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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Author: 이야기보따리
심유빈은 순간 멍하니 소예지를 바라보다가, 이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도발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고는 다시 거울 쪽으로 몸을 돌리며 완벽하게 잘록한 허리선을 의도적으로 드러냈다.

“혹시 아시는 분이신가요?”

직원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물었다.

“아니요.”

박시온은 단칼에 잘라 말하더니 곧바로 소예지의 손을 끌며 덧붙였다.

“가자. 더 볼 것도 없네.”

웨딩드레스 피팅을 마친 뒤, 두 사람은 그대로 숍을 나섰다.

문을 나서자마자 박시온은 더는 참지 못한 듯 입을 열었다.

“이게 무슨 상황이야? 고이한이 심유빈한테 프로포즈라도 한 거야? 설마 둘이 결혼하는 건 아니겠지?”

소예지는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중요하지 않아. 시간도 남았는데 우리 커피나 마시러 가자.”

카페에 자리를 잡고 앉자 박시온은 기다렸다는 듯 다시 물었다.

“근데 너, 고이한 연구실 그만둔 거 아니었어? 앞으로 뭐 할 건데?”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그녀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었다.

“나, 다시 MD에 남기로 했어.”

“뭐라고?!”

박시온은 놀란 나머지 입을 벌린 채 소예지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너 또 고이한 밑에서 일하게 된 거야? 그 인간이 도대체 뭘 어떻게 해서 널 붙잡은 거야?”

소예지는 고개를 저으며 담담히 대답했다.

“그런 거 아니야. 이번엔 연구 과제가 있어서 내가 자발적으로 남은 거야.”

박시온은 소예지에게 분명 뭔가 사정이 있겠거니 짐작했는지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 그녀가 하는 일이 기밀이 많은 연구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에 억지로 묻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이다.

“아, 맞다. 너랑 임현욱 씨는 어떻게 돼 가? 요즘 연락은 해?”

살짝 짓궂은 눈빛으로 묻고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그 사람, 지금 해외에 있어. 연락은 거의 못 해.”

소예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희 둘도 참. 한 사람은 과학에 인생 걸고 한 사람은 나라 위해 뛰어다니고. 나중에 결혼하면 애 낳을 시간도 없겠네.”

박시온은 장난스럽게 농을 던졌다.

소예지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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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묘한 인연이네요. 제 딸도 그 음악 아카데미 진학을 준비하고 있답니다.”스티브는 와인잔을 들어 보이며 여유롭게 웃었다.그 말에 심유빈은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며 반응했다.“혹시 소 박사님도 아시는 사이신가요? 아까 두 분이 이야기 나누시는 걸 보니 꽤 친한 사이 같아 보이던데요?”스티브는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뇨, 오늘이 처음 뵙는 자리입니다. 다만 그분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익히 들어왔지요.”“아, 그렇군요. 저는 두 분이 이미 구면인 줄 알았어요. 아무래도 제 친구인 고 대표와 함께 일하시니까요.”심유빈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마치 별것 아니라는 듯 덧붙였다.“사실 소 박사님은 고 대표의 전 부인이에요.”“뭐라고요?”스티브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심유빈은 일부러 놀란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몰랐던 모양이군요? 소 박사님과 고 대표는 1년 전에 이혼했어요.”스티브의 눈빛에 짧지만 분명한 반색이 스쳤다.이건 그가 소예지에게 직접 스카우트를 제안할 수 있는 결정적인 명분이 될 수 있었다.“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말 큰 도움이 되었네요.”스티브는 잔을 들어 감사의 뜻을 표했고 그 눈빛에는 숨기지 못한 흡족함이 담겨 있었다.“도움이 되었다니, 저도 기쁘네요.”스티브는 그녀를 잠시 뚫어보듯 바라보다가 흥미로운 듯 웃으며 말했다.“보아하니, 심유빈 씨는 고 대표를 마음에 두고 계신 것 같군요?”심유빈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솔직하게 인정했다.“맞아요. 역시 눈썰미가 있으시네요.”그 시각, 멀찍이서 그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하종호는 와인잔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고 있었다.그 옆에 서 있던 윤하준이 조용히 손을 들어 그의 어깨를 눌렀다.“그냥 형식적인 대화일 뿐이야.”하종호 역시 그 사실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하지만 스티브가 심유빈을 바라보는 눈빛 속 감정은 단순한 비즈니스적 호의를 넘어선 것이 분명해 보여 그 시선만으로도 불쾌함이 밀려왔다.한편, 고이한은 여전히 이 회장을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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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하준의 시선은 자연스레 소예지에게 머물렀다.그녀는 부드러운 눈빛으로 두 아이가 나란히 앉아 피아노를 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노을빛이 실내로 스며들어 아이들과 그녀를 따스하게 감싸안았고 그 순간의 풍경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울 만큼 평화로웠다.윤하준은 그 모습을 바라보다 문득 멍해졌다.어쩌면 언젠가, 저 장면이 누군가의 입에 오르내리는 ‘네 식구 가족’의 모습이 될 수도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이 불현듯 스쳐 지나갔다.밤 8시.딸과 함께 그림책을 읽으며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그때, 휴대폰에서 메시지 알림이 울렸다.[소예지 씨, 미안해요. 다음부턴 꼭 당신 허락을 받고 갈게요.]문자에는 이름이 없었고 발신자 번호도 낯설었지만 소예지는 단번에 누가 보냈는지 알 수 있었다.심유빈이었다.왜 갑자기 이런 문자를 보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일이 고이한의 귀에 들어갔고 어쩌면 그의 말에 떠밀려 마지못해 사과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소예지는 더 이상 그런 일에 마음을 쓰고 싶지 않았다.고이한이든 심유빈이든 이제는 자신의 감정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조용히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딸과 함께 그림책 속 이야기 세계로 빠져들었다.밤 10시가 넘어 딸을 재운 뒤, 소예지는 조용히 서재로 향했다.책장 앞에 선 그녀는 문득 아버지가 쓰던 오래된 책장이 눈에 들어왔다.천천히 책들을 훑어보던 중, 유독 눈에 띄는 한 권의 노트가 있었다. 겉표지는 책처럼 보였지만 묘하게 달랐고 꺼내 보니 역시 노트였다.‘이런 게 있었나?’소예지는 살짝 놀라며 왜 지금까지 이 노트의 존재를 몰랐는지 의아해졌다.그녀는 노트를 들고 자리에 앉아 조심스럽게 펼쳤다.안에는 빼곡히 적힌 아버지의 필체가 가득했고 페이지를 넘길수록 소예지의 눈가가 서서히 젖어 들었다. 책상 앞에 앉아 조용히 연구 기록을 남기던 아버지의 모습이 눈앞에 선명하게 떠올랐다.노트에는 다양한 실험 데이터와 연구 내용, 그리고 그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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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예지는 휴대폰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1분 줄게요. 지금 당장 꺼져요. 아니면 경찰 부를 거예요.”심유빈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굳어졌다.“소예지 씨, 난 악의가 없어요. 믿어줘요.”“당신은 내 결혼 사실을 알면서도 끼어든 여자예요. 그런 사람이 지금 내 딸한테까지 접근해 놓고 그게 ‘악의 없는 행동’이라고요?”소예지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좋아요. 원한다면 이 일, 세상 밖으로 터뜨릴 준비도 돼 있어요. 모두가 당신이 내 결혼을 알고도 끼어든, 뻔뻔하고 악의적인 여자라는 걸 똑똑히 보게 해줄 테니까.”심유빈의 얼굴이 완전히 굳었다.“그렇다면 나도 경고 하나 할게요. 일 핑계로 이한 오빠한테 접근하는 거 그만두세요.”“내 동생한테서 다 들었어요. 당신이 뭘 꾸미고 있는지, 모를 줄 알아요?”소예지는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냉소적으로 말했다.“그러니까 본인 남자나 잘 관리하세요. 그 사람이 내 앞에 나타나는 것 자체가 역겨우니까.”심유빈은 말없이 소예지를 바라보았다.그러나 그녀의 눈빛은 오히려 한층 가벼워져 있었다.소예지가 흔들리고 있다는 걸 확인하자 자신이 충분히 위협이 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좋아요. 앞으로 이한 오빠가 소예지 씨 앞에 안 나타나게 내가 잘 말려볼게요.”심유빈은 입꼬리를 스치듯 올리며 부드럽게 말했다.“내 남자를 제대로 못 챙긴 건 내 잘못이니까요. 미안해요.”그녀가 고개를 돌려 자리를 뜨려던 찰나, 교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들어왔다.문 앞에 나타난 사람은 윤하준이었고 그는 이안의 작은 손을 꼭 쥔 채 안으로 들어섰다.그 순간 심유빈의 발걸음이 멈췄다. 얼굴에는 경직된 기색이 스쳤고 입술이 미세하게 굳어졌지만 곧 억지로라도 미소를 띠며 인사를 건넸다.“윤 대표님, 오랜만이에요.”윤하준은 그녀를 힐끗 바라본 뒤, 곧장 소예지에게 시선을 옮겼다. 소예지의 얼굴에는 분명한 불쾌감이 드러나 있자 그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유치원 측에서 심유빈 씨 자문직은 이미 해지된 걸로 알고 있습니다.”심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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