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너 나만 보면 꼬리 흔들잖아?" 그 말에 설태하는 처음으로 깨달았다. 하이담 없이는 조금 이상해진다는 걸. 처음 만났을 때는 최악이었다. 나를 애인이라 착각한 남자는, 내 눈앞에서 늑대로 변했고. 그날 이후, 성질 더러운 늑대 한 마리가 자꾸만 내 곁을 맴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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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네가 하이담이냐?”
고요한 쓰레기장, 상사의 명령으로 분리수거하는 분주한 움직임 뒤로 허스키한 목소리가 쓰레기장에 울렸다. 그 목소리에서 나온 이름은 분명 자신의 이름이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것에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리자, 날카로운 인상의 남자와 시선이 마주했다.
마주한 시선은 서로 놀란 건지 서로의 눈동자에 얼빠진 얼굴이 비쳤다.
‘누구지?’
한눈에 봐도 불량해 보이는 남자는 아무렇게나 걸친 재킷과 눈에 띄는 붉은색 머리와 귀에는 반짝이는 피어싱이 셀 수 없이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자신이 언제 이런 남자랑 마주친 적이 있었던 건지 머릿속을 아무리 파헤쳐봐도 기억에 없었다.
게다가 장소와 이 남자의 몸집, 겁을 먹기에는 충분한 상황이었다.
"허."
반면 하이담의 움츠러든 모습을 본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고뇌에 빠진 하이담을 보며 기가 찬다는 듯이 크고 굵은 손으로 마른세수를 했다. 도드라진 손가락 사이로 매서운 눈빛이 하이담의 눈을 찌르자, 괜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 시선을 회피했다.
"대답은?"
"뭐?"
"네가 하이담이냐고."
쫄았다.
완벽하게 쫄았지만, 대답은 잘했다.
"그런데?"
'맞다.'를 다르게 대답하자, 남자는 다시 한번 헛웃음 소리를 내더니 어리둥절한 하이담의 눈동자를 빤히 바라봤다.
묘하게 긁히는 기분에 울컥한 하이담도 서서히 표정 관리를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하이담의 표정을 일절 신경 쓰지도, 위협도 되지 않는 건지 주위를 휘휘 둘러보더니 자신의 반도 안 되는 얇은 팔을 부서질 듯 강하게 붙잡고서 더욱 안쪽으로 질질 끌고 갔다.
"저, 저기…! 어, 어디가!?"
팔에서 느껴지는 강한 고통보다, 뭐랄까 분명히 이 남자를 처음 보는 데 익숙했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훨씬 더 높은, 강렬한 붉은 머리색이 목덜미를 덮은 뒤통수를 빤히 바라보다 그 시선은 점점 아래로 향했다. 자기 팔을 잡은 핏대가 도드라진 팔뚝을 보며 이 남자의 무엇이 익숙한지 한참이나 생각했다.
가령,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날카로운 눈매나 낮은 목소리 톤, 뭔가 알 듯 말 듯한 독특한 분위기.
'독특한 분위기?'
문득 무언가 하이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났다.
"야."
아니 꼬아보는 남자의 시선과 목소리가 하이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폐쇄된 곳으로 들어오자, 그제야 이 남자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향수 냄새가 났다.
이 향수 냄새, 분명 자신이 알고 있었다.
"설이현?"
자신도 모르게 뱉은 이름에, 남자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하며 하이담의 눈을 빤히 바라봤다.
마주 본 눈에는 분노, 놀람 등 여러 가지 감정이 뒤섞여 혼란스러워 보였다.
하지만 지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 남자, 지금 화가 났다.
당연히 그 이유는 모른다.
"이제야 떠올렸네? 섭섭하겠어. 그 자존심 높고 고귀함 떠는 놈이."
"저기, 지금 이 상황도 네 말도 아무것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미간을 찌푸리며 남자를 올려보는 시선은…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었다.
게다가 아까부터 '야', '야' 거리는 것에 조금 거슬렸다.
"진짜 보고도 안 믿기네, 그렇게 잘난 체하며 까다로운 주제에… 집안 몰래 만나는 여자가… 겨우 이런…."
"뭐?"
겨우? 이런?
남자는 뒷말을 하지 않았지만 그 뒷 단어가 자연스럽게 예상됐기에 하이담이 결국 참지 못하고 그에 응당한 맞대응을 하려고 할 때, 남자의 분노로 차 있던 눈빛은 어느새 울분으로 가득 찼다.
그래서 차마 기껏 배운 호신술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대로 멈춰 남자를 바라봤다.
"내가, 내가 그놈만 행복하게 둘 것 같아?"
남자는 울컥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리…?"
그 울컥함에 말을 잃었다.
"아니? 절대로 그렇게 두지 않을 거거든? 내가 그놈만 행복한 걸 어떻게 봐? 절대 그렇게 안 둬."
비아냥거리며 말하는 것만으로도 잔뜩 고양된 남자는,
새빨개진 얼굴과 눈으로 하이담을 죽일 듯이 노려보더니,
한 발짝 성큼 다가오더니 하이담의 어깨를 부서질 듯 잡아 강하게 끌어안았다.
"저, 저기요!?"
그리고―
팔 안의 체온이 갑자기 치솟았다.
뼈가 우드득 뒤틀리는 둔탁한 소리.
손끝에 닿던 근육이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옷이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어?"
변했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복슬복슬.
게다가 가뜩이나 뜨겁던 남자의 온기는 더 뜨거워졌다.
그저 머릿속에서는 품안의 온기에 '뜨겁네.' 이 생각만 맴돌았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은 꿈이 아니라는 듯, 꾹 누르는 무게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손에 잡히는 검은 털과 남자가 입고 있던 옷들, 허벅지 위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
"어… 라…?"
자신의 허벅지 위에는 온몸이 검은색으로 덮인 큰 개가 자신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우주야!" 실로 오랜만에 듣는 미성의 목소리에 울컥한 하이담과 연하늘이 그저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연우주를 빤히 바라보자, 두 사람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정말로 부담스러워 어색하게 웃으며 제 자리에 앉으며 꽃은 자연스레 하이담의 위로 올려놨다."와, 우리 셋이 이렇게 저녁 먹는 거… 진짜 얼마 만이지??""적어도 2년은 됐을걸?""그렇게 오래?""내가 2년 만에 왔으니까." 그렇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를 진득하게 붙어 다니던 세 사람이 헤어진 계기는 연우주의 예상치 못한 사고였다. 아직도 그날이 생생했다. 집에서 빈둥거리며 쉬고 있을 때 울린 전화에는 '연하늘'이 찍혀 있었고, 당시 봉사활동을 갔던 하늘이도 역시 자신이 없으니 외로워하는 것이라 확신하며 장난스레 받은 전화는 처음 듣는 연하늘의 울음소리에 놀라 당황했고 그 뒤의 말에는 정신이 핑 돌아 가족 모두 놀라 허겁지겁 병원으로 향했다. 그때 연우주는 이미 수술 중이었고 수술실 앞에서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은 연하늘에 수술 결과가 나오기도 전임에도 불구하고 연우주가 잘못된 줄 알고 연하늘을 끌어안고 통곡을 했었다."하늘이에게 매일 같이 소식 듣고 있었어.""그러면서 연락 한 통 안 했어?""그러는 넌.""나도 하늘이한테 듣고 있었지." 잘 정리된 연우주의 부드러운 금발이 흘러내려 자연스레 귀 뒤로 넘겨주자, 특유의 그 눈웃음을 짓는 모습에 하이담이 새삼 그 미소를 오랜만에 본 것에 대한 감격에 뭉클했다. 어쩌면 두 번 다시는 못 볼 뻔했던 눈웃음이라 더 감격했고 감동했다.「 이담아, 어떡해? 우주… 어쩌면 평생… 낫지 않을 수도 있대. 」 수술이 잘 끝나면 뭐 하나, 숨을 쉬면 뭐 하나…. 절망적인 소식은 끝나지 않았다. 하필이면 연우주가 있던 건물에 불이 난 건지, 왜 대피하기 직전 어린아이가 있었는지. 우연은 우연을 더해 연우주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꿨다. '넌 이제 가수 못해.'라고 간접적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연우주는 오히려 힘없게
"정말이지?""그래." 분명 자신은 그날 하이담에게 마지막을 고하기 위해 갔었다. 예정과 달리 일이 조금 꼬였지만, 이것은 확실히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그럼 정말로 이현이 형이랑 그 누님이랑 뭔가 있는 건가?" 마찬가지로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설이현을 잘 알고 있는 설민재는 형용할 수 없는 표정을 하며 물었다. 그래, 설이현을 알고 있는 집안사람이라면 분명히 이 행동에 의문을 가지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기에 자신도 집안 모르게 움직인 것이 아닌가."분명 뭔가가 있어.""그런데 그 누님은 별 사이 아니라고 했다며?""거짓말이겠지." 늘 그랬다. 자신에게 호의를 보인 인간들은 전부 설태하가 아닌 설이현에게 접근하기 위한 부속물이었다. 그렇게 접근하고 싶은 설이현과 죽도록 혐오하는 사이인지도 모르고."네 이야기를 듣다 보면… 그런 누님은 아닌 거 같은데." 설민재가 은근슬쩍 흘리듯 말을 뱉으며 설태하의 반응을 살폈다. 자신이 아는 설태하는 단순했고, 고집이 센 데다 다혈질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면 곧바로 버럭버럭했을 테지만 달리 부정하지 않는 것이라면 설태하 당사자도 자신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럼에도 며칠 지켜본 밖의 사람보다 평생 본 형제가, 평생 본 적도 없는 기이한 행동을 했다는 것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도 머리로는 이해가 됐다."헉…!!!""무, 뭐야?" 설민재가 턱을 문지르며 곰곰이 생각하더니 눈과 코, 입이 모두 떨어질 듯이 놀란 표정으로 설태하를 바라봤다."그럼 그 누님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는 가정하에!" 괜한 긴장감이 설민재와 설태하 주위를 맴돌았다."이현이 형의… 첫사랑…? 짝사랑…?""… 쯧, 네가 드디어 미쳤군." 정말로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짜증이 치솟았다."왜! 그럴 수도 있지. 동창이었다며! 하물며 그 형도 그렇게 보이지만 사춘기 시절도 있었고! 그리고 바보 멍청이 설태하는 모르겠지만, 원래 누군가를 좋
"아, 나 며칠 전에 설이현 만났어." 그 말에 얌전히 있는 개를 과감하게 쓰다듬던 손이 내동댕이쳐졌다."하늘이랑 자주 가는 카페에서 마주쳤는데… 뭐랄까, 설이현 성격이면 우연이 아닐지도 모르겠네." 고교 시절, 거의 유일하게 곁에 두고는 비서처럼 부려 먹던 연하늘의 알려주지 않은 일정을 다 알고 있는 것 보면 며칠 전의 만남도 우연이 아닐 가능성이 컸다."뭐 들킨 거라도 있어?""없어.""그러면 말했어?""그딴 거 이야기할 정도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고! 무슨 말을 지껄이던데!?""그럼 역시 그냥 날 떠보는 거였나?" 하이담의 말에 털이 쭈뼛 섰다. 설이현, 그 설이현이…."네가 날 귀찮게 하는 줄 알았나 봐.""그건 무슨 소리야.""그래서 주의 준다고 하길래~ 됐다고 했어." 마치 무용담을 자랑하듯 위풍당당한 표정과 행동에 차마 할 말을 잊고 어처구니없는 설태하의 표정은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쓰다듬는 하이담의 손길을 말릴 수가 없었다."동생도 어린애가 아닌데, 너무 간섭하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표정이….""미쳤어?""엉?""그놈에게 그렇게 말했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는 건가?""그, 그건 아니지." 솔직히 놀랄 노 자였다. 자신이 세상에 태어나 눈과 귀를 갖게 된 이후, 집안에서도 밖에서도 설이현에게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본 적 없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설이현이 그렇게 강압적이고 이기적일 테니. 그런데 그런 설이현이 그런 소리를 들었다고?"하늘이가 그런 표정은 처음 봤다고 엄청나게 웃던데." 그것도 이런 여자한테?"예사 여자가 아냐.""칭찬인가?""겠냐고." 한숨을 픽 쉬고는 자연스레 몸을 뉘는 설태하를 바라보며 하이담이 머리를 긁적이고는 그대로 그 복슬복슬한 몸에 얼굴을 기댔다."너무 걱정하지 마. 설이현은 똑똑하잖아. 나랑도 별 사이도 아니고." 자신이 무얼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자신을 걱정하는 하이담의 말에 가슴속에 큰 응
「 …… 집안에서 알게 되면 높은 확률로 죽일 거다. 그러니까, 네가 확실하게 행동해야 해. 옆에서 지키든지, 몰랐던 사람처럼 무시하던지. 」 아버지의 목소리가 머리에 울렸다. 설민재가 자신에게 준 낡은 쪽지는… 오래전, 집안사람을 죽인 벌로 외딴곳에 홀로 유배를 간 자신의 아버지 격 되는, 실제 제 아버지의 동생 작은아버지 설용범의 위치였다. 수없이 고민하다 결국 향한 그 장소에는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늙은 설용범이 조금 놀란 얼굴을 하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자란 설태하를 바라보며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 흐뭇하게 미소를 보였다. 물론 그 뒤에 설태하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표정이 굳어 한참 동안 말을 잇지 않고 그저 세월이 흘렀어도 여전히 변하지 않은 제압당할 것 같은 눈빛으로 설태하를 빤히 바라보다 결국 자리에 일어서 한마디 거들고 집안사람이 오기 전에 떠나라는 무뚝뚝한 말을 삼키고 집으로 들어갔다.「 태하야, 절대 어중간하게 행동하지 말거라. 」 어중간하게 행동하지 마라. 그것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지금의 설태하는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 *"이쯤 대면 정말 일부로 그러는 거 아니야!?" 정말로 놀란 표정을 하며 가슴을 콩콩 치는 하이담과 다르게 짐승의 모습을 한 설태하는 이제는 익숙하게 하이담의 침대를 차지하고 있었다."내 심장을 떨어뜨리려고!" 이야기 도중 갑자기 개로 변하고 움직임을 멈춘 설태하를 혹여나 누가 볼까 싶어 그때처럼 끌어안고 집으로 들어오자, 이제는 이 상황이 익숙해지는 것이 원망스러웠다. 생각할수록 저 덩치를 어떻게 들고 왔는지, 어쩌면 자신이 설태하보다 더 한 초인적인 힘을 가진 사람은 아닌지 스스로가 의심될 지경이었다."아… 힘들어." 그대로 씻고 나와 소파에 엎어진 하이담을 지긋이 바라보던 설태하는 도무지 하이담을 이해할 수 없었다."너, 내가 무섭지 않냐?" 그 물음보다는 짐승의 모습 그대로 말을 하는 것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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