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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화

"비록 아주 귀찮은 일을 만들어줬지만 그래도 고마워요!" 등을 돌려 다가온 서경아는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담긴 눈빛으로 진루안을 바라봤다.

키 185에, 그다지 잘생긴 것은 아니지만 아주 씩씩한 이 남자는 바로 할아버지가 그녀에게 찾아 준 약혼자였다.

그녀는 이전까지 진루안에게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 게다가 결혼식장에 있을 때는 조금 싫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방금 전 보인 진루안의 행동에, 서경아는 마음이 조금 따스해졌다.

"뭘 고마워하고 그래요. 앞으로 우리는 부부잖아요. 당신은 제 아내고, 전 당신의…"

"잠깐!" 서경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마음속에 생겨났던 아주 조금의 호감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서경아의 안색이 나빠지더니 진루안을 노려보며 한 글자, 한 글자씩 강조하며 말했다. "당분간은 혼약을 깰 수 없지만, 저희 약속 하나 하죠!"

"2년을 기한으로 정하고, 그동안 당신은 제 남편으로 지내다가 2년 뒤에는 각자 빚진 거 없이 완전히 끊어내는 걸로 하죠. 할 수 있겠어요?"

서경아는 아무런 감정도 없는 말투로 진루안에게 말했다.

진루안은 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2년 동안 당신의 애정 문제에 대해서는 안 물어볼게요. 그저 다른 여자를 집에만 데려오지 않으면, 전 절대로 간섭하지 않겠어요!"

"그리고 저에 대해서는, 의심할 필요 없어요. 저, 서경아는 평생 남자는 만날 생각 없거든요. 할아버지의 유언을 받들어 서화 그룹을 건성 제일의 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제 유일한 목표예요!"

주먹을 꽉 쥐고 있는 서경아에게서는 슈퍼 우먼 같은 결연함이 느껴졌다.

하지만 진루안은 그런 그녀가 조금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금 웃음이 나기도 했다.

만약 서경아가 원한다면, 그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서화 그룹을 한 달도 되지 않아 건성 제일의 기업으로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자신의 신분을 말한다고 해도, 서경아는 아마 그를 미친 사람 취급할 것이 뻔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그녀가 고정관념에 갇혀 자신을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게 두는 것이 나았다.

"이건 리버 파크 3번지의 키예요. 제가 지내는 곳이고요. 앞으로는 당신도 그곳에서 지내요." 서경아는 진루안에게 키를 하나 건넸다.

"조금 있다가 전 회의 때문에 회사에 가야 해요. 당신도 저와 같이 가죠. 하지만 아무런 말도 하지 마요, 우리 관계를 밝히는 건 더더욱 안 되고요."

"전에 안명섭의 결혼식에서 저희 관계를 밝혔던 건, 그저 한준서가 달라붙는 걸 떼어내려고 그랬던 거예요."

"하지만 그렇다고, 당신이 서씨 가문의 사위라는 신분으로 밖에서 허튼 짓을 해도 된다는 건 아니에요. 만약 그런 모습을 들킨다면 전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당신을 감옥으로 보낼 거예요!"

서경아는 차가운 눈으로 진루안을 노려보며 경고했다.

말을 마친 그녀는 등을 돌려 영동으로 가 할아버지에게 향을 올렸다.

진루안은 양손을 주머니에 꽂아 넣은 채 그녀의 가녀리고 예쁜 모습을 바라보며 아무런 해명도 없이 조용히 그녀를 기다렸다.

30분 뒤, 서경아는 영당에서 나왔다. 다만 눈시울이 조금 붉어진 것이 울었던 것 같았다.

진루안도 눈치껏 굳이 묻지는 않았다. 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그는 눈앞의 이 여자는 자존심이 강한 여자라는 것을 알아챘다. 물론 아주 연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여자였다.

아쉽게도 진루안은 지금 그녀의 그 연약한 마음을 공략할 수가 없었다. 그저 시간을 들여 천천히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타세요!" 마세라티 옆으로 간 서경아는 진루안을 향해 명령하듯 말했다.

"알겠어요!" 진루안은 표정을 확 바꾸며 환한 미소를 지은 뒤 차에 타고는 안전벨트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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