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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8화

Penulis: 이야기보따리
회의가 끝난 뒤, 강준석이 먼저 다가왔다.

“사실 나는 예전부터 네가 남아줬으면 했어. 그런데 이렇게 진짜로 남아줘서... 정말 놀랍고 또 기뻐.”

소예지 역시 강준석과 계속 함께 일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담담하게 답했다.

“앞으로 함께 잘해봐.”

사무실로 돌아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벌컥 열리며 노크도 없이 안채린이 들이닥친 것이다.

“소예지, 너 도대체 무슨 꿍꿍이야?”

안채린은 비웃듯 말을 던졌다.

“처음엔 그럴싸하게 사직하겠다고 굴더니 이제 와서 뻔뻔하게 돌아와 강 선배 프로젝트를 가로채? MD가 네 집 안방인 줄 알아?”

소예지는 고개를 들고 냉소적인 웃음을 지으며 차분히 받아쳤다.

“불만 있으면 고이한한테 가서 따지지, 나한테 그러지 말고.”

안채린은 마치 우스운 소리를 들었다는 듯 웃어버렸다. 소예지의 말은 마치 고이한이 그녀를 붙잡으려 애쓴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뻔뻔함도 극에 달했네.”

그러고는 한층 더 날 선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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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52화

    만약 자신이 어떻게든 그녀를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면 지금 소예지의 곁에 있는 남자는 임현욱이나 윤하준 혹은 강준석 중 한 사람이었을지도 몰랐다.세 사람 모두 훌륭했다. 소예지를 존중했고 그녀를 향한 마음도 숨기지 않았다. 소예지가 누구를 선택하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그런데 유독 자신만 그녀를 옭아매는 존재가 되어 버렸다.지난 삼 년 동안 이혼한 전처를 되찾기 위해 수없이 애쓰고 방법을 찾아왔다는 사실을 고이한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다시 그녀의 곁에 설 수 있었을까.어떻게 다시 그녀를 사랑할 기회라도 얻을 수 있었을까.따뜻한 물줄기가 머리 위로 쏟아져 온몸을 타고 흘러내렸다.고이한은 한 손으로 벽을 짚은 채 한동안 그대로 물을 맞았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물이 복잡하게 뒤엉킨 생각까지 조금은 씻어 내려 주길 바라는 듯했다.소예지가 양희순에게 국수를 부탁한 뒤 고이한의 2층 거실까지 가져오는 데는 십오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다.그런데도 고이한은 아직 욕실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소예지는 그의 침실로 들어갔다. 욕실 안에서는 계속 물 흐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이상하리만큼 다른 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순간 불길한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설마 안에서 쓰러진 건 아니겠지?’불안해진 소예지는 곧바로 그를 불렀다.“고이한.”하지만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더 기다리고 있을 수 없었다.소예지는 거의 망설이지 않고 욕실 문을 밀어 열었다.철컥.욕실 안은 뿌연 수증기로 가득했다.고이한은 유리 칸막이 안에서 한 손으로 타일 벽을 짚은 채 샤워기 아래에 가만히 서 있었다.문이 열리는 소리에 그제야 고이한이 반응했다. 살짝 눈을 좁힌 그가 욕실 안으로 들어온 소예지를 바라보며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당신 왜 들어왔어?”그 순간 소예지의 머릿속이 새하얘졌다.물안개 너머로 보이는 고이한의 탄탄한 몸은 조금 전까지 걱정했던 것처럼 금방이라도 쓰러질 사람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었다.뒤늦게 정신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51화

    소예지의 마음에 죄책감이 밀려왔다.아무래도 고이한은 어젯밤부터 이미 고열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밤새 열에 시달렸다는 뜻이었다.“당신 열나. 병원 가자. 아니면 내가 김 비서한테 전화해서 데려다 달라고 할게.”고이한은 천천히 상체를 일으켜 앉더니 다음 순간 소예지를 끌어당겨 뜨거운 품 안에 가뒀다.거칠게 숨을 내쉬던 고이한이 고집을 부리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아무 데도 안 가.”갑작스럽게 그의 품에 갇힌 소예지는 걱정과 초조함이 동시에 밀려왔다. 빠져나오려 해도 고이한은 좀처럼 팔을 풀어 주지 않았다.소예지는 그의 손등을 가볍게 두드렸다.“일단 놔봐. 지금은 병원에 가야 해.”하지만 고이한은 놓기는커녕 오히려 팔에 더 힘을 주며 얼굴을 그녀의 어깨에 깊이 묻었다.뜨거운 숨결이 목덜미에 닿는 가운데 고열로 잔뜩 잠긴 목소리가 들려왔다.“안 가... 당신이 내 옆에만 있으면 됐어. 어디도 안 갈 거야...”소예지는 더 이상 강하게 밀어낼 수가 없었다.어젯밤 하필 그런 말을 꺼낸 것도 미안했고 그때 이미 열이 나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것도 마음에 걸렸다.결국 소예지의 마음이 약해졌다.“알았어. 병원은 안 가도 돼. 대신 내가 해열제 가져올게. 응?”이대로 계속 열이 오르면 위험할 수도 있었다. 마침 집에 상비약이 있다는 것도 떠올랐다.고이한은 잠시 망설이다가 그제야 팔을 풀어 줬다.소예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연결문을 통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해열제를 챙겨 다시 돌아왔다. 미지근한 물도 한 잔 받아 약과 함께 내밀었다.“일단 약부터 먹어.”고이한은 약과 물을 받아 순순히 삼켰지만 시선만큼은 줄곧 소예지에게 머물러 있었다.마치 약을 다 먹는 순간 그녀가 다시 떠나 버리기라도 할 것처럼 한순간도 눈을 떼지 못했다.“콜록!”결국 물이 잘못 넘어가 고이한이 기침을 터뜨렸다. 약을 먹으면서도 온통 소예지에게 정신이 팔려 있던 탓이었다.소예지는 얼른 휴지를 뽑아 그에게 건넸다.한동안 기침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50화

    소예지는 돌아가지 않았다.하지만 방으로 돌아오고 나서야 조금씩 정신이 들었고 그제야 자신이 말을 꺼낼 때를 잘못 골랐다는 걸 깨달았다.오늘은 고이한의 할머니가 하관된 날이었다. 가장 힘들고 마음이 무너져 있을 그에게 그런 말을 해서는 안 됐다.사과하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지금 다시 찾아가 사과하는 것도 옳지 않은 것 같았다. 어차피 고이한이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게 하려면 언젠가는 이렇게 해야 할 일이었다.그런데 조금 전 고이한의 얼굴에 닿았던 오른손에 아직도 뜨거운 감촉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소예지는 문득 미간을 찌푸렸다.‘그게 정상적인 체온이었나?’‘아니면... 고열이 난 건가?’한번 떠오른 생각은 좀처럼 머릿속에서 사라지지 않았다.소예지는 조금 전 고이한의 상태를 차근차근 되짚어 봤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평소와 달랐다. 기운도 없어 보였고 감정도 불안정했다. 게다가 자신이 떠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었다.하지만 그는 성인이었다.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갈 테고 피곤하면 알아서 잠을 잘 것이다.설마 계속 무릎을 꿇고 있을 만큼 미련하게 굴지는 않을 터였다. 자존심이 그토록 강한 사람이었으니 분명 벌써 일어나 위층으로 올라갔을 것이다.어쩌면 씻고 침대에 누워 쉬고 있을지도 몰랐다.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 가는 동안 품에 안긴 딸도 편히 잠들지 못하고 자꾸 뒤척였다. 소예지는 혹시라도 악몽을 꿀까 걱정돼 딸을 조금 더 꼭 안아 줬다.고하슬이 다시 깊이 잠들고 나서야 소예지도 밀려드는 졸음에 천천히 눈을 감았다.다음 날 아침.소예지는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양희순이 누군가와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다.아래층으로 내려가 보니 고수경이 와 있었다.“예지 언니. 엄마가 하슬이 보고 싶대요. 제가 데려가서 엄마랑 좀 있게 해도 될까요?”소예지는 잠시 생각했다.진가영과 최현숙은 고부 사이가 무척 좋았으니 지금 진가영도 몹시 힘들 것이다. 고하슬은 고씨 집안의 분위기를 밝게 만드는 아이였으니 딸이 곁에 있으면 조금이라도 마음이 나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49화

    소예지는 그를 밀어내지 않았지만 고이한은 그녀의 마음이 다시 자신에게서 멀어지고 있음을 알아차렸다.마치 또다시 자신을 떠날 것만 같아 불안감이 엄습했다.“고이한. 당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고 그동안 나한테 얼마나 잘해줬는지도 알아. 하지만 오늘 마음을 정했어. 우리 다시 시작하지 말자. 재결합할 생각도 없어.”고이한의 목울대가 크게 움직였다.흔들리는 눈빛에 순간 감추지 못한 동요가 스쳤다.“왜? 왜 다시 함께하면 안 되는데? 재혼하지 않아도 돼. 내가 말했잖아. 혼인신고 같은 건 중요하지 않아. 중요한 건 우리야...”고이한은 가쁜 숨을 한번 내쉬고 말을 이었다.“그냥 우리가 함께 있으면 돼.”소예지는 이번에는 있는 힘껏 그를 밀어냈다. 한 걸음 뒤로 물러선 뒤 팔짱을 꼈다.마치 스스로 선을 긋듯 단호한 태도였다.“고이한. 내가 왜 다시 당신이랑 엮여야 해? 난 혼자서도 잘 살고 있어. 사람 마음은 변하기 마련이야. 지금 나한테 사랑은 짐일 뿐이야. 남자도 마찬가지고.”마지막 말에는 아무런 감정도 묻어나지 않았다.“내 남은 인생에는 일과 딸만 있으면 돼. 다른 사람은 필요 없어.”말을 마친 소예지는 망설임 없이 몸을 돌렸다.고이한이 다급히 손을 뻗어 그녀의 손목을 잡으려 했지만 소예지는 재빨리 피했다.그의 손은 허공만 스쳤다.그 순간 뒤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왔다.소예지가 미처 돌아보기도 전에 고이한이 다시 그녀의 오른손을 붙잡았다.놀란 소예지가 뒤를 돌아본 순간 그대로 굳어 버렸다.고이한이 무릎을 꿇은 채 그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그의 눈에는 고통과 차마 놓지 못하는 미련이 뒤엉켜 있었다.“예지야... 가지 마. 제발 나 버리지 마.”잔뜩 잠긴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소예지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고이한이 언제 무릎을 꿇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눈앞의 모습은 그대로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다.소예지는 곧바로 손을 뻗어 그를 일으키려 했다.“고이한. 일어나.”하지만 고이한은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그녀의 손을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48화

    우산 아래에는 고이한과 소예지 둘뿐이었다.빗방울이 젖은 땅을 두드리는 동안 직원들은 비석을 세우고 주변을 정리하고 있었다.그사이 빗줄기는 점점 굵어졌다.직원 한 명이 고이한에게 다가와 말했다.“고 대표님. 먼저 돌아가셔도 됩니다. 여기는 마무리하려면 한 시간 넘게 더 걸릴 것 같습니다.”고이한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소예지를 바라봤다.“우리 먼저 내려가자.”소예지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우산을 쓰고 산길을 내려가기 시작했다.소예지는 걷는 내내 자신도 모르게 우산을 고이한 쪽으로 조금 더 기울였다.그러자 고이한이 손을 뻗어 우산 손잡이를 받아 들었다.“내가 들게.”짧은 말이었지만 거절하기 어려운 힘이 실려 있었다.고이한이 우산을 받아 들자 자연스럽게 소예지 쪽으로 기울였다. 덕분에 소예지는 비를 피할 수 있었지만 그의 한쪽 어깨는 그대로 빗속에 드러났다.두 사람은 빗물에 젖어 미끄러운 산길을 천천히 내려갔다. 그러다 소예지의 발이 순간 미끄러지자 고이한이 곧바로 팔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감싸 붙잡았다.그 뒤로 그는 팔을 풀지 않은 채 소예지를 감싸고 산길을 끝까지 내려갔다.장례식장으로 돌아온 두 사람에게 직원이 깨끗한 수건을 건넸다. 소예지가 얼굴과 머리카락에 묻은 빗물을 닦는 동안 고이한은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에 남았다.마침 업무 전화가 걸려 오자 소예지는 전화를 받기 위해 바깥 정원으로 나갔다.통화를 하던 중 무심코 시선을 돌린 그녀의 눈에 정원 한쪽에 서 있는 고이한이 들어왔다.그는 벽에 기대 선 채 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뿌연 담배 연기가 빗안개와 뒤섞여 그의 모습을 흐릿하게 감쌌다.문득 외로워 보였다.그런데도 쉽게 무너질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앞으로 어떤 비바람이 닥쳐도 묵묵히 버텨 낼 것 같은 단단함이 느껴졌다.그런 고이한의 강인함은 그가 가진 지위나 배경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쉽게 꺾이지 않는 의지와 단단한 내면이 지금까지 그를 버티게 해 온 힘이었다.소예지는 한동안 그 모습을 바라보

  • 전처분이 의학계를 휩쓸고 다니십니다   제1647화

    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시간 있어요.”“좋아. 그럼 그때 다시 연락하자. 나도 이제 가봐야겠어. 오후에 수업이 있거든.”양정화를 배웅하고 돌아서려던 순간 뒤에서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소예지 씨.”소예지는 놀라 뒤를 돌아봤다.검은 정장을 입은 윤하준이 서 있었다. 그 옆에는 하종호도 같은 차림으로 서 있었다.하종호가 먼저 인사를 건넸다.“오랜만이에요. 소예지 씨.”“하준 씨, 종호 씨. 오랜만이에요.”소예지도 두 사람에게 인사했다.하종호가 윤하준에게 말했다.“그럼 넌 소예지 씨랑 어머니 얘기 좀 나눠. 난 먼저 갈게.”윤하준이 소예지를 바라봤다.“바빠요? 잠깐 이야기해도 될까요?”소예지는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윤하준은 어머니의 근황을 이야기했다.그의 미간에는 깊은 걱정이 어려 있었다.아버지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여동생은 종신형을 선고받았다.이제 그의 곁에 남은 가족은 조카 이안과 어머니뿐이었다.그래서 윤하준은 무엇보다 어머니가 회복되기를 바라고 있었다.“의사들이 새로운 치료 방안을 마련했어요. 다음 주부터 시작할 거예요.”윤하준의 목소리는 낮았고 피로가 묻어 있었다.“다만 효과가 어떨지는 아직 장담하기 어렵대요.”소예지는 안쓰러운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제 연구도 아직 핵심 데이터 몇 가지가 더 필요해요. 최대한 빨리 돌파구를 찾아볼게요. 아주머니께도 희망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그럴 거예요. 난 믿어요.”윤하준이 고개를 들었다.그의 눈빛에는 굳은 믿음이 어려 있었다.잠시 뒤 그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런데 이한이랑은... 잘 지내요?”소예지는 눈을 내리깔고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곧바로 대답하지 않았다.윤하준은 어느 정도 짐작한 듯 표정이 조금 진지해졌다.“난 이한이랑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랐어요. 어떤 사람인지 잘 알아요. 한번 마음먹은 건 쉽게 바꾸지 않아요. 특히 소예지 씨와 관련된 일이라면... 정말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어요.”“고마워요,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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