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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3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주현우가 반갑게 웃으며 다가왔다.

“두 분도 이 호텔에 묵는 거였군요? 진작 알았더라면 함께 올 걸 그랬네요.”

소예지와 강준석은 가볍게 웃으며 프런트로 향했고 이내 체크인을 마쳤다.

늦은 시간이었기에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기에 두 사람은 곧장 객실로 올라가 휴식을 취했다.

다음 날 아침 7시 30분.

소예지와 강준석은 호텔 조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소예지는 여전히 장모가 빌려준 회색 체크무늬 자켓을 입고 있었고 그 안에는 흰 티셔츠에 청바지를 매치해 입었다.

멀리서 보면 막 대학을 졸업한 신입 사원처럼 풋풋한 인상이었다.

같은 시각, 고이한과 주현우 일행 역시 조식당에 도착해 있었다.

고이한의 시선은 조용히 음식 코너에서 식사를 고르고 있는 소예지에게 닿아 있었고 그 눈빛엔 깊은 생각이 스며 있었다.

“고 대표님, 소예지 선생께 인사라도 하시겠습니까?”

주현우가 물었지만 고이한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소예지와 강준석은 창가 쪽 작은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고 고이한 일행은 그 옆의 커다란 원형 테이블에 앉았다.

고이한은 커피잔을 든 채, 소예지의 옆모습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오늘 그녀의 모습은 8년 전, 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그 시절을 떠올리게 했고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녀의 얼굴은 놀랄 만큼 변함없었다.

소예지는 귀 옆으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고개를 돌렸다.

누군가의 시선이 너무도 뜨겁게 느껴져 더는 외면할 수 없었지만 굳이 돌아보지 않아도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비웃었다.

‘결혼 전에도, 결혼 후에도 늘 차갑고 무심하던 사람이... 이제 와서 이혼했다고 내가 뭐 달라 보이는 건가?’

아침 식사 후, 참석자들은 인근 연구소로 이동했다.

테이블 위에 이름표까지 놓여 있을 만큼 이번 회의는 국내 각 분야 최정상의 전문가들만 참석한 중요한 자리였다.

소예지와 강준석은 나란히 앉았고 고이한은 주현우와 함께 앞쪽 두 번째 줄에 자리를 잡았다.

회의는 곧장 시작되었다.

화려한 시작도, 감동적인 영상도 없는 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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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예지는 강준석과 함께 빠르게 로비로 들어서며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이렇게 추운 날, 그 매서운 바람 속에서 대체 무슨 생각으로 담배를 피우는 거야...’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그 남자의 속을 헤아릴 마음도, 시간도 없었다.그가 뭘 하든, 누구를 만나든 이제는 정말 자신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객실로 돌아온 소예지는 곧장 샤워를 마치고 오늘 있었던 회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며 머릿속을 정돈했다.그때 초인종이 울렸다.강준석이 세미나에 대해 논의하러 온 거겠거니 생각한 소예지는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었다.그러나 그곳에 서 있는 사람은 뜻밖에도 전남편, 고이한이었다.순간, 그녀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소예지는 문틈만 겨우 열어 그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무슨 일이야?”고이한은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꺼내 스피커폰을 켰다.잠시 후, 앳된 목소리가 들려왔다.“엄마? 엄마 맞아요?”그 순간, 소예지의 마음이 사르르 무너져 내렸다.그녀는 본능적으로 그의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응, 엄마야. 아직 안 자고 뭐 해?”“잠이 안 와요. 엄마랑 아빠가 너무 보고 싶어요.”소예지는 아이와 몇 마디를 나누며 방 안으로 돌아섰다. 몇 걸음 채 가지 않았는데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가 났고 고개를 돌리자 고이한이 안으로 들어와 있었다.소예지는 올라오는 짜증을 억누르며 밝은 목소리로 딸아이를 달랬다.“하슬아, 늦었으니까 얼른 자야지. 엄마 회의 끝나고 돌아가면 예쁜 선물 사다 줄게.”“와아! 신난다! 아빠도 아까 선물 사준다 그랬어요! 나 너무 행복해요!”아이의 해맑은 웃음은 사랑스러웠다.하지만 정작 아이는 왜 아빠와 엄마가 따로 선물을 사서 따로 건네야 하는지를 몰랐다.“그래, 우리 하슬이 착하지. 얼른 자자. 엄마 금방 갈게.”“네에! 사랑해요, 엄마 아빠!”통화가 끝나자 소예지는 조용히 핸드폰을 그에게 건넸다.“가져가.”고이한은 그녀에게서 휴대폰을 건네받으며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그 시선이 따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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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12화

    [그래. 엄마 댁으로 데려가.]고이한의 답장은 짧고 단호했다.저녁이 되자, 소예지는 딸아이를 전 시어머니에게 데려다주었고 고하슬은 주말을 할머니 집에서 보낼 수 있다는 사실에 한껏 들떠 있었다.소예지는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여행 가방을 챙겨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깊은 밤, 공항 대기실.소예지와 강준석은 나란히 앉아 비행기를 기다리며 회의 관련 자료를 검토하고 있었다.그때, 보안 검색대를 지나 일행이 줄지어 들어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고개를 들자, 고이한을 중심으로 주현우와 팀원들이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고연지는 깔끔한 네이비 슈트를 입고 있었고 날카롭고 뚜렷한 이목구비는 공항의 조명 아래 더욱 또렷하게 빛났다.“소 선생님, 강 박사님.”주현우가 먼저 다가와 정중히 인사했고 소예지와 강준석도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강준석이 고이한을 향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인사했다.“고 대표님.”새벽녘, 같은 비행기를 타게 된 상황 자체가 이미 불편했던 터라 소예지는 고이한을 철저히 무시했다.그러자 고이한이 몸을 조금 기울이며 소예지를 향해 말을 걸었다.“경주 요즘 많이 춥던데. 옷은 충분히 챙겼어?”소예지는 냉담하게 대답했다.“신경 안 써도 돼.”그럼에도 그녀는 조용히 핸드폰을 꺼내 경주 날씨를 검색했고 이내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이 챙겨온 옷들은 모두 초가을용이었지만 경주는 이미 겨울 날씨에 접어들고 있었던 것이다.곧 탑승 안내가 시작되었다.소예지와 강준석은 예약해 둔 이코노미석으로 자리를 옮겼다. 퍼스트 클래스는 이미 매진된 상태였다.그때, 주현우가 소예지의 팔을 툭 치며 말했다.“소 선생님. 제가 퍼스트 클래스를 예약했는데 제 자리에 앉으시죠.”“괜찮아요. 감사합니다.”소예지는 가볍게 웃으며 정중하게 거절했다.그 순간, 고이한이 그녀 앞을 지나 퍼스트 클래스 탑승구로 걸어왔고 승무원 셋이 환한 미소로 인사했다.“고 대표님, 좋은 밤입니다.”그는 탑승구 앞에서 잠시 멈춰 소예지를 향해 몸을 돌렸다.“여기 앉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11화

    최현숙의 얼굴엔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 떠올랐다. 그녀 역시 심유빈이 이미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다.소예지는 이미 지난번 심유빈이 입덧하는 장면을 목격한 바 있었기에 묵묵히 딸에게 국을 떠먹이며 식사를 이어갔다.“이한아, 네가 가서 좀 봐봐.”진가영이 아들에게 조용히 재촉하자, 고이한은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으로 향했다.이번에는 고수경도 따라나서지 않았고 예전처럼 예민하게 반응하지도 않았다. 그녀는 단순히 유빈 언니가 몸이 안 좋은가 보다 여겼고 오빠가 가는 게 더 자연스럽다고 생각했을 뿐이다.그러면서 혹시나 소예지가 질투하거나 불편해하지 않을까 싶어 그녀의 얼굴을 힐끔 바라봤다.하지만 소예지의 얼굴에는 어떤 감정도 읽히지 않았고 그저 평온한 표정뿐이었다.‘겉으론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속은 다를 거야.’‘사랑했던 남자가 다른 여자를 챙기는 걸 보면서도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 수 있겠어?’한편, 심유빈은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거울 속 자신의 얼굴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올리며 문을 열었고 그 순간 문 앞에 서 있는 남자의 실루엣에 깜짝 놀라며 한 걸음 물러섰다.“이한 오빠?”“괜찮아?”고이한의 낮은 목소리가 울렸다.“응, 괜찮아. 그냥 물을 좀 잘못 삼켜서...”심유빈은 말을 마치며 배를 가볍게 감싸안았다.잠시 후, 두 사람은 다시 식탁으로 돌아왔다.진가영이 상 위의 신맛 나는 반찬을 가리키며 말했다.“유빈아, 이거 입맛 도는 데 좋아. 한번 먹어봐.”그러자 고이한이 고개를 저으며 나섰다.“엄마, 유빈 언니는 담백한 반찬 위주로 먹게 해줘.”진가영은 미소 지으며 싱겁고 부드러운 반찬들을 앞에 한가득 챙겨주었다.심유빈은 조용히 그중 하나를 집어 그릇에 올리며 고개를 들어 맞은편을 바라봤다.그 순간, 소예지와 눈이 마주쳤고 심유빈은 천천히 입꼬리를 올려 부드러운 미소를 건넸다.겉보기에는 평온한 웃음이었지만 그 안에는 은근한 도발이 숨어 있었고 오직 소예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10화

    “그래...”심유빈은 팔을 이끄는 손길에 두세 걸음 비틀거리며 따라갔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최현숙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진가영에게 말했다.“반찬 몇 가지 더 하게나.”“네, 바로 주방에 이야기할게요.”진가영은 시어머니가 마침내 심유빈을 집에 머물게 한 사실에 안도하며 살짝 미소 지었다.사실,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알고 있었다.최현숙의 태도가 바뀐 건 바로 방금 고이한의 한 마디 때문이었다.그는 아무렇지 않게 심유빈이 이 집에 있는 걸 받아들였고 마치 그녀를 직접 초대한 사람처럼 행동했다.이제 와서 그녀를 내보내려 한다면 도리어 어른으로서 속이 좁아 보일 게 뻔했다.그 사이, 소예지는 다정하게 딸아이의 손을 이끌어 곁으로 데려왔다.아이는 작고 여린 손에 꽃 두 송이를 들고 있었다.“엄마, 이거 꽃이에요. 냄새 맡아봐요. 향기 좋죠?”소예지는 고개를 숙여 향기를 맡았다.“응, 정말 향이 좋네.”“이거 엄마 줄게요.”고하슬은 꽃을 건네고는 곧장 꽃밭 쪽으로 달려갔다.보물이라도 찾는 듯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아이의 뒤를 고이한이 조용히 따르며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최현숙은 소예지 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이며 조심스레 물었다.“예지야, 솔직히 말해보렴. 너랑 이한이 이혼한 거, 혹시 저 심유빈이라는 아가씨 때문이니?”소예지는 순간 멈칫했다.사실이 그렇다 해도 이 자리에서 말하고 싶진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에요. 우리 이혼한 건 성격 차이 때문이에요.”“혹시 이한이가 너무 바빠서 너를 외롭게 한 건 아니고?”“그것도 아니에요. 정말, 그냥 서로 안 맞았던 것뿐이에요.”소예지가 다시 고개를 젓자, 최현숙은 더는 묻지 않았다.입을 열 생각이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다만, 이렇게 괜찮은 손주며느리를 잃게 된 현실이 최현숙은 안타까울 뿐이었다.한편, 고수경의 방 안.심유빈은 소파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유빈 언니,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우리 할머니는 원래 좀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209화

    “할머니, 우리도 차 마실래요.”고수경이 어리광을 부리듯 졸랐지만 최현숙은 손사래를 치며 단호히 말했다.“너는 친구랑 방에 가서 놀아. 여긴 방해하지 말고.”할머니는 손녀가 와서 분위기를 흐트러뜨리는 것도, 심유빈이 소예지에게 불편함을 주는 것도 원치 않았다.이번에 손자 부부가 이혼하게 된 데에 심유빈이 어느 정도 원인이 있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소예지기 같은 현명하고 인품 좋은 손자며느리를 두고, 그 본심을 알 수 없는 여자를 선택한 손자의 안목이 그저 아쉬울 뿐이었다.그때 소예지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할머니, 제가 조금 있다가 약속이 있어서요. 먼저...”“네가 가긴 어딜 가! 가더라도 걔가 가야지!”최현숙이 느닷없이 목소리를 높였다. 거실로 막 들어서려던 고수경과 심유빈은 그 호통에 걸음을 멈췄고 심유빈의 얼굴엔 당혹스러운 기색이 스쳤다.“할머니,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저는 그냥...”소예지 역시 당황해 어쩔 줄 몰랐다.“여긴 우리 집이고 넌 내가 직접 초대한 손님이야. 내 허락 없인 못 나가.”최현숙의 말투는 단호했고 어떤 반박도 허락하지 않는 기운이 느껴졌다.그제야 심유빈은 준비해 온 선물을 가정부에게 건네며 고수경을 향해 말했다.“나, 급한 일이 생각나서 먼저 가야 할 것 같아.”“유빈 언니, 그냥 가면 어떡해. 내가 할머니께 말씀드릴게...”고수경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할머니가 이렇게까지 면박을 주시다니... 이게 다 소예지 때문이야!’그녀는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며 유빈의 팔을 살짝 붙잡자 심유빈이 조용히 말했다.“수경아, 오늘은 할머니 새집 입주를 축하하는 날이야. 기분 상하게 하면 안 되지.”“그래도 언니는 내가 직접 초대한 손님인데...”고수경이 아쉬운 듯 말하자, 심유빈은 그녀의 손을 놓고 거실 쪽으로 다시 다가갔다.그녀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최현숙에게 정중히 인사했다.“할머니, 제가 실례했어요.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요. 다음에 다시 찾아뵐게요.”그리고 소예지를 향해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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