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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8-16 19:28:47

택시가 내 아파트 앞에 멈췄다.

나는 몇 초 동안 꼼짝도 하지 않은 채 가방을 꼭 끌어안고 있었다. 차창 너머로 도시의 불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었지만, 내 시선은 그 빛을 아무 의미 없이 스쳐 지나갈 뿐이었다.

기사님이 나를 돌아보았다.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나는 긴 악몽에서 막 깨어난 사람처럼 살짝 몸을 떨었다.

—감사합니다…

택시비를 지불한 뒤 차에서 내렸다.

차가운 밤공기가 얼굴을 스쳤지만, 가슴을 짓누르는 고통까지 덜어주지는 못했다.

나는 아파트 문을 열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현관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더 이상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나는 천천히 벽을 타고 미끄러져 내려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완전히 무너졌다.

밤새 억눌러왔던 울음이 마침내 터져 나왔다.

나는 참지 않고 울었다.

3년 동안 이어진 사랑을 잃어버린 것이 서러워서 울었다.

내 마음을 바쳤던 남자 때문에 울었다.

그리고 내 가장 친한 친구라고 믿었던 여자 때문에도 울었다.

둘 중 누가 나에게 더 큰 상처를 줬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고요하던 아파트 안에 갑자기 휴대전화 진동 소리가 울렸다.

나는 화면을 바라보았다.

엠마 콜린스.

전화를 받을 힘이 없었다.

잠시 후 전화가 끊겼다.

하지만 몇 초 뒤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

그리고 또 한 번.

네 번째 전화가 걸려왔을 때, 나는 결국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마리? 너 어디야? —엠마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입을 열었지만 아무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마리… 대답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순간, 애써 붙잡고 있던 모든 감정의 벽이 무너져 내렸다.

나는 그대로 울음을 터뜨렸다.

엠마는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전화기 너머로 그녀의 숨소리만 들려왔다.

그러다 그녀가 단호하지만 한없이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거기서 꼼짝도 하지 마. 내가 갈게.

그녀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전화를 끊었다.

---

30분도 채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내가 일어날 틈도 없이 엠마가 이미 아파트 안으로 들어왔다.

벽에 기대어 앉아 있는 나를 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

빨갛게 충혈된 눈과 눈물로 엉망이 된 얼굴.

그녀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엠마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줄리안이야?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목이 꽉 막힌 것처럼 아파서 제대로 말하기조차 힘들었다.

—그가… 나를 배신했어…

엠마가 그대로 굳어버렸다.

—뭐?

나는 고개를 숙였다.

—바네사와…

그녀의 눈이 커졌다.

—바네사 무어?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엠마는 너무 충격을 받은 듯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 애가… 네게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는지 믿을 수가 없어.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더 이상 아무런 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엠마는 조심스럽게 나를 품에 안았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품에 안기자 조금이나마 마음이 편안해졌다.

몇 분 동안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내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어 마음껏 울 수 있도록 가만히 있어 주었다.

한참 후 내 울음이 조금씩 잦아들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으로 갔다.

그리고 물 한 잔을 가져왔다.

—조금 마셔.

나는 떨리는 손으로 잔을 받아 몇 모금 마셨다.

엠마는 내 옆에 앉았다.

—마리, 넌 괜찮아질 거야.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내 인생 전체가 무너진 것 같아.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녀는 내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리고 손가락을 맞잡았다.

—무너진 건 네가 살고 있던 거짓말이야. 너는 여전히 여기 있어. 그리고 네 인생은 줄리안과 함께 끝나는 게 아니야.

그녀의 말은 얼어붙었던 내 마음을 조금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다.

끔찍했던 그날 밤 이후 처음으로, 나는 조금 더 편안하게 숨을 쉴 수 있었다.

엠마는 잠시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녀가 망설이고 있다는 것이 보였다.

—사실… 너한테 할 말이 하나 있어.

나는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인데?

—개인 비서를 구하고 있는 회사가 있어. 아주 좋은 자리야. 급여도 상당히 좋아.

나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엠마… 지금은 제대로 생각하는 것조차 힘들어. 면접을 보러 갈 자신도 없어.

엠마는 격려하듯 미소를 지으며 내 말을 끊었다.

—잃을 게 뭐가 있어?

그녀는 가방을 열어 우아한 명함 한 장을 꺼내 내 손에 올려놓았다.

나는 고개를 숙여 명함을 바라보았다.

테리 그룹.

순간 가슴이 꽉 조여 왔다.

나는 당장 그 명함을 돌려주고 싶었다.

—안 돼… 이건 불가능해.

엠마가 미간을 찌푸렸다.

—왜?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이제 그 가족과는 어떤 관계도 맺고 싶지 않아.

엠마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 차분하게 말했다.

—내 말 잘 들어. 줄리안이 네 미래까지 계속 좌지우지하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 이 일은 그 사람을 위한 게 아니야. 너를 위한 기회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줄리안의 성이 테리라는 이유만으로 이 기회를 거절한다면, 결국 그가 여전히 내 삶을 통제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나는 그에게 그런 승리를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명함을 바라보았다.

이번에는 그것을 돌려주지 않고 가방에 넣었다.

—면접은 언제야?

엠마의 얼굴이 곧바로 밝아졌다.

—내일 아침. 9시.

나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내일?

그녀는 작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리고 난 네가 할 수 있다는 걸 알아.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운명은 나에게 잠시 쉴 틈조차 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테리 그룹의 문 뒤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 단순한 결정이 내 인생을 영원히 바꿔 놓을 거라는 사실은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다음 날, 나는 강력하면서도 신비로운 한 남자를 만나게 될 테니까.

클라크 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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