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렇게 씻겨 주는 것도 이게 마지막이야…….”“우리 결혼한 지 3년이나 됐는데도 아직…….”“이혼하기 전에 내 처음을 당신과 함께 하고 싶어…….”세화는 욕조에 앉아 있는 이동혁의 뒤에 무릎을 굽히고 앉았다. 가느다란 손으로 남편의 몸을 정성을 다해 씻겼다. 물에 흠뻑 젖은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선정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세화는 남편 동욱의 건장한 몸에 바디워시를 칠하기 시작했다. 탄탄한 복근이 손끝을 스치지나자, 그녀는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그러나 동혁의 얼굴을 보는 순간 콧날이 시큰거리더니 결국 두 눈에서 주르륵 눈물이 떨어졌다.너무나도 잘 생긴 외모였다. 하지만 눈에는 초점이 없었고, 비뚤어진 입가를 따라 침까지 흐르고 있었다. 정교하게 빚었다가 찌그러뜨린 점토 공예품과 같다고 할까.“여보, 도대체 지난 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어쩌다 이렇게 된 거야?” 세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한 채 흐느끼기만 했다.3년 전, 두 사람이 결혼식을 올린 첫날밤에 남편 이동혁이 갑자기 사라졌다. 영문도 모르게.하룻밤 사이에 신랑이 도망쳤다고 소문이 나면서 세화의 친정인 진씨 집안은 H시 전체의 웃음거리로 전락했다.진씨 가문 최고 어른인 진한영이 강제로 이혼을 시키려고 했지만, 세화는 남편을 기다리기로 결심했다. 동혁이 말도 없이 떠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라 믿으며. 그리고 반드시 돌아올 것이라는 것도.크게 노한 진한영은 세화의 가문 내 모든 자격과 권리를 박탈했다. 그 뿐만 아니라 세화의 가족을 진성그룹에서 쫓아냈다.그런데 3개월 전, 동혁이 세화의 집 앞에 던져졌다. 당시 모든 기억을 잃었고, 말은커녕 침만 질질 흘리는 완전 바보가 된 상태로.울고 싶은데 눈물조차 나오지 않는 기막힌 상황에도 세화는 매일 동혁을 데리고 병원을 오갔다. 남편이 하루빨리 회복되길 바라며.이 사실이 알려지며 진씨 집안의 체면은 더 말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자 진한영은 또다시 세화에게 당장 이혼하라는 협박과 회유를 일삼았다. 정말
전화기 너머에서 탁자와 의자가 뒤집히는 듯한 소리가 한바탕 이어졌다.감격에 겨워 떨리는 설전룡의 음성이 들려왔다.[큰 형님, 정말 큰 형님이십니까? 어디 가셨던 겁니까?][그동안, 큰 형님 소식이 전혀 없어 저희들 모두 초조해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형님 신분이 극비라 명령 없이는 찾으러 갈 수도 없었습니다!]동혁이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귀찮은 인간들이 있었어. 괜찮아, 지금은 이미 회복했어.”[설마 형님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단 말입니까? 누굽니까? 큰 형님이 명령만 내리시면, 제가 모두 이끌고 가서 납작하게 밟아버리겠습니다.]분노한 설전룡이 목소리를 높였다.“됐어.” 동혁의 얼굴이 살을 에일 듯이 차가워졌다. 이씨 집안의 일에 다른 사람의 손을 빌리고 싶지는 않았다. 반드시 자신이 해결해야 했다.“네가 해야 할 일이 하나 있어.”“오늘 밤 안에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하는 걸로 조치를 취해!”“동시에 2조 원을 H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해!”종군 3년 동안, 수하들을 데리고 전장에서 싸웠을 뿐 아니라 해외에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다. 그게 바로 천룡투자그룹이었다!그는 천룡투자그룹을 이용해서 세화를 도울 생각이었다![예!]설전룡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큰 형님, 제가 즉시 H시에 가겠습니다. 형님이 안 계시는 동안, 안팎으로 시끄럽게 하는 자들이 있었습니다. 일부 사항들은 제가 직접 보고하는 게 좋겠습니다.]“좋아.”……천룡투자그룹, H시 전격 진출!이 소식은 마치 천둥 같이 그날 밤 H시 전체로 퍼졌다!이렇게 되면 H시 내의 여러 세력 가문들 사이에서 대대적인 권력 재편이 불가피하다!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고의 대자본이다. 수중에 막대한 자금을 보유한 투자 전문 기업이었다.만약 H시 어느 한 가문이라도 천룡투자그룹을 먼저 잡는다면 분명 엄청나게 그 세력을 키우게 되는 건 물론, H시 최정상에 서게 될 것이다!이튿날 아침, 스스로 병원을 나온 동혁은 먼저 진씨 가문으로 갔다.진씨 집안의 저택.진씨
“동혁 씨, 설마 당신…… 정신이 돌아온 거야?”동혁의 맑은 눈동자를 보던 세화가 믿기지 않는 듯 작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응, 나 회복했어, 여보.”동혁이 세화를 바라보았다. 전쟁터에서 누구보다 용맹하고 대담하던 그가 지금은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세화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자, 동혁이 그런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요 몇 년 동안 정말 고생했어.’“흥! 정신이 돌아오면 또 뭐해!”화란이 비웃으며 말했다.“그래 봤자 폐급일 뿐이잖아!”화란은 다시 자리에 앉으며 구석의 접이식 의자를 가리키며 소리를 쳤다.“헛소리 말고 앉기나 해. 2조 원을 기여하다니, 정말 웃겨 죽겠어!”동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는 순간, 세화가 그를 말리며 구석 자리로 데리고 가서 앉았다.구석의 접이식 의자에는 달랑 세화 가족만 앉아 있었다. 그저 다른 테이블에 한가득 차려진 진수성찬을 바라만 보면서. 그들 앞에 올려진 건 고작 국수 네 그릇.상석에 자리한 진한영은 눈앞의 떠들썩한 분위기를 보며 마음이 흡족한 듯 호탕한 음성으로 말했다.“다들 조용, 내가 한 가지 발표하도록 하겠다!”진한영의 음성을 들은 사람들이 모두 동작을 멈추었다.진한영이 자못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어젯밤 천룡투자그룹이 H시에 진출한다는 발표를 했다. 다들 잘 알고 있겠지!”“천룡투자그룹은 세계 최정상의 기업으로 빅맥과 같은 존재야. 이번에 H시에 진출하면서 H시의 세력 판도가 재편될 게 분명하다. 이건 우리 진씨 집안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게야!”“지금은 우리 진씨 집안이 H시에서 꽤 잘나간다고 할 수 있겠지. 하지만 또 언제든 다른 집안에게 쉽게 추월을 당할 수도 있는 게 현실이다.”“그러니 우리는 천룡투자그룹을 꼭 붙잡아야 한다!”“천룡투자그룹에서 흘린 작은 부스러기 하나라도 주울 수 있다면 우리 집안이 한 단계 더 높이 오르는 건 문제도 아니야.”진한영은 말할수록 점점 더 흥분되는지 얼굴이 불그스레했다.“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선포하겠다! 우리 진
세화는 남편의 자신에 찬 모습을 보면서도 머뭇거렸다. 하지만 결국 현재 집안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를 악문 채 일어서서 말했다.“할아버님, 제가 빚을 받아오겠습니다. 약속드릴게요.”“너! 이 계집애가 미쳤어! 만약 네가 표범에게 맞아 얼굴이 망가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런 널 주태진이 계속 원할 것 같애?”다급해진 류혜진이 안절부절못했다.사람들 모두 깜짝 놀랐다. 진한영조차 세화가 하겠다고 대답할 줄은 전혀 생각 못했다.진태휘를 비롯해 모두 냉소를 금치 못했다.진태휘가 주머니에서 만 원을 꺼내, 세화의 발 밑에 던졌다.“네 용기가 참 가상해서 주는 거야. 이 돈으로 차비나 해.”진화란도 두 손으로 팔짱을 낀 채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이건 네가 자원해서 가는 거야. 맞아서 불구가 되더라도 집안에서 너를 강요했다고는 하지 마.”동혁의 차가운 눈빛이 몇몇 사람을 훑으며 지나갔다. 시끄럽게 떠들어대기나 하는 소인배들을 상대하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었다. 곧장 세화의 손을 잡은 채 저택 밖으로 나갔다.류혜진 부부는 뜨거운 솥 위에 올라탄 개미처럼 마음이 급해졌다. “이제 주태진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어. 주태진은 계속 세화를 좋아해 왔으니까…….”……모터 월드.세화는 방금 산 과일 두 봉지를 들고 옆에 있는 동혁에게 신신당부했다.“되도록 말은 하지 말아요. 절대 표범을 화나게 하면 안돼요, 알았죠?”동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그제서야 좀 안심이 되는 세화다.두 사람이 표범의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였다. 뒤에서 갑자기 클락션 소리가 들리더니 분홍색 포르쉐 한 대가 달려와 두 사람 앞에 섰다.그리고 창문이 열리며 진화란의 까칠한 얼굴이 나타났다.“어머, 두 사람 용감하게도 빚을 받으러 왔네? 그냥 허풍을 떠는 줄만 알았는데 말이지.”“진화란, 여긴 왜 온 거야?”세화가 눈썹을 찌푸리며 짜증나는 말투로 말했다.“당연히 차 한 대 뽑으러 왔지. 설마 너희 두 병신처럼 얻어 맞으려고 빚 갚으라는 소리 하러 왔겠어?”화란이
‘이 씨?’표범이 동혁을 바라보며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이동혁이라는 사람이 왔는데, 지금 손 좀 보려고요.”잠시 조용하던 전화기 저편에서 ‘쾅’하는 소리가 들려왔다.표범이 얼른 물었다.“보스, 왜 그러세요?”다음 순간, 우레와 같은 성난 고함이 표범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지금 왜 그러냐고?! 이 개자식이 날 죽이려고 작정한 거 아냐?”“지금 말할 테니 잘 들어! 당장 그 분이 시키는 대로 해. 조상님 모시듯이 대해야 해, 알았어?”순간 표범은 멍했다. 최근 들어 보스가 이렇게 놀라는 모습은 본 적이 없었다.그래서 저도 모르게 반문했다.“보스, 혹시 잘못 알고 계신 거 아닙니까? 진씨 집안의 데릴사위에 불과한데요.”“야 표범, 너 죽고 싶어? 그분의 눈에 우리는 하루살이 같은 신세야! 그분 눈 밖에 나기라도 하는 순간 우린 그냥 끝장이라고!”“보스…… 어…….”듣고 있는 표범이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한다. 내가 무릎을 꿇어도 감히 바라볼 수 없는 분이니 알아서 잘 해.”말이 끝나자 전화가 탁 끊어졌다.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던 표범은 그제야 정신이 돌아왔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은 채 두 다리는 어느새 덜덜 떨고 있었다.표범이 한참 동안 반응이 없자, 진화란이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표범 씨, 왜 그러세요? 빨리 이 두 인간들 혼내라고 하세요.”“혼내 줘? 오냐 그래, 내가 널 혼내 주마. 씨X!”난폭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짝!표범이 손을 들어올려 진화란의 따귀를 때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모두들 어리둥절했다.비틀거리며 몇 걸음 뗀 화란의 예쁜 얼굴이 순식간에 부어올랐다.얼굴을 가린 채 선 그녀는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표범 씨…… 나는 차를 사러 온 사람이라고요. 당연히 저 두 사람을 때려야지.”“때릴 건 바로 너 같은 년이야! 방씨 가문의 체면만 아니면 오늘이 네 제삿날이었어! 당장 꺼져!”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화란은 얼이 빠져 한참 말을 잇지 못했다. 더욱이 화를
“허.” 심장미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그래? 정말 보고 싶네. 긴 말 할 필요도 없이 오늘 주태진이 예약한 장소가 어디인지나 알아?”“자그마치 엠파이어 호텔 3층이야! 당신 같은 쓰레기들은 평생 올려다볼 수 없는 곳이라고!”혜진이 두 눈을 번쩍 뜨고 말했다.“엠파이어 호텔 3층? 적어도 골드 회원은 돼야 예약할 수 있다던데!”엠파이어 호텔 3층은 H시에서 손꼽히는 레스토랑이다. 골드회원이 되려면 최소 20억 구매력을 갖춰야 했다. 진씨 집안에서는 오직 진한영 한 사람만 소유할 수 있을 정도였다.그리고 3층 이상의 층들은 더 비싸고 까다롭기가 상상을 초월했다!심장미가 고개를 돌려 동혁을 힐끗 쳐다보며 웃었다.“이게 바로 당신과 주태진의 차이야. 세화에게 기대고 있는 주제에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생기는지 정말 모르겠네.”“장미야, 이 쓸모없는 놈은 상대하지 마. 세화가 내려왔으니, 빨리 출발하자. 주태진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잖니?”혜진은 동혁 쪽은 쳐다보지도 않은 채 움직였다.랜드로버가 훌쩍 떠나자, 동혁의 휴대전화가 울렸다.“큰 형님, 심용삼이 엠파이어 호텔 9층 엠퍼러 홀에서 사죄하는 의미로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참석하시겠습니까?”“이리로 차를 보내라고 해.”……엠파이어 호텔 입구.랜드로버가 막 멈추자, 일찍부터 문 입구에서 기다리던 주태진이 바로 맞이했다.화이트의 명품 슈트를 걸친 주태진이 손에 선홍색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있었다. 세화를 도와 차문을 연 뒤, 웃으며 말했다.“세화야, 너 오늘 너무 예뻐.”세화는 억지로 입술을 끌어올리며 웃었다.장미가 세화의 허리를 찌르며 속삭였다.“태진이 너에게 말하고 있잖니? 대답 좀 해.”“아니…….”세화가 몸을 옆으로 돌려 낮은 음성으로 말했다.“그냥 동혁 씨 저녁은 어떻게 하나 싶어서…….”“너 아직도 그 바보 걱정이야? 왜 그렇게 정신을 못 차리니?”장미는 꽃길을 마다하고 굳이 가시밭길을 가려는 친구가 안타까워 탄식했다.“와!”누군가의 입에서 감탄성이 터져
“표범의 보스라면, 심 사장?”심장미는 저도 모르게 픽, 하며 비웃었다. “심 사장님이 어떤 위치인지 알기나 해? 정말 수완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우리 의부조차도 함부로 못하는 암흑가 보스야! 감히 심 사장님이 사죄한다고 말했다고? 죽고 싶어 환장했지?”“심장미, 믿기지 않으면 너도 같이 올라가 보면 되지.”동혁이 담담하게 말했지만, 심장미의 눈총을 피할 수 없었다.충격에서 깨어난 주태진이 웃으며 말했다.“입구에서 심 사장의 차를 보고 이렇게 둘러대는 거지? 여기에 다른 사람이 없어서 천만다행이야. 만약 이 말이 심 사장 귀에라도 들어가면 제 명에 못 죽을 거야.”순간 다들 마음속으로 두려움을 느꼈다.“정말 지긋지긋해!” 류혜진이 책상을 탁 치며 화를 냈다.“온종일 미친 척하면서 우리를 창피하게 하더니. 너 안 꺼져? 당장 안 꺼지면 내가 너를 때려죽일 거야. 응!”“동혁 씨, 빨리 가…… 나도 밥만 먹고 바로 돌아갈 거야.”몹시 난처해진 세화가 일어나서 동혁을 밀었다.동혁은 어쩔 수 없이 인사하고 나갔다.“알았어, 여보. 술 많이 마시지 말고. 이따가 데리러 올게.”동혁이 나가자 룸 안이 그제야 좀 조용해졌다.류혜진은 연거푸 차를 마신 후 간신히 분노를 억눌렀다.주태진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동혁이 갈수록 망신만 더 당하고 있으니, 자신이 이길 확률이 더 컸다. 이동혁이 계속 미친 척하기를 간절히 바랐다.……“심 사장님이 오늘 모시는 분은 누구십니까?”“엠퍼러 홀에 자리를 준비한 것도 모자라 우리 보고 직접 모시라고 하다니, 대단하신 분인가 봅니다.”9층, 엠퍼러 홀 엘리베이터 입구.기운이 범상치 않은 중년 남녀 몇 명이 표범 심학표에게 묻고 있었다.누구라도 이들을 본다면 바로 이름을 댈 수 있을 것이다.도시계획국 국장 고진강, 가란은행 은행장 임보검, 홀리데이 주얼리그룹 회장 이향군…….이 사람들 모두 말 한 마디면 H시를 뒤집을 수도 있는 거물들이다!표범이 차갑게 말했다.“그분의 신분은 극비입니다. 분위기
심장미도 호기심에 그 거물을 만나보고 싶었다.“세화야, 이따가 엘리베이터 입구에 가서 기다려 볼까?”심장미가 세화의 옷을 잡아 끌며 말했다.“아니야, 나는 조금 있다가 동혁 씨와 집에 갈 거야…….”술을 한 잔 마신 세화는 술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심장미는 아직도 이동혁에게 연연하는 친구를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말렸다.“하, 세화야, 뭐 하러 그런 바보 같은 이동혁을 걱정하는 거야? 이건 정말 오기 힘든 기회라고. 혹시 알아? 그런 거물에게 좋은 인상을 주게 되면 너희 집 빚도 갚을 수 있을지?”“그럼…… 그래.”얼마 지나지 않아 고한비가 전화 한 통을 받았다.모두 숨을 죽인 채 통화 내용에 온 신경을 모았다.‘설마 이제 거물이 내려온다는 건가?’잠시 후, 실망한 표정의 고한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휴대폰을 내려놓았다.“아버님이 방금 전화로 식사가 끝났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분은 벌써 나가셨답니다.”“아휴, 그런 대단한 사람을 만나 볼 기회였는데 운이 안 따르네…….”다들 아쉬움에 탄식했다.“여보, 식사 다 했어?”바로 이때, 동혁이 룸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어딜 감히 또 와? 가요, 당장!”눈 앞에 나타난 동혁에게 화가 난 장미가 동혁을 향해 손을 치켜들었다.탁!동혁이 심장미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성격이 우악스럽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세화의 절친이라 봐 주는 줄 알아! 다음은 어림도 없어!”“이 병신이 감히 나를 협박해?!” 화가 난 심장미가 가녀린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그러자 고한비가 테이블을 탁! 치며 일어섰다.“이 자식, 당장 그 손 못 놔. 장미 양이 상대해 주는 것만해도 고맙게 생각해야지!”“넌 또 누구야?” 동혁이 차갑게 물었다.“고 국장님 자제분이야! 빨리 손 안 내려!”“고진강 아들?” 동혁이 그를 힐끗 보고는 차가운 음성으로 내뱉었다.“네 아버지도 감히 나에게 그런 말은 못해.”“죽을래?”동혁의 말에 잠시 멍했던 고한비가 벌컥 화를 내며 앞으로
‘스타공익재단 이 자식들은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나눠주지 않았어. 구조대원들을 굶기려고.’빨리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먹여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동혁은 바로 조동래에게 이들을 체포하라고 연락했을 것이다.“뭐야,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안 나눠준 거야?”“이 개자식들, 이건 고의로 우리에게 보복한 거야. 우리가 배를 곯게 말이야!”“너희들 왜 이래? 일은 안 하더라도 엉망으로 만들진 말아야지!”동혁의 말에 화가 난 구조대원들이 달려와서 스타공익재단사람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여자 구조대원들은 화가 나서 눈물마저 흘렸다.충돌은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동혁은 자신에게 붙잡힌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 너희들 스스로 도시락을 나눠줄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이 나눠주게 만들까?”“우, 우리가 나눠줄게!”격앙된 군중을 보자, 좀 무서워진 주태하가 창백해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놔줘. 정말로 도시락을 감추고 나눠주지 않은 게 아니야!”“밥차도 온 지 몇 분 밖에 안 됐어. 우리 직원들이 아직 도시락을 집계하는 중이라...”“그럼 빨리 나눠줘!”이 작자의 허튼소리도 듣기 귀찮아서 동혁이 바로 풀어주었다.“가! 차에 가서 도시락을 옮겨!”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힐끗 본 뒤, 주태하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옮기러 갔다.그 사이 틈을 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삼촌! 그 이동혁이 또 소란을 피우고, 저도 때렸어요. 아저씨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그의 삼촌인 주상화는 스타공익재단의 부회장이자 우시연의 오른팔로, 스타공익재단의 일상 사무를 책임지고 관리했다.시 전체의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일괄적으로 나눠 주는 업무도 바로 스타공익재단에서 담당하는 것이다.지금 조카의 말을 듣자 곧바로 가장 먼저 달려오겠다고 했다.“이동혁 이 자식 기다려. 우리 삼촌이 도착하면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들겠어!”주태하는 매섭게 욕을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옮겨야 했다.‘지혜로운 사람은 불리한 상황에 손해를 보지
그 자리에 있던 구조대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분노했다.그러나 그 직원은 여전히 개의치 않은 채 심지어 눈을 희번덕거리기도 했다.“하기 싫으면 하지 마. 어차피 나를 구조하는 것도 아닌데 뭐.”확실히 그 직원을 도와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만약 긴급구조가 아니라면, 구조대원들은 정말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레드 재킷을 벗어 던지고 가버렸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동혁도,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곧바로 앞으로 걸어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 직원에게 말했다.“3분 동안 시간을 주겠어. 모든 구조대원에게 도시락을 나눠 주도록 해. 하나라도 적다면 따귀를 때릴 거야!”“어, 동혁 오빠, 왜 또 돌아왔어!”“우리와 함께 구조하려고 다시 돌아온 거야?”“잘됐어! 동혁 씨는 별일 없을 줄 알았어!”갑자기 다시 눈앞에 나타난 동혁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비록 함께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서로 이미 두터운 전우애를 맺었다.동혁을 알아본 스타공익재단의 직원들도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앞서 천용훈을 쫓아냈던 이 남자에게 모두 깊은 인상을 받았다.그러나 이전의 일을 떠올린 직원은 여전히 콧방귀를 뀌었다.“이동혁, 당신은 해고된 사람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능력이 있으면, 우리 우시연 회장님 앞에 가서 떠들어!”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회장이다.앞서 우시연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직접 동혁을 해고했다.그래서 스타공익재단 직원들도 모두 믿는 바가 있기여, 동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우시연? 내가 이미 쫓아냈어.”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또 이렇게 고집을 피우고 도시락을 나눠주지 않겠다면, 너도 꺼지게 해 줄게!”“우시연 회장님을 네가 쫓아냈어? 허!”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은 직원이 냉소하며 말했다.“어차피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도시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먹고 싶다고? 기다려!”짝!말이 끝나자마자 동혁이 따귀를 한 대 갈겼
세화가 목적을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수재의연금을 내겠다고 했다.모두들 H시의 시민이고, 게다가 H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H시가 빨리 정상을 회복하고 일상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의 목적은 단순했고 열정도 대단히 높았다.세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엠퍼러의 사장인 임홍성이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백억 원이나 내겠다고 한 것이다.세화가 재빨리 만류했다.“임 사장님, 형편대로 내시면 됩니다.” “모두 엠퍼러의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적게 내셔도 됩니다.” “이런 일은 원래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니까요.”임홍성은 줄곧 겸손하고 사업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라서 우대평에 비할 수가 없었다. 세화는 이 노선배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임홍성에게 권고했다. 모두 임홍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모두 내가 이렇게 많이 기부한다고 만류할 필요 없어요.”임홍성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엠퍼러는 이미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수하려는 구매자와 접촉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엠퍼러가 팔렸다는 뉴스를 곧 보게 될 겁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몸부림쳤지만, 저도 지쳐서 이젠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네요.”“나중에 제가 돈을 보내지요. 고향을 위한 제 마지막 공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말을 마치고 임홍성은 바로 나갔다. 모두에게 쓸쓸한 뒷모습만 남긴 채.세화는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지만, 마음도 좀 언짢았다.세화가 재빨리 이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자, 동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H시상공회의소에서 나온 동혁은 구시가지의 구조 현장으로 갔다.어젯밤에 밤새도록 구조 작업을 펼쳤고, 오늘 또 반나절 동안 작업을 계속했다. 갇혀 있던 시민들도 마침내 긴급 대피를 마칠 수 있었다.그러나 도로에는 여전히 물이 차서 진흙탕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열기가 대단해서 식사 시간도 나눠서 작업할 정도였다.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