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휴대폰이 손바닥 안에서 가볍게 진동했다.아주 미약한 진동이었지만 그 순간 강지안의 신경을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가느다란 줄처럼 느껴졌다.그녀는 숨을 죽인 채, 떨리는 손끝으로 화면을 열었다.장성훈이 아니었다. 그저 아무 의미 없는 시스템 알림 하나였다.텅 빈 대화창에는 여전히 어젯밤 자신이 보낸 한 줄의 메시지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읽음 표시도 없고, 답장도 없고, 그 어떤 반응도 없었다.그 순간 실망감이 밀물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며 숨이 막힐 정도로 그녀를 짓눌렀다.답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일부러 외면할 수도 있다고, 아예 못 본 척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하지만 막상 현실이 되고 보니 철저히 무시당하고 내버려진 듯한 감정은 생각보다 훨씬 날카롭게 마음을 찔렀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한시도 곁을 떠나지 않았던 사람, 집 아래에서 그녀를 지켜주고 강가에서도 곁을 맴돌았으며 그녀가 고열에 시달리며 정신을 잃었을 때도 밤늦도록 자리를 지켰던 사람...그런 장성훈이 마침내 강지안이 마음을 내려놓고 먼저 다가가려던 순간, 제대로 이야기를 나눠보려던 순간에 마치 이 세상에서 사라진 사람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너무 이상했다. 이상하다 못해, 온갖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였다.무슨 일이 생긴 걸까?아니면 정말로 더는 자신을 보고 싶지 않은 걸까?더 이상 자신과 어떤 관계도 이어가고 싶지 않은 걸까?강지안은 침대 가장자리에 앉은 채 휴대폰을 꼭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희게 질릴 정도였다.예전에도 그랬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그녀는 원래부터 상대를 붙잡고 매달리는 성격이 아니었다.하지만 이번만큼은 달랐다. 마음속 팽팽하게 당겨진 끈이 도무지 풀리지 않았다.그녀는 반드시 그를 만나야 했다.그리고 직접 물어야 했다.왜 내 연락을 받지 않는 건지,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지,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이 정말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진심인지...그걸 확인하지 않고서는 평생 마음 편히 살 수 없을 것 같았다.강지
병원에 재검을 받으러 가는 길 내내 강지안은 휴대폰을 손에서 놓지 못했다.화면이 켜졌다가 꺼지고 다시 켜졌다가 꺼졌다.몇 번이고 장성훈과의 대화창을 열어봤으나 답장은 없었고 전화도 없었다. 마치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사람처럼 말이다.강지안은 내내 아무 말 없이 걸었다. 진료실에 도착했을 때는 온몸의 기운이 거의 빠져나간 상태였다.의사는 고개를 들자마자 그녀의 안색을 보고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오늘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기분도 많이 가라앉아 보이는데.”의사는 펜을 내려놓더니 자리에 앉으라는 듯 손짓했다. 늘 그렇듯 따뜻한 걱정하는 기색이 묻어나는 목소리였다.“어제 세미나는 그래도 얻은 게 많다고 하지 않았어요? 조금은 마음이 편해졌을 거라고 생각했는데.”강지안은 천천히 자리에 앉았다. 손가락은 무의식적으로 옷자락만 만지작거렸다.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가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괜찮아요. 세미나는... 확실히 도움이 됐어요.”“그럼 마음속에 다른 일이 있는 거네요?”의사가 단번에 알아차리자 강지안은 고개를 숙이며 긴 속눈썹으로 복잡한 감정이 깃든 눈빛을 가렸다.진료실 안은 조용했다.소독약 냄새가 오히려 그녀의 흔들리는 마음을 조금 진정시켜 주는 것 같았다.그렇게 오랫동안 침묵하던 그녀는 마침내 마음속에 눌러 담아둔 이야기를 꺼내기로 했다.“저에게 아주 중요한 사람이 있어요.”목소리는 작았지만 이상하리만큼 또렷했다.“예전에는 그 사람이 항상 제 곁에 있었어요. 제가 아무리 밀어내도, 차갑게 대해도, 이해하지 못해도... 정말 떠난 적은 없었어요. 제가 아플 때도 있었고, 제가 무슨 일을 당했을 때도 가장 먼저 달려왔어요. 제가 혼자 강가에 오래 앉아 있었을 때도... 멀리서 따라오기만 했어요. 말을 걸지도 가까이 오지도 않고.”말을 이어가던 강지안의 목이 살짝 메었다.그동안 자신이 외면했던 순간들, 오해했던 순간들, 밀어냈던 순간들을 지금 다시 떠올리니 하나하나가 가슴을 찌르는 듯 아팠다.“계속 그렇게 생
감정이 앞선 순간 내린 결정, 갑자기 피어오른 설렘, 하마터면 입 밖으로 꺼낼 뻔했던 질문까지...모두 고요하고 깊은 어둠 속에서 천천히 가라앉았다.더는 이렇게 굴 수 없었다. 차갑게 밀어냈다가 다시 미련을 품는 것도, 가까이 다가갔다가 또 멀어지는 것도, 한순간에는 그에게 다른 속셈이 있다고 의심하더니 또 한순간에는 자신이 무언가를 놓친 것 같아 후회하는 것도...이제는 분명하고 확실한 답이 필요했다.기억이 돌아왔든 돌아오지 않았든 그녀는 반드시 확인해야 했다.‘장성훈 씨, 당신이 날 대하는 태도는 정말 책임감 때문이에요 아니면 좋아해서 그런 거예요?’더는 추측하고 싶지 않았다. 혼자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싸우고 싶지도 않았으며 깊은 밤마다 스스로의 생각을 뒤집고 또 뒤집는 일도 이제 지쳤다.강지안은 더듬거리며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냈다.화면이 켜지자 밝은 빛에 눈을 살짝 찡그리는 것도 잠시, 그녀는 이내 연락처를 열었다.그리고 장성훈이라는 세 글자 위에서 손가락이 한참을 멈춰 있었다.저장된 이름은 너무나 담백했다. 별다른 별명도 없고 특별한 표시도 없이 그저 ‘장성훈’이라고만 표시되어 있었다.마치 평범한 친구, 업무상 관계를 맺은 사람, 아니면 일정한 거리를 유지해야 하는 사람인듯 말이다.하지만 그 세 글자가 자신의 마음속에서 얼마나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지 강지안 자신만은 알고 있었다. 곧 그녀는 통화 버튼을 눌렀다.전화가 연결되는 순간, 심장박동은 또다시 제멋대로 빨라졌다.“뚜... 뚜... 뚜...”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신호음이 한 번 또 한 번 울릴 때마다 마치 심장을 두드리는 것 같았다.강지안은 숨을 죽이고 상대가 전화를 받기만을 기다렸다. 머릿속으로는 이미 무슨 말을 할지 몇 번이나 정리해 둔 상태였으나 끝내 전화를 받는 사람은 없었다.자동으로 통화가 끊기고 휴대폰 너머에는 차가운 통화 종료음만 남았다.그러자 휴대폰을 쥔 강지안의 손끝이 점점 서늘해져 갔다.‘안 받는다고? 못 들은 건가? 아니면 일부러 받지 않는
복도 안의 센서등이 층층이 하나둘 꺼져 갔지만 강지안은 텅 빈 주차 공간 앞에 홀로 서 있었다.차가운 바람이 옷깃 사이로 파고들어 몸이 저절로 떨렸다.조금 전 그토록 급하게 아래로 내려오게 만들었던 마음과 가슴 깊은 곳에서 치밀어 올랐던 씁쓸함과 후회는 아무도 없는 깊은 밤 속에서 서서히 식어갔다.그녀는 그렇게 한참을 웅크리고 있었다.그러다 다친 다리가 점점 욱신거리기 시작하자 바닥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고개를 들어 자신의 집 창문을 바라보니 불이 꺼진 창가는 마치 지금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처럼 어둡기만 했다.강지안은 힘겹게 한 걸음씩 건물 안으로 돌아갔다.사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장성훈이 정말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했었다.그 긴 시간 동안 자신을 마음 가장 깊은 곳에 두고 있었다고, 수년 동안 변함없이 자신을 지켜왔다고...하지만 감정의 열기가 식고 고요한 어둠 속에 놓이자 이성은 다시 조금씩 돌아오기 시작했다.조용한 밤이면 사람은 가장 쉽게 감정에 휘둘리는 법이였다.그 사진들, 그동안 함께 했던 것들, 말없이 지켜왔던 시간, 자신이 아팠을 때 희미하게 기억나는 장성훈의 보살핌...그 모든 것이 정말 사랑 때문이었을까?아니면 그저 그녀의 아버지가 예전에 남긴 한마디의 부탁 때문이었을까.강지안을 잘 돌봐 달라는 그 말 하나를 그는 진심으로 받아들였고, 그 뒤로 수년 동안 그녀의 보호자가 되어버린 건 아닐까.강지안은 엘리베이터 벽에 기대어 조용히 눈을 감았다.그녀를 잘 부탁한다는 강석우의 말에 장성훈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제 잘못입니다. 때리시든 벌을 주시든 달게 받겠습니다.”그 모습이 정말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였을까.아니, 오히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 그에 대한 사과와 책임을 짊어지는 모습에 가까웠다.장성훈은 한 번도 좋아한다고 말한 적이 없었고 그녀를 향한 마음을 인정한 적도 없이 언제나 같은 말뿐이었다.“저는 그저 아가씨가 무사하기만을 바랍
그렇게 계속해서 넘기던 와중, 강지안의 손끝이 뚝 멈췄다.사진 속에는 조금 더 어린 시절의 강지안과 조금 더 젊은 장성훈이 함께 있었다.배경은 노을이 내려앉은 강가, 두 사람은 나란히 서 있었고 그곳은 어젯밤 그녀가 앉아 있던 장소와 놀라울 만큼 닮아 있었다.그때의 장성훈은 여전히 무뚝뚝했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살짝 치켜든 채 아무런 경계 없이 환하게 웃고 있었다.그 눈빛에는 그를 향한 믿음과 의지가 온전히 담겨 있었다.그리고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일은 이제 더 이상 강지안에게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렸다.한 장 또 한 장, 계속해서 사진을 넘겼다.병원 앞에서 함께 찍은 사진, 차 안에서 나란히 앉아 있는 사진, 그녀의 집 앞에서 찍은 사진, 명절 불꽃놀이 아래 함께 웃고 있는 사진, 눈 내리는 날, 서로의 곁에 서 있는 사진...강지안의 인생에서 중요했던 모든 순간, 그리고 사소하지만 따뜻했던 모든 순간마다 장성훈은 함께 있었다.그러자 그제야 강지안은 두 사람이 정말 오랜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는 걸 알게 되었다.그는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삶에 들어온 게 아닌 아주 오래전부터, 아주 자연스럽게 그녀의 곁을 지켜온 사람이었다.그녀가 그저 ‘우연’이라고 생각했던 일들, ‘부탁받아서 하는 일’이라고 여겼던 것들, ‘책임감 때문’이라고 단정했던 모든 것들...그 아래에는 감춰지지 않을 만큼 깊고 무거운 세월이 자리하고 있었다.사진을 바라보는 강지안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장성훈이 자신의 모든 취향을 알고 있었던 것,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낯설지 않았던 것, 기억을 잃은 뒤에도 그에게 마음이 약해지고, 그를 걱정하고, 꿈속에서조차 그에게 의지했던 그 모든 건 우연도 혼자만의 착각도 아니었다.두 사람은 정말 함께 긴 시간을 보내왔던 것이다.그녀가 잊어버린 세월은 텅 빈 공백이 아닌 장성훈이 해마다, 또 해마다 조심스럽게 지켜온 시간이었다.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씁쓸함과 죄책감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그동안 그에게 했던 말들,
“제가 집까지 데려다드릴까요?”의사가 물었다.“괜찮아요. 혼자 갈 수 있어요.”강지안이 살짝 미소 지었다.“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큰 도움을 받았어요.”“저한테 무슨 그런 말을 해요.”의사는 손사래를 쳤다.“마음이 흔들릴 때는 일에 몰두해야 한다는 거 기억해요. 그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일이 그렇게 무서운 것만은 아니라는 걸 알게 될 겁니다.”강지안은 고개를 끄덕이고 의사와 헤어진 뒤, 혼자 지하철역으로 향했다.밤바람이 살며시 머리칼을 흩날렸다.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동안 다리의 상처는 이제 거의 아프지 않았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져 있었다.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어쩌면 인생이란 꼭 잃어버린 모든 기억을 당장 되찾아야 하는 것도 아니고, 장성훈과 자신의 모든 관계를 지금 당장 밝혀내야 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을 것 같았다.그렇게 강지안은 조용히 집으로 돌아왔다.그런데 아파트 단지 안으로 들어선 순간, 그녀의 시선이 무심코 한 곳에 멈췄다.가로등 아래, 아주 익숙한 검은색 차량 한 대가 조용히 주차되어 있었다.차종, 번호판, 심지어 세워진 각도, 그 모든 것이 그녀의 심장을 순간 세차게 뛰게 만들었다.다름 아닌 장성훈의 차였다.‘날... 찾아온 건가?’저도 모르게 걸음을 멈춘 강지안은 손끝에 힘이 들어갔다.순간, 세미나에서 되찾았던 평온한 마음이 흔들리며 잠시 눌러 두었던 복잡한 감정들이 다시 하나둘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가서 인사를 해야 하나? 왜 여기 있냐고 물어봐야 하나? 아니면 못 본 척하고 그냥 올라가야 하나?’수많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어젯밤 진짜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었던 그의 보살핌, 강가에서 말없이 자신을 따라오던 모습, 부모님이 나타났을 때 고개를 숙이고 사과하던 모습, 자신이 떠나라고 했을 때 상처받은 듯했던 그 눈빛까지...수많은 장면들이 빠르게 눈앞을 지나가 강지안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