‘사랑이라니.’웃음이 났다가, 금세 마음이 복잡해졌다.점심시간, 사무실 탕비실.“팀장님, 주말에 소개팅 나가셨죠?”커피를 타던 지민이 장난스럽게 물었다.“왜 그렇게 생각해?”“요즘 휴대전화만 보면 웃으시잖아요.”서윤이 대답을 망설이자 지민이 눈을 반짝였다.“진짜 누구 있어요?”“그런 사이 아니야. 그냥 알아가는 사람이야.”“몇 살인데요?”“서른.”“우와, 아홉 살 연하?”지민의 탄성에 서윤이 얼른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쉿. 회사에서 소문낼 일 아니야.”“죄송해요. 근데 팀장님, 나이는 왜요? 잘 맞으면 좋은 거죠.”지민은 가볍게 웃고 나갔다.혼자 남은 서윤은 식어가는 커피를 내려다봤다.지민에게는 간단한 일이었다. 잘 맞으면 좋은 것.하지만 서윤은 서른아홉이었다. 이준은 이제 서른이었다.그가 서른다섯이 되는 날, 자신은 마흔넷이다.‘그때도 지금처럼 웃어줄까?’생각이 거기까지 닿자 서윤은 스스로에게 쓴웃음을 지었다.아직 사귀지도 않는 남자와 오 년 뒤를 걱정하다니.오후 5시 50분.퇴근하려던 서윤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 오늘도 고생했어요!“이준아. 너는 퇴근했어?”— 네. 오늘은 도현이가 저녁 사준대요. 제가 하루 종일 싱글벙글했다고요.“좋겠네.”— 누나도 같이 올래요? 아, 아니에요. 갑자기 오라면 부담스럽죠.평소 같으면 웃으며 받아쳤을 말이었다.그런데 오늘은 쉽게 웃음이 나지 않았다.“이준아.”— 네?“너는 왜 나를 좋아해?”잠깐 정적이 흘렀다.— 갑자기 면접이에요?“장난 말고.”이준
일요일 오전 8시 36분.서윤은 휴대전화를 들었다 놓기를 세 번째 반복했다.어젯밤 이준의 목소리가 자꾸 떠올랐다.‘내일은 누나가 먼저 연락해 주면 안 돼요?’평소라면 별생각 없이 보냈을 인사가 오늘은 유난히 어려웠다.‘먼저 연락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서윤은 마침내 메시지를 적었다.[서윤 : 이준아, 잘 잤어?]전송.그녀는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가 곧 다시 집어 들었다.아직 읽지 않았다.‘설마 자고 있나?’그때 화면에 부재중 전화가 떴다. 이준이었다.곧 메시지가 쏟아졌다.[이준 : 누나!!!, 저 지금 너무 좋아서 전화 잘못 눌렀어요.][이준 : 아침부터 심장 공격하면 반칙인데요?]서윤이 웃음을 터뜨렸다.[서윤 : 어제 먼저 연락해 달라면서.][이준 : 그랬죠. 근데 진짜 해줄 줄은 몰랐죠.][서윤 : 그럼 내일부터 안 할게.][이준 : 안 돼요! 취소! 제가 잘못했어요!]뒤이어 두 앞발을 모으고 있는 강아지 이모티콘이 도착했다.‘정말 귀여워.’서윤은 베개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웃었다.오전 열한 시.서윤은 집 근처 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다. 오랫동안 미뤄두었던 주말의 작은 계획이었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누나, 뭐 해요?“서점 왔어.”— 책 좋아해요?“응.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잘 못 읽었지만.”— 그럼 오늘은 책 많이 봐요. 방해 안 할게요.잠깐 망설이던 서윤이 물었다.“이준이는 뭐 해?”— 저요? 도현이랑 사무실에서 모형 만들고 있어요.“일요일인데?”— 금요일에 누나한테 멋있어 보였으니까 더 열심히 하려고요.“또 그 얘기야?”— 근데 누나, 방금 ‘이준이는’이라고 했죠?서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와, 나 오늘 진짜 복권 당첨된 기분이에요.“그 정도야?”— 네. 누나가 먼저 연락해 주고, 지금은 제 얘기도 궁금해하고.서윤은 책등을 손끝으로 쓸었다.그저 안부를 묻는 일이 누군가에게 이렇게 기쁜 일이 될 수도 있구나.“점심은 먹었어?”— 아직요.“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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