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자인과 하명설 등이 한 짓을 동혁은 항남을 대신해 절대 용서할 수 없었다. ‘허자인 등이든 천우민과 그의 배후의 3대 가문 모두 내일 응당한 처벌을 받게 해 주지.’ 장윤정이 울부짖는 와중에 그녀와 허자인은 끌려나갔다. “이동혁, 이번엔 네가 이겼어. 하지만 두고 보자!” 천우민은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가버렸다. 그는 지금 매우 기분이 불쾌했다. 조국현이 가지고 있던 특허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동혁에 의해 그냥 물러나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천우민의 마음을 더욱 놀라게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동혁, 이 사기꾼이 어떻게 하루아침에 조국현을 군부의 사람으로 만들었을까?’ 천우민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순간 앞서 3대 가문이 동혁의 또 다른 신분인 백항서와 몇 차례 맞붙었을 때 동혁이 보여준 군부와의 밀접한 관계가 떠올랐다. 이 생각을 한 그는 마음속에서 더욱 놀랐다. “어딜 가? 내가 언제 가도 된다고 했나?” 천우민이 막 몸을 돌려 떠나려 하자 동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울렸다. 천우민은 다시 몸을 돌려 화를 내며 말했다. “그래서 네가 뭘 어떻게 할 건데?” “원래 내일 형제 기일에 너와 3대 가문 모두를 함께 처리할 예정이었어.” 동혁이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오늘 이렇게 네가 먼저 나를 건드렸으니 먼저 너부터 손 좀 봐주고 3대 가문에게 본보기를 보여주는 게 좋겠지?” 전에 동혁은 노무식을 시켜 3대 가문에게 말을 전했다. 조 씨 가문의 온 가족은 백항남의 기일 전에 에메랄드정원을 떠나야 한다. 또한 3대 가문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상복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최근 3대 가문의 행보를 보면 그들은 분명히 이런 동혁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었다.처음에는 왕조희를 이용하고 그 다음에는 N도경제연합회를 이용하여 소란을 일으켰다. 그렇게 점점 심하게 항난그룹을 압박했다. 동혁은 그래서 오늘 천우민을 이용해 3대 가문 모두에게 경고할 셈이다. “이동혁, 네
“으아아!” 고통이 극에 달한 천우민은 처량하기 짝이 없는 비명을 질렀다. 잠시 후에도 천우민은 거의 기절할 정도로 아픔을 느꼈다. “이 부러진 이 두 다리는 조국현을 대신해서 갚는 것뿐이야. 내 형제 항남의 원수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생각해 보자고.” 동혁은 말을 마치고 이미 겁에 질려있는 경호원 몇 명을 힐끗 쳐다보았다. “3대 가문에게 데려가고 그들에게 내가 준 시간이 이제 단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고 전해.” 경호원 몇 명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천우민을 데리고 떠났다. 조동래도 와서 경례를 하고 허자인과 장윤정을 데리고 나갔다. 카페 안은 순식간에 텅 비었고 동혁과 조국현 두 사람만 남게 됐다. 조국현이 동혁을 향해 몸을 돌리며 진심을 담아 허리를 깊숙이 숙였다. “회장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백 회장님께서 마침내 억울함을 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회장님께서 정말로 3대 가문을 벌하고 돌아가신 백 회장님을 위해 정의를 다시 되찾으실 거야.’ ‘거기다 감사하게도 그 천박한 년놈을 혼내주시기까지 해 주셨어.’ 수소야는 돌아와서 조국현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기쁨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천우민이 두 다리가 불구가 되어 벌을 받았다는 사실에 그녀는 이미 충분히 만족했다. 그전에는 이런 일을 꿈도 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시작일 뿐이에요. 내일 양부모님을 모시고 에메랄드정원에 가서 3대 가문이 항남의 관을 나르고 상복을 입고 애도하는 모습을 지켜보세요.” 그러자 동혁이 말했다. 관과 상복 등의 항남의 기일에 사용할 물건들이 많았다. 동혁은 이미 노무식에게 물건들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내일 항남의 기일은 H시 역사상 가장 성대한 규모의 경조사로 치러질 거야.’ “알겠어요.” 수소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혁에 대해 그녀는 이미 절대적인 신뢰를 가지고 있었다. 동혁은 하늘 거울 저택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고 항난그룹을 나서기 전 석훈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취임식을 앞당겨 내일로 바꿔야겠어.” “장소
“또한 경호원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 하나 더 있는데 조국현이 장비 연구소의 선임 연구원이 되었다는 거야.” “백항서가 가지고 있는 군부의 배경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대단한 거 같아.” “그러게 H시 군부의 직속 장비 연구소인데 제 집처럼 쉽게 드나들다니!” 3대 가문의 가주들 얼굴에 놀라움이 가득했다. 그들의 놀라움이 커질수록 후회도 더 깊어졌다. ‘백항서가 군부에 대단한 배경이 있을 거라는 건 일찍이 우리 모두 예상했던 일이었어.’ ‘그렇다면 H시물류그룹이 기기를 망가뜨리게 시도하도록 놔두지 말았어야 했는데.’ ‘지금 나호연이 잡힌 이상 우리 3대 가문의 H시 물류업은 반드시 대대적인 개편을 피할 수 없겠군.’ ‘막대한 손실뿐만 아니라 더불어 H시에 대한 우리의 장악력도 심각하게 약화될 거야.’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없어.” 조구영이 말했다. 나머지 두 사람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백항서가 항난그룹을 재건한 것은 바로 우리 3대 가문을 노린 거야.’ ‘이틀 전 백항서는 노무식에게 조씨 가문에 에메랄드정원을 비워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쓸 거라고 전했지.’ ‘거기에 우리 3대 가문 사람 전원이 상복을 입고 참석해야 한다고도 했어.’ ‘우리 3대 가문과 백항서는 처음부터 서로 공존할 수 없는 사이야.’ “그리고 경호원이 말하길 백항서가 진씨 가문의 그 쓸모없는 사위라고 하던데 진짜일까?” 허윤재가 갑자기 물었다. 지금까지 3대 가문 가주 중 동혁을 가장 증오하는 사람이 바로 허윤재였다. ‘내 아들 명신이 식물인간이 된 것은 바로 세화 때문이야.’ ‘이동혁이 정말 백항서라면.’ ‘그럼 명신이를 식물인간으로 만든 건 이동혁 그놈이 틀림없어.’ ‘어쩐지 군사훈련이라고 하기엔 너무 미심쩍긴 했어.’ 조구영은 콧방귀를 뀌었다. “지금 사실이건 거짓이건 무슨 상관이야? 이제 진씨 가문의 그 바보 같은 사위를 우리도 더 이상 예전처럼 그냥 무시할 수는 없어.” “내일이 백항남의 기일이야. 백항서가 그 쓸모없는 이동
‘취임식을 내일 한다고?’ ‘에메랄드정원에서?’ 조구영만 놀란 게 아니다. 함께 있던 천정윤과 허윤재도 놀랐다. 그들은 방금까지 심석훈의 취임식이 백항남의 기일보다 이틀 늦는 것에 대해 불평했었다. 결국 심석훈은 그들이 원하는 것을 들어준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이것이 바로 기회라는 거구나.’ ‘좋았어!’ ‘기회가 온 거야!’ 지금 이 순간 3대 가문의 가주들은 형용할 수 없는 기쁨을 느꼈다. “장 중위님, 심 총지휘관님께 전해주십시오.” 조구영은 기쁨에 넘쳐 말했다. “저희 조씨 가문에서 내일의 취임식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 심 총지휘관께서 에메랄드 정원이 마치 집처럼 편하게 느끼시도록 하겠습니다.” ‘백항서, 그 애송이 놈이 우리 조씨 가문 사람들을 쫓고 에메랄드정원을 백항남의 의관총으로 삼겠다는 헛소리를 했었지?’ ‘그런데 심 총지휘관께서 취임식을 이 에메랄드정원에서 하신다고 했어.’ ‘그럼 백항서 그놈도 이제 별 수 없게 되는 거지.’ “조 회장님 말씀조심하셔야 합니다. 내일은 심 총지휘관만 편하게 모시면 안 되거든요.” “내일의 주인공은 심 총지휘관가 아니라 이 전신이시니까요.” “심 총지휘관은 이 전신이 훈련시킨 병사 출신으로 이미 오래전부터 취임식에 참석해 달라고 심 총지휘관께서 부탁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내일 전신께서도 에메랄드정원에 오실 예정입니다.” “조 회장님, 이건 회장님의 조씨 가문에게 큰 영예가 될 겁니다.” 이 말을 듣은 조구영은 더욱 미칠 듯이 기뻤다. ‘우리 조씨 가문은 이 에메랄드정원에서 백 년 동안 몇 대를 거치며 살아왔어.’ ‘하지만 어떤 군부의 장군도 이곳을 왕래한 적이 없었지.’ ‘그런데 이제 장군뿐만 아니라 전신께서 오신다니.’ ‘이건 우리 조씨 가문의 더없는 영광이야!’ 천정윤과 허윤재도 흥분해서 몸이 달아올랐다. ‘어떻게 이 전신께서 오신다는 데 소홀히 할 수 있겠어?’ 천정윤이 즉시 말했다. “조씨 가문뿐만
‘이동혁의 그 재수 없는 말 때문에.’ ‘내가 어제 기밀 수칙을 200번이나 베꼈어.’ ‘아직도 이 손이 뻐근해. 근데 내가 왜 그놈을 도와?’ 장영도는 3대 가문에게 동혁이 보복을 당하길 바라며 도와주지 않으려고 했다. “맞아요, 네, 그래요, 우리가 3대 가문과 화해할 무슨 자격이 있겠어요. 그냥 용서라도 구하고 싶을 뿐이에요.” 류혜진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3대 가문은 우리 가족만 초대한 건데, 이런 고급스러운 식사 자리에 제가 마음대로 다른 사람을 데리고 갈 수는 없잖아요.” 장영도가 정색을 했다. 류혜연은 난처한 표정을 짓고 있는 류혜진을 보고 마음이 불편했다. “여보, 우리 언니 체면을 봐서라도 좀 도와줘요. 일단 먼저 전화로 물어보는 게 어때요? 혹시 알아요? 하락할 수 도 있잖아요.” “맞아요, 아빠. 형부 좀 도와줘요.” 현소도 다가와 장영도의 팔짱을 끼고 애교를 부렸다. “알았어. 내가 전화해 물어볼게.” 장영도는 류혜진과 현소가 부탁하자 고집을 부를 수없어 조구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는 친척들 몇 명을 더 데리고 식사에 참석해도 되는지 물었다. [장 중위님 친척이신데, 별말씀을요. 당연히 환영합니다. 앞으로 자주 볼 사이 아닙니까?] 조구영도 별생각 없이 큰소리로 웃으며 대답했다. 장영도는 체면이 섰고 개운한 기분으로 전화를 끊었다. “조 회장님이 승낙했으니, 처형 가족들도 저희와 함께 식사하러 가시죠.” “제부,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류혜진은 고마워 어쩔 줄을 몰라했다. 때마침 세화가 회사에서 돌아왔고 말을 듣고는 장영도에게 역시 감사를 표했다. 동혁은 항난그룹에서 돌아온 후 줄곧 부족한 잠을 보충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류혜진이 와서 몸을 흔들었다. “어머니, 무슨 일이에요?” 동혁은 졸린 눈으로 물었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자고 있어? 잠못자서 죽은 귀신이라도 들렸어?” 류혜진은 늘 동혁에게 불만이었다. “됐고 일어나. 에메랄드정원에 가서 조 회장님 댁하고
“장 중위님, 환영합니다.” 장영도 가족이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고 3대 가문의 가주들이 가족들과 함께 직접 문으로 마중 나왔다. 그들은 최대한 극진한 예우를 베풀었다. 장영도는 당연히 이런 대우를 받아 놀라며 재빨리 말했다. “세 분 회장님, 여기는 모두 저희 가족들입니다. 제가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함께 온 가족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개했다. 3대 가문의 가주들은 모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였다. 마지막으로 장영도는 내키지 않았지만 동혁을 소개했다. “마지막으로 여기는 이동혁, 제 조카사위...” “이동혁?’ 장영도의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3대 가문의 가주들의 얼굴표정은 이미 발끈하며 화가 가득해졌다.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우리 앞에 나타나다니.” 조구영은 이를 갈며 동혁을 노려보았다. 그는 동혁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겠다는 듯이 매서운 눈빛으로 째려보았다. 나머지 두 가주의 반응 역시 조구영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본 장영도 가족과 세화 가족은 모두 안색이 급변했다. 3대 가문이 동혁을 이렇게까지 증오할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동혁을 매섭게 쏘아보는 장영도는 지금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처형이 부탁하더라도 이 바보를 데려와서 이렇게 분위기를 난감하게 만들지 말았어야 했는데.’ 모두의 시선이 장영도를 향하자 류혜연이 그의 옷을 잡아당겼다. 장영도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입을 열었다. “세 회장님, 전 이동혁이 3대 가문의 미움을 사고 용서할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의 부탁으로 저도 어쩔 수 없이 동혁이를 데리고 와서 이렇게 세분의 회장님께 사과드리고 용서를 빌려고 합니다.” “용서를 빈다고요?” 3대 가문의 가주들은 뜻밖이라고 생각하며 서로 눈을 맞추었다.그들은 서로의 눈에서 기쁨을 보았다. ‘이동혁이 항남의 기일 전날인 오늘 특별히 에메랄드정원에 찾아왔길래 우리에게 한방 먹일 줄 알았는데.’ ‘뜻밖에 우리들에게 사과하고 용서를 구하러 왔다니.’ “심 총지휘
“이동혁, 네놈은 우리 조씨 가문에서 평생 하인으로 일해도 이 죄를 속죄할 수 없어.” 조명희가 가사도우미가 된 일로 조씨 가문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허윤재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내 아들 허명신, 허씨 가문의 외아들을 네놈이 식물인간으로 만들었으니 그것도 내게 용서를 구해야 할 거야.” “그리고 내 아들 천우민은 어떻고? 네게 다리를 밟혀서 지금 병상에 누워 다리 절단을 기다리고 있어. 진통 주사를 계속 맞아야 고통이 완화될 정도로 심각하다고.” “내 너를 능지처참이라도 해야 지금 내 마음속의 분노가 가라앉을까 말 까야!” 천정윤 역시도 분노로 가득해 소리치며 치며 발을 굴렀다. ‘이렇게 큰 잘못을 하고서.’ ‘이동혁, 네놈이 무릎을 꿇는 것으로 우리 용서를 구하려 한다고?’ ‘꿈 깨라!’ ‘네놈을 백 번, 천 번 죽인다고 해도 우리 아들딸이 겪은 고통에 비할 수 없을 테니.’ 세화 가족과 장영도의 가족은 가만히 이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들은 이미 너무 놀라 완전히 몸이 굳어 벼렸다. 머릿속은 이미 텅 비어 아무런 생각도 전혀 할 수 없었다. ‘동혁이 에메랄드정원을 의관총으로 바꾸려고 한 것도 모두 상식을 벗어난 일인데.’ ‘뜻밖에도 방금 세 회장이 언급한 이 사건들은.’ ‘더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동혁 씨가 다 벌였다고?’ 세화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이 동혁을 보는 눈빛은 마치 이제 곧 죽을 사람을 보는 것 같았다. ‘이렇게 많은 일을 저질렀으니.’ ‘이동혁은 이제 그냥 살 수 없을 거야.’ ‘네 탓이야. 모두 네가 벌인일이니 죽어도 남 원망 마라.’ “이동혁, 네놈이 지금 우리에게 용서를 빌어도 이미 늦었어. 네놈이 우리 3대 가문에 얼마나 많은 일을 저질렀는지는 너도 스스로 잘 알고 있잖아.” “우선 지금부터 에메랄드정원에서 하루 종일 무릎을 꿇고 있어, 그 후에 너를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지.”조구영의 말에 다른 두 가주가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은 동혁에 대한 증오
세화와 장영도, 두 가족은 에메랄드정원에서 쫓겨나는 낭패를 겪었다. “이 바보 같은 놈. 너 진짜 미쳤어? 이 미친놈!” “너 때문에 나까지 3대 가문의 미움을 샀잖아. 정말 네놈을 이 자리에서 죽이고 싶구나.” 장영도는 분노하여 펄쩍 뛰며 달려들어 동혁을 향해 소리쳤다. 짝! 숨을 돌린 류혜진이 동혁의 뺨을 때렸다. “넌 꼭 우리 가족이 너와 함께 죽는 꼴을 봐야 좋겠어?” 하지만 뜻밖에도 류혜진은 이 한마디만을 하고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여느 때 같으면 그녀는 동혁에게 끊임없이 욕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미 욕 할 필요를 못 느꼈다. ‘동혁이, 이놈이 이미 이 지경까지 미쳤으니.’ ‘내가 지금 아무리 욕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어.’ “동혁 씨, 난 허명신이 나에게 나쁜 짓을 꾸며 식물인간이 된 것 외에 당신이 내게 이렇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을 줄은 몰랐어.” 세화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보, 미안해. 조명희와 천우민의 일은 모두 항남 때문에 벌어진 일이야. 당신과 상관없는 일이라고. 그래서 내가 당신한테까지 말하지 않은 거뿐이야.” 세화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동혁은 재빨리 사과했다. “나랑 상관없다고?” 세화는 화를 내며 말했다. “난 법이 인정한 당신 아내인데? 한솥밥을 먹고 자는 사이인데, 나랑 상관없다고?” “당신이 사고를 치면 남들이 당신에게만 보복하는 게 아니라 나한테도 보복할 텐데? 그래도 나랑 상관없다고?” “이혼을 해도 재산은 반반씩 나눠 가지는데? 지금 나랑 상관없다고 말한 거야?” 동혁은 세화가 이렇게 화내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그녀가 연이어 다져 묻자 동혁은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그는 마음속으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그래 맞아, 그냥 이혼해 버려.” 류혜진, 류혜연, 장영도, 세 사람이 입을 모아 말했다.천화와 현소는 놀라서 뭐라 하려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모두 동혁을 어떻게 도와야 할지 몰랐다. 그 두 사람조차 이번에는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