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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9화

Author: 주광
예진은 은주의 바에 갔던 그날 이후, 은근히 이런 ‘살짝 취한 기분’을 즐기게 됐다.

특히 이렇게 알딸딸한 상태에서 불꽃을 들자, 눈앞에 보이는 건 모두 영화 속 장면처럼 화려하게 보였다.

불꽃 하나에, 세상이 두 배로 반짝이는 기분이었다.

그 순간만큼은 마치 본능이 풀려난 듯, 예진은 불꽃을 손에 쥔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면서 마음껏 웃었다.

거리낌 없이 자유롭게 웃으면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술잔의 무늬를 더듬으면서, 민혁의 시선은 줄곧 예진을 놓치지 않았다.

예진의 어디로 향하든, 시선은 자동으로 따라가는 듯했다.

그 웃음을 바라보는 순간, 민혁은 묘한 착각에 빠졌다.

‘이렇게 마음껏 웃고, 하고 싶은 대로 사는 거야.’

‘그래... 이게 바로 고예진의 진짜 모습이지.’

‘어둠을 뚫고 피어난 한 줄기 빛처럼, 눈부시게 빛나면서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지.’

재하와 선아는 불꽃을 흔들면서 몰래 민혁 쪽을 흘끗 봤다.

민혁의 시선이 줄곧 예진을 향하고 있다는 걸 확인한 순간, 서로 눈빛을 주고받으며 ‘역시’라는 결론을 내렸다.

사실 바에서 봤을 때 이미 절반쯤 눈치를 챘지만, 오늘 확신이 굳어진 것이다.

선아가 다른 사람들과 여전히 신나게 노는 동안, 재하는 슬쩍 민혁 옆으로 다가와 술을 따라주었다.

자신도 잔을 채운 뒤, 의미심장하게 중얼거렸다.

“어이, 철벽인 서민혁도 드디어 싱글을 면하게 되는 거야?”

민혁의 입꼬리가 조금 더 올라갔다.

“싱글이 아닌 적이 없었는데.”

그 한마디에 재하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럼... 예진 씨가 바로...”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민혁이 손가락을 들어 ‘쉿’ 하며 말을 끊었다.

“그건 말로 하는 게 아니야. 느끼는 거지.”

재하는 눈을 반짝이며 예진 쪽을 다시 바라봤다.

재하도 이미 다른 시선으로 예진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분위기를 깨지 않기 위해서 그저 술잔을 비우고 민혁과 함께 앉아 있었다.

그때, 알딸딸한 표정의 예진이 손을 흔들었다.

“둘 다 뭐해요! 빨리 와서 같이 해요!”

그 모습을 본 재하는 한껏 ‘심쿵’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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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213화

    예진은 점점 더 알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좁혔다.민혁은 한참을 머뭇거리다 결국 고개를 돌리고 억지스러운 핑계를 꺼냈다.“제가 예진 씨의 변호사잖아요. 얼마나 애써서 이혼을 성사시킨 건데, 예진 씨가 지금 전 남편이랑 다시 잘 지낸다면... 그건 제 노력이 물거품이 되는 거지요.”예진은 그 말을 들으며 고개를 갸웃했다.‘뭐야, 이 변명은... 들으면 들을수록 어색한데...’하지만 금세 요점을 짚어냈다.“누가 제가 전남편이랑 다시 만난다 했어요? 서 대표님, 지금 제 말을 왜곡하시는 거예요?”민혁은 다시 예진을 똑바로 바라봤다.“그럼, 방금 전에 전남편을 왜 만난 거죠?”“그건...!”예진은 본능적으로 설명하려다, 곧바로 정신을 차렸다.“잠깐만요. 제가 어디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그게 왜 서 대표님 소관이에요?”“그게...!”민혁은 더는 말을 잇지 못했다. 스스로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상황은 확실히 선을 넘어선 간섭이었다.‘이럴 때 확실하게 말해야 하는데... 왜 입이 떨어지질 않지.’속으로 자신을 질타하던 순간,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은주의 메시지였다.[오빠, 예진이가 오늘 나한테 지금은 연애하고 싶지 않다고 했는데, 그게 무슨 뜻이야?]메시지를 보는 순간, 민혁은 얼어붙었다.‘뭐야... 은주가 이걸 왜 나한테 보내?’ ‘설마, 은주가 내가 예진한테 마음이 있다는 티를 냈나?‘아니면... 예진이 눈치는 챘지만, 비서라는 내 입장을 고려해서 직접 거절 못 하고 은주한테 빗대어 말한 건가?’‘그래서 은주를 통해 내게 전하라고 한 건가?’민혁의 머릿속에서 수많은 가정이 스쳐 지나갔다.그는 얼굴이 점점 굳어졌고, 막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던 말도 꿀꺽 삼켜졌다.예진은 그런 민혁의 복잡한 반응을 보며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민혁은 결국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됐어요. 그냥... 제가 아무 말도 안 한 걸로 해요.”예진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고, 그대로 안방으로 들어가 버렸다.문이 닫히고, 홀로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212화

    은주는 히죽 웃으며 말했다.“아니야. 내 말은, 부윤제보다 너한테 어울리는 사람은 세상에 널렸다는 거지. 게다가 인연이란 게 참 묘하잖아. 넌 이번에 그냥 한 번 크게 걸린 거야.”“보통 이런 인연의 업을 다 치르고 나면, 하늘이 꼭 달콤한 사랑으로 보상해 주더라니까.”예진은 들을수록 미심쩍었다.“잠깐... 지금 나한테 남자 소개해 주려는 거 아냐?”은주는 당황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헛웃음을 터뜨렸다.“아하하... 그렇게 티가 났어?”예진은 의자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괜한 짓 하지 마. 지금은 그럴 생각 없어. 나는 오직 공부에만 집중할 거야. 변호사 자격증 빨리 따야지. 연애니 뭐니 하는 건, 내 자리 제대로 잡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아.”그 말을 하면서 예진은 뼈저리게 느꼈다.‘여자가 결혼해서 행복하려면, 먼저 남자와 동등한 사회적 지위를 갖춰야 해.’‘그리고 어떤 관계 속에서도 자신을 잃으면 안 돼.’예진의 단호한 말에 은주는 혀를 쏙 내밀었다. 순간 식은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휴... 괜히 민혁 오빠 얘기했다간, 진짜 내가 죽겠는데.’차는 곧 예진의 아파트 단지 앞에 도착했다.예진은 내리기 전, 어제 얻어먹은 밥값을 은주에게 송금했다.그리고 문을 열며 덧붙였다.“근데 우리 은주, 안목은 괜찮네. 영호 씨 진짜 괜찮아. 잘 잡아.”은주의 눈이 단숨에 반짝였다.“걱정 마! 이번엔 내가 꼭 잡을 거야!”예진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뒷모습을 확인하자마자, 은주는 못 참고 핸드폰을 꺼냈다.은주: [어디야?]영호: [지구대, 당직 중.]은주는 더이상 답장을 하지도 않고 곧장 시동을 걸었다.그리고 지구대를 향해 엑셀을 밟았다....한편, 예진은 아무것도 모른 채 현관 문을 열었다.들어설 때, 공기부터 심상치 않았다.‘뭐지, 왜 이렇게 집안 분위기가 무겁지?’그녀가 고개를 돌리니, 민혁이 팔짱을 낀 채 소파에 앉아 있었다.바닥에 떨어질 듯 고개가 축 늘어져 있었고, 눈빛은 잔뜩 가라앉아 있었다.예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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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2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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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209화

    어쨌든 윤제는 예진과 다시 얽히고 싶었다. 예전처럼 아무 상관도 없는 남남으로 지내는 건 원치 않았다.하지만 예진의 다음 한마디가 그의 마지막 기대를 산산이 부쉈다.“이안은 사실 나를 엄마로서 사랑하지 않아. 이건... 당신도 그동안 다 보고 있었지?”윤제는 고개를 살짝 떨궜다.아이인 이안이 제 엄마를 은근히 괴롭혀 왔다는 걸 모를 리 없었다.하지만 윤제는 늘 ‘아직 어려서 그렇겠지’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겨왔다.“그래도... 어쨌든 이안은 내가 낳은 아이야. 앞으로 이 아이와 아무 인연이 없게 되더라도 나는 진심으로 이안이 좋은 사람으로 자라길 바래.”윤제의 미간이 좁혀졌다.“그게 무슨 뜻이야?”“뜻은 간단해. 지난번 유치원에서 당신이 봤잖아. 이안이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이미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어.”“그게 올바른 가치관이라고 생각해? 아직 어리니까 바로잡을 기회가 있어. 커서 후회하지 말고.”윤제의 표정이 더 굳어졌다.예진이 말을 이었다.“앞으로 당신이 류아린이랑 다시 가정을 꾸리든, 다른 사람이랑 재혼하든, 아니면 혼자 살든 상관없어. 하지만 한 가지... 이안은 도 여사님 밑에서 더 이상 자라지 않게 해줬으면 해.”목소리는 단호했다.“도 여사님이 우리 회사에서 한 짓, 당신도 봤잖아. 세대 차이가 분명히 있어. 그런 환경에서 자라는 게, 정말 이안에게 좋을 거라고 생각해?”윤제는 말없이, 손가락으로 커피잔만 천천히 쓰다듬었다.예진은 멈추지 않았다.“이안은 내가 다쳤을 때 외면했고, 심지어 비아냥거리기까지 했어. 당신도 자신 있어? 나중에 이 아이가 당신한테는 그렇게 안 할 거라고?”윤제는 이를 악물었다. 사실 이런 문제는 최근에 한 번도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었다.예진이 있을 땐 그래도 집에 아이를 맡길 수 있었지만, 지금은 예진이 떠난 뒤라 혼자서는 도저히 감당이 안 됐다.그렇게 생각하며 윤제는 슬쩍 예진을 바라봤다.“당신이 이런 얘길 하는 걸 보니, 그래도 아이를 생각하는 거잖아. 아직

  • 전남편도, 아들도 내 발밑에 매달렸다   제208화

    예진은 은주가 걱정이 앞서서 그러는 걸 알고 있었다.그래서 살짝 웃으며 말했다.“걱정 마. 마음 약해진 거 아니야. 다만... 이안이 아직은 어린애잖아. 내가 양육권은 없지만, 얘가 좀 배은망덕한 구석이 있긴 해도...”예진은 한숨을 내쉬었다.“사실 이렇게 된 데는 내 책임도 있어.”그때를 떠올리면 마음 한구석이 쓰렸다.도순희가 이안을 키우겠다고 고집했을 때,‘그때 내가 좀 더 강하게 말렸더라면...’‘아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았더라면...’아마 이안은 지금처럼 변하진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유치원에서 마주친 이안의 표정과 눈빛은, 윤제와 너무나 닮아 있었다.아이란 결국 하얀 도화지다.어른이 어떤 색으로, 어떤 모양을 그려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그림이 완성된다.도순희가 윤제를 그렇게 키웠다면, 이안 역시 또 다른 윤제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다.하지만 이제 와서 탓한다고 달라질 건 없었다.“그냥... 이안이 날 속상하게 해도, 내가 엄마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언 정도는 윤제 씨한테 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해.”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결국 이 모든 건 이안을 위한 거였다.어른들의 문제는 아이와는 별개다.하지만, 이안이 있는 이상 예진과 윤제가 완전히 끊어질 수는 없었다.평소라면 약속 장소에 늦게 나타나는 건 늘 윤제였다.그런데 오늘은 유난히 빨랐다.전화를 끊고 카페에 도착하기까지, 채 20분도 걸리지 않았다.예진은 윤제가 들어오는 걸 보자 은주에게 말했다.“윤제 씨하고 옆자리에서 얘기 좀 할게. 너는 여기서 기다려.”은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속으론 이미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이건 민혁 오빠한테 바로 알려야지. 위기감 좀 느껴야 돼.’그렇게 마음을 굳히고, 예진과 윤제가 자리를 옮기자마자, 은주는 핸드폰을 꺼내 두 사람을 몰래 찍었다.그리고 곧장 민혁에게 사진을 보냈다.아무것도 모르는 예진은 윤제를 바라봤다. 확실히 예전보다 살이 많이 빠져 있었다.이윽고, 주문을 받으러 온 직원에게 윤제가 말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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