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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65화

Author: 주광
“난...”

문호는 말끝을 흐리며 얼굴을 붉혔다. 긴장이 그대로 드러났다.

“문호야, 나 그 오랜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편하게 지낸 적 없어. 이 사회에서 내 발로 버티려고 애써봤지만, 결국 내가 원하던 결과는 오지 않았어. 그래서 날 지키려고 날카로운 가면을 쓸 수밖에 없었던 거야.”

아린의 머릿속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무슨 말을 더 해야 설득력이 있을까?’

잠시 후, 문호의 품에서 몸을 떼어낸 아린이 억울하다는 듯 문호를 올려다보았다.

“그때 부윤제 집에 얹혀 살던 시절, 윤제는 늘 나한테 관심을 보였어. 그러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친 뒤엔, 아예 날 자기 옆에 묶어두려고 했지. 그 지독한 집착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결국 난 해외로 도망쳤던 거야.”

“근데 외국에서도 상황이 좋진 않았어. 결국 다시 국내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부씨 집안의 영향력이 어떤지는 너도 알잖아.”

“날 찾는 건 그 집안 사람들한텐 식은 죽 먹기였어. 돌아온 뒤 부윤제는 날 끊임없이 괴롭혔고, 결국 자기 애인이 되라고 강요했지.”

“그때 난 어쩔 수 없이 널 찾았어. 내 병력을 조작해 달라고 부탁한 건... 딴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야. 도망치지 못하더라도, 최소한 부윤제 곁에서 합법적인 신분으로라도 버티고 싶었던 거지.”

아린의 목소리는 점점 더 떨렸다.

“결혼하고 나서도 알고 있었어. 부윤제와의 관계에서 사랑 같은 건 절대 없을 거라는 걸... 난 그냥 부씨 집안의 힘을 발판 삼아서 내 자리를 굳히고 싶었을 뿐이야. 내가 강해져야만, 언젠가 부윤제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으니까.”

말을 이어갈수록 아린은 더욱 서러운 표정이었다.

문호는 그 말을 들으며 이마를 잔뜩 찌푸렸다.

아린은 다시 한번 고개를 들고 말했다.

“그리고... 시어머니 말이야. 내가 부씨 본가에서 얹혀 지내는 내내, 그분은 기분이 좋을 땐 웃어도 줬지만, 기분이 나쁠 땐 늘 나를 때리고 욕했어. 너도 그걸 다 봤잖아.”

그녀는 팔을 걷어 올리며 도순희가 남긴 생생한 상처 자국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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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야, 이안은 아무 일 없을 거야. 나중에... 우리 이안한테 동생 하나 만들어주자, 응?”아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을 꺼냈다.하지만 그 속엔 차가운 계산이 섞여 있었다.‘그래야만 부씨 집안에서 완전히 자리 잡을 수 있지.’윤제는 속이 울렁거렸다.그 말을 듣는 순간 숨이 막힐 만큼 역겨웠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일 좀 정리되면, 우리 같이 건강검진이나 받으러 가자.”“검진?”아린의 손끝이 살짝 떨렸다.하지만 얼굴의 미소는 전혀 흐트러지지 않았다.“갑자기 왜 그런 말을 해?”“네가 전에도 암이 재발할 수도 있다고 했잖아. 약 계속 먹고 있다면서. 요즘도 이안 돌보느라 힘들었을 텐데, 네 몸도 챙겨야지. 나중에 혹시라도 아이를 가지려면, 건강해야 하잖아.”그 순간, 아린의 눈빛이 잠깐 흔들렸다.‘젠장, 들켰나?’그 미세한 움직임을 윤제는 놓치지 않았다.“왜? 하기 싫어?”“아니야.”아린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억지 웃음을 지었다.“자기가 이렇게 신경 써주는데, 내가 왜 싫겠어. 알았어, 일만 좀 정리되면 같이 가자.”그녀의 말투는 자연스러웠지만, 윤제의 입가엔 냉소가 번졌다.‘진문호한테 또 부탁이라도 할 생각인가 보네.’윤제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 아린의 연기가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우스웠다.‘좋아. 그렇다면 내가 곧바로 클라이맥스까지 몰아가 주겠어.’“그럼 이렇게 하자. 이안 상태도 요즘 안정됐으니까 굳이 미룰 필요 없겠네. 우리가 매일 병원에 있으니까 시간도 넉넉하고... 내일 바로 하자.”“뭐?”아린의 얼굴이 굳어졌다.“내, 내일?”‘이게 뭐야? 갑자기 왜 이렇게 적극적인 거지?’‘설마... 뭔가 눈치 챈 건가?’그녀는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심장은 이미 미친 듯이 뛰고 있었다.윤제의 눈빛이 점점 의심으로 변해갔다.“왜, 내일은 안 돼? 내일이 불편하면 모레도 괜찮아.”그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속뜻은 분명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검진은 시킬 생각이었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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