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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Author: 마루콩
심원후는 분명 백초아를 놓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백초아와는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변명만 반복했다.

모든 건 강이주의 착각이고, 혼자서 만들어낸 망상일 뿐이라는 식이었다.

말다툼이 이어질수록 심원후의 말에는 점점 날이 섰고, 끝에 가서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 채 언성을 높이곤 했다.

강이주가 그렇게 말한 이상 도하늘도 더는 끼어들 수 없었다.

“대표님, 저는 대표님 편입니다.”

도하늘은 그렇게 말한 뒤 사무실을 나가 직원들에게 먼저 퇴근하라고 전했다.

조금 전까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던 회사는 이내 고요해졌다.

강이주는 혼자 사무실에 남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눈앞의 컴퓨터 화면에는 게임 ‘심쿵 다이어리’의 한 장면이 떠 있었다.

화면 속에는 커플룩을 입은 소년과 소녀가 만개한 복숭아나무 아래 나란히 서 있었다.

그 앞에는 복숭아꽃이 앉은 작은 그네가 놓여 있었다.

그네를 클릭하면 상호작용 장면이 재생된다.

흩날리는 복숭아 꽃잎 사이에서 소년이 그네를 밀고, 소녀는 환하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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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30화

    강이주가 막 짐을 전부 옮기고 나오자마자, 심원후의 비서가 곧바로 백초아를 데리고 들어와 사무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각종 화분과 초록 식물들, 공기청정기까지 하나둘씩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마치 온 회사에 공표라도 하듯 요란한 움직임이었다.이미 불만이 쌓여 있던 미스틱레벨 내부 분위기는 그 장면으로 인해 더욱 거칠어졌다.하지만 강이주가 한 번 눈빛을 주자, 모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돌렸다.누구도 더 이상 나서지 않았다.잠시 후, 심원후가 백초아와 함께 다시 미스틱레벨로 돌아왔다.심원후는 사무실 문 앞에서 말했다.“먼저 둘러봐. 마음에 안 드는 거 있으면 말하고.”백초아의 얼굴에는 환한 웃음이 번졌다.“다 마음에 들어. 전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야.”“원후야, 고마워. 괜히 나 때문에 번거롭게 한 건 아닌지 모르겠네.”그리고 덧붙였다.“나 예전에 프로그래밍도 배웠잖아. 오래돼서 좀 낯설 뿐이지, 다시 감 찾으면 이주 씨 일도 많이 도울 수 있을 거야.”백초아가 강이주의 이름을 입에 올리자, 심원후는 무심코 유리창 쪽을 바라봤다.강이주의 자리는 한쪽 벽면이 전부 투명 유리로 되어 있었다.밖에서는 안이 보이지 않지만, 안에서는 공용 사무 공간이 훤히 내려다보였다.심원후의 시선은 구석 자리에서 모니터를 바라보며 일에 집중하고 있는 강이주에게 멈췄다.간간이 동료들이 노트북을 들고 다가와 이야기를 나누면, 강이주는 하던 일을 멈추고 차분하게 설명해 줬다.심원후는 그런 강이주를 오래간만에 본다는 사실이 새삼스러웠다.심원후가 미스틱레벨에 직접 나오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처음 강이주가 게임 회사 미스틱레벨을 만들겠다고 했을 때도 심원후는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투자를 결정한 것도 사업성보다는 강이주와의 관계 때문이었다.돈을 벌든 말든, 심원후에게는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하지만 심원후는 알았다.강이주는 이 회사에 진심이었다.그래서 모든 걸 직접 챙겼고, 하나하나 신경 썼다.그때 심원후는 돈 좀 써서 강이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9화

    강이주는 백초아의 속셈을 모를 리 없었다.이런 수법을 백초아는 이미 여러 번 써먹었고, 심원후는 늘 그 수에 넘어갔다.하지만 강이주는 달랐다.심원후는 미간을 찌푸린 채 강이주를 바라봤다. 갈수록 이 여자를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심원후는 당연히 강이주가 기뻐할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 사무실로 옮기게 해 주겠다고 하면, 망설임 없이 받아들일 줄 알았다.사실 심원후가 자기 사무실을 내주겠다고 한 데에는 속내가 있었다.최근 백초아 때문에 강이주에게 소홀히 한 걸 알고 있었고, 이번 기회에 관계를 조금이라도 만회해 보려는 계산이었다.그런데 강이주는 고민조차 하지 않고 거절했다.이건 심원후의 예상 밖이었다.심원후의 눈빛이 서서히 차가워졌다.결국 단호하게 말했다.“네 사무실 물건 다 내 사무실로 옮겨. 이 방은 초아가 쓰는 걸로 하고, 이걸로 끝이야.”심원후는 더 이상 여지를 주지 않았다.그리고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을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뭣들 해? 강 대표 짐 옮기는 거 도와. 설마 내가 직접 나서길 바라는 건 아니겠지?”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이내 모두의 시선이 강이주에게 쏠렸다.강이주는 손짓으로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냈다.그리고 심원후를 바라봤다.“심 대표님, 지금 이건 결정이야? 최대 투자자라는 위치에서 나한테 사무실 비우라고 명령하는 거고?”강이주는 심원후의 대답을 기다렸다.그 말이 심원후의 귀에 몹시 거슬렸다.좋게 이야기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강이주는 단번에 상황을 권력 문제로 만들어 버렸다.‘왜 이렇게 말이 안 통하지?’심원후의 속이 점점 답답해졌다.차가운 얼굴로 말했다.“네가 어떻게 받아들이든 상관없어. 요즘 왜 이래? 꼭 그렇게 비꼬아야 해?”강이주는 시선을 거뒀다.“알겠어. 이해했어.”“심 대표님이 사무실을 내놓으라는데, 내가 무슨 자격으로 거절하겠어?”강이주는 곧바로 도하늘을 불렀다.“하늘 씨, 여기에 있는 직원 몇 명에게만 부탁해. 내 사무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8화

    월요일 아침, 강이주가 미스틱레벨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심원후가 백초아를 데리고 먼저 와 있었다.사무실 안에는 사람들이 제법 모여 있었고, 여기저기서 낮은 목소리로 웅성거리는 소리가 이어졌다.아직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도하늘의 목소리가 먼저 들려왔다.“심 대표님, 이건 강 대표님 오신 다음에 이야기하시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심원후의 표정은 좋지 않았다.그 옆에 선 백초아는 어딘가 억울한 기색을 띠고, 작은 목소리로 반복해서 말했다.“그만해요.”공기는 눈에 띄게 가라앉아 있었다.“무슨 일이야?”강이주는 사람들 사이를 지나 앞으로 나오며 굳어 있던 분위기를 끊었다.도하늘은 강이주를 보자마자 곧바로 다가왔다.“대표님, 오셨군요. 심 대표님이 대표님 사무실을 백초아 팀장님께 쓰게끔 한다고 하셔서요.”백초아의 갑작스러운 합류만으로도 내부 불만은 충분히 쌓여 있었다.그런데 출근하자마자 강이주의 사무실까지 내놓으라는 말이 나오자, 비서인 도하늘이 가장 먼저 반발했다.미스틱레벨의 다른 직원들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그래서 자연스럽게, 강이주 사무실 앞에서 심원후와 대치하는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었다.도하늘의 말을 들은 강이주는 고개를 들어 심원후를 바라봤다.강이주의 시선을 받은 심원후는 코끝을 만지며, 헛기침한 뒤 설명했다.“네 사무실이 북향 남향 다 트여 있고, 채광도 좋잖아. 초아한테 더 맞을 것 같아서.”강이주의 사무실은 넓었고, 볕도 잘 들었다.처음 이 사무실을 정할 때도, 심원후가 직접 강이주의 사무실로 골랐다.그때 심원후는 강이주가 기분 좋게 일해야 효율도 오른다며 웃었다.그런데 이제 와서 그 사무실을 백초아를 위해 내놓으라고 하고 있었다.강이주가 미스틱레벨을 위해 해 온 일들은,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그래서 심원후의 결정은 더욱 반감을 살 수밖에 없었다.강이주는 주변의 불편한 시선을 느끼며 심원후 뒤에 반쯤 숨어 있는 백초아를 힐끗 바라봤다.그리고 다시 심원후를 보며 입꼬리를 아주 옅게 올렸다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7화

    도하늘 역시 마음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심원후가 직접 백초아를 단체 채팅방에 초대했고, 또 직접 나서서 발표까지 한 이상, 그건 명백하게 백초아를 보호하겠다는 뜻이었다.심원후는 분명 백초아를 지켰다.하지만 그 방식은, 강이주의 체면을 밟고 올라선 보호였다.‘강 대표님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네.’‘이게 무슨 약혼자라는 사람이 할 짓이야.’도하늘은 옆에서 보기에도 강이주가 너무 억울하다고 느껴졌다.강이주는 조용히 숨을 내쉬며 말했다.“이미 벌어진 일이야. 하늘 씨도 개인감정은 일에 섞지 말고, 알겠지?”도하늘은 강이주의 말이 자신을 위한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네, 대표님. 알겠습니다. 그런데... 대표님은 괜찮으세요?]“괜찮아. 진짜로.”강이주는 웃으며 대답했다.강이주는 정말로 별다른 감정이 없었다.심원후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으니, 자신의 체면을 신경 쓰지 않는 것뿐이었다.‘체면이 돈이 되나?’게임이 예정대로 출시되고, 몇 달을 고생한 사람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었다.강이주에게는 팀원들의 수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훨씬 중요했다.통화를 마친 뒤, 강이주는 다시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그리고 직접 메시지를 남겼다.[전체 공지합니다. 새로운 팀원의 합류를 환영합니다. 또한 심 대표님의 지원 덕분에 게임이 일정에 맞춰 출시될 수 있게 된 점, 모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심 대표님은 미스틱레벨의 최대 투자자이고, 이번 결정에도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몇 달 동안 모두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이어 강이주는 다시 한번 메시지를 보냈다.[이 게임은 저 혼자 만든 게 아닙니다. 이 자리에 있는 모든 분의 노력과 시간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그래서 더 잘되길 바랍니다. 심 대표님의 뜻도 이해해 주시고, 함께 힘을 모아 주셨으면 합니다. 감사의 의미로 작은 이벤트 준비했습니다. 곧 출시니까 분위기 좀 살려 봅시다. 모두의 적극적인 호응과 참여 바랍니다.]강이주는 단체 채팅방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6화

    얼마 지나지 않아 강이주는 백초아에게서 또 다른 메시지를 받았다.이번에도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백초아와 심원후가 지나치게 가까워 보이는 사진이었다.강이주는 핸드폰 화면을 잠시 바라보다가 아무 표정 없이 그대로 캡처해 저장했다.그렇지만 마음속에는 어떤 파문도 일지 않았다.강이주는 감정의 흔들림 없이 해야 할 일을 계속해 나갔다. 집 문제는 이미 정리했고, 아직 손봐야 할 문제들이 남아 있었다.원래는 다음 날 사람을 만나기로 되어 있었지만, 이튿날 아침 일찍, 도하늘의 전화가 강이주를 깨웠다.강이주는 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기 너머로 도하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단체 채팅방 보셨어요?]“아니. 무슨 일인데?”강이주는 그제야 정신이 또렷해졌다.전화를 스피커로 전환한 뒤, 곧바로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이 채팅방은 과거 ‘심쿵 다이어리’ 게임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방장은 심원후였다.채팅방 안은 이미 소란스러웠다.누군가가 새로 추가된 뒤, 분위기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게임 테스트도 코앞인데, 갑자기 낙하산을 꽂아 넣는 게 말이 됩니까?][우리는 몇 달을 밤새워가며 작업했는데, 그 결과물로 남 좋은 일 시키는 거예요?][저는 강 대표님만 믿습니다. 강 대표님이 직접 말씀해 주세요.][저도 강 대표님만 믿어요.][저도요.][저도...]...[그래서 강 대표님은 어디 계신가요?][...]강이주는 채팅방에 쏟아지는 멘션을 확인하며 위로 스크롤을 올렸다.상황을 정확히 파악하려는 참이었다.그때 도하늘이 다시 말을 이었다.[심 대표님이 사람 하나를 갑자기 끌어들였어요. 그러고는 공개적으로 그 사람이 기획팀 팀장이라고 발표했어요.][기존 팀원들 다 반발 중이에요. 몇 달 동안 다 같이 고생했는데, 심 대표님이 마음대로 끼워 넣고, 기획팀장 이름도 그 사람으로 올린다고 하니까요.][대표님, 원래 테스트 정식 오픈 이후에 내부에서 기획팀장 선발하기로 했잖아요. 심 대표님은 왜 이런 결정을 한 거죠?

  • 전 남친 숙적과 혼인신고, 뭐 어때?   제25화

    장 여사는 여전히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는 듯 강이주에게 이것저것 당부했다.장 여사는 심원후가 다시 강중그룹을 도와준 것만 봐도 강이주가 이제 화를 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장 여사의 말을 듣는 동안, 강이주는 입술을 꼭 다물고 있었다.어떤 이야기들은 아무리 말해 봐도 장 여사와는 통하지 않는다는 걸 강이주는 이미 알았다.그래서 더 답답했다.강이주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장 여사는 다시 말했다.“내가 지금 너한테 말하고 있잖아. 듣고 있기는 하니?”강이주가 이런 태도를 보이자, 장 여사는 속이 타들어 갔다.혹시라도 딸이 자신의 말을 따르지 않을까 봐 장 여사는 다급한 마음에 강이주의 팔을 잡아당겼다.“말 좀 해 봐.”강이주는 장 여사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그 외의 말을 해 봐야 장 여사는 듣지 않을 게 뻔했다.강이주는 더 말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적어도 이렇게 하면, 귀는 좀 편해지니까.강이주는 심원후에게 일부러 잘 보일 생각은 없었지만, 장 여사의 부탁을 완전히 거절할 수도 없었다.결국 강이주는 절충안을 택했다.주방에서 옆에서 거들기만 했다.마지막 요리가 식탁에 올라갈 즈음, 심원후가 늦게 도착했다.심원후는 강이주를 한 번 보고는 말했다.“일이 있어서 좀 늦었어.”강이주는 고개만 끄덕였고, 굳이 할 말은 없었다.장 여사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띠었다.“괜찮아, 괜찮아. 딱 맞게 왔네. 자, 밥 먹자.”그러고는 강이주를 향해 말했다.“이주야, 원후 국 좀 떠 줘.”강이주가 움직이기도 전에 심원후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제가 할게요.”심원후는 직접 국을 떠서 먼저 강이주 앞에 내려놓았다.“이주야, 천천히 먹어.”그리고 다시 한 그릇을 떠서 장 여사에게 건넸다.“어머님도 드세요.”장 여사는 흐뭇한 표정으로 그릇을 받았다.“자네도 많이 먹어. 이제 우리 집도 자네 집이라고 생각하게. 편하게 먹어.”그러면서 장 여사는 강이주를 향해 계속 눈짓을 보냈다.심원후를 좀 더 챙기라는 신호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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