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회장, 두말할 필요 없어요. 여기 혜성그룹에서 바로 계약서를 작성해서 가져오세요. 내가 직접 서명하면 다른 사람을 거치지 않아도 되잖아요.” 하원종이 이때 아주 시원스럽게 말했다. 이번 일로 자신의 제자조차도 믿을 수 없다는 사실을 크게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생사를 나눈 관계인 동혁만은 절대적으로 신뢰했다. “예. 이 사장님 계약서를 작성해 주세요.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계약 사실을 공개하고요.” 세화도 시간을 끌지 않고 즉시 이연홍에게 지시했다. ‘시간을 끌수록 우리 혜성그룹의 손실은 더 커질 뿐이야.’ 그렇게 하원종이 혜성그룹과 계약을 체결했다. 한편 리성투자회사의 오한민도 병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비서인 천송이가 얻어맞고 얼굴이 망가져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었다. 그를 더 화가 나는 것은 하원종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동혁에게 빼앗겼다는 것이다. 쨍그랑! 오한민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컵을 깨뜨리며 펄쩍 뛰며 소리쳤다. “당장 차 사장 불러.” 차인표는 점심에 술을 많이 마신 영향으로 아직 자고 있었다. 그는 잠에서 깬 후 아직 술기운이 남아있는 채로 황급히 오한민에게 달려왔다. “차 사장, 선생님과의 계약 문제는 알아서 처리할 수 있다고 했잖아요? 계약서에 서명하게 하겠다고. 근데 선생님이 촬영장에 와서는 왜 홍보영상 촬영을 거부한 겁니까?” 차인표는 놀라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오한민이 한 번 화가 나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그렇게 부드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을 잡아먹을 듯이 화를 내며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게 오한민이었다. “부사장님, 잠깐만요. 제가 바로 선생님께 전화해서 물어보겠습니다.” 차인표는 휴대폰을 꺼내 하원종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원종의 다른 제자인 유재훈이 받아서 하원종이 휴대폰을 가져가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선생님께서 휴대폰을 안 가져가셔서 연락이 안 되네요. 제가 가능한 한 빨리 찾아보겠습니다.” 오한민이 콧방귀를 뀌었다. “찾을 필요 없어요
“차 선생님, 진 회장님께서 지금 일이 있으시다고 만나시려면 좀 기다리셔야 할 거 같습니다.” 아래층 안내데스크에서 양미현이 차인표에게 답했다. 차인표는 노여워했다. “감히 나를 여기에 세워두고 거드름을 피우시겠다? 진 회장에게 내 이름이 차인표이고 하 선생님의 제자라고 전한 거 맞습니까? 혜성그룹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삼고 싶다면 나를 거쳐야 한다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요.” “차 선생님, 하 선생님께서도 말씀이 있으셨어요. 선생님 같은 제자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앙미현은 기계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차인표는 하원종이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전혀 믿지 않았다. 그는 하원종이 동혁의 가족에게 속았다고 생각해 고집을 꺽지 않고 바로 안내테스크를 두드리며 소리쳤다. “진 회장에게 즉시 내 선생님을 모셔오라고 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내가 바로 경찰에 신고할 겁니다. 혜성그룹이 우리 선생님을 납치했다는 소식이 퍼지면 그 결과는 당신들도 잘 알고 있겠죠?” “차 선생님, 여기서 계속 소란 피우지 말아 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저희도 선생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도 그건 원하지 않으시잖아요.” 양미현은 아까 전 하원종이 웃으며 세화와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는 것을 직접 봤기 때문에 하원종이 납치되었다고 말하는 차인표의 말을 믿을 수 없었다. “당신이 감히.” 차인표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안내데스크 직원 주제에 나를 진 회장과 못 만나게 해?’ ‘이제는 거기다 거꾸로 내게 협박까지 하다니.’ 그는 상대가 자신을 완전히 무시한다고 느꼈다. “미현 씨, 무슨 일이에요?” 그때 양미현이 이미 호출한 혜성그룹의 경호원들이 다가왔다. 양미현이 차인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께서 지금 좀 고집을 부리 셔서요. 잠시 조치 좀 취해 주셔야 할 것 같아요.” 경호 실장이 매서운 눈초리 즉시 차인표를 노려보았다.차인표는 작은 안내데스크 직원이 감히 이렇게 자신을 위협할 줄은 몰랐다. 그는
차인표는 너무나 불쾌했다. 순간 그는 또 다른 일이 생각나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럼 신고할 게 또 있어요.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 이동혁이 사람을 때렸습니다. 리성투자회사의 천송이 실장인데 지금 병원에 입원했어요.”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고 사실이라면 바로 입건하겠습니다.] 차인표는 전화를 끊고 경찰이 사람을 보내 동혁을 잡아가기를 기다렸다. ‘경찰만 와봐라. 바로 선생님을 모시고 돌아가서 계약을 체결할 거야.’ 그러나 오한민의 전화가 먼저 걸려왔다. [미쳤어요? 누가 경찰에 신고하라고 했습니까? 차 사장은 이동혁, 그놈이 내 앞마당에서 하 선생님을 일을 버젓이 빼앗아 갔는데 다른 사람이 알면 창피하지도 않아요?] [게다가 이동혁 그 쓸모없는 인간이랑 H시 시장이랑 한패라 경찰에서는 붙잡지도 않을 거예요.] 오한민은 차인표에게 정면으로 욕설을 퍼부으며 천송이가 그의 요구로 이미 사건을 취하했다고 알렸다. [차 사장,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오늘 내로 하 선생님이 계약서에 서명하지 않으면 당신 N도 재계에 나타낼 생각도 하지 마세요.] 오한민이 최후통첩을 날렸다. “오한민 이 개X식. 이렇게 쉽게 태도를 바꾸다니.” 차인표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전화를 끊고 한 마디 욕설을 퍼부었다. 그러나 그는 오한민에게 욕을 하더라도 하원종을 혜성그룹에서 데리고 나와 가능한 한 빨리 계약을 체결해야 했다. 바로 그때 일부 취재차량들이 달려와 빌딩 앞에 정차했고 각종 취재 장비를 든 기자들이 차에서 내려 해천빌딩으로 안으로 몰려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차인표는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 한편 H시 일심병원 고급 병실. 양석영이 갑자기 무표정의 매서운 얼굴을 한 중년 여자 한 명을 데리고 들어왔다. 천용훈은 병상에 걸터앉아 담배를 피우다 얼른 몸을 돌려 침대에서 내려와 웃는 얼굴로 공손히 물었다. “노 부사장님, 어떻게 직접 여길 오셨어요?” 여자의 이름은 노연정, 천사엔터 부사장이었다. 천용훈의 지금까지의 성공은 모
혜성그룹 입구가 떠들썩했다. 크고 작은 각종 언론사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기자들이 안으로 뛰어들어올 것을 대비해 퇴역 군인 경호원들이 급히 인간띠를 만들어 입구를 막았다. “혜성그룹 진 회장님 나오셔서 인터뷰 좀 부탁합니다.” “진 회장님 남편분이 인플루언서인 천용훈 씨를 폭행해 병원에 입원시켰다던데 모두 사실인가요?” “태백산장은 손님에게 접대녀를 소개해준다던데 정말입니까?” 질서유지를 위해 나온 혜성그룹의 직원들이 모두 기자들에게 붙잡혀 추궁을 당했다. 하지만 직원들은 단체로 침묵을 지켰다. “왜 대답을 못하시나요? 혜성그룹 고위층이 함구령을 내린 건가요? 인터뷰하면 해고당하거나 보복을 당하는 건 아닌가요? 혜성그룹과 깡패들이 연루되어 있다고 하던데...” 직원들이 침묵했지만 소용없었다. 일부 다른 의도를 가진 기자들은 온갖 방법으로 예민한 문제를 질문했다. 그래서 마치 직원들의 침묵은 그런 질문에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치가 있다면 혜성그룹의 현재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는 건은 쉽게 알 수 있었다. ‘이건 누군가가 혜성그룹을 의도적으로 공격하는 거야.’ ‘배후에서 기자들을 이용해 화제를 자꾸 크게 키워서 사람들의 이목을 더 끄는 거지.’ 고학력에 사회 경험도 풍부한 차인표도 당연히 이 상황을 눈치챘다. 그는 흥분한 채 걸어 나와 기자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 전국 최고의 정형외과 전문의이자 국립의료원에 계신 하 선생님의 제자 차인표입니다. 언론사 분들께서 제 선생님을 위해 정의 실현을 해주세요.” 현장이 한순간 조용하더니 다시 떠들썩해졌다. “하 선생님의 제자?” “하 선생님께 무슨 일이 생긴 건가? 왜 우리에게 정의 실현을 해달라고 하는 거야?” 기자들은 마치 생선 냄새를 맡은 고양이처럼 미친 듯이 차인표에게 몰려들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차인표는 기자들로 빙 둘러싸였고 각종 방송 장비들이 그의 얼굴로 향했다. “여러분, 불과 3시간 전, 제 스승님께서 혜성그룹 진 회장의 남편 이동혁에 의해 사람들
직원의 보고를 듣자 조금 전까지 기쁨이 넘치던 사무실 안이 갑자기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세화가 얼른 가서 창문을 열자 아래층에서 들끊는 기자들의 고함소리가 높은 층까지 들려왔다. “갑자기 저렇게 수많은 언론사가 우리 그룹으로 몰려오다니 좀 이상해요. 틀림없이 누군가 뒤에서 선동하고 있는 사람이 있어요.” “저 차인표가 밥 먹고 헛소리를 하네요. 하 선생님은 자원해서 여길 오신 건데 어떻게 그걸 저 사람은 납치에다 불법 구금이라고 하는 거죠? 저건 우리 그룹에 대한 중상모략이에요.” “누군가 우리 혜성그룹을 망하게 하려고 그러는 것 같아요.” 이연홍 등 고위 임원들의 얼굴에는 분노와 공포가 가득했다. ‘뒤에서 선동하는 사람이나 저 차인표라는 사람이나 모두 의도가 나빠. 우리 혜성그룹을 막다른 골목에 몰아넣으려는 심산이야.’ “당황할 거 없어요.” 동혁이 소리치며 냉정하게 말했다. “차라리 잘 됐어요. 우리도 방금 하 선생님과 계약을 체결해서 바로 그걸 공개하려던 참이었잖아요. 누군가 우리 대신 돈을 써서 저렇게 많은 언론사를 초대해 준 덕분에 우리는 기자들 차비도 절약하게 됐어요.” 이연홍 등은 동혁의 말에 어리둥절해하며 하원종을 쳐다보았고 순간 얼굴에서 공포가 사라졌다. “그러네요. 우리 혜성그룹 홍보를 위해 이렇게 자기 돈을 써주는 사람이 있다니 오히려 감사해야 할 일이에요.” “하하, 이 소식이 알려지면 뒤에서 선동하던 사람이 놀라서 뒤로 나자빠지겠죠?” 회장실 안의 사람들이 모두 가볍게 웃기 시작했다. 동혁이 웃으며 말했다. “그럼 하 선생님, 아래층으로 내려가시죠. 이만 이번 일을 마무리해야 되니까요.” “차인표, 그 개X식, 그놈이 이번에 정말 날 실망시켰어.” 하원종은 다른 말은 하지 않고 화가 난 채 밖으로 나갔다. “여보, 우리도 내려가보자.” 동혁이 세화의 손을 잡고 그 뒤를 따랐다. 혜성그룹 입구. 기자들이 카메라를 보며 보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경호원 사이에서 걸어 나오는 것이
하원종이었다. “하 선생님이 나오셨어요!” 우렁찬 하원종의 목소리와 함께 현장의 사람들이 다시 술렁였다. 기자들이 놀라워하며 앞으로 몰려갔다. 방금 전만 해도 모든 기자의 주목을 받았던 차인표가 바로 군중 속으로 밀려가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하 선생님, 제자분이 선생님께서 혜성그룹에 납치됐다고 하던데 사실인가요?” 하원종은 질문한 기자를 노려보았다. “제가 납치됐으면 여기 서서 인터뷰나 할 수 있었겠습니까? 기자님의 눈이 별로 좋지 않은 거 같은데? 아니면 제가 안과 쪽 친구에게 연락해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기자분들, 자꾸 일을 크게 만들어 뉴스를 만들려고 하지 마세요. 기자의 양심까지 버릴 생각인가요?” 하원종이 두 눈에서 불을 뿜으며 외치는 것이 마치 성난 염라대왕이 기자들을 호되게 혼내는 모습이었다. 그는 성격이 동혁과 비슷해서 상대가 기자든 아니든 어떻게 보도가 되든 상관하지 않았다. 하원종은 어쨌든 잘못된 것이 눈에 보이면 욕을 해야 직성이 풀렸다. ‘젠장, 저 늙은이가 보자 보자 하니까.’ 방금 전 동혁에게 강하게 욕을 먹고 이어서 하원종에게도 호되게 욕을 먹은 기자들은 속으로 재수가 없다고 욕을 했다. ‘괜히 내가 혜성그룹까지 와서 욕이나 먹고 꼴이 말이 아니네.’ 하지만 기자들은 떠날 생각이 없었다. 그들은 하원종에게 욕을 먹더라도 그와 인터뷰를 하려고 했다. ‘하 선생과 단독 인터뷰를 할 수 만 있다면 선생에게 맞아도 아무 상관없어. 그런데 이까짓 욕 정도야 약과지.’ “하 선생님, 그럼 스스로 혜성그룹에 오신 건가요? 외부와 연락을 끊고 해천빌딩에 2시간 넘게 계셨다고 들었는데 그동안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요?” 한 기자가 하원종으로부터 욕먹을 각오를 하고 다시 질문했다. 하원종이 불쾌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난 당연히 내 발로 스스로 걸어서 왔습니다. 대체 누가 내가 납치되다는 헛소문을 퍼뜨린 겁니까? 난 혜성그룹과 협업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여길 온 겁니다.” “협업이요? 하 선생님,
오한민이 전화로 펄쩍 뛰며 큰소리로 말했다. 그는 언론사 쪽 친구가 있어서 혜성그룹 앞에의 일을 제일 먼저 알 수 있었다. 오한민은 하원종이 혜성그룹과의 협업뿐만 아니라 리성투자회사와 차인표 간의 불명예스러운 거래를 모든 언론사에 폭로할 줄은 몰랐다. 그는 곧바로 리성투자회사에 대한 비난의 여론이 들끓을 것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제일 먼저 차인표에게 연락해 경고를 날렸다. 상대방에게 이번 거래의 잘못을 전부 뒤집어씌우고 리성투자회사는 빠져나가려고 했다. 차인표는 오한민의 말에 따르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지금 차인표의 마음속은 어느새 후회로 가득했다. ‘진작에 혜성그룹과 바로 계약을 했더라면 상황이 이 지경까지는 안 왔을 텐데.’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더 이상 아무도 차인표를 주목하지 않았고 모든 언론사 관심은 하원종과 혜성그룹에게 쏠렸다. 하원종이 태백산장의 홍보대사를 맡았다는 소식이 곧 인터넷에 올라왔다. 소식은 가장 먼저 각 포털 사이트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하원종이 처음으로 홍보대사로 일하는 사업인 만큼 태백산장은 바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세화야, 완전 대박이야. 태백산장의 예약이 30분 만에 3개월 후까지 가득 찼어.] 태백산장의 총지배인 예지원이 세화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마음으로 이 소식을 보고했다. 하원종은 정말 인기가 많았다. 소위 연예계 톱스타도 그의 인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예지원에게서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좋은 소식들이 하나둘씩 세화에게 전해졌다. “N도 방송국 광고 담당자가 직접 전화를 걸어와 혜성그룹에 사과하고 태백산 홍보광고를 예정대로 방송하겠다고 했습니다.” “트위치가 태백산 홍보 영상을 메인 페이지에 띄워 추천했습니다.” “태백산과 관련된 검색어들도 더 이상 차단하지 않고...” “회장님, 전 태백산관광사업부의 왕성훈 부장입니다. 방금 전에 여러 여행사에서 저희와 협업을 하고 싶다는 연락이 왔습니다. 주변의 몇몇 특급 관광지들을 저희 쪽과 연계해
혜성그룹의 상황이 반전되어 세화도 매우 기뻤다. 그녀는 자신을 끌어당겨 안는 동혁의 손길에 얼굴을 붉히며 그를 쳐다보았다. “동혁 씨, 고마워. 이번에 당신이 하 선생님을 홍보대사로 모실 방법을 생각해 내서 정말 큰 도움이 됐어. 아니었다면 난 정말 이 난관을 어떻게 넘겼을지 몰랐을 거야.” “말로만 고맙다고? 그러면 뽀뽀라도 해주던지.” 동혁은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세화에게 가져갔다. 세화는 창피해하며 동혁을 때렸다. “저리 가, 나 아직 일 안 끝났어. 어? 날 놔달라고, 우웁...” 이렇게 기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근심하는 사람도 있었다. H시 일심병원. 천용훈의 병실 공기는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벽에 걸려있는 TV에서는 혜성그룹 앞에서 한 하원종의 인터뷰가 뉴스로 방영되고 있었다. 뉴스에 나오는 소리 외에 병실 안에 있는 몇 사람은 모두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뉴스가 끝나자 양석영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게 무슨 일이지? 우리가 돈을 써서 많은 언론사를 초대했는데 오히려 혜성그룹을 광고한 꼴이 된 거야?” “젠장, 혜성그룹이 운이 왜 이렇게 좋은 거야? 하 선생님까지 홍보대사로 모셨다니, 난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천용훈은 노발대발하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분노했다. 이제 인터넷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하원종이 직접 나서서 혜성그룹의 홍보대사를 맡게 되었다고 하자 예전에 혜성그룹을 욕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태백산장에 제기했었던 나쁜 의문들이 정말인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천용훈이 정말 혜성그룹 사람들한테 맞아서 병원에 입원한 거 맞아?] “젠장, 이놈의 네티즌들은 머리만 나빠서 이랬다 저랬다. 전에는 혜성그룹을 그렇게 심하게 욕했는데 이제 와서 나를 욕해?” 인스타에서 일부 자신을 욕하는 댓글을 보고 천용훈은 화가 나서 벌벌 떨었다. “네가 지금 무슨 면목으로 그딴 큰소리야?”천사엔터의 노연정이 일어나 천용훈의 뺨을 세게 때렸다. 짝! 천용훈의 뺨이 화끈
이 강 대표는 당연히 이전에 H시에 와서 세화를 만났던 강경영이다.거의 바닥에 엎드릴 듯한 자세의 우대평을 힐끗 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오늘 나는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자격으로 H시상공회의소에 왔어. H시상공회의소를 재편성하고 분회로 만드는 문제를 토론하기 위해서 말이야.”말을 하던 강경영이 소윤석 등을 힐끗 보고 무심한 듯이 물었다.“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왔는데 모두 H시상공회의소의 회원이야? 거 참 공교롭네. 한 명씩 통지할 필요는 없는데.”강경영의 말 속에는 확신이 가득했다.마치 H시상공회의소가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되는 문제는 이미 결정되었기에, 다른 사람의 의견에 전혀 아랑곳할 필요도 없다는 듯이!눈알을 굴리던 우대평은 소윤석 등에게 망신을 주기로 했다.곧바로 겸연쩍은 표정으로 말했다.“공교롭게도 강 대표님이 오시기 전에, 이 100명이 넘는 회원들이 마침 이 세 가주의 인솔 하에 단체로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했습니다.”“지금의 H시상공회의소는 사령관인 저 우대평 한 사람만 남았습니다!”우대평은 체면이 깎이는 것도 마다 않고 거침없이 나불거렸다.세 가주에게 망신을 주기 위해서, 사해상공회의소의 전권대표 앞에서 자신의 무능함을 드러내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그러나 우대평은 소윤석 등이 갑자기 회원들과 함께 집단적으로 탈퇴했다는 사실을 강경영이 알게 하려는 것이다.‘사해상공회의소가 곧 H시상공회의소를 합병하려는 마당에 말이야,’‘그럼 고의로 사해상공회의소에 대항하는 행위라고 생각하겠지.’우대평의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는 재주가 뛰어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이 능청스러운 말을 듣자, 강경영은 곧바로 표정이 무거워지면서 냉소했다.“허허, 재미있네, 재미있어.”“누군가 일부러 우리 사해상공회의소와 손을 잡지 못하게 하겠다는 거야?”“우 회장, 방금 누가 앞장섰다고 했지?”원한이 가득한 눈빛으로 세 사람을 쓸어본 우대평이 흥분을 억누르며 말했다.“H시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입니다. 소윤석, 오종천...”“됐어, 됐어
그 말을 듣고도 우대평이 아직도 이해하지 못했다면, 정말 나이를 헛먹은 것이다.‘소씨, 오씨, 정씨 이 세 일류 가문의 가주들이 결국 이동혁만 신뢰하고 그 말을 따른다는 거야!’지금 우대평은 이미 진상을 알았지만, 왜 그런 지는 때려 죽여도 알 수가 없었다.“나는 불복해! 받아들일 수 없어!” “너는 새파란 양아치에 불과한데, 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네 말을 따르는 거야?”비통한 표정으로 일어선 우대평이 동혁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이 개자식, 세 가문이 네가 시키는 대로 한다고 대단한 거야?” “나 우대평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 사람을 마구 업신여기겠다고?”“웃기지 마!”“그리고 소윤석, 오종천 이 개X끼들, 나 우대평이 늙어서 쓸모가 없다고 멋대로 내 얼굴을 때렸지?”“너희들은 나를 너무 얕본 거야!“내가 전력을 다해 추진해서, H시상공회의소가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분회가 될 거라는 사실을 알기나 해?” “나는 앞으로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돼!”“이 신분이 있는데, 무슨 일류 가문이나 투자개발회사 모두 쥐뿔도 아니야!”“이동혁 저 개자식하고 나를 때린 이 개X끼들, 모두 대가를 치러야 해!”우대평은 미친 듯이 모두를 향해 고함을 쳤다.먼저 이동혁이라는 한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미친 듯이 따귀를 맞았다. 게다가 자신이 직접 부른 회원들에게 따귀를 맞았기에, 우대평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을 정도로 화가 났다.그러나 우대평의 이 말은 사람들을 두렵게 만들었다.사해상공회의소라는 이 말을 듣자, 세 가주를 포함해서 그 자리에 있던 회원들 모두 표정이 갑자기 변했다.‘사해상공회의소, 그건 재계에서 두말이 필요 없는 거두야.’‘N도 재계 전체에 공포스러운 영향력과 통치력을 가지고 있지!’일부 S시 명문 가문의 핵심 구성원들도 모두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다. 예를 들어 S시 사씨 가문의 가주 사세충처럼.이런 거대 단체는 H시처럼 작은 곳에서는 절대로 건드릴 수 없는 존재다.지금 우대평이 자신이 곧 사해상공회의소의 이사가 될 거라
연이어 뺨을 네 대나 맞자, 우대평은 완전히 멍해졌다.뒤에 있던 백 명 가까운 회원들도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세 가문의 가주와 류진광을 보았다.이어서 눈빛은 홀 뒤편의 소파로 향했다.찻잔에서 조용히 김이 올라오고 차의 향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같은 세상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짝!한 회원이 망설임 없이 앞으로 나와서 우대평의 따귀를 때렸다.“나는 H시상공회의소를 탈퇴합니다!”“나도 탈퇴합니다!”“탈퇴합니다...”한 마디씩 울릴 때마다 한 대씩 뺨을 맞았다.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10여 차례나 뺨을 맞은 우대평은, 끝내 버티지 못했다. 털썩 바닥에 주저앉은 채 멍하니 넋을 잃은 모습이었다.그의 늙은 얼굴은 이미 맞아서 흐물흐물해질 정도였다.‘다른 회원들이 계속 앞으로 나오는데, 이대로 가면 우대평은 정말 산 채로 맞아 죽을 거야.’자기도 모르게 우대평을 동정한 소윤석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여러분도 한 사람만 때리지 마세요. 옆에 두 사람이 더 있지 않습니까?”‘뭐, 두 사람?’우시연과 나건성이 설마 하면서 주저하는 사이에 한 사람이 앞으로 다가왔다.짝!손바닥 소리가 나면서 갑자기 얼굴이 화끈거렸다.그리고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이어서 여기저기서 낭랑한 따귀 소리가 끊이지 않고 들렸다.매를 맞은 두 사람이 울면서 용서를 빌어도 소용이 없었다. 그래도 따귀를 때리는 건 계속되었다.모든 회원들이 한 명씩 앞으로 나가서 뺨을 때리고 H시상공회의소에서 탈퇴한다고 선포했다.우시연과 나건성 두 사람은 죽은 개처럼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얼굴에는 성한 곳이 한 군데도 없이!‘이건 진짜 맞아서 흐물흐물해진 거야!’비록 두 사람을 나눠 때리느라 한 사람이 50대도 안 되게 따귀를 맞았다 해도, 이 역시 정상적인 사람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지금 두 사람은 마치 영혼이 가출한 듯 절망하면서 허공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우대평도 멍하니 앉아 있었다.“우 회장, 이게 바로
거의 100명에 달하는 회원들은 모두 H시 각 업계의 선두주자들이다.소씨, 오씨, 정씨의 3대 가문 가주의 인솔하에 일제히 H시상공회의소 본부로 몰려들었다.H시상공회의소가 설립되었을 때에도 이렇게 떠들썩하지는 않았다.이런 장관인 장면을 보자, 늙은 우대평의 마음은 큰 위안을 받았다. 흥분해서 피에 묻은 수염이 마구 떨릴 정도로!거들먹거리는 우시연과 나건성도 오늘처럼 의기양양했던 적이 없었다.우대평이 눈짓하자 나건성이 앞으로 나섰다.“회원 여러분, 오늘 여러분을 부른 이유는, 덕망 높으신 회장님이 뜻밖에도 자신의 근거지인 H시상공회의소에서 다른 사람에게 맞았기 때문입니다!”“여러분, 회장님의 얼굴을 보세요. 모두 저 새끼가 때린 겁니다.” “연세도 많은 회장님인데, 저놈은 노인에게 이렇게 무자비하게 손을 댄 겁니다!”“여러분 중에 우리 회장님과 연세가 비슷한 분들도 적지 않을 겁니다.” “오늘 만약 저놈이 참혹한 대가를 치르지 못하게 한다면, 앞으로 저놈은 점점 더 심하게 머리 꼭대기에 올라서서 여러분을 업신여기지 않겠습니까!”“저런 흉악하고 악랄한 극악무도한 흉악범은 바로 눌러서 일벌백계해야 합니다!”나건성은 더없이 슬프고 분개한 목소리로 사람들을 선동했다.단 몇 마디 말로 동혁을 극악무도한 흉악범으로 만든 것이다.“맞아요, 바로 눌러버려야 해요!”우시연도 튀어나와서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저희 큰아버지는 H시의 1세대 기업가입니다. 1세대 갑부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아서, H시 재계의 발전을 위해서 헤아릴 수 없는 발전을 이루었습니다.”“저 이동혁이 저희 큰아버지에게 불경한 짓을 한 건 바로 H시상공회의소를 도발한 겁니다.”“그리고 이 자리에 계신 여러 회원들을 도발하는 겁니다. 절대 쉽게 용서할 수 없습니다!”“큰아버지가 여러분이 한 사람씩 이동혁의 뺨을 때리라고 하셨어요. 얼굴이 문들어질 때까지!”“소씨, 오씨, 정씨 세 가문의 가주들께서 먼저 모범이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우시연은 선두에 선 소
다행히 차는 한 모금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시연의 얼굴은 망가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큰아버지, 저 개자식이 감히 끓는 물을 나한테 끼얹었어요. 저 자식을 죽여요! 죽여버려요!”우시연은 감히 더 이상 동혁에게 소란을 피우지 못한 채, 멀찌감치 숨어서 우대평의 팔을 잡아당기며 소리를 질렀다.우대평은 냉혹한 눈빛으로 동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시연아, 걱정 마라. 회원들이 도착하면 바로 저 나쁜 놈은 죽어!”“우리 H시상공회의소는 H시 최고의 기업가들을 망라하고 있지. 저놈은 그게 얼마나 공포스러운 힘인지 전혀 몰라!”우시연을 달래면서 동시에 동혁을 협박하는 것이다.그러나 동혁은 전혀 영향을 받지 않았다. 단지 여유롭게 앉아서 진득하게 세화에게 차를 끓여 주었다.“회장님, 전화 다 했습니다!”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건성이 핸드폰을 들고 달려왔다.우대평은 동혁을 일끗 보고는 일부러 침착하게 물었다.“오고 싶지 않다는 회원이 있으면 바로 노트북에 기록해 둬.” “저 이가 놈 양아치를 해치운 뒤에, 내가 바로 그자들과 결판을 내겠어. 몽땅 다 H시상공회의소에서 쫓아낼 거야!”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그 역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올지 알고 싶었다.이는 자신의 체면과 관계된 중대한 일이기에.“회장님, 노트북에 기록할 필요도 없어요!”나건성이 자기도 모르게 흥분해서 말했다.“제가 일단 몇몇 일류 가문의 가주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이동혁이 H시상공회의소에서 또 소동을 피우고 있다고 알려주었습니다.” “그러자 그 가주들 모두 두말없이 즉시 달려오겠다고 했습니다.”“H시에 있는 다른 회원들도 모두 두말하지 않고 곧바로 출발했습니다.”“가까운 곳에 있던 회원들은 아마 벌써 도착했을 겁니다!”“하하하...”나건성의 말에 우대평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거들먹거리면서 동혁을 노려보던 우대평이 이를 갈며 말했다.“나쁜 자식, 들었지! 이게 바로 나 우대평의 체면이야! 이게 바로 H시상공회의소 회장인 내 권위야!”“
“어? 이 늙은이가, 이제는 체면도 내팽개쳤네. 아예 필요 없다는 거야?”동혁은 오히려 이전과 다름없이 침착했고 심지어 웃기도 했다.“다행히 나는 진작에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어. 네 뺨을 때리면, 이 일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 않는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지.”“개X끼, 이제 보니 이게 잘못됐다는 걸 알고 있었어!”손으로 입가의 혈흔을 닦아낸 우대평이 이를 갈면서 동혁을 노려보았다.“방금 나를 때린 행동이 네게 얼마나 큰 재앙을 가져올지 알려주겠어!”지금 우대평은 이미 동혁을 평생 가장 증오하는 사람으로 여겼다.만약 동혁의 무서움을 경험하지 않았다면, 우대평 자신의 손으로 동혁의 가죽을 벗기고, 동혁의 살을 씹어 먹고 피를 마시고 싶을 정도였다!“재앙? 이번 100년 만의 엄청난 폭우와 비교할 수 있겠어?”갑자기 앞으로 나간 동혁이 우대평을 집어서 한쪽으로 집어 던졌다. 그리고 몸을 돌려 세화에게 손을 흔들었다.“여보, 이리 와.”“왜?”동혁의 속내를 알 수 없었지만, 세화는 그래도 동혁에게 다가왔다.“우대평 저 늙은이는 기본적인 예의도 몰라. 당신이 그렇게 오랫동안 서 있는데도, 자리도 마련하지 않고 말이야.”“이제 이 자리가 당신 자리야, 앉아!”동혁은 다짜고짜 세화를 우대평이 앉았던 소파에 앉게 했다.이 자리는 바로 H시상공회의소의 우대평 회장 자리다.“목마르지, 내가 차를 끓여 줄게.”동혁은 옆의 쟁반에 있던 주전자를 들고 찻잔을 데운 뒤에 차를 추가했다. 곧 우롱차 한 주전자를 끓여서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우대평 일행은 모든 과정을 빤히 지켜보았다. 두 눈에서는 불을 뿜었지만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동혁의 발이 우대평의 가슴을 계속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들 모두는 동혁이 조심하지 않아서 우대평을 산 채로 밟아 죽일까 봐 두려웠다!그제서야 동혁은 우대평의 가슴에서 발을 뗀 뒤에 찻잔을 쥐고 세화의 옆에 앉았다.“이 차는 괜찮네.”동혁은 천천히 한 모금 음미한 뒤 고개를 들고 우대평을 힐끗 보았다.“내게 재난
우대평은 이미 동혁에게 맞아서 정신이 혼미했다.소파에 멍하니 앉은 채 동혁의 손바닥이 매번 뺨을 때려도 그저 가만히 있었다.“이동혁, 그만해! 또 때리면, 회장님은 너한테 산 채로 맞아서 죽을 거야!”나건성의 두려움과 공포가 섞인 고함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저 쓰레기는 자기 은사가 맞고 있는데도, 감히 가까이 오지도 못하고 멀리 숨어 있네.’ 방금 동혁에게 뺨을 맞았기에, 나건성은 동혁의 손이 얼마나 매운지 깨달았다.‘이미 60세가 다 된 우대평이 얼마나 맞고 견딜 수 있을까?’동혁은 당연히 자신의 힘을 당연히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었다. 비록 우대평의 얼굴이 아릴 정도로 아팠지만, 그렇다고 맞아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그러나 우대평이 맞아서 정신을 못 차리는 데다가, 이제는 동혁도 화가 많이 풀렸기에 때리던 손을 멈췄다.털썩!동혁이 손을 멈추자 우대평은 곧장 바닥으로 쓰러졌다.원래 동혁이 백핸드로 끊임없이 때리면서 우대평의 몸이 균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우대평은 일찌감치 쓰러졌을 것이다.동혁이 더는 손을 대지 않는 걸 본 뒤에야 우시연과 나건성이 허둥지둥 달려왔다. 그리고 땅바닥에 엎어진 채 간신히 숨만 붙어 있는 우대평을 일으켜 세웠다.“큰아버지, 괜찮으세요? 제발 죽지 마세요, 흑흑...”“회장님 제발 버티세요. 제가 바로 구급차를 부를게요!”우시연과 나건성은 우대평의 늙은 몸을 끊임없이 흔들었다.한쪽에 서서 냉담하게 방관하던 동혁도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서 담담하게 말했다.“이 뻔뻔한 늙은이, 너도 사람을 볼 면목이 없을 때가 있어?”“또 죽은 척하면서 나한테 누명을 덮어씌우려는 거지? 내가 두 대만 더 때려봐야겠어!”“어?”우시연과 나건성은 그 말을 듣고 멍해졌다.‘무슨 소리야, 우대평이 진짜 죽어가는 게 아니라 죽은 척하는 거야?’그런데 영혼이 없는 산송장처럼 보였던 눈꺼풀이 떨리더니, 우대평이 갑자기 눈을 떴다.우대평은 감히 더 이상 엄살을 부리지 못했다.“아아! 이 개자
동혁의 말을 듣고 우대평만 아니라 현장에 있던 다른 사람들도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우대평!H시에서 가장 오래 된 기업가이자 1세대 갑부! H시의 많은 기업가들의 존경을 받는 H시상공회의소 회장!‘동혁 씨가 아무리 간이 배밖에 나왔다 해도, 우대평에게 손을 대겠다는 터무니없는 말을 내뱉다니!’“동혁 씨, 하지 마...”세화가 동혁을 막으려고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동혁이 정말 그렇게 한다면, 틀림없이 큰 파문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했기에.‘지금 여론이 이미 동혁 씨한테 온통 욕설을 퍼붓고 있는데, 또 일을 저지르면 큰일이야!’“괜찮아, 여보, 그저 아무 능력도 없는데, 늙은 티를 내며 거만하게 행세하는 걸 좋아하는 늙은이일 뿐이야. 때리면 때리는 거지.”동혁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은 채 세화를 안심시키면서, 우대평을 향해 계속 다가갔다.그때 갑자기 나건성이 달려들어 우대평의 앞을 가로막았다.“이동혁, 네 주제를 똑똑히 파악해! 네가 뭔데 감히 회장님에게 손을 대겠다는 거야!”“네가 회장님에게 폭언을 하고 불경한 짓을 한다면, 너는 더 이상 H시에서 설 곳이 없어!”나건성은 동혁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성난 목소리로 질책했다.“말 다 했어? 말 다 했으면 꺼져.”동혁은 나건성을 힐끗 보고는 손을 들어 따귀를 때렸다.‘내가 방에 들어왔을 때부터 이 나건성은 줄곧 성가시게 굴었지.’동혁은 줄곧 상대하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또 앞으로 달려 나와서 난리를 치자, 동혁도 더 이상 사양하지 않았다.“아...”피를 토하며 날아간 나건성이 땅바닥에 떨어졌다.이제 동혁은 아무 장애물도 없이 우대평과 얼굴을 맞대게 되었다!우대평은 무의식 중에 손에 든 찻잔을 움켜쥐었다.그러나 동혁의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여전히 그대로 앉아 있었다.우뚝 솟은 산처럼 굳건한 모습은 그래도 꽤나 기백이 있어 보였다.심지어 동혁을 쳐다보지도 않았다.고개를 숙인 채 천천히 찻잔을 들고서, 우대평이 무심코 말했다.“어린 놈이 감히 내게 손
“이동혁, 어서 무릎을 꿇고 시연 양에게 사과하고, 회장님에게 사과해. 어쩌면 회장님의 용서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이 말을 들은 세화가 바로 나건성을 노려보았다.‘나도 맞았는데 왜 동혁 씨에게 무릎을 꿇고 사과하라는 거야?’동혁은 나건성을 보지도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우 회장, 이것도 당신의 뜻이야?”“당연하지.”동혁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자, 우대평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옆에 있던 찻잔을 들고 천천히 음미하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일을 잘못했는데, 또 다른 사람의 용서를 얻으려면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 해.”“하지만 무릎을 꿇고 시연이에게 사과하는 건 네가 방금 뺨을 때린 것에 대한 대가일 뿐이야.”“내가 너를 용서할지 말지는 너의 후속 태도와 표현에 달려 있지.”짧디짧은 2분 간의 접촉에서 우대평은 동혁이 오만불손한 사람이라는 걸 알아냈다.그래서 이 기회를 빌어서 동혁의 성질을 고치고 길들일 생각이었다.‘그러면 나중에는 내가 시킨 대로 성실하게 리성투자회사와 천용훈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겠지.’‘그러면 오한민이 내게 신세를 지게 되는 거야.’“잘못했다고? 내가 뭘 잘못했는데?”동혁이 냉담하게 말했다.“우 회장, 당신 수하가 당신은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고 하던데, 그럼 내가 오히려 우 회장에게 묻고 싶은데.”“내 아내가 우시연에게 뺨을 맞았을 때 당신은 뭘 하고 있었지?”“이 H시 상공회의소의 당당한 회장이 나와서 막을 수 있었을 텐데?”“그리고 저 우시연은 스타공익재단의 책임자지만, 내 아내는 두 그룹의 회장이야.” “나는 저 여자가 무슨 백이 있길래 내 아내의 뺨을 때렸는지 모르겠어. 도대체 누구의 힘을 믿는 거야!”“우시연이 맞으니까, 그제서야 튀어나와서 신분과 경력으로 사람을 억누르겠다고?”“그게 바로 정직하고 덕망이 높다는 거야?”동혁은 냉혹하고 매서운 말투로 연거푸 질문했다.동혁이 결국 자신을 깎아내리는 말을 하자, 우시연이 갑자기 불쾌한 듯이 욕설을 퍼부었다.“개X 끼, 내가 네 마누라를 때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