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이번엔 모자라지 않은가 봐요?”최원우는 동혁이가 드디어 만족했다고 생각해 비웃듯이 말했다.“먼저 제 말에 동의해 주셔야 합니다. 돈을 받으신 후, 대외적으로 최씨 가문의 사람을 구했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그는 동혁이가 최씨 가문의 이름을 들먹이고 그들의 명성을 손상시키는 일을 하는 것은 보고 싶지 않았다.동혁은 웃으며 말했다.“최원우 씨, 제가 상식적인 문제를 가르쳐 드리죠. H국의 수표는 요구에 따라 최대한도가 999억 9999…… 9999원입니다. 2000억을 수표로 줄 순 없습니다.”동혁은 말을 마친 후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으로 원우를 바라보았다.최원우는 잠시 놀라더니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물었다.“정말이야?”“네, 도련님.”곧 보디가드가 물었다.“그럼 두 장을 사인하시는 게 어때요? 그래도 마찬가지잖아요.”“닥쳐!”최원우는 화를 내며 소리 질렀다. 그는 부끄러운 마음에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최씨 가문의 도련님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농락당하다니!최원우는 창피한 마음을 숨긴 채 차갑게 물었다.“말해 봐요. 도대체 얼마를 드려야 만족하실 건가요?”“돈이 엄청 많으신가 봐요?”동혁은 웃으며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더니 말했다.“그럼 금우자동차센터를 사서 저한테 선물하신다면 이 일은 없던 일로 처리해 드리죠.”“신혜야, 봤지? 저놈은 돈을 원하지 않는 게 아니라 적어서 만족하지 못했던 거야.”동혁이가 말을 꺼내자 최원우는 웃으며 말했다.최신혜도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정말 내 생각과 다른 분이신 건가?’동혁은 그녀의 눈빛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그는 B시의 최씨 가문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최신혜가 오해한다면 마침 번거로운 일이 해결되기도 했다.“신혜야, 이게 바로 현실이야. 그동안 네가 너무 순진했던 거야.”최원우는 최신혜의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는 고개를 돌려 보디가드에게 명령을 내렸다.“가서 천수홍을 불러와.”천수홍은 곧 불
“아악!”최원우는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며 한쪽으로 도망쳤다. 그가 고개를 돌려 보자 동혁의 차는 제자리에 멈춰 있었다.‘이 자식은 진짜 차를 몰려는 게 아니라 날 겁주려는 거야!’“겁이 많으시네요.”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는 차창을 올렸다.은색의 콰트로포르테가 그곳을 떠났다.“망할 자식, 두고 봐!”최원우는 화가 난 마음에 제자리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그는 화가 났지만 어찌할 수가 없어서, 제자리에서 몇 마디 욕설을 내뱉고는 화를 내며 차에 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 남매는 차에 올라 금우자동차센터를 떠났다.“이동혁은 정말 머리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야? 원우 도련님이 돈 줄 때 곱게 받을 것이지 기어코 잘난 척을 하고 난리야. 결국 원우 도련님마저 화나게 만들다니.”“최씨 가문과 친해질 기회를 이렇게 낭비하다니, 정말 어리석은 녀석이야.”“차라리 다행이야. 그놈이 최씨 가문과 친해지면 우리가 위험해질 거야.”세 사람은 제각기 동혁을 몇 마디 비웃은 뒤 뒤따라 금우자동차센터를 떠났다.동혁은 금우자동차센터 밖에서 페라리 488을 몰고 있는 천화를 기다렸다.“매형, 벌써 집에 가요?”천화는 차를 동혁의 옆에 세우고 차창을 내렸다.비록 새 차를 몰고 여러 바퀴 돌았지만, 그는 여전히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내가 차를 몰고 네 누나한테 갈 테니, 너 혼자 드라이브나 하러 가. 까불지 말고 안전을 꼭 조심해야 해. 알겠어?”동혁은 천화가 성이 차기 전에 집에 돌아가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알겠어요. 매형 사랑해요!”천화는 흥분된 말투로 소리를 지르더니 쏜살같이 떠났다.“자식, 그렇게 좋아할 일이야?”동혁은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진성그룹을 향했다.도중에 그는 세화의 전화를 받게 되었다.화란은 이 마세라티 콰트로포르테를 예약하는 데 추가로 많은 돈을 썼기에, 차 내의 설비는 모두 최고급이었다.동혁이가 이득을 본 것이다.스크린 속의 수신 버튼을 누르자, 차 안에는 온통 세화의 달콤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동혁
“장계금, 내가 현대 병원에 오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어?”류혜진은 그녀를 보자 마찬가지로 아니꼬운 표정을 지었다.장계금은 류혜진이 현대 병원에서 출근할 때의 옛 동료다.지난번에 난정호텔에서 장계금과 트러블이 생겼을 때, 장계금은 한 무리의 사람들을 데리고 와 류혜진을 괴롭히려고 했다.“아직도 잘난 척을 하다니, 누가 보면 엄청 잘 사는 줄 알겠어.”장계금은 비꼬듯이 말했다.“몇 년 전에 네가 의료사고를 내 현대 병원에서 잘린 일은 기억 안 나나 봐? 마침 어제 부원장님께서 이 일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무슨 낯짝으로 이곳에 나타난 거야? 나라면 평생 이곳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을 거야. 정말 뻔뻔하네.”이 말을 류혜진의 아픈 곳을 찔렀다.류혜진은 안색이 변하더니 숨을 크게 들이마신 후, 당당한 모습으로 대답했다.“너도 마찬가지잖아. 지난번에 난정호텔에서 뺨을 맞고 도망간 건 누구였지? 나라면 창피해서 출근을 하지 못했을 거야.”이 말을 들은 장계금은 표정이 일그러졌다.이 일은 지난 지 며칠 되지 않았다.장계금은 그 일이 생각났기에 류혜진을 보자마자 시비를 건 것이다.하지만 장계금도 쉽게 기죽을 사람이 아니었다.“정경래가 우릴 때린 거지, 네가 때린 건 아니잖아. 정경래가 하도 널 도와주려고 나서길래, 네 딸이 마음에 들어 네 사위라도 되려는 건 줄 알았어. 그런데 네 딸은 왜 아직도 바보 녀석과 만나고 있는 거야? 설마 정경래한테 버림받은 건 아니겠지?”류혜진은 더 이상 화를 가라앉힐 수 없었다.“장계금, 네 딸이야말로 남자한테 놀림받고 버림받았잖아!”류혜진이 소리를 지르자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기 시작했다.장계금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이 미친 년아, 당장 입 다물어. 그 얘기를 또 다시 꺼낸 다면 네 입을 찢어버릴 거야!”장계금은 굳이 류혜진과 싸워 자신의 딸의 명성을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류혜진은 목소리를 낮춘 뒤 장계금을 노려보았다.“다시 한번 내 딸을 욕한다면, 매일 병원으로 찾아와 네
“이동혁, 넌 입 좀 다물어!”류혜진은 화가 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동혁 때문에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장계금은 사위가 1억의 벤츠를 샀다고 자랑하며, 그들의 6천만 원의 아우디 A4를 비꼬았기에 류혜진은 가뜩이나 창피했다.이때 동혁이가 나타나 아우디 A4마저 폐차되었다고 말했으니,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격이 되어버렸다.그녀는 당장 동혁을 때려죽이고 싶었다.“어머, 집에 있던 유일한 차마저 폐차된 거야?”장계금은 득의양양하게 웃기 시작했다.“그럼 너희 집 식구들은 차가 없어서 걸어 다녀야겠네. 이걸 불쌍해서 어떡해.”류혜진은 어두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계금이 말한 것이 사실이기에 그녀는 반박할 수 없었다.집안의 전 재산인 2억은 라세영이 빚을 갚는 데 사용하였기에, 그들은 당분간 차를 살 형편이 아니었다.“저희 집에 차가 없다고 누가 그래요?”동혁이가 입을 열었다.“차가 폐차되었으면 새 차로 바꿔야죠.”“그럼 무슨 차로 바꿀 계획인 거죠?”하영수는 비꼬는 듯한 표정으로 동혁을 보며 물었다.“슈퍼카로 바꿨어요.”동혁은 얼마 전 하영수의 뺨을 때렸었다.“슈퍼카?”장계금 일가는 멍하니 있다가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데릴사위 주제에 슈퍼카 살 돈은 있는 거예요? 잘난 척도 정도껏 해야죠. 당신 집에는 휠체어를 타는 사람도 있는데, 차라리 400만 원을 들여 중고차를 사는 건 어때요?”“맞아, 집에 식구가 그렇게 많은데 슈퍼카를 산다는 게 말이 돼?”그들은 잇달아 동혁을 비꼬았다. 모두 그의 말을 우스갯소리로 여긴 것이다.동혁은 이에 차분하게 대답했다.“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슈퍼카를 사서 제 아내에게 선물하고, 호화로운 미니벤은 사서 아버지를 모시고, 겸사겸사 처남에게 슈퍼카를 선물하기도 했으니, 걱정하신 문제들은 모두 해결되었습니다.”그러자 장계금 일가는 또다시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요, 계속 거짓말하시죠. 차 한 대도 사지 못하는 주제에, 한꺼번에 세 대를 샀다고요? 정말 웃
“차를 이렇게 아무렇게나 주차해 놓다니, 슈퍼카를 몰면 다야?”소예은이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오가는 사람들은 차 몇 대의 위치를 보더니 그녀를 정신 나간 여자처럼 쳐다보더니 가버렸다.하영수는 다가와 보더니 속으로 욕설을 내뱉었다.‘이런 멍청한 년.’“그만 좀 해. 이겐 네가 차를 비뚤게 주차한 탓이야. 방금 내가 차를 주차한다고 했을때, 기어코 내 말 안 들어 이 사달이 난 거잖아.”그는 서둘러 소예은을 탓했다.방금 하영수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담배를 사러 갔기에, 자신의 아내가 차를 이렇게 주차한 것은 발견하지 못했다.“영수 씨, 왜 저 절 탓하시는 거예요? 분명 그들이 제 차를 막은 거잖아요!”소예은은 엄마처럼 성격이 괴팍했기에, 잘못 없는 남편을 비꼬았다.“그만 좀 해!”하영수가 낮은 소리로 외쳤다.“이건 자기가 차를 비뚤게 세웠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야. 옆에 있는 차들은 모두 차선 안에 세워져 있으니, 차주를 찾아와도 우리 잘못인 거야.”하영수는 정말 어이가 없었다. 자신의 멍청한 아내가 차 한 대로 세 개의 공간을 차지해 양쪽 차에 잠길 줄을 몰랐기 때문이다.운전석은 물론 조수석 쪽도 지나갈 수 없었다.하영수는 한 바퀴 둘러본 후 앞으로 갔는데, 콰트로포르테 차창 앞에서 쪽지 한 장을 발견했다.“다행히 차주께서 번호를 남겨주고 가셨네.”하영수는 전화번호를 저장한 뒤 바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곧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보세요. 혹시 이 콰트로포르테가 선생님의 차인 가요? 저희가 차를 꺼내야 하는데 좀 옮겨주시면 안 될까요?”[그래요. 몇 분만 기다려 주시죠. 제가 지금 일이 좀 있거든요.]“잠깐만요. 선생님 목소리, 아니, 왜 이렇게 이동혁 목소리와 똑같지?”영수는 안색이 어두워졌다.“이동혁?”장계금은 그 말을 듣고 비꼬듯이 말했다.“영수 네가 잘 못 들은 거겠지. 그 바보가 차 주인 일 리가 없잖아.”“맞아, 그 쓸모없는 놈이 스포츠카를 정말 샀다면 내가 타이어를 씹어 먹을 거야!”소예
동혁은 류혜진이 따로 돈쓸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는 그 400만 원이 라세영에게 주는 것이라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다.“가져왔어요. 당신들의 말대로 400만 원을 가져왔어요.”류혜진은 병실에 들어선 뒤 걱정하는 표정으로 물었다.“세영아, 몸은 좀 괜찮은 거야?”세영은 다리를 꼬고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괜찮냐고? 지금 우리 세영이가 괜찮아 보여?”서수현은 동혁을 노려보며 말했다.“만약 당신의 폐물 데릴사위가 어젯밤에 좀 더 빨리 세영이를 데리고 돌아왔다면, 우리 세영이가 이렇게 다쳤을 리가 없잖아!”어젯밤에 동혁은 세영을 구해주었는데, 이 여자는 전혀 고마워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동혁을 탓하였다.류혜진은 그저 묵묵히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동혁은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하였다.“맞은 걸로 끝나 다행인 줄 알아. 어젯밤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 아들은 이미 맞아 죽었을 지도 몰라.”“네가 뭔데 내 아들을 뭐라하는 거야!”라원문은 침대 머리맡을 세게 내리친 후, 자리에서 일어나 동혁을 가리키며 욕설을 퍼부었다.그러자 서수현도 날카로운 목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우리 아들이 도박을 하면 어때, 도박을 해도 너 같은 데릴사위보다는 백배 나아. 너야말로 맞아 죽어야 해!”병실에는 또 다른 환자가 두 명 누워있었다.서수현의 말을 들은 환가 가족들은 모두 이상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류혜진은 그들의 시선을 이기지 못하고 재빨리 동혁을 잡았다.“넌 입 좀 다물어!’동혁은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화를 겨우 가라앉힐 수 있었다.“34번 라세영 씨 가족분, 비용을 납부하셔야 합니다. 어젯밤 입원하실 때 납부하신 20만 원은 이미 다 결제되었습니다.”이때 간호사 한 명이 명세서 몇 장을 들고 들어왔다.류혜진은 명세서를 동혁에게 쥐여준 뒤 말했다.“얼른 가서 결제해.”동혁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명세서를 들고나갔다.400만 원을 결제한 뒤 병실로 돌아오자 라원문과 서수현 부부는 이미 병실을
라세영은 어젯밤 도박장에서 뺨을 맞은 일을 줄곧 기억하고 있었다.라원문 부부가 찾아온 후, 라세영은 도박장에서 동혁이가 자신을 무시해 왔다고 말했다.라세영이 동혁을 간병인으로 삼을 것을 제기한 것은, 일부러 동혁을 모욕하기 위해서다.라세영은 이를 악문 채 득의양양하게 말했다.“이동혁, 방금 우리 부모님 앞에서 잘 난척하지 않았어? 그럼 앞으로 보름 동안 내 똥 오줌을 받으며 내가 시키는 대로 해!”“꿈도 꾸지 마!”동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당장이라도 라세영을 때려죽이고 싶었다.“동혁아, 안 그러면 네가 남아서 세영이를 돌봐줄래?”이때 류혜진은 이전과 달리 온화한 말투로 말했다. 그녀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동혁이가 이 일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이 해야 될 것이기 때문이다.“이동혁, 들었어? 네 장모님이 말하는 데 설마 장모님 말마저 안 들을 건 아니지?”라세영이 비꼬듯이 말했다.그는 동혁의 불같은 성격으로는 절대로 이 일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는 진작에 동혁의 약점을 알고 있었다.동혁의 약점은 바로 그의 가족이었다.마침 그들 가족은 모두 류혜진의 말을 잘 들었기에, 동혁이는 거절하지 못할 것이다.다른 두 환자의 가족들은 모두 동정하는 눈빛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아무리 데릴사위라 해도, 남의 똥 오줌을 받아낼 정도로 무시당하는 건 도가 지나쳤던 것이다.동혁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한 세영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다는 거지? 그래, 난 그딴 짓 못하니까 다른 놈을 찾으면 되겠네.”동혁은 말을 마친 후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병실을 나섰다.그는 복도 끝의 베란다에서 핸드폰을 꺼내 천수홍에게 전화를 걸었다.“동혁 씨? 아이고, 어쩐 일로 전화를 하신 거죠?”천수홍은 굽신거리며 말했다.“말씀하신 7인승 미니벤은 이미 집으로 보내드렸어요. 이 외에 또 분부하실 일이라도 있으신 가요?”동혁과 최씨 가문이 친분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방금 그는 아래층에서 차를 옮기기를 기다리던 장계금으로부터, 류혜진이 병원에 왔다는 소식을 듣고 사무실에서 달려온 것이다.“참 뻔뻔하네.”천대명은 콧방귀를 뀌며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5년 전 네가 실수로 인해 젊은 여자 환자분이 사망하여 병원 전체에 영향이 간 것은 잊었나 봐? 우리 현대 병원의 동료들은 너 때문에 얼마나 창피했는지 알기나 해? 너 같은 사람은 현대 병원에 들어설 자격조차 없어. 다들 말해 봐요, 제 말이 틀렸다고 생각해요?”그는 병실 밖에서 구경하는 사람을 보며 말했다.많은 사람들은 천대명의 말을 듣고서야, 류혜진이 현대 병원의 의사였던 것도 모자라 의료사고를 일으켰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부원장 님의 말이 맞아요. 저런 사람은 현대 병원에 들어올 자격조차 없어요.”“의료사고를 내서 환자를 죽였으면서, 뻔뻔하게 병원에 발을 들인 거야?”“의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뒷배 믿고 잘난 척하던 인간이었던 거 아니야?”많은 사람들은 제각기 비아냥거리기 시작했다.류혜진은 이런 경멸의 시선들 속에서 고개를 들 수 없었다.그 의료사고는 그녀가 떨쳐버릴 수 없는 상처이기도 했다.지금 천대명이 그 상처를 또다시 들추어냈기에, 류혜진은 가슴이 쥐어짜듯이 아팠고 손발이 미친 듯이 차가웠다.“천 부원장님이시죠? 제 어머니 말에 문제라도 있나요? 그때 그 의료 사고는 저희 어머니께서 이미 책임을 지고 병원을 떠났고, 지금은 평범한 사람의 신분으로 병원에 온 것인데 왜 들어오면 안 되는 건 가요?”바로 이때, 동혁이가 군중을 헤치고 병실로 들어왔다.그는 천대명 앞에 서서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았다.“부원장님께서 이렇게 급하게 달려와 지난 일에 대해 또다시 말씀하시는 건, 뭔가 남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이라도 있는 건가요?”천대명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며 놀란 듯한 표정으로 동혁을 쳐다보았다.“넌 누구길래 나한테 이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동혁은 그의 안색이 변한 데다가 눈빛이 이상해지자 더욱 자신의 생각을 확신했다.“부원장
동혁의 우렁찬 말을 듣자 주상화의 표정은 극도로 일그러졌다.그리고 주변의 구조대원들도 다시 분노가 솟구쳤다.‘스타공익재단은 우리에게 쉰 도시락을 먹인 게 끝인 줄 알았어.’ ‘지금 이동혁의 말 뜻은, 여전히 우리를 위협해서 우리 모두의 입을 막으려 한다는 거지.’‘음식이 쉬었다면 부주의나 운송의 지체되면서, 더운 날씨에 쉬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어.’‘지금 일이 생겼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입을 막겠다는 거야. 이건 고의로 나쁜 짓을 하겠다는 거잖아!’“스타공익재단, 이 개자식들, 너희들한테 마지노선이 있어!”“우리가 왜 죽어라 구조에 참여했는데! 이 양심도 없는 것들!”“오늘 이 일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겠어!”“...”격분한 구조대원들이 모두 스타공익재단 직원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이 개자식들의 수법에 분노한 사람들은 참을 수가 없었다.주상화는 차갑게 동혁을 바라보면서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이동혁, 이렇게 구조대원들을 선동하면 우리 스타공익재단을 뒤엎을 수 있다고 생각해?”“민의에 휩쓸릴 생각을 하다니, 너무 순진한 거 아니야? 이렇게 해도 소용없어!”“그건 바로 너의 허약한 마음과 무기력함을 말해줄 뿐이야! 우리에게 보복할 더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 전혀 없기 때문이지!”“보복조차도 이런 무의미한 방식을 써야 하다니, 너는 정말 쓸모없는 놈이야!”“항난그룹 회장에, 마누라는 두 그룹의 회장이라더니...”“겨우 이 정도야?”주상화는 동혁에 대한 경멸을 조금도 숨기지 않았다.동시에 그의 오만한 모습을 남김없이 드러냈다.‘스타공익재단은 이 자원봉사자들이 어떻게 생각하든 전혀 개의치 않아.’‘대중이 격분해서 또 어쩔 건데?’‘바로 수단을 써서 억지로 눌러 입을 열지 못하게 하고 아무 변화도 없게 만들면 돼.’주상화는 자신의 이 폐부를 찌르는 말을 듣고 화가 난 동혁은, 틀림없이 멘탈이 붕괴될 거라고 생각했다.‘이어서 펄쩍 뛰면서 무능하고 격노한 모습을 보이겠지.’‘그때가 되면 더욱 쉽게 이동혁을 상대
“삼촌!”주태하는 크게 기뻐하며 곧바로 앞으로 나와서 마중했다. 주상화의 곁에 와서 작은 소리로 뭔가 말하면서 수시로 동혁을 향해 손가락질을 했다.주상화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곧 고개를 든 주상화가 동혁을 힐끗 보고는 바로 다가왔다.“이동혁, 당신은 이번에 천영훈을 폭행해서 우리 스타공익재단의 이미지를 손상시켰기에, 이미 우 회장이 자원봉사자 명단에서 당신을 제명했어.”“지금 우리 구조 현장에 와서 정상적인 구조 활동을 방해하는데, 적절한 행동이 아니야!”주상화는 올라오자마자 동혁의 머리에 누명을 씌웠다.우대평과 함께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겨난 우시연은, 체면 때문에 재단의 직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주상화는 또 줄곧 밖에 있었기에, 우시연이 자신의 삼촌과 함께 동혁에게 쫓겨났다는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당신이 주 부회장이지? 나한테 누명의 씌울 필요는 없어.”동혁이 의미심장하게 말했다.“도대체 누가 스타공익재단의 이미지를 망쳤는지는 아직 모르잖아.”주상화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주상화는 자기가 해고된 일에 앙심을 품은 동혁이, 현장에 달려와서 일부러 트집을 잡았다고 생각했다.그러나 하필이면 스타공익재단에서 결코 새어 나가선 안 되는 일이 상대방에게 드러난 것이다.‘이동혁이 비록 우시연에게 제명되었지만, 결국 항난그룹의 회장이야. 아내의 신분도 절대 낮지 않아.‘입을 잘 다무는 자원봉사자들과 달리 이동혁은 누르기 어려워.’그래서 주상화는 지금 가능한 한 빨리 동혁을 내보내고 싶었다.“이 회장은 이상한 말 하지 말고, 할 말이 있으면 해.”주상화는 요청하는 태도를 취했다.“지금 날씨를 보니 또 곧 두 번째 큰 비가 내릴 것 같네. 장소를 바꿔서 말하는 게 낫지 않겠어?”동혁이 현장을 떠나기만 하면, 주상화가 곧바로 부하들을 배치해서 현장을 통제할 수 있다.‘먼저 그 쉰 도시락을 치우고, 다시 당근과 채찍을 적당히 조합해서 구조대원들의 입을 봉하면 돼. 그럼 이 일은 아무 문제없이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나는 밥 먹었어. 이걸 왜 먹어!”주태하가 목을 꼿꼿이 세우면서 말했다.어차피 삼촌이 곧 올 것이기에 동혁도 두렵지 않았다.“너는 밥을 먹었지만, 이렇게 힘들게 한나절 동안 일한 구조대원들은 먹지 못했어!”“너희가 그 구조대원들을 고의로 한 시간이나 굶겼고, 또 쉰 밥을 먹이려고 했어.” “너희들이 이러고도 뻔번하게 공익 기관이라고 자부할 수 있어?”주태하의 멱살을 잡은 동혁이 상대방을 잡아당기면서 차갑게 말했다.“오늘, 너희 스타공익재단의 사람들은 억지로라도 이 쉰 밥을 모두 삼켜야 해!”말을 마치자 주태하를 내팽개친 동혁이 곧바로 핸드폰을 꺼내서 정충화에게 전화를 걸었다.“정 가주님, 여기 달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호텔에서 임시로 도시락을 만들어서 이쪽의 구조대원들에게 보내주세요, 가능한 한 빨리요.”‘음식이 쉰 이 일은 그대로 넘길 수 없어. 그러나 구조대원들이 굶는 일도 가장 빨리 해결해야 해.’정씨 가문의 호텔이 H시 곳곳에 있다는 걸 떠올리고, 동혁은 신속하게 정충화를 찾았다.[알겠습니다. 제가 바로 아랫사람에게 지시하겠습니다!]정충화는 두말하지 않고 바로 승낙했다.핸드폰을 집어넣은 동혁은 감정이 격해진 구조대원들에게 설명했다.“제가 이미 친구에게 도시락을 다시 주문해 곧 배달하라고 했습니다. 모두 지금 가지고 있는 도시락은 일단 먹지 마세요.”어떤 구조대원들은 전체 상황을 고려해서 화를 참고, 일단 밥을 먹은 다음에 다시 따지기로 결정했다는 걸 알았다.‘그러나, 바로 이렇게 명성도 이익을 위해서도 아닌 순수한 사람들이, 오히려 스타공익재단의 이 개자식들을 만난 거야!’동혁은 오늘 어떻게든 구조대원들에게 공정한 도리를 되찾아 줄 작정이다.“모두들 쉰 음식은 더 이상 먹지 마세요. 몸에 안 좋아요. 동혁 씨가 이미 다른 사람에게 우리 도시락을 다시 주문했다고 말했어요!”곧바로 동혁의 말을 알린 임서영은 또 선견지명이 있게 말했다.“모두들 도시락을 치우고 뚜껑을 잘 닫아 두세요. 이것들은 모두 이 자리의 증거니까,
‘스타공익재단 이 자식들은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나눠주지 않았어. 구조대원들을 굶기려고.’빨리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먹여야 할 상황이 아니라면, 동혁은 바로 조동래에게 이들을 체포하라고 연락했을 것이다.“뭐야, 일부러 도시락을 숨기고 안 나눠준 거야?”“이 개자식들, 이건 고의로 우리에게 보복한 거야. 우리가 배를 곯게 말이야!”“너희들 왜 이래? 일은 안 하더라도 엉망으로 만들진 말아야지!”동혁의 말에 화가 난 구조대원들이 달려와서 스타공익재단사람들을 겹겹이 에워쌌다.여자 구조대원들은 화가 나서 눈물마저 흘렸다.충돌은 곧 폭발할 것만 같았다.동혁은 자신에게 붙잡힌 직원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 너희들 스스로 도시락을 나눠줄 거야, 아니면 내가 너희들이 나눠주게 만들까?”“우, 우리가 나눠줄게!”격앙된 군중을 보자, 좀 무서워진 주태하가 창백해진 표정으로 말했다.“나를 놔줘. 정말로 도시락을 감추고 나눠주지 않은 게 아니야!”“밥차도 온 지 몇 분 밖에 안 됐어. 우리 직원들이 아직 도시락을 집계하는 중이라...”“그럼 빨리 나눠줘!”이 작자의 허튼소리도 듣기 귀찮아서 동혁이 바로 풀어주었다.“가! 차에 가서 도시락을 옮겨!”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동혁을 힐끗 본 뒤, 주태하는 다른 직원들과 함께 도시락을 옮기러 갔다.그 사이 틈을 타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삼촌! 그 이동혁이 또 소란을 피우고, 저도 때렸어요. 아저씨가 제 화를 좀 풀어주세요!”그의 삼촌인 주상화는 스타공익재단의 부회장이자 우시연의 오른팔로, 스타공익재단의 일상 사무를 책임지고 관리했다.시 전체의 구조대원들에게 도시락을 일괄적으로 나눠 주는 업무도 바로 스타공익재단에서 담당하는 것이다.지금 조카의 말을 듣자 곧바로 가장 먼저 달려오겠다고 했다.“이동혁 이 자식 기다려. 우리 삼촌이 도착하면 끝까지 책임을 지게 만들겠어!”주태하는 매섭게 욕을 했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도시락을 옮겨야 했다.‘지혜로운 사람은 불리한 상황에 손해를 보지
그 자리에 있던 구조대원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모두 분노했다.그러나 그 직원은 여전히 개의치 않은 채 심지어 눈을 희번덕거리기도 했다.“하기 싫으면 하지 마. 어차피 나를 구조하는 것도 아닌데 뭐.”확실히 그 직원을 도와주기 위한 것은 아니다.만약 긴급구조가 아니라면, 구조대원들은 정말 화를 참지 못하고 바로 레드 재킷을 벗어 던지고 가버렸을 것이다.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동혁도, 이제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었다.곧바로 앞으로 걸어가서 차가운 목소리로 그 직원에게 말했다.“3분 동안 시간을 주겠어. 모든 구조대원에게 도시락을 나눠 주도록 해. 하나라도 적다면 따귀를 때릴 거야!”“어, 동혁 오빠, 왜 또 돌아왔어!”“우리와 함께 구조하려고 다시 돌아온 거야?”“잘됐어! 동혁 씨는 별일 없을 줄 알았어!”갑자기 다시 눈앞에 나타난 동혁을 보고 구조대원들은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비록 함께 지낸 시간은 길지 않았지만, 서로 이미 두터운 전우애를 맺었다.동혁을 알아본 스타공익재단의 직원들도 갑자기 표정이 바뀌었다.앞서 천용훈을 쫓아냈던 이 남자에게 모두 깊은 인상을 받았다.그러나 이전의 일을 떠올린 직원은 여전히 콧방귀를 뀌었다.“이동혁, 당신은 해고된 사람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능력이 있으면, 우리 우시연 회장님 앞에 가서 떠들어!”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회장이다.앞서 우시연은 모든 사람들 앞에서 직접 동혁을 해고했다.그래서 스타공익재단 직원들도 모두 믿는 바가 있기여, 동혁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우시연? 내가 이미 쫓아냈어.”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만약 또 이렇게 고집을 피우고 도시락을 나눠주지 않겠다면, 너도 꺼지게 해 줄게!”“우시연 회장님을 네가 쫓아냈어? 허!”동혁의 말을 전혀 믿지 않은 직원이 냉소하며 말했다.“어차피 내가 할 말은 다 했어. 도시락은 아직 도착하지 않았는데 먹고 싶다고? 기다려!”짝!말이 끝나자마자 동혁이 따귀를 한 대 갈겼
세화가 목적을 말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수재의연금을 내겠다고 했다.모두들 H시의 시민이고, 게다가 H시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H시가 빨리 정상을 회복하고 일상이 정상 궤도에 오르는 건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 그래서 모든 회원들의 목적은 단순했고 열정도 대단히 높았다.세화가 생각지도 못한 것은 엠퍼러의 사장인 임홍성이 뜻밖에도 그 자리에서 백억 원이나 내겠다고 한 것이다.세화가 재빨리 만류했다.“임 사장님, 형편대로 내시면 됩니다.” “모두 엠퍼러의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적게 내셔도 됩니다.” “이런 일은 원래 자발적으로 참여해야 하니까요.”임홍성은 줄곧 겸손하고 사업에만 전념하는 사람이라서 우대평에 비할 수가 없었다. 세화는 이 노선배를 마음속으로부터 존경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임홍성에게 권고했다. 모두 임홍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모두 내가 이렇게 많이 기부한다고 만류할 필요 없어요.”임홍성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사실대로 말하자면 엠퍼러는 이미 더 이상 지속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미 인수하려는 구매자와 접촉하고 있으니, 여러분은 엠퍼러가 팔렸다는 뉴스를 곧 보게 될 겁니다.”“이렇게 여러 해 동안 몸부림쳤지만, 저도 지쳐서 이젠 고향에서 노후를 보내고 싶네요.”“나중에 제가 돈을 보내지요. 고향을 위한 제 마지막 공헌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이 말을 마치고 임홍성은 바로 나갔다. 모두에게 쓸쓸한 뒷모습만 남긴 채.세화는 숙연하게 경의를 표했지만, 마음도 좀 언짢았다.세화가 재빨리 이 새로운 신분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자, 동혁은 아주 만족스러웠다.H시상공회의소에서 나온 동혁은 구시가지의 구조 현장으로 갔다.어젯밤에 밤새도록 구조 작업을 펼쳤고, 오늘 또 반나절 동안 작업을 계속했다. 갇혀 있던 시민들도 마침내 긴급 대피를 마칠 수 있었다.그러나 도로에는 여전히 물이 차서 진흙탕이었다. 구조대원들은 여전히 열기가 대단해서 식사 시간도 나눠서 작업할 정도였다.
“어?”순간 생기가 없어진 우대평의 눈빛에서 광채도 사라졌다.‘이동혁이 이렇게 절대적이고 포악한 방식으로 행동해서 나를 이 H시상공회의소 회장에서 쓸어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어.’‘하지만 이제 어떻게 할 수 있겠어?’‘H시상공회의소의 회원들이 모두 이동혁의 말에 따라서 움직이는데.’‘게다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인 강경영은, 여전히 무릎을 꿇은 채 끊임없이 자신의 따귀만 때리고 있어.’우대평은 절망했다.동혁의 이 한마디는 바로 우대평의 운명을 가르는 선고였다.반항할 기회조차 없었다!“네 조카딸과 졸개를 데리고 꺼져.”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동혁은 한 마디를 던지고 바로 강경영에게 갔다.지금 사람들을 등지고 있는 강경영의 얼굴은 퉁퉁 부었고 입가에선 피가 흘렀다.그러나 동혁이 멈추라고 하지 않았기에 잠시도 멈출 수가 없었다.“이제 됐어.”바로 그때 뒤에서 동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경영에게는 천상의 목소리나 다름없었다.시큰시큰한 손을 내려놓은 강경영이, 동혁을 향해 퉁퉁 부은 얼굴을 내밀면서 말했다.“이 선생님, 또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차 명의 변경은 어떻게 됐어?”동혁이 차를 마시면서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경영이 굽실거리며 대답했다.“아직, 아직 하고 있습니다. 이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결국 백억 원 이상 하는 슈퍼카라서 처리에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야.”웃으면서 쳐다보던 동혁은, 강경영이 두려워하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비로소 손짓했다.“너도 꺼져.”강경영 혼자라서 동혁이 더 이상 혼을 내기도 어려웠다.“이 선생님, 감사합니다! 이 선생님, 감사합니다!”일어난 강경영은 연신 허리를 굽혀 인사한 뒤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떠났다.H시상공회의소 본부에서 나오자마자, 1초라도 더 머물게 될까 싶어서 바로 도망쳤다.“여러 선배님들, 이번에 100년 만에 닥친 엄청난 폭우로 H시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우리 H시상공회의소에서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그래서 회장
강경영마저 무릎을 꿇자, 우대평의 마음속에는 이미 동혁에게 계속 대항할 마음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그러나 동혁은 우대평을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그리고 중앙에 우뚝 서서, 세 가주와 100명에 달하는 전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을 부드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이 선생님을 뵙습니다!”백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동시에 이 한마디를 외쳤다.이 장면을 본 세화는 눈시울을 붉혔다.‘예전에 동혁 씨는 H시에서 여전히 모든 사람들이 업신여기는 폐물 데릴사위였어.’‘그런데 지금은 H시의 가장 뛰어난 기업가들이 동혁 씨한테 이렇게 예의를 갖추다니.’“여보, 오늘 너무 멋있어!”입을 가린 채 세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뒤에 있는 아내의 말을 듣지 못한 동혁이 웃으면서 말했다.“오늘 여러분께서 이동혁의 체면을 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또 이렇게 많은 H시 재계의 친구분들도 알게 되었습니다.”“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사람들이 분분히 말했다.동혁의 손짓에 장내가 다시 조용해지자, 동혁이 낭랑한 목소리로 말했다.“이제 여러분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하셔서, 제 체면을 세워주시기를 바랍니다.”‘응?’동혁의 말을 듣자 사람들은 모두 멍해졌다.앞서 동혁과 우대평이 충돌하는 모습을 보고, 모두가 그 자리에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하기로 했다.‘지금 이동혁이 다시 H시상공회의소에 가입할 것을 요구하는데, 어떻게 된 일이지?’‘그러나 어쨌든 체면은 반드시 세워줘야겠지.’“우리 소씨 가문은 즉시 H시상공회의소에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오씨 가문도 새로 가입하겠습니다!”“정씨 가문도...”세 가문의 가주들이 태도를 표명하자, 다른 사람들도 잇달아 따라서 가입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은 이 말에 크게 기뻐했다.“이 선생님은 정말 대인이십니다. 이 늙은이가 이렇게 미움을 샀는데도, 이전의 원한을 따지지 않으시는군요.” “H시 재계의 발전을 생각하시는 모습에 정말 제가 부끄럽습니다!”무릎을 꿇은 우대평이 동혁에게 계속 아부 멘트를 날렸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거들먹거리면서, 세 가문의 가주들조차 인정하지 않고 폄하했던 강경영!그랬던 그가 지금 뜻밖에 동혁의 말 한마디에 깔끔하게 무릎을 꿇었다.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결말!“헛!”세화조차 믿기지 않아서 입을 딱 벌렸다.‘동혁 씨가 블루라군 별장에 간 다음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강경영이 동혁 씨를 이렇게 두려워하지?’우대평은 그야말로 똥 씹은 표정이었다.새 가주들도 멍한 표정이었다.다른 H시상공회의소 회원들도 마찬가지로 멍한 표정이었다.‘강경영은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잖아.’‘사해상공회의소라는 거대 단체를 배경으로 N도 전체를 거침없이 누빌 수 있는 존재인데, 이렇게 이동혁에게 무릎을 꿇었단 말이야?’“이 선생님, 우대평이 무릎을 꿇으라고 한 겁니다. 저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지금 강경영은 주위의 의아해하는 시선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울상을 지으면서 절박한 목소리로 동혁에게 소리쳤다.여기에서 동혁을 만날 줄은 생각지도 못했기에, 강경영은 놀라서 자빠질 지경이었다.‘블루라군 별장 사건의 전체 과정을 목격한 사람만 이 남자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고귀한 가문 태생인 사성우조차도 인간의 모습이 아닐 정도로 이동혁에게 호되게 시달렸어.’‘강경영 내가 뭐라고...’세화 옆에 앉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일어나지 않았던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원래 이 변화를 조용히 지켜보고, 사해상공회의소가 어떤 큰 그림을 그리는지 알고 싶었지.”“네가 들어온 뒤 쓸모 있는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고, 시치미를 떼는 말만 할 줄은 몰랐네.”“강 대표, 아주 잘난 척하던데?”놀란 강경영은 곧 울음을 터뜨릴 듯이 부들부들 떨었다.“아, 아닙니다. 이 선생님 앞에서 제가 어떻게 감히 잘난 척할 수 있겠습니까!”“안 그랬어?”동혁은 코웃음을 쳤다.“세 가문의 가주님들은 모두 나의 오랜 친구분들인데, 네가 인간쓰레기라고 했잖아?”세 가문의 가주들은 줄곧 동혁의 편에 확고히 서 있었다.제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