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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0화

Author: 주광
예진은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정말로 이 문제를 고민하기 시작한 것처럼 보였다.

“아직 회사 사람들 얼굴도 다 못 외웠지만, 오늘 회식하면서 보니까... 직원들이 은근히 비주얼이 괜찮던데요? 키 크고 잘생긴 젊은 변호사들 진짜 많더라고요.”

그 말을 들은 민혁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방금까지 찢어지던 입꼬리가 말 그대로 ‘급브레이크’!

말없이 민혁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하지만 예진은 그런 기류를 눈치채지 못한 채, 말을 이어갔다.

“근데 생각해보면... 저도 쉽진 않을 것 같아요. 이혼한 지 얼마 안 됐고... 아이도 있잖아요...”

“저 같은 사람하고 연애하려면, 상대도 이혼 경험이 있는 쪽이 낫지 않을까요? 결혼 안 한 사람은 만나주지 않겠지요?”

‘이 여자가 지금 뭐라는 거야?!’

민혁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 이젠 얼굴에서 ‘불쾌’라는 감정을 뚜렷하게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민혁이 나지막하게 내뱉었다.

“머릿속에 도대체 무슨 생각만 하는 거예요. 자기가 자신을 가치 없다고 생각하면, 거기서부터 이미 끝난 거예요. 진짜...”

예진은 민혁의 말에 살짝 입술을 다물었지만, 곧 특유의 낙천적인 표정으로 말했다.

“그 말, 명심할게요! 대표님, 앞으로는 회사 남자 직원들과 많이 접촉해서 보너스 꼭 따내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어이없을 정도로 맹한 표정을 지은 예진은, 손까지 들어 올리면서 장난스럽게 경례를 했다.

‘이건 진짜 모르는 거야? 아니면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거야?’

민혁은 너무 어이가 없어 술이 떨릴 정도였다. 예진이 이런 정도로 눈치가 없을 줄은 몰랐다.

‘기껏 분위기 만들어 줬더니...’

‘회사 남자 직원들과 많이 접촉하겠다는 선언을 들을 줄이야...’

결국 참다못한 민혁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말없이 거칠게 현관문을 열고 나가면서,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좋아요. 아주 좋아요. 한 번 두고 보겠어요! 고 비서가 누구를 얼마나 ‘접촉’하는지 말이죠?”

쾅!

그리고는 쾅 소리와 함께 현관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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