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그래서 정식으로 확인 요청을 남기려고 해요. 제가 작성하지 않은 문서가 제 이름으로 올라왔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나중에는 정말 제가 작성한 것으로 남을 테니까요.”민주는 한숨을 내쉬며 단아의 옆에 앉았다.“제가 확인할 수 있었던 수정 이력은 따로 메모해 뒀어요. 다만 전체 기록은 정보보안팀 승인이 있어야 볼 수 있으니까, 그 부분은 정식 절차로 요청해야 해요.”“그렇게 해 주세요. 민주 씨까지 곤란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요.”단아는 감사의 뜻으로 민주의 손을 잠깐 잡았다가 놓았다. 자신의 일 때문에 다른 사람까지 불이익을 받게 하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지금은 누가 어떤 일을 했는지 차근차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그때 복도 끝에서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유리야, 그렇게 급하게 걷지 마. 아까부터 발이 불편하다며.”단아는 무심코 고개를 들었다.강도윤이 한유리와 함께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유리는 조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게 걷고 있었으면서도 도윤의 말이 끝나자 발목을 가볍게 만지며 걸음을 늦췄다.“괜찮아요, 도윤 씨. 어제 행사장에서 오래 서 있어서 조금 뻐근한 것뿐이에요. 이 정도로 일정을 바꾸면 다른 분들께 미안하잖아요.”“몸이 불편하면 쉬어야지. 그런 걸 왜 참아?”도윤은 곧바로 뒤따르던 비서를 돌아보았다.“한유리 씨 오후 일정은 전부 조정하세요. 급한 업무가 있으면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오늘은 무리하지 않도록 해요.”“알겠습니다, 대표님. 바로 조정하겠습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단아는 구두를 다시 신으려던 손을 멈췄다.유리는 발목이 조금 뻐근하다는 말만 했는데도 남편은 곧바로 일정을 바꾸라고 지시했다. 반면 자신은 상처에서 피가 날 만큼 아픈 발로 직원들 앞에 서 있었고, 병원에 가야 한다고 미리 말했는데도 끝까지 회의에 참석해야 했다.도윤은 그제야 의자에 앉아 있는 단아를 발견했다.그의 시선이 벗어 놓은 구두와 피가 묻은 양말에 잠깐 머물렀다. 단아는 남편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
“다만 서단아 씨는 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사 관련 업무에서 제외합니다. 외부 관계자와의 연락도 중단하고, 관련 자료를 임의로 반출하거나 다른 직원에게 전달하지 마세요.”단아는 도윤을 바라보았다.조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업무에서 제외한다는 결정이었다.그것은 단순한 주의가 아니었다.그녀가 담당해 온 업무와 기록에 접근할 권한을 잃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제가 관련 업무에서 제외되면 지금까지 작성한 자료는 누가 관리하게 됩니까? 업무 인계가 필요하다면 기록을 남겨 주셨으면 합니다.”“그건 회사가 판단할 일입니다. 본인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에요.”“제가 작성한 투자 보고서도 포함됩니까? 해당 자료는 작성 경위와 수정 내역을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도윤의 표정이 굳었다.그 보고서는 이미 한유리의 성과로 소개된 문서였다.단아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리고 지금 그 문제까지 다시 꺼내면 남편이 더 화를 낼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묻지 않을 수 없었다.“제 업무를 다른 사람이 인수한다면 누가 어떤 자료를 넘겨받았는지 기록해 주십시오. 나중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일은 없었으면 합니다.”도윤은 한참 동안 그녀를 바라보았다.“서단아 씨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잘 모르는 것 같군요. 이 상황에서도 본인 업무에 대한 권리부터 주장할 생각입니까?”“제 처지가 어떤지는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해 온 일과 앞으로 인계할 업무를 정확하게 기록해 달라는 겁니다.”***회의가 끝났을 때 단아는 오른발에 제대로 힘을 줄 수 없었다. 직원들이 하나둘 흩어지는 동안에도 그녀는 곧장 움직이지 못하고 벽 쪽으로 물러나 의자에 몸을 낮췄는데, 그제야 구두 안쪽에서 느껴지던 축축한 감촉이 단순한 땀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단아 씨, 얼굴이 왜 이렇게 하얘요? 아까부터 걸음걸이가 이상하더니, 혹시 발이 더 아파진 거예요?”급하게 다가온 정민주가 단아의 옆에 쪼그려 앉았다. 그녀는 단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구두 뒤축에 번진 붉은 얼룩을
“여보라고 부른 건…….”말을 끝내지 못했다.무엇을 설명해야 할까.저 사람이 자신의 남편이라는 사실을?삼 년 동안 같은 집에서 살았고, 같은 침대에서 잠들었으며, 아플 때면 서로의 이마를 짚어 주던 사이라는 사실을?그 모든 시간을 지금 이 자리에서 증명해야 하는 걸까.도윤은 단아의 침묵을 기다려 주지 않았다.“공적인 자리에서 부적절한 호칭을 사용한 것에 대해 사과하세요. 다른 직원들도 지켜보고 있으니 분명하게 말씀하시죠.”단아는 남편을 올려다보았다.“제가 당신을 그렇게 불렀다는 이유로, 지금 여기서 사과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직원들 앞에서 업무 질서를 흐트러뜨렸습니다. 다시 말하게 하지 마세요.”단아는 말을 멈췄다.당신을 남편이라고 부른 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고 묻고 싶었다.그러나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자신이 지켜 온 결혼의 마지막 남은 부분까지 남편에게 짓밟힐 것 같았다.유리가 옆으로 다가왔다.“단아 씨, 그냥 사과하면 되잖아요. 대표님도 회사에서 원칙을 지키려는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일을 어렵게 만들 필요는 없잖아요.”그녀의 목소리는 상냥했다.그러나 단아에게만 들릴 만큼 가까이 다가온 뒤에는 조금 다른 말을 속삭였다.“여기서 굳이 아내인 척할 필요는 없잖아요.”단아는 유리를 바라보았다.유리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미소 지었다.그 순간 단아는 확실히 알았다.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 유리가 두 사람의 관계를 잘 알고 있었다.알면서도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도윤은 유리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하는 것인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서단아 씨,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더는 시간을 끌지 말고 사과하세요.”단아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가슴이 아팠다.그런데 그 아픔보다 더 선명한 것은 오른쪽 발뒤꿈치에서 올라오는 통증이었다.오랫동안 서 있는 사이 양말 안쪽이 축축해졌다.상처가 다시 벌어진 것 같았다.그녀는 자신을 바라보는 직원들의 얼굴을 하나씩 보았다.아침에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
사람들이 조용해졌다.“회사에서는 행사 운영에 참여한 직원에게 경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만, 소명 과정에서 협조가 원활하지 않아 이 자리에서 직접 설명을 듣기로 했습니다.”그의 시선이 단아에게 향했다.“서단아 씨, 앞으로 나오세요.”단아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오른발을 디딜 때마다 통증이 올라왔지만, 사람들이 보고 있는 앞에서 절뚝거리지 않으려고 애쓰지는 않았다.아픈 발을 숨긴다고 다치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그녀가 앞으로 나오자 유리가 도윤의 옆으로 다가갔다.유리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단아를 바라보았다.“많이 힘들죠? 그래도 오늘은 오해를 풀고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어요. 나도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거든요.”단아는 유리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도윤이 입을 열었다.“사진 속 행동이 회사의 공식 지시였습니까? 아니면 본인이 상황을 판단해서 한 행동입니까?”“행사 진행 중 한유리 씨의 요구를 받고 한 행동입니다. 제가 먼저 구두를 닦겠다고 나선 것은 아닙니다.”주변에서 작은 웅성거림이 일었다.유리가 놀란 듯 가슴에 손을 얹었다.“단아 씨, 그렇게 말하면 내가 억지로 시킨 것처럼 들리잖아요. 나는 구두가 더러워졌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걸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곤란해요.”“구두가 더러워졌다고 말씀하신 뒤 제게 직접 닦으라고 하셨습니다. 그 자리에 다른 분들도 계셨고요.”유리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도윤이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그만하세요. 여기는 개인적인 감정을 풀어놓는 자리가 아닙니다.”“대표님, 저는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사진에 찍힌 행동만으로 제 책임을 판단하시면—”“그만하라고 했습니다. 회사 행사에 참석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행동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판단할 책임이 있습니다.”단아는 입술을 다물었다.도윤은 그녀가 말을 멈춘 것을 확인하고 다시 직원들을 향했다.“특히 외부 손님이 많은 자리에서는 사소한 행동 하나가 회사 전체의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 점을 충분히 고려했어
그때 문이 다시 열렸다.강도윤이었다.***도윤은 회의실에 들어오면서도 단아를 보지 않았다.비서에게 서류를 건네받아 몇 장 넘긴 뒤 상석에 앉았다.“홍보팀장과 인사팀은 준비됐습니까?”“두 부서 모두 대기 중입니다. 필요하시면 바로 참석하도록 하겠습니다.”도윤이 고개를 끄덕였다.단아는 맞은편에 앉은 남편을 바라보았다.짙은 남색 정장에 흰 셔츠, 단정하게 정리한 넥타이.아침마다 그녀가 골라 주던 차림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한때는 저 넥타이가 조금 비뚤어져 있으면 손을 뻗어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 도윤은 그럴 때마다 그녀의 허리를 잡아당기며 출근하기 싫게 만든다고 투덜거렸다.지금 그 사람은 단아와 눈을 마주치는 일조차 피하고 있었다.“서단아 씨, 사진은 확인했습니까? 회사 공식 행사에서 그런 모습이 촬영돼 돌아다니는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듣고 싶군요.”“사진은 확인했습니다. 다만 누가 촬영했고 어떤 경로로 유포했는지, 사진이 찍히기 직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도윤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지금 회사에 필요한 건 책임을 떠넘기는 일이 아닙니다. 논란이 더 커지기 전에 상황을 정리하는 게 우선이에요.”“저도 상황을 정리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그런데 소명 요청서에는 제 책임을 확인하겠다고 되어 있어서요. 사실관계부터 정확히 밝혀 주셨으면 합니다.”“서단아 씨, 말꼬리 잡지 마세요. 회사가 어떤 상황인지 모르지 않을 텐데, 본인 입장만 내세워서야 되겠습니까?”유리가 옆에서 한숨을 쉬었다.“도윤 씨, 너무 화내지 마요. 단아 씨도 많이 놀라서 그러는 것 같으니까,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되잖아요.”도윤은 유리에게만 고개를 돌렸다.“당신은 괜찮아? 어제 일 때문에 많이 신경 쓰였을 텐데.”“나는 괜찮아요. 괜히 나 때문에 회사에 피해가 간 것 같아서 속상할 뿐이지.”“당신 잘못 아니야. 그런 일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그 말이 너무도 빠르게 나왔다.단아는 자신도 모르게 남편의 얼굴을 바
전날 전달받은 행사 진행표, 좌석 배치표, 참석자 명단, 홍보팀 협조 요청 메일이 차례로 나타났다. 그녀는 파일을 하나씩 확인하며 시간을 적었고, 어떤 지시가 언제 내려왔으며 누구에게 전달되었는지 구분해 두었다.행사장에서 한유리의 구두를 닦으라는 요구를 받은 시점도 기억나는 범위 안에서 기록했다.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억지로 채우지는 않았다.그녀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단정해 버리면 나중에는 사실과 추측을 구분하기 어려워질 수 있었다.“단아 씨, 대표실에서 다시 연락이 왔어요. 열 시까지 오라고 하더니 지금 바로 올라오래요.”민주가 수화기를 내려놓으며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그리고 혼자 오라고 했어요. 제가 같이 가겠다고 했는데 안 된대요.”단아는 컴퓨터 화면을 저장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오른발을 디디는 순간 몸이 조금 기울었고, 민주는 놀라 얼른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괜찮아요? 병원에 다시 가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제보다 훨씬 심해 보이는데요.”“오늘은 꼭 가야 할 것 같아요. 대표실에서 얼마나 오래 걸릴지 모르겠지만, 끝나는 대로 진료를 받아 보려고요.”“그럼 대표실에도 말씀드려요. 다친 사람을 이렇게 불러 놓고 계속 기다리게 하면 어떡해요.”단아는 휴대전화를 들어 병원 예약 가능 시간을 확인했다.오후에 진료받을 수 있는 시간이 하나 남아 있었다. 예약 버튼을 누르자 확인 메시지가 떴고, 그녀는 그 화면을 저장한 뒤 대표실로 향했다.***대표실이 있는 층은 조용했다.두꺼운 카펫이 발소리를 삼켰고, 복도 끝에서는 비서들이 낮은 목소리로 통화하고 있었다. 단아가 도착하자 비서 한 명이 그녀를 회의실로 안내했다.“대표님께서 곧 오실 겁니다. 여기서 기다리세요.”“혹시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있을까요? 오후에 병원 예약이 있어서, 확인이 끝나는 대로 내려가야 합니다.”“정확한 시간은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우선 안에서 기다리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문이 닫혔다.단아는 회의실 의자에 앉았다.벽면에는 회사가 후원한 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