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3화

Penulis: 금붕어
주시후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짓다가 이내 모든 걸 알아차린 듯한 얼굴을 했다.

“엄마, 하린 이모 질투하지 마요. 사실 엄마도 하린 이모랑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어요. 우리 다 하린 이모랑 사이좋은데 엄마만 나쁘잖아요. 그럼 엄마한테 문제가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 봐야죠.”

최수빈은 알아서 무시하며 주시후를 차갑게 쳐다보았다.

“같은 말 두세번 하기 싫어. 내려.”

주시후는 최수빈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다가 곧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곧장 차에서 뛰어내렸다.

“엄마, 날 이렇게 대한 걸 후회하지 마요. 앞으로 엄마 차 타라고 해도 절대 안 타요!”

최수빈은 주시후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주예린을 안아서 차에 태운 뒤 운전석으로 돌아가 이내 차에 시동을 걸었다.

주예린은 백미러를 통해 주시후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며 말했다.

“엄마, 정말 오빠를 버려요?”

“엄마한텐 너 하나밖에 없어.”

아직 어린 주예린은 최수빈의 말 속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마음속으로 이번에는 엄마가 정말로 주시후 때문에 화가 났다고 생각했다.

...

최수빈은 호텔로 돌아간 후 계속해서 대회 준비를 이어갔다.

이 대회는 그녀에게 매우 중요한 인생의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었다.

똑똑한 주예린은 어린이집에서 숙제를 내주어도 그녀가 도와줄 필요가 없었다.

놀라울 정도로 기억력이 좋은 아이는 뭐든 설령 이해가 되지 않더라도 한번 보면 다 기억했다.

그래서 주예린은 늘 그녀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주시후는 매번 신경을 쓰며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숙제를 도와줘야 했고 편식하는 아이 때문에 새로운 음식도 많이 배워야 했다.

그런데 5년간 퍼부은 진심의 대가가 고작 이런 것이라니.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서 최수빈이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자 송미연이 그녀의 품에 뛰어들었다.

“자기, 보고 싶었어!”

최수빈은 웃으며 그녀를 밀어냈다.

“여긴 어떻게 왔어?”

“주민혁과 이혼한다길래 축하하러 왔지.”

송미연은 문 앞에 놓인 술 상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늘 밤 취하기 전엔 집에 안 가.”

그러다 문득 목소리를 낮추고 머리를 내밀었다.

“우리 예린이는 자? 괜히 애 깨겠다.”

“잠들었어.”

송미연은 술을 안고 집 안으로 들어갔다.

“진승우 카톡 봤어? 오늘 주민혁이 목숨 걸고 박하린이랑 경기장에서 레이싱했어. 다들 천생연분이라고 아주 난리야.”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마찬가지로 재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이라 송미연은 상류층 인사들 연락처는 거의 다 알고 있었다.

말하며 그녀가 콧방귀를 뀌었다.

“끼리끼리 아주 잘 어울려.”

송미연은 사진을 꺼내 최수빈에게 보여주었다.

사진 속 박하린은 깔끔한 레이싱 슈트를 입은 채 뒤에는 노란색 레이싱 카가 있었는데 그냥 봐도 개조한 것 같았다. 옆에 있는 주민혁도 레이싱 슈트를 입고 훤칠한 체격을 자랑하고 있었다. 고고하고 절제된 모습 아래 숨겨진 또 다른 면모였다.

최수빈은 사진을 응시하며 속으로 비웃었다.

결혼한 지 6년 동안 최수빈은 그의 이런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시간이 없어서 주시후를 데리러 가지 못한다더니 사실은 박하린과 함께 레이싱하느라 바빴던 것이었다.

송미연은 사진 속 두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쓰레기 남녀 둘이 뭐 볼 게 있다고? 네가 가면 이 둘은 바로 하찮은 존재로 전락할 텐데.”

최수빈도 주민혁과 결혼하기 전에는 프로 레이싱에서 경기하며 ‘속도의 신’이라고 불렸다.

다만 한재준의 제자로 된 후 점차 그곳으로 관심을 옮겨가며 레이싱에 발길이 뜸해졌다.

최수빈은 웃으며 말했다.

“굳이 저 사람들과 승부를 봐야 해?”

“그럴 필요는 없지. 사람이랑 개가 같은 트랙에서 달리진 못하니까.”

송미연은 은근슬쩍 사람을 깎아내리는 데는 말재주가 타고났다.

기분이 좋아진 최수빈이 말했다.

“술 마시겠다며? 같이 마시자.”

...

주시후가 어린이집에서 밤 9시까지 기다려서야 주민혁과 박하린이 차를 타고 데리러 왔다.

최수빈이 정말로 매정하게 아이를 홀로 남겨둘 줄은 몰랐다. 선생님이 전화로 재촉하지 않았다면 주시후가 배도 곯은 채 학교에 있다는 걸 몰랐을 거다.

“언니 너무하는 거 아니야?”

박하린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아이한테 화풀이하면 안 되지. 고작 4, 5살짜리 아이가 뭘 안다고?”

주시후는 서러운 표정으로 박하린을 안았다.

“하린 이모밖에 없어요. 저 대신 화내주세요.”

주민혁이 미간을 찌푸리며 최수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울린 지 몇 초 만에 상대방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최수빈은 굳이 생각지 않아도 전화를 건 의도를 알 수 있었다.

‘왜 주시후를 데리러 오지 않았는지 따지겠지.’

전화가 끊기자 주민혁의 표정이 더 차가워졌다.

별장으로 돌아온 후 주민혁은 박하린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음 주가 대회인데 다른 사람 일로 신경 쓰지 마.”

그 ‘다른 사람'이 누구를 말하는지 박하린은 당연히 알아들었다.

“알고 있어. 난 그냥 시후가 걱정돼서...”

“시간 내서 제대로 얘기할게.”

...

그동안 최수빈은 주민혁의 전화를 받지 않았고 문자 메시지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는 예선, 지역 예선, 화국 지역 결승전, 글로벌 준결승전, 글로벌 결승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예선전은 12인 팀을 구성해야 했다.

최수빈은 한동안 대회 준비로 바쁘게 지내며 과거 팀원들과도 연락을 취했다.

그들의 협력은 여전히 완벽했다.

순식간에 국제 우주 정착 설계 대회가 다가오고 대회 현장에는 매우 열띤 분위기가 감돌았다.

그들에게 예선전은 아주 쉬웠다.

다만 대문 앞에서 하필 주민혁, 박하린 일행과 마주쳤고 진승우는 최수빈을 보고 눈썹을 치켜올렸다.

“보기 드문 손님이네. 집에서 밥하고 설거지하던 사람이 이젠 매일 우리 앞에 나타나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가? 이런 대회에서 그쪽이 할 수 있는 게 뭔데요?”

최수빈은 팀의 주력 멤버로 가장 먼저 도착해 경기장 안쪽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그들을 만나게 되었다.

주민혁은 최수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랑 같이 들어가. 이런 장소에서는 함부로 돌아다니지 마. 괜히 주씨 가문 얼굴에 먹칠하지 말고.”

최수빈은 기가 막혔다.

“나랑 주씨 가문이 무슨 상관인데?”

그녀는 차갑게 웃으며 돌아서서 바로 들어갔다.

“미친 거야? 갑자기 왜 저래?”

진승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듣기론 집 나간 지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면서? 현장에 사람이 많으니까 알바가 필요할 텐데 알바해서 돈 벌러 왔나 보네. 우릴 보고 민망해서 서둘러 떠난 거야.”

박하린은 주민혁을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가 아무리 선 넘는 행동을 했어도 카드까지 정지할 필요는 없잖아.”

그녀는 웃으며 주민혁을 바라보았다.

“향기롭고 말랑한 게 아주 마음에 드는데 오빠가 싫다면 내가 데려갈까?”

주민혁이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맘대로 해.”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Bab terbaru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010화

    “사실 굳이 그럴 필요는 없어요.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다른 뜻은 전혀 없었고 그냥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라고....”초조해 보이는 그의 얼굴을 보며 최수빈의 마음에도 옅은 온기가 번졌다.육강민은 선한 사람이었다. 다만 그 마음에 그녀가 응답해 줄 수는 없었다.최수빈은 가볍게 고개를 젓더니 부드럽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강민 씨,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제 퇴사는 강민 씨와 아무 상관 없어요. 은산시로 돌아가서 예린이를 돌보면서 일하고 싶을 뿐이에요. 다른 이유는 없어요.”잠시 숨을 고른 그녀가 덧붙였다.“강민 씨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 성품이 곧고 따뜻하고 일에도 성실하죠. 분명 저보다 더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자기만의 행복을 찾게 될 거예요.”육강민은 보고서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느새 손마디가 하얗게 변했다.몇 초간 침묵이 흐른 뒤,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알겠습니다. 제가 경솔했네요. 제 생각을 수빈 씨에게 억지로 주입하려 했어요. 은산시에서도 모든 일이 잘 풀리길 바랍니다. 예린이도 늘 건강하고 행복하길 바라고요.”“고마워요.”최수빈은 싱긋 미소를 지었다.“프로젝트 마무리하는 동안에는 아직 도움을 많이 받아야 해요. 정리하면서 궁금한 점이 생기면 바로 상의드릴게요.”“네.”육강민은 고개를 끄덕이고 실험실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평소보다 조금 느린 걸음이었다.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최수빈은 마음속으로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누군가의 호의를 거절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오래 아픈 것보다는 짧게 아픈 편이 낫다. 괜한 희망을 남기느니, 지금 분명히 선을 긋는 게 서로를 위한 선택이었다.이후 최수빈은 프로젝트 마무리에 모든 힘을 쏟았다.매일 늦게까지 남아 데이터를 정리하고 인수인계 절차를 세세하게 정리해 각 단계의 주의 사항을 빠짐없이 적어 내려갔다.육강민 역시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으나 일에서는 변함없이 그녀를 도왔다. 두 사람의 호흡은 여전히 잘 맞았지만, 예전의 잡담은 사라지고 말과 태도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009화

    “예린이 쪽에 혹시 돌봐줄 사람이 필요하면 집에 있는 이모님한테 부탁해서 조금 더 자주 오게 할 수 있어. 아니면 미연 씨 불러서 같이 있어도 돼.”마음이 따뜻해진 최수빈이 고개를 저었다.“괜찮아요. 예린이는 워낙 얌전해서 내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어요. 다만... 선배를 조금 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할 뿐이에요.”“나한테 그런 말 할 필요 없어.”육민성이 웃으며 말했다.“일단 퇴사 절차부터 잘 정리해. 혹시 문제 생기면 언제든 연락하고.”...이틀 뒤, 최수빈은 항공우주 연구원 진호성의 사무실을 찾았다.문을 열자 진호성은 기술 보고서를 보고 있다가 그녀를 발견하고 곧바로 서류를 내려놓았다. 얼굴에는 반가운 미소가 번졌다.“수빈 씨, 왔구나. 루머도 잘 정리됐다니 다행이야. 그동안 정말 고생 많았어. 앉아. 차 한 잔 마시자고. 비서한테 바로 가져오라고 할게.”최수빈은 소파에 앉아 두 손을 무릎 위에 가지런히 올렸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단호함이 묻어 있었다.“원장님, 그동안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제 퇴사 신청 건 때문에 왔어요.”진호성이 들고 있던 찻잔이 허공에서 멈췄다. 얼굴에 떠 있던 미소도 그대로 굳어 버렸다.“퇴사라고?”그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농담하는 거지? 연구원이 수빈 씨한테 어떻게 했는데. 무인기 프로젝트도 이제 막 성과가 나올 단계야. 지금 떠나는 건 너무 아깝잖아.”찻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은 그는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진지하게 말했다.“수빈 씨는 내가 은산시에서 반년이나 공들여 데려온 인재야. 수빈 씨의 프로젝트를 위해 우리 연구원이 투입한 자원도 적지 않다는 거, 수빈 씨도 잘 알잖아. 지금이야말로 수빈 씨의 커리어가 가장 치고 올라갈 시기야. 그런데 갑자기 왜 퇴사를 생각하게 된 거야? 혹시 전에 있었던 그 루머 때문이야? 연구원에서 이미 사과했고 곧 공식 표창도 있을 거야. 원하는 게 있으면 말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그의 다급한 표정을 보자 최수빈은 마음 한켠이 무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008화

    최수빈은 조심스럽게 아이를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준 뒤 거실로 나왔다. 그때 휴대폰 화면에 육민성이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루머는 완전히 정리됐어. 이제 마음 놓고 쉬어.]그녀는 짧게 ‘네’라고 답한 뒤 휴대폰을 내려놓고 베란다로 향했다.이윽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음이 이렇게까지 차분해진 건 오랜만이었다....주예린이 깊이 잠든 뒤, 최수빈은 거실 소파에 앉아 항공우주 연구원과 천공 연구원의 자료를 번갈아 펼쳐 들었다.항공우주 연구원에 몸담은 기간은 길지 않았지만 그곳에는 최수빈의 노력과 꿈이 고스란히 쌓여 있었다.무인기 프로젝트도 곧 중요한 단계에 접어들 예정이었다. 조금만 더 버틴다면 앞으로의 성장 가능성은 분명 컸다.하지만 연구 현장의 생활 리듬을 떠올리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다.끝이 보이지 않는 야근, 잦은 출장, 언제 터질지 모르는 기술적 문제들...얼마 전 주예린이 고열로 아팠을 때도 프로젝트가 급하다는 이유로 송미연에게 아이를 맡겨 병원에 보내야 했다.학교 학부모 모임 역시 여러 번 놓쳤다.이대로 항공우주 연구원에 남는다면 앞으로 딸과 함께하는 시간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이루는 건 사실상 그녀에게 불가능한 과제처럼 느껴졌다.최수빈은 휴대폰을 들어 오늘 주예린이 그린 그림을 다시 꺼내 보았다.종이 위에는 포니테일을 한 여자와 작은 여자아이가 손을 맞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엄마와 나’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아이의 서툰 글씨를 바라보던 그녀의 눈가가 천천히 젖어 들었다.그녀는 뛰어난 항공 엔지니어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딸의 곁에서 함께 성장해 주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그때 휴대폰 화면이 다시 켜졌다. 육민성에게서 온 메시지였다.[천공의 우주항공 부품 연구 실험실이 거의 완공됐어. 네가 돌아온다면 실험실장 자리는 계속 비워둘 생각이야. 근무 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고 예린이랑 충분히 시간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할게.]메시지를 읽는 사이, 그녀의 마음속 저울은 점점 한쪽으로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007화

    공식 입장문이 공개된 날 아침, 최수빈은 송미연의 전화 소리에 잠에서 깼다.휴대폰 너머로 송미연의 들뜬 목소리가 쏟아졌다.“지금 당장 인터넷 봐! 육 대표님 진짜 대단하다. 하룻밤 사이에 루머를 전부 잠재워버렸어!”최수빈은 잠이 덜 깬 눈을 비비며 휴대폰을 켰다.소셜 플랫폼 실시간 검색어 상단에는 ‘최수빈 루머 해명’, ‘주시후 친자 확인’ 등과 같은 키워드가 선명하게 떠 있었다.육민성 팀이 배포한 장문의 해명 자료는 주요 언론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었고 글에는 친자 감정 결과, 당시 주민혁의 공식 입장문, 변호사 명의의 내용증명까지 첨부돼 있었다. 증거가 촘촘히 맞물려 있어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댓글 창에서는 그동안 악성 댓글을 달던 이들이 앞다퉈 사과를 남겼고 여론은 완전히 뒤집혔다. 심지어 일부 네티즌들은 임하은의 과거 행동을 파헤치며 그녀가 오히려 루머를 퍼뜨린 장본인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었다.그때 육민성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주요 언론사들에 추가 해명 기사까지 연계해 놨어. 마케팅 계정 쪽도 다 정리됐고 더 이상 이상한 말 나올 일은 없을 거야. 예린이랑 마음 편히 있어.]최수빈은 짧게 감사 인사를 보냈다.그렇게 휴대폰을 내려놓자마자 초인종이 울렸다.문을 열어보니 항공우주 연구원 노조위원장과 진호성의 비서가 서 있었다. 두 사람은 과일과 영양제를 든 채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수빈 씨, 많이 힘드셨죠.”“연구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수빈 씨를 믿고 있었습니다. 다만 사회적 파장을 고려해서 잠시 휴가를 권했던 거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노조위원장은 위로문 한 통을 건네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 내부 회의를 거쳐 공식 입장을 낼 예정입니다. 근거 없는 소문을 바로잡고 그동안 프로젝트에서 보여준 공로에 대해서도 공식적으로 치하할 거예요. 혹시라도 이 일로 다시 불편을 겪게 되면 연구원이 앞장서서 책임지고 보호하겠습니다.”최수빈은 위로문을 받아 들며 가슴에 남아 있던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는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006화

    “아무래도 그 사람들이 노린 게 그냥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육민성은 테이블 위에 있던 미지근한 물을 집어 그녀에게 건넸다. 눈빛에는 한층 무거운 기색이 깃들어 있었다.“네 말이 맞아. 저쪽은 여론을 이용해서 네 명성을 망가뜨리려는 거야. 원래 소수만 알고 있던 일이 이렇게 의도적으로 밖으로 퍼졌다는 건, 상대가 네 과거를 꽤 잘 알고 있고 어떻게 해야 가장 정확하게 타격할 수 있는지도 알고 있다는 뜻이야. 항공우주 연구원 소속 엔지니어라는 건 개인 평판에 대한 요구 수준이 아주 높아. 도덕적인 흠결이 사실로 굳어지면 지금 하는 일도, 앞으로의 진로도 전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잠시 말을 멈춘 그는 조심스럽게 덧붙였다.“혹시 이게 임하은 개인의 판단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해봤어? 너는 항공우주 연구원에서도 직급이 높고 나이도 어린 데다, 맡고 있는 건 핵심 무인기 프로젝트잖아. 딱 커리어가 치고 올라가는 시기지. 이 분야에서는 누군가의 밥그릇을 건드렸거나 길을 막아섰다면 표적이 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야.”최수빈은 물컵을 쥔 손을 잠시 멈칫했다.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육민성의 말이 그녀를 번쩍 일깨워줬기 때문이다.그동안 그녀는 임하은과 주민혁에게만 신경을 쏟고 있었고 정작 직장 내부의 경쟁은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었다.항공우주 연구원은 인재가 넘쳐나는 곳이었다. 그녀가 짧은 시간 안에 프로젝트 책임자 자리까지 올라온 만큼 시기와 질투를 사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그러니 이번 소동의 이면에는, 어쩌면 훨씬 더 복잡한 조직 내 이해관계와 힘겨루기가 얽혀 있을지도 몰랐다.“정말로 일이 버겁고 마음이 힘들면 천공으로 돌아와.”육민성은 침묵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천공은 지금 우주항공 부품 연구개발 쪽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어. 너처럼 경험 있는 핵심 인력이 딱 필요한 상황이야. 네 역량이면 와서 바로 새 프로젝트를 맡아도 되고, 조건이나 성장 가능성도 항공우주 연구원에 뒤지지 않을 거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005화

    최수빈의 남자친구가 다름 아닌 육민성일 줄, 임하은은 정말로 상상도 못 했었다.주민혁은 핸들을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손등의 관절이 하얗게 드러날 만큼이었다.그는 육민성이 자연스럽게 최수빈의 어깨를 감싸는 모습을, 그리고 그 품 안에서 한결 편안해 보이는 최수빈의 미소를 바라보다가 가슴 어딘가가 날카롭게 찔리는 느낌을 받았다.그동안 그는 최수빈이 위기를 모면하려고 아무 말이나 꺼낸 줄로만 알았다.설마 정말 새로운 사람이 생겼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상대가 다른 이였다면 그는 얼마든지 거짓이라고 넘길 수 있었다.하지만 육민성만은 달랐다.그 사람이라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상대였다.“육... 대표님?”임하은은 동요하는 속마음을 숨기며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여긴 어쩐 일이세요?”육민성은 차 안의 두 사람을 담담하게 바라봤다.표정은 평온했지만 말투에는 분명히 거리를 두려는 기색이 묻어 있었다.“여자친구 데리러 왔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그 한마디는 임하은의 뺨을 정면으로 후려치는 것처럼 느껴졌다.곧 그녀가 입을 열어 무언가 더 말하려 했지만 주민혁이 눈빛으로 제지했다.주민혁은 최수빈을 바라보았다.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지만 끝내 내뱉은 말은 단 한마디였다.“...조심해서 가.”이 말을 끝으로 주민혁은 시동을 걸었고 차는 천천히 그 자리를 떠났다.조수석에 앉아 있던 임하은은 뒤돌아 육민성이 우산을 받쳐 들고 최수빈을 보호하며조금 떨어진 검은색 차량 쪽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봤다.“민혁 씨, 봤어요? 수빈 씨 남자친구가... 육 대표님이었어요.”주민혁은 앞만 바라본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얼굴빛은 무서울 정도로 어두웠다.그의 머릿속은 완전히 뒤엉켜 있었다. 최수빈과 육민성이 나란히 서 있던 장면이 지워지지 않고 계속 떠올랐다.너무도 선명해서 도저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한편, 육민성은 최수빈을 보호하듯 차에 태우고 휴지를 꺼내 그녀의 얼굴에 묻은 빗물을 조심스레 닦아 주었다.“다음에 이런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