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혁은 급하게 떠나지 않았다.‘유재현, 이 녀석은 나이도 어린데 심보가 매우 악랄하네.’‘이 녀석을 혼내주지 않으면, 나중에 천화를 어떻게 괴롭힐지 모르겠어.’룸 안은 무서울 정도로 조용했다.화가 나서 미칠 것만 같은 유재현의 씩씩대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다.유재현은 손을 뻗어 동혁을 매섭게 가리키며 소리쳤다. “네가 내 뺨을 때린 이상, 오늘 네가 여기서 꺼지는 것으로 이제 만족할 수 없어!”멀쩡했던 동창 모임이, 갑자기 소란스럽게 되었다.이번에는 참석한 남녀 친구들이 모두 기분이 나빠졌다.“천화야, 어서 네 매형보고 재현이에게 사과하라고 해. 재현이 아버지가 여기 난정호텔의 총지배인이야. 너희 집 힘 정도로는 재현이 아버지를 건드릴 수도 없어!”천화의 가정 형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천화의 친구들도 잘 알고 있었다.그래서 유재현이 스스로 일을 키운 줄은 알지만, 그래도 천화 쪽이 머리를 숙이길 원했다.“왜 우리 매형이 사과를 해야 하는데? 분명히 육재현 저 자식이 먼저 자기보다 못하다고 무시하고 우리를 건드린 거잖아?”천화는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게다가, 난정호텔 총지배인이 뭐? 우리 매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야. 일류 가문 모두가 우리 매형을 무서워한다고!”“일류 가문들이 네 매형을 무서워한다고? 하! 지금 누굴 속여?”“천화야, 이제 알겠다. 네 매형이 그런 허풍으로 네 누나를 꼬셨구나?”학생들은 모두 믿지 않았다.천화는 이제 동혁을 존경하고 있었다. 그래서 친구들이 동혁을 의심하자, 갑자기 흥분하여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허풍이 아니라고, 모두 내 두 눈으로 봤어!”단호한 천화의 모습을 보고 학생들은 더 이상 천화의 말이 허풍인지 아닌지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이때 한 남학생이 말했다.“좋아, 네 매형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치자. 그럼 난정호텔 총지배인보다 더 대단해? 그분은 백야특수부대까지 불러올 수 있는 분이라고. 톱스타도 꼼짝 못 하고, 직접 장문의 반성문을 써서 인스타에 사과까지 하게 했잖아!”
유재현은 비웃으며 휴대폰을 꺼냈다.막 전화를 하려는데, 룸 문이 열렸다.“아버지 마침 잘 오셨어요. 누가 저를 때렸어요!”유재현은 입구에 나타난 사람을 보고 갑자기 크게 기뻐했다.그 사람이 바로 난정호텔의 총지배인 유진태였다.유진태가 유재현의 말을 듣자마자 화를 냈다.“누군데? 누가 감히 우리 난정호텔에서 사람을 때려?”최근 며칠 동안 유진태는 총지배인으로서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몰랐다.지난번 동혁이 백야특수부대를 불러서 호텔을 봉쇄하고 톱스타 두 명을 혼내준 이후로 아무도 감히 난정호텔에서 소란을 피우지 못했다.신분 배경이 어떠하든 사람들은 모두 난정호텔에서는 예의를 지켰다.‘그런데 지금 누가 감히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심지어 사람을 때려?’‘그것도 내 아들 동창 모임 룸에서!’유진태는 동혁의 처남이 유재현과 동창이고 동혁도 이 룸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 누가 감히 사장님 바로 앞에서 사람을 때리다니!’유진태는 지금 매우 분노했다.“제가 때렸어요.”한쪽 구석에서 조금은 익숙한 목소리가 은은하게 들려왔다.유진태는 눈살을 찌푸렸다.유진태는 성큼성큼 걸어가서 눈을 똑바로 뜨고 상대방을 보더니 갑자기 온몸을 벌벌 떨었다.“이, 이 선생!”허리를 최대한 굽힌 유진태는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정신없이 훔쳤다.다행히 유진태는 머리가 좋아서 재빨리 말을 돌렸다. “이 선생, 제가 마침 선생께 보고할 일이 있어서 여기 왔다가, 누가 이 선생 눈앞에서 사람을 때린 일을 미처 막지 못했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선생이 때렸다고 하시니, 다행입니다. 그냥 편하신 대로 때리십시오!”룸 안.모두가 놀라 멍한 채로 동혁을 바라보았다.‘난정호텔의 총지배인이 천화 매형에게 이렇게 공손하다니!’유재현은 아직 어떤 생각도 없었다.유재현은 화를 내며 말했다. “아버지, 무슨 뜻이에요. 저 사람보고 마음대로 때리라니요? 맞은 제가 아버지 아들이라고요!”“이런 개X식, 이 선생이 너를 때리는 게 당연한 일이야!”유진태는
룸에서 천화는 바로 동창 모임의 중심이 되었다. 천화의 모든 남녀 친구들은 호기심에 천화를 에워쌌고, 천화에게 동혁과 관련된 일들을 물어보았다. 이때 오수연도 다가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천화를 바라보며 몸을 꼬며 말했다. “천화야, 난 유재현이 너보다 성숙하지 못한 것 같아서, 유재현과 헤어지기로 결정했어…….” “오수연, 유재현과 헤어지는 게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냐? 그건 네가 재현이하고 따로 얘기해.” ‘천화, 이 답답한 놈, 지금 수연이를 보고도, 어떻게 무슨 말인지도 모를 수 있어?’. 친구들의 이상한 눈빛에 오수연은 수줍고 분해서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 유진태가 동혁의 뒤를 따랐다. 룸에서 나오자마자 유진태가 말했다. “사장님, 방금 진 사장님도 여기 호텔에 식사하러 오셨습니다. 가란은행의 노광훈 행장을 초대한 거 같더군요. 노광훈 등 몇 명이 진 사장님을 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마음에 다른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습니다.” 유진태는 여러 해 동안 호텔에 근무하면서, 상대의 낌새를 잘 파악할 줄 알았다. 유진태는 가란은행 노광훈 행장 일행이 호텔에 들어서자, 음흉한 눈으로 세화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유진태는 서둘러 룸에 가서 동혁에게 보고하려 한 것이다. “그들은 지금 어느 룸에서 식사를 합니까?” “위층 777 VIP룸입니다.” 유진태가 재빨리 대답했다. 유진태가 고개를 들자, 앞에 있던 동혁의 모습이 이미 보이지 않았다. 777 VIP룸. “노 행장님, 전 이미 행장님이 권하는 대로 술을 많이 마셨어요. 이제 그만 진성그룹의 대출을 승인해 주시지요?” 세화는 술에 취해 팔짱을 끼고 가란은행의 임원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세화 옆에 앉아 똑같이 곤드레만드레 취한 여자는 세화의 대학 동창인 수선화이다.수선화도 가란은행의 주요 관리자였다. 세화는 수선화에게 부탁해 대출을 승인해 주면 수선화에게 일정한 보수를 주겠다고 약속했고, 비로소 노광훈 등과 약속을 잡을 수 있었다. 원래 세화
“누구야? 누군데 여길 함부로 들어와?”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지켜보던 노광훈은 차갑게 소리쳤다. “당장 꺼져, 당장!” ‘동혁 씨가 여기 왜 왔지?’ 세화는 동혁을 보고도 좀 놀랐다. “노 행장님, 여기 이쪽은 이동혁, 제 남편입니다. 아까 전에 제가 술을 마셔야 하니 차로 저를 데리러 오라고 했습니다.” 세화는 황급히 해명하기 위해 그럴싸한 이유를 하나 만들었다. 동혁이 말했다. “노 행장님, 제 아내의 주량이 한계에 다른 것 같으니, 이젠 제가 함께 마셔드리지요.” 노광훈의 눈에 한 줄기 어두운 빛이 스쳤다. ‘겨우 진 사장이 취하나 싶었는데, 이런 예상치도 못한 일이 있나!’ ‘게다가 진 사장의 남편이라고?’ 노광훈은 동혁을 내쫓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 노광훈의 속셈이 드러날 것이다. 그러자 노광훈과 함께 온 다른 한 직원이 노광훈의 귀에 대고 작은 소리로 말했다. “행장님, 그냥 마시시죠. 저희는 미리 술에 잘 안 취하게 약도 먹었는데, 뭐가 겁나겠습니까? 이 자식이 취한 후 그때 함께 방으로 데려가면 행장님이 진 사장에게 무슨 짓을 하든 아무로 모를 겁니다.” ‘오호, 좋은 생각인데!’ 노광훈은 즉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 사장님. 그럼 사장님이 저희와 함께 마시죠. 하지만 미리 말씀드리지만, 만약 저희가 술을 마시고도 멀쩡하다면, 진성그룹의 그 400억 원 대출은 승인하지 않을 겁니다!” “좋습니다.” 동혁은 웃으며 개봉하지 않은 양주 두 병을 들어 개봉한 후 큰 대야에 붓고 입가로 들었다. “이미 노 행장님 일행들께서 충분히 마셨으니, 저도 공평하게 이 술을 먼저 비우겠습니다.” 동혁은 말을 마치자마자 고개를 들고 마치 물을 배에 채우듯 술을 들이켰다. 노광훈 등 몇 명은 모두 그 모습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이 녀석은 제정신이 아닌가? 이렇게 술을 마시는 사람이 대체 어디 있어?’ 세화도 얼른 동혁을 잡아당겼다. “동혁 씨, 왜 이렇게 마셔? 그러다 큰일 나겠어!” “꿀꺽꿀꺽…
세화와 수선화는 놀라고 화가 나서 노광훈을 쳐다보았다. ‘이 인간의 온화한 외모 뒤에, 뜻밖에도 이런 흑심을 품고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어! 특히 세화는 놀림을 당했다고 생각하여 더 큰 분노를 느꼈다. 세화는 테이블을 치며 일어섰다. “노 행장님, 그게 무슨 말이죠?”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가란은행이 진성그룹에게 대출을 해줄 리가 없다고. 오히려 당신들이 전에 가란은행에서 빌린 100억 원도 아직 갚지 않았잖아?” 노광훈은 이미 완전히 취해서 더 이상 자신의 생각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했다. 노광훈의 탐욕스러운 시선이 세화의 얼굴과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노광훈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 “오늘 진 사장이 나와 함께 잠을 잔다면, 내가 행장의 권한으로 대출의 상환 기한을 늦출 수도 있어.” 세화는 화가 나서 울고 싶었다. ‘이전에는 주태진, 그 뒤에는 허명신.’ ‘이제는 노광훈이라니.’ ‘이 남자들은 온갖 비열하고 비열한 수단으로 날 위협하고, 그저 내 몸을 차지하려는 생각뿐이야.’ “꿈 깨!” 세화는 이를 갈며 한마디 소리쳤다. 세화는 외투를 집어 들며 공기마저 지저분한 이곳을 떠날 생각이었다. 노광훈은 화가 나서 더 잔인하게 위협했다. “네가 감히 날 허락하지 않는다고? 내가 네 진성그룹의 자금 계좌가 바닥났다는 것을 모를 줄 알아? 상환 기한이 다 되어서 돈을 갚지 않으면 너희 진성그룹은 완전히 끝장날 거야!” 세화는 갑자기 그 자리에서 몸이 굳어졌다. 노광현은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네 이 쓸모없는 남편은 꺼지라고 하고, 넌 계속 나랑 같이 마셔!” 노광현은 도도해 보이는 세화를 완전히 굴복시키고, 다시 천천히 세화와의 시간을 즐기려고 했다. “이렇게 술을 좋아하시니, 좀 더 드시면 되겠군요.” 동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갑자기 울렸다.방금 전에 동혁은 줄곧 무표정한 얼굴로 자기 자리에 서서 아무 말 없이 대야에 술을 따랐다. 이미 술로 한 대야를 가득 채웠다. 동혁은 그 술을 들고 노광현
“사장님.” 룸 밖에서 기다리던 유진태가 서둘러 다가왔다. “777 VIP룸에 수선화라는 여자가 있는데, 사람을 써서 집까지 바래다주세요.” 동혁은 지시를 하고 그대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천화는 여전히 친구들과 놀고 있었다. 동혁은 별로 천화를 신경쓰고 싶지 않았다. 바로 세화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동혁이 떠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구급차 몇 대가 달려와 난정호텔 입구에 섰다. 노광현 등 몇 명이 차에 실렸는데, 이미 호흡 곤란을 느끼며 상태가 좋지 않았다. 세화는 오후 내내 자고 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난정호텔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자 세화는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 “큰일 났어! 동혁 씨가 노광훈과 그 일행을 그렇게 비참하게 처리했으니. 자기들의 권력과 힘을 써서 분명히 동혁 씨에게 미쳐 복수할 거야!” 세화는 동혁이 자신을 위해 그렇게 분노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동혁을 탓할 뜻이 없었다. 그러나 동혁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다 방법이 있으니 안심해. 아무도 내게 복수할 수 없으니까.” 세화는 너무 걱정이 많아 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다. 걱정은 현실이 되었다. 다음날, 세화는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진성그룹으로 출근했다. 세화는 도중에 보복을 당할까 무서워, 일부러 동혁과 함께 왔다. 하지만 세화는 사무실 밖에 도착하자마자 진한영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과 마주쳤다. 진한강, 진태휘와 진화란 남매, 심지어 방세한 같은 가족 외의 사람들까지 왔다. 그들은 하늘 거울 저택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들어갈 수 없자, 여기로 와서 세화를 기다린 것이다.한 무리의 사람들이 세화를 겹겹이 에워싸고 모두 세화를 노려보았다. “세화야, 네가 지금 회사에 출근할 면목이 있어? 진성그룹 전체가 너희 때문에 죽을 거야!” 진한영은 세화를 보고 분노하며 묻기 시작했다. 세화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할아버지, 벌써 다 아셨어요?” “이미 난리가
콰쾅! 이 소식을 들은 순간 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세화는 두말없이 휴대폰을 꺼내 유한은행의 유덕화 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화는 유덕화와 여러 번 협업을 해서, 그런대로 관계가 좋은 편이었다. “여보세요. 유 행장님 저…….” 세화가 용건을 꺼내기도 전에 말이 중단되었다. [진 사장님,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지만,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가란은행 모태국 사장님이 말을 전했어요. 누가 또 진성그룹한테 돈을 빌려주면, 자신의 적으로 알겠다고요.] 모태국은 허씨 가문의 사위였다. 이 배경 때문에 H시 은행권에서 모태국의 지위는 절대적이었다. 모태국의 말이 허씨 가문, 심지어 3대 가문의 뜻을 대변하는 것인지 아닌지는 어느 누구도 모를 일이었다. 세화는 두려움을 삼키며 말했다. “그런데 행장님네 유한은행은 4대 메이저 은행 중 하나인데 3대 가문의 눈치를 보시나요?” [유한은행은 그들을 두려워하지 않지만, 저와 제 동료들은 다릅니다. 모두 H시 출신이거든요. 진 사장님, 무슨 말인지 아시겠죠. 그러니 저 찾지 마시고 알아서 하세요.] 유덕화는 바로 전화를 끊었다. 세화는 유덕화의 반응에 별로 달갑지 않았다. 세화는 이어서 각각 건국은행, 농협은행, 상업은행, 외환은행의 은행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세화는 요 며칠 동안 줄곧 이 은행장들과 연락하여 서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서로 아무리 잘 안다고 해도 세화의 영향력은 모태국의 말 한마디에 미치지 못했다. 누구는 받으면 어렵다며 한 마디로 거절을 하고, 누구는 세화의 목소리만 들어도 그냥 전화를 끊고, 또 누구는 아예 안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큰 은행들의 상황이 이렇다면.’ ‘지역의 작은 은행이나 행장들은 더 말할 것도 없지.’ “세화야, 포기해, 소용없어! 너와 네 그 바보 같은 남편이 이번에 진씨 가문을 완전히 죽이게 생겼어!” 세화는 가족들의 야유와 욕설이 끊이지 않자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세화는 절망하여 울고 싶었다. ‘대출이 끊어지
세화는 수선화가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믿지 않았다. ‘선화는 내 대학 동창이야.’ ‘천미 언니처럼 가까운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우리 사이가 나쁘지 않은데?’ ‘거기다 어제 동혁 씨가 나서지 않았더라면 선화도 노광훈 등의 사람들에게 짓밟혔을 거야.’ ‘그 일로 선화도 분명 화가 났었는데?’ ‘선화가 어떻게 나서서 내 잘못을 증언한다는 거지?’ 세화는 바로 그 자리에서 수선화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화야, 이 변호사가 내가 동혁 씨를 시켜 고의로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네가 증언하기로 했다고 하던데 사실이야?” [맞아, 무슨 문제라도 있어?] 수선화의 목소리가 나른한 것이 방금 잠에서 깬 것 같았다. 세화에게 수선화의 대답은 청천벽력이나 다름없었다. “선화야, 어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도 알잖아? 그 사람들이 널 협박이라도 한 거야?” 세화는 여전히 화를 억누르고 있었다. 수선화가 정말로 자신을 배신할 것이라고 믿지 않기 때문이다. ‘선화는 분명 누군가로부터 압력을 받았을 거야.’ [세화야 날 어떻게 보고? 함부로 말하지 마! 난 정의를 위해 증인이 되기로 결정한 거야!] 수선화의 목소리가 갑자기 날카로워졌다. [분명 네가 노 행장과 잠자리를 함께해서 성상납을 한 다음, 노 행장이 진성그룹 대출을 승인하게 하려고 했잖아. 그러데 노 행장이 대답하지 않자, 네가 화가 나서, 네 그 바보 남편이 노 행장의 다리를 차서 부러뜨리고, 또 강제로 일행들에게 술까지 먹였어!] [세화야, 내가 정말 널 잘못 봤어. 네가 이런 사람인 줄 전혀 몰랐다고. 우리 친구 관계는 여기까지 하자.] 수선화는 말을 마치자 전화를 끊었다.세화의 몸이 떨렸다. 수선화가 한 말은 수선화가 세화의 잘못에 대한 증인을 하기로 했다는 결정보다 더 세화를 아프게 했다. ‘동혁 씨는 분명히 선화를 구했어.’ ‘그런데 선화가 어떻게 이렇게 쉽게 날 배신하고, 게다가 잔인하게 내게 누명까지 씌워서 모욕할 수 있지?’ 하지만 세화는 곧 깨달았다. ‘수선화, 도둑이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