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 늑대

기다려, 늑대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9
By:  바다오렌지Updated just now
Language: Korean
goodnovel12goodnovel
Not enough ratings
20Chapters
11views
Read
Add to library

Share:  

Report
Overview
Catalog
SCAN CODE TO READ ON APP

"너 나만 보면 꼬리 흔들잖아?" ⁠ 그 말에 설태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하이담 없이는 조금 이상해진다는 걸. ⁠ 처음 만났을 때는 최악이었다. 나를 애인이라 착각한 남자는, 내 눈앞에서 늑대로 변했고. ⁠ 그날 이후, 성질 더러운 늑대 한 마리가 자꾸만 내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View More

Chapter 1

1. 소문의 사람.

“야, 네가 하이담이냐?”

 고요한 쓰레기장, 상사의 명령으로 분리수거하는 분주한 움직임 뒤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쓰레기장에 울렸다. 그 목소리에서 나온 이름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했다.

 마주한 시선은 서로 놀란 건지 서로의 눈동자에 얼빠진 얼굴이 비쳤다.

‘누구지?’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자는 아무렇게나 걸친 재킷과 눈에 띄는 붉은색 머리와 귀에는 반짝이는 피어싱이 셀 수 없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남자랑 마주친 적이 있었던 건지 머릿속을 아무리 파헤쳐봐도 기억에 없었다.

 게다가 장소와 이 남자의 몸집,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허."

 반면 하이담의 움츠러든 모습을 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뇌에 빠진 하이담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크고 굵은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도드라진 손가락 사이로 매서운 눈빛이 하이담의 눈을 찌르자,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선을 회피했다.

"대답은?"

"뭐?"

"네가 하이담이냐고."

 쫄았다.

 완벽하게 쫄았지만, 대답은 잘했다.

"그런데?"

 '맞다.'를 다르게 대답하자, 남자는 다시 한번 헛웃음 소리를 내더니 어리둥절한 하이담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묘하게 긁히는 기분에 울컥한 하이담도 서서히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하이담의 표정을 일절 신경 쓰지도, 위협도 되지 않는 건지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자신의 반도 안 되는 얇은 팔을 부서질 듯 강하게 붙잡고서 더욱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저, 저기…! 어, 어디가!?"

 팔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보다, 뭐랄까 분명히 이 남자를 처음 보는 데 익숙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훨씬 더 높은, 강렬한 붉은 머리색이 목덜미를 덮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다 그 시선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자기 팔을 잡은 핏대가 도드라진 팔뚝을 보며 이 남자의 무엇이 익숙한지 한참이나 생각했다.

 가령,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매나 낮은 목소리 톤, 뭔가 알 듯 말 듯한 독특한 분위기.

'독특한 분위기?'

 문득 무언가 하이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났다.

"야."

 아니 꼬아보는 남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하이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폐쇄된 곳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이 남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향수 냄새가 났다.

 이 향수 냄새, 분명 자신이 알고 있었다.

"설이현?"

 자신도 모르게 뱉은 이름에, 남자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하며 하이담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마주 본 눈에는 분노, 놀람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남자, 지금 화가 났다.

 당연히 그 이유는 모른다.

"이제야 떠올렸네? 섭섭하겠어. 그 자존심 높고 고귀함 떠는 놈이."

"저기, 지금 이 상황도 네 말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를 올려보는 시선은…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야', '야' 거리는 것에 조금 거슬렸다.

"진짜 보고도 안 믿기네, 그렇게 잘난 체하며 까다로운 주제에… 집안 몰래 만나는 여자가… 겨우 이런…."

"뭐?"

 겨우? 이런?

 남자는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뒷 단어가 자연스럽게 예상됐기에 하이담이 결국 참지 못하고 그에 응당한 맞대응을 하려고 할 때, 남자의 분노로 차 있던 눈빛은 어느새 울분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차마 기껏 배운 호신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대로 멈춰 남자를 바라봤다.

"내가, 내가 그놈만 행복하게 둘 것 같아?"

 남자는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

 그 울컥함에 말을 잃었다.

"아니?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 거거든? 내가 그놈만 행복한 걸 어떻게 봐? 절대 그렇게 안 둬."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것만으로도 잔뜩 고양된 남자는,

 새빨개진 얼굴과 눈으로 하이담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한 발짝 성큼 다가오더니 하이담의 어깨를 부서질 듯 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저, 저기요!?"

 그리고―

 팔 안의 체온이 갑자기 치솟았다. 

 뼈가 우드득 뒤틀리는 둔탁한 소리.

 손끝에 닿던 근육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옷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어?"

 변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복슬복슬.

 게다가 가뜩이나 뜨겁던 남자의 온기는 더 뜨거워졌다.

 그저 머릿속에서는 품안의 온기에 '뜨겁네.' 이 생각만 맴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라는 듯, 꾹 누르는 무게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검은 털과 남자가 입고 있던 옷들, 허벅지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어… 라…?"

 자신의 허벅지 위에는 온몸이 검은색으로 덮인 큰 개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Expand
Next Chapter
Download

Latest chapter

More Chapters

To Reader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No Comments
20 Chapters
1. 소문의 사람.
⁠⁠“야, 네가 하이담이냐?”⁠ 고요한 쓰레기장, 상사의 명령으로 분리수거하는 분주한 움직임 뒤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쓰레기장에 울렸다. 그 목소리에서 나온 이름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했다. 마주한 시선은 서로 놀란 건지 서로의 눈동자에 얼빠진 얼굴이 비쳤다.⁠‘누구지?’⁠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자는 아무렇게나 걸친 재킷과 눈에 띄는 붉은색 머리와 귀에는 반짝이는 피어싱이 셀 수 없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남자랑 마주친 적이 있었던 건지 머릿속을 아무리 파헤쳐봐도 기억에 없었다. 게다가 장소와 이 남자의 몸집,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허."⁠ 반면 하이담의 움츠러든 모습을 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뇌에 빠진 하이담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크고 굵은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도드라진 손가락 사이로 매서운 눈빛이 하이담의 눈을 찌르자,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선을 회피했다.⁠"대답은?""뭐?""네가 하이담이냐고."⁠ 쫄았다. 완벽하게 쫄았지만, 대답은 잘했다.⁠"그런데?"⁠ '맞다.'를 다르게 대답하자, 남자는 다시 한번 헛웃음 소리를 내더니 어리둥절한 하이담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묘하게 긁히는 기분에 울컥한 하이담도 서서히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하이담의 표정을 일절 신경 쓰지도, 위협도 되지 않는 건지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자신의 반도 안 되는 얇은 팔을 부서질 듯 강하게 붙잡고서 더욱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저, 저기…! 어, 어디가!?"⁠ 팔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보다, 뭐랄까 분명히 이 남자를 처음 보는 데 익숙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훨씬 더 높은, 강렬한 붉은 머리색이 목덜미를 덮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다 그 시선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자기 팔을 잡은 핏대가 도드라진 팔뚝을 보며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2. 애인?
⁠"하이담 씨! 쓰레기 분리수거하러 어디 쓰레기를 만들러 갔다 온 겁니까!?"⁠ 멍한 표정으로 겨우 들어온 행정실에서는 하이담을 보며 마구잡이로 잔소리인지 히스테리를 부리는 건지 분간할 수 없는 권 주임을 보며 익숙하다는 듯이 무시하는 직원들은 그저 '시끄러워 죽겠네.'라고 생각하며 강하게 키보드를 두드렸다. 하이담도 평소라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조아리거나, 변명 아닌 변명을 했을 테지만 지금은 도무지 다른 생각이 나지 않았다.⁠"하이담 씨!! 제 말 듣고 있어요!?""권 주임님, 이제 그만하고 일하셔야죠!"⁠ 하이담이 반응하지 않았다. 그리고 권 주임의 압박이 더 거세졌다. 그 사실로 사무실 분위기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못 참은 직원이 하나가 말을 얹고 나서야 답답한 듯이 가슴을 퍽퍽 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이거 꿈이겠지?'⁠ 구석인 제 자리에 앉아서도 멍하니 모니터 화면만 바라봤다.⁠'그래, 꿈일 거야.'⁠ 키보드를 꾹 누르자, 모니터 화면에는 'ㅇ' 자만 가득 담겨있었다.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다. 남은 일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시간은 또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고 그저 멍하니 앉은 하이담의 뒤로 행정실의 문이 열렸다. 그러자, 축 처지고 무거운 분위기가 한결 가벼워졌다.⁠"안녕하…? 분위기가 왜 이래요?"⁠ 하이담의 오랜 절친한 친구인 연하늘이 익숙하게 눈도장을 찍으며 들어오자, 직원 하나가 상황을 설명했고 그 말에 연하늘이 권 주임을 슬쩍 훑어보니, 괜히 어색하게 헛기침하고는 인사하며 키보드를 두드렸다.⁠"이담아! 이담아? 무슨 일 있어?"⁠ 깜짝 놀라게 해 줄 생각으로 조용히 다가가 하이담의 머리에 손을 얹자, 그제야 정신이 번뜩 들어 자리를 박차며 놀란 가슴을 부여잡았다. 오늘로 두 번째였다. 심장이 떨어질 뻔한 것은.⁠"허억!!!""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 거야? 내가 온 것도 모르고!"⁠ 무슨 일도 무슨 생각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걸 걱정이 가득 담긴 눈과 목소리로 묻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3. 설이현의 동생
⁠ 그래, 망할 하이담의 잘난 애인! 응? 잘난 애인? ………?⁠"애인?""그 성격에 바로 올 리는 없을테고… 집에서 벌써 처리 중인가?"⁠ 들뜬 표정을 하며 뭐가 그리 통쾌한지 소리 내 웃던 남자는 순식간에 매서운 표정으로 변해 하이담의 턱을 으깨버릴 정도로 강하게 잡았다.⁠"어디 한번 똑같이 당해봐라! 빌어먹을 놈."⁠ 아무래도 지금 이 남자는 무언가 단단히 착각 중이었다. 무엇보다 그 눈동자에는 분명 하이담을 비추고 있지만, 다른 사람을 겹쳐 보고있었다.⁠"나, 지금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어.""그래, 아예 모르는 체 하겠다? 집안은 이미 난리가 났을지도 모르는데? 설이현도 이번 건 그냥 넘어가지 못 할 거라고!""뭐 어쩌라고! 나는 설이현이랑 그냥 고교 동창이지 애인이나 그딴 거 아니라고!"⁠ 그 말 그대로였다. 거짓 하나 없는 진실이다. 하이담의 말에 남자는 변명이라고 생각했는지, 어처구니없다는 듯 이마에 손을 짚으며 짜증이 섞인 헛웃음을 쳤다. 답답한 건 하이담도 마찬가지였다.⁠"저기, 설이현과 무슨 사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야. 진짜 아니라고. 일단 설이현에게 물어 봐."⁠ 그렇기에 더욱 단호하게 아니라고 재차 말하자, 이번에는 그 매서운 얼굴에 당혹감이 그대로 나타났다. 순간, 분노로 가득찬 남자의 얼굴에 숨겨진 아직 어린 소년의 앳댐이 보였다.⁠"… 거짓말 마! 그 자식, 출국 전에 마지막으로 만난 사람이 너라고! 그것도 집안에 알리지도 않고, 몰래!""언제를… 아, 설마 책방에서? 그건 그냥 우연히 만난 거라고!"⁠ 얼마 전, 정말로 우연히 설이현을 만났었다. 평소 하이담이 자주 가는 낡고 허름한 책방에서. 자신이야 단골이니까 아무렇지 않았지만, 솔직히 설이현정도 되는 애가 이런 곳을 다닐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 해 한참 놀랐는데, 그 와중에 나를 알아보고 인사까지 하는 설이현에 놀라 자빠질 뻔까지 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다. 알던 예민함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무뎌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4. 납치.
⁠ 순식간에 살얼음판에 올라온 느낌에 괜히 동생 쪽을 바라보자, 동생의 시선은 바닥에 꽂혀 있었다. 괜히 마른침을 삼키며 이 어리둥절한 상황에 하이담은 자신도 모르게 설이현의 동생 뒤로 뒷걸음질 치며 몸을 숨겼다.⁠“오랜만입니다. 도련님.”⁠ 조수석에서 나온 경호원은 공손하게 말하는 것과 별개로 하이담과 동생을 번갈아 바라보더니 미간에 굵은 힘줄이 생겼다. 저벅저벅. 무거운 발걸음 소리와 함께 설이현의 동생의 뺨을 강하게 내려치는 것에 하이담이 깜짝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동생은 반사적으로 ‘윽’소리를 내면서도 아무 말 하지 않았고, 그 모습에 경호원은 다시 손을 올렸다.⁠“그, 그만!”⁠ 하이담이 저도 모르게 동생의 앞으로 나와 고개를 저었다. 그 행동에 놀란 것은 경호원뿐만이 아니었다.⁠“그, 그… 늦긴 했지만, 학교 앞이고… 밖에서 이러는 건 좀 아니지 않아요?”⁠ 겁에 질렸다. 눈빛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와 행동은 단호하게 동생의 앞을 지켰다. 그 모습을 보던 동생도 아무런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괜히 심장이 콕콕 찔리는 느낌이 들었다.⁠“더 이상 시간 낭비는 할 수 없습니다.”⁠ 갑자기 행동거지를 고치며 하이담에게 꾸벅 인사하는 모습에 당황해 저도 모르게 동생의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여러모로 상황을 설명해 드려야 할 상황입니다. 같이 가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싫어요.’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이 분위기상 싫다고 한들 억지로라도 끌고 갈 것이 뻔했다. 분위기를 읽지 못하는 바보도 아니고 어느 정도 타협할 줄 아는 어른이기에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차로 안내하는 손길을 따라가면서도 동생의 팔을 꼭 붙들었다.⁠“뭐… 어디 팔려 가는 건 아니죠?” “……… 네. 걱정마시죠.”⁠ 하이담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황당한 얼굴로 침묵을 잠시 유지하더니, 침착하게 대답하고 나서야 차가 출발했다. 차 안은 숨소리조차 소음이 될 정도로 고요했다. 괜히 바짝 긴장한 하이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5. 사고야.
⁠"정말이지 바보 같은 짓을 하셨습니다."⁠ 한 대 더 때리러 온 줄 알았는데, 근신 처분인 것을 알리러 온 건지 문밖에서 단호하게 말하는 경호원의 목소리에 듣는 채 마는 채 하며 대꾸 없이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한참 동안 지껄이던 경호원은 영 귀찮다는 듯 한숨을 푹 쉬며 자리를 옮겼고 경호원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지자 낡은 침대 밑에서 치즈색의 고양이가 나타나 기지개를 쭉 켜며 침대로 올라가 그의 허리를 꾹꾹 눌렀다.⁠"내려가."⁠ 벌레를 떼어내듯 몸을 거칠게 움직이자, 그 반동으로 사뿐히 바닥으로 내려온 고양이는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한껏 비웃는 표정으로 침대 위에서 절망 중인 남자를 바라봤다.⁠"왜 여깄어.""네 감시가 내 일이잖아."⁠ 아무렇지 않게 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을 대충 걸치며 말하는 모습에 짜증이 난 건지 다시 얼굴을 파묻었다.⁠"결국 사고를 치셨다면서요? 네? 내가 더 알아보자고 했잖아요? 네에~?!"⁠ 키득키득 웃으며 말하는 꼴에 결국 베개를 던져버렸다. 안 그래도 조만간 잔뜩 사고를 칠 것 같은 행세를 하더니 결국 오랜만에 집안이 들썩이게 근사한 사고를 친 모습에 웃음밖에 나오지 않았다.⁠"왜 그랬는데?""뭐.""그 여자, 외부인이잖아."⁠ 솔직히 눈앞의 남자가 바보 같고 획기적인 사고를 치는 것은 솔직히 한 두 번이 아니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집안 사람 한정이었다. 외부인이 얽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녀석이 어째서 외부인을 끌어 들였는지 순수하게 궁금했다. 물음의 의도를 눈치챈 건지 한참 동안 굳게 다문 입은 긴 한숨과 함께 열렸다.⁠"……… 그 놈의 애인인 줄 알았어.""엥?"⁠ 그래, 보통은 이런 반응이다.⁠"그 놈, 출국 전에 집안에는 비밀로 하고 나간 곳에서 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고."⁠ 그 말에 설민재의 눈이 휘둥그레졌다.⁠"하- 씨, 근데 그냥 동창이라잖아!!!"⁠ 머리를 거칠게 긁적이며 짜증을 내는 모습이 우스웠던 건지, 안 그래도 꾹 참고 있어 보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6. 강림.
⁠"이담아, 일은 할 만해?""… 나, 진짜 죽을지도.""하하, 미안해?""아냐, 하늘이는 아무 잘못 없어."⁠ 꽤 명성 있는 대학교 행정부의 계약직으로 일하게 됐다. 그것은 전부 유능한 연하늘의 추천 덕분이었다. 그래서 권 주임이 내정하고 있던 사람을 내치고 굴러들어 오게 되어 낙하산 아닌 낙하산으로 찍혀 온갖 권 주임의 온갖 구박과 따돌림을 겪으며 일하는 것은 행정부에 있는 직원이라면 누구 하나 모를 리 없었다. 물론, 당연히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을 하늘이겠지만 괜히 이담이 눈치를 보며 어색하게 눈치를 보다 힘없이 고개를 푹 숙였다.⁠"놀고 싶어… 여행 가고 싶어… 일 따위 다 때려치우고 싶어."⁠ 차가운 음료를 빨대로 쪽쪽 들이켜며 징징거리자, 그 모습에 익숙하게 웃으며 '나도'라고 동의했다.⁠"곧 방학이잖아. 그때 여행 갈까?""학생만 방학인 거 아냐?""우리에게는 휴가라는 게 있잖아?""어디 갈까?"⁠ 그랬다. 학생에게는 방학이 있듯이 직장인에게는 아주 짧은 만큼 소중한 휴가가 있다. 하이담이 조금 전과 달리 눈을 반짝이며 말하자, 연하늘이 쿡쿡 웃으며 생각했다.⁠"음… 우주 만나러 갈까?""그것도 좋네! 거기는 지금 한참 핫하겠지!?""어떤 의미로?""에이, 알면서."⁠ 음흉하게 웃으며 하늘이의 어깨를 툭 치자, 친구 아니랄까 봐 통한 건지 같이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이담에게 엄지를 척 내밀던 연하늘의 동글동글한 두 눈이 점점 커지며 하이담 너머로 시선이 꽂혔다.⁠"왜?"⁠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시선을 따라 향하자, 설이현이 경호원을 대동해 본관 건물로 향하고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등장에 주위는 웅성거렸다.⁠"쟤가 여길 왜 온 건지…?""그, 그러게?""하긴 뭐, 이 학교가 쟤네 재단이니까… 올 수도 있겠네."⁠ 하늘이가 커피를 마시고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연하늘이 고교 시절 설이현 때문에 꽤 시달린 것을 알기에 괜히 화제를 돌려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했지만 어떻게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7. 이상하잖아.
⁠⁠ 한편, 자신에게 쏠린 인파의 시선이 갑자기 한곳으로 쏠리자, 자연스레 따라간 시선에는 자신의 몸보다 한참은 더 큰 개를 놀란 주위의 시선도 신경 쓸 새 없이 달리고 또 달리는 것을 가는 눈으로 바라봤다. 그러고는 언제 그랬냐는 듯 그 틈에 빠져나와 자연스레 차를 타고도 한참 창밖을 바라보더니 턱을 문지르며 '픽' 바람 빠지게 웃는 설이현의 모습에 운전기사가 조금 놀란 표정을 하며 차를 움직였다.⁠⁠* * *⁠⁠"세상에."⁠ 뒤늦게 이마를 '탁'치고 후회해도 이미 늦은 건 늦은 거였고 저지른 건 저지른 거였다. 전화로 잔소리를 들을 대로 듣고 영혼과 심장이 쏙 빠져나간 듯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이담이 소파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가뜩이나 미움받고 있는데 가시가 잔뜩 박힌 전화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뒤를 돌아보자, 더 지끈거렸다. 자는 건지, 정신을 잃은 건지… 숨을 색색 쉬며 자신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잠든 개… 아니, 설이현의 동생을 바라보며 주먹으로 이마를 콩콩 쳤다.⁠"다친 곳은 없는 거 같았는데."⁠ 가까이 다가가 빤히 바라봐도 겉모습으로는 답을 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귀까지 축 늘어져 잠든 모습에 결국 충동을 이기지 못하고 슬쩍 머리와 등을 쓰다듬으며 욕망을 채우는 겸 상태를 확인했다.⁠"… 아프면 동물병원에 가야 하는 건가?"⁠ 확실히 체온은 높다. 그리고 끙끙 앓기도 했었다. 정말로 병원에 가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오면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솔직히 답을 내릴 수가 없었다.⁠"일단… 지켜보자."⁠그렇게 결론을 내렸는데,⁠"죽지는 않겠지…?"⁠ 괜히 코앞에 손을 대자, 숨결이 느껴졌다. 그리고 확실히… 딱 보기에도 그렇게 약해 보이지는 않았다.⁠"하이고야… 하이담 살려."⁠ 그 와중에 몸을 파르르 떠는 모습에 이불을 덮어주고는 겨우 한숨 돌리고 꺼낸 노트북에 집중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시선은 힐끔힐끔 침대 위의 개, 아니 설이현의 동생에게 향했다. 분명 그 집에 갔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8. 출근부터.
⁠"야, 하이담.""악!! 옷 입어, 옷!!"⁠ 침대에서 나온 남자는 벌거벗은 채로 다가와 시선을 코앞까지 당기자, 달달한 향수 냄새가 코로 훅 들어왔다. 반면 하이담은 새빨개진 얼굴로 허공에 시선을 두고는 맨살을 툭툭 쳤지만… 그런 약한 힘으로 밀어낼 수 있을 리가 없었다.⁠"너 진짜 이상하네.""뭐래!? 네가 더 이상해!!"⁠ 미리 정리해 둔 옷가지를 대충 건네고 울리는 폰에 정신없다는 듯 머리를 손으로 대충 빗으며 그 와중에 챙겨 먹으라고 손에 약을 쥐여주고는 문단속도 부탁하는 말과 함께 후다닥 사라진 뒷모습을 어처구니없이 바라봤다.⁠"진짜… 미친 여자인가?"⁠ 보통 사람이라면 사람이 짐승으로 변하는 것에 놀라 기절할 것이다. 실제로 하이담도 그 직전까지 갔다가 도망치지 않았나. 그리고 그 모습을 공식적으로 2번째나 본 하이담은 사람의 모습보다는 짐승의 모습으로 더 오래 붙어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아마 제대로 통성명도 하지 않은 남자를, 아무리 짐승의 모습이었다고 한들, 자기 집으로 데리고 와 이제는 홀로 두고 문단속을 부탁하다니. 제정신인 사람이라면 분명할 수 없는 행동들이다. 손에 쥔 약 봉투와 테이블에 놓인 생수통을 보자 심장 부근이 따끔따끔했다. 아직 컨디션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은 건지 괜히 머리를 긁적이다 하이담이 출근 준비를 하며 신발장 위에 올려 둔 노트북을 지긋이 바라봤다. 일단 원인을 알 수 없는 따끔함은 뒤로 젖혀두고, 여유롭게 제집처럼 씻고 나와 집을 찬찬히 훑었다. 딱히 특별한 것 없는 작디작은 원룸.⁠"그게 안 통하는 사람이 있나? 그럼… 어떻게 되는 거지?"⁠ 이 의문을 어디서 알아봐야 할지, 이 사태를 집안에 알려 할지 여러모로 골치가 아팠지만 가장 의문인 것은 아무 죄 없이 엄한 일에 휘말리게 한 자신에게 왜 이런 친절을 베푸는지 궁금했다. 궁금하다 보니, 당연한 답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뭐긴 뭐야. 그놈에게 잘 보이려고 그러는 거겠지. 젠장!"⁠ 화가 치밀어 올라, 생수병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9. 설태하.
⁠ 이 사람들은 이 남자가 누구인지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묘한 시선으로 둘을 번갈아 봤다.⁠"이거 두고 갔어." "와! 땡큐!!"⁠ 생각지도 못하게 받은 노트북에 환하게 웃다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에 뒤늦게 굳어버렸다. 그리고 여전히 그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의자에 걸린 재킷을 보며 혀를 찼다.⁠"아, 이거 내 옷이잖아. 좀 제대로 보고 다녀라. 그러니 집도 엉망이지. 칠칠치 못해서는."⁠ 그 한마디에 모두가 숨을 죽였고, 하이담은 쥐구멍이 있으면 그곳으로 숨고 싶었다. 눈치를 보며 슬금슬금 빠져나가는 직원들의 모습에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야." "… 내 이름 알잖아! 하이담이야, 하이담!" "나랑 이야기 좀 해." "이제부터 일해야 하거든?" "어차피 사람도 없는데, 일은 나중에 하면 되잖아." "어제도 누구누구 때문에 무단으로 퇴근했는데!? 안돼, 나 짤려."⁠ 죄책감이 아주 조금은 있던 건지 그 말에 대꾸 없이 한참 침묵을 유지하더니 여기서는 제대로 된 대화가 될 것 같지 않음을 감지한 건지 인심을 쓰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그럼 언제 되는데?"⁠ 그 태도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지금 자신이 이것저것 따질 때가 아니었다.⁠⁠* * *⁠⁠"와, 대박. 여기 완전 맛있어."⁠ 점심시간에 자신을 데리고 온 식당은 사람이 없어 고요했다. '맛없는 집인가?'라고 생각했던 것이 무색하게 취향에 딱 맞는 데다가 배도 고팠던지라 눈앞의 설이현의 동생을 소홀히 하고 먹는 것에 집중하는 하이담을 보는 남자의 눈도 상당히 질려 있었다.⁠"너… 정말로 그 영감이 주는 차, 마셨다고 했지?" "그래. 모조리 마셨어." "그날… 기억은 하냐? 집에 어떻게 돌아갔는지도?" "차에서 잠시 잠들었다가 눈 뜨니까, 집 근처에 내려주던데?" "… 그 외의 다른 말은?" "없어. 와… 이거 진짜 맛있어. 너도 먹어봐."⁠ 건성건성 하는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표정을 잔뜩 찌푸리며 자신을 보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10. 걱정은 무슨.
⁠ 자기 형과 동갑이며, 자신이 다니는 학교의 계약직. 허술하고 맹해 보이는데, 어딘가 예리한 구석도 보이는 여자. 평범하고 흔하게 널린 인간과 다른 자신을 보며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여자. 정신을 차려보면 어느새 휩쓸려 있는 여자.⁠「 별다른 방법이 없으면 이렇게 하자. 내가 처신 잘할 테니까, 괜히 집에 알려서 혼나지 마. 」⁠ 여러모로 혼란스럽다.⁠"뭐? 진짜 그렇게 말했다고?""그래.""그 누님 대단하네. 혼란스러울 법한데… 네 걱정까지 해주네?"⁠ 설민재의 말에 입을 꾹 닫았다. '걱정'. 하이담이 자신에게 했던 말이 '걱정'이란 것인가?⁠"그런 의미는 아닐 거야. 분명 귀찮아서 그런 걸어지고."⁠ 애써 부정하는 모습에 설민재는 대꾸 대신 웃음을 꾹 참으며 생각보다 초조한 얼굴을 하며 고뇌하는 설태하를 지긋이 바라봤다.⁠"그렇지만 역시 그 누님 말대로 보고는 미루는 게 어때?""뭐?""솔직히 집안에서 어떻게 나올지 너도 모르니까 이러고 있는 거잖아."⁠ 그 말 그대로였다. 집안 관리자인 그 영감탱이가 기억을 지우는 것이, 세뇌하는 것이 통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보고 한다면 하이담에게 무슨 짓을 할지 예상되는 바가 하나도 없기에 쉬이 보고를 올릴 수가 없었다. 게다가 순전히 자신의 오해로 인해 이 모든 상황이 생겼으니 더욱더.⁠"야, 태하야.""뭐.""이왕 이렇게 된 거… 잘 지내보는 건 어떠냐?""뭐?""내가 봤을 땐, 그 누님 예사 누님이 아닌 거 같아. 너랑 잘 맞을 거 같아.""시끄러워, 그런 멍청이랑 뭐가 잘 맞는다는 거야.""그래. 그 거지. 너도 멍청이잖아.""죽고 싶냐?"⁠ 그르렁거리는 설태하의 모습에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뒹굴던 설민재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자세를 고쳐 앉고 꽤 진지하고 인자한 표정을 하며 설태하와 시선을 맞췄다.⁠"하지만 짐승의 모습인 너를 보고도 열이 나서 걱정했다며. 부모도 못 하는 행동을 아무렇지 않게 한 건데… 좋은 사람일 게 분명하잖아."⁠
last updateLast Updated : 2026-09-01
Read more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