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15화

작가: 금붕어
주민혁은 시선을 떨군 채 그녀가 보여준 사진을 아무렇지 않게 삭제해버렸다.

얼굴에는 일말의 감정도 없었다.

그러고는 사진이 지워진 화면을 다시 그녀에게 건네며 담담히 말했다.

“그 사람이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는 있었겠지. 안 그래?”

최수빈은 핸드폰을 받아들고 사진이 사라진 걸 확인하고는 피식 비웃었다.

그가 방금 뱉은 말에는 이미 모든 의미가 담겨 있었다.

박하린이 그 상대는 아니라는 것, 하지만 그 자리를 대신할 다른 누군가는 분명 존재했다는 것.

결국 박하린은 그 미지의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세운 하나의 방패막이였던 셈이었다.

최수빈의 얼굴에는 전혀 놀라워하는 기색이 없었고 오히려 조금은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그렇게 하린 씨를 챙기는데... 그 여자는 질투 안 해요?”

주민혁은 그녀를 스쳐보며 짧게 대답했다.

“응. 꽤 관대하더라고.”

최수빈은 그의 이런 대놓고 뻔뻔한 태도에 조금 놀랐다.

굳이 숨기지도 않았고 사진 속 피임 기구도, 그 존재에 대해서도 인정할 건 다 인정
이 작품을 무료로 읽으실 수 있습니다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최신 챕터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11화

    주민혁의 목소리는 뚝뚝 끊겼다. 억지로 상처가 헤집혀지는 듯, 매 한마디를 내뱉는 것이 힘겨워 보였다.“만약 내가 버티지 못하면...”“죽기만 해 봐요!”최수빈이 다급히 그의 입을 틀어막았다. 눈가는 새빨갛게 달아올라 있었고 참아 보려던 눈물은 끝내 속절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주민혁을 똑바로 노려보며 이를 악물었다.“민혁 씨, 감히 나 두고 가기만 해봐요. 그럼 이거 전부 다 태워 버릴 거예요. 민혁 씨가 목숨 걸고 지켜 온 것들, 전부 허사가 되게 만들 거라고요. 들었어요?”주민혁은 눈물범벅이 된 그녀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봤다. 터진 입술이 미세하게 달싹였고, 어두운 눈빛 한편으로 아주 옅은 온기가 스쳐 지나갔다.흐르는 눈물을 닦아 주고 싶었다. 그러나 팔은 납덩이처럼 무거워 뜻대로 들리지 않았다.그 순간, 뒤쪽에서 연달아 총성이 터졌다. 총알이 차체를 때릴 때마다 둔탁한 파열음이 연이어 울렸다.주민혁은 백미러를 힐끗 봤다. 추격 차량은 여전히 바짝 따라붙고 있었고 상대 차의 전조등 불빛이 사정없이 흔들려 눈조차 제대로 뜨기 힘들었다.“걱정 마요. 이 루트에 미리 손써 둔 게 있거든요.”장성훈이 낮게 말했다.그러고는 한 손으로 거칠게 핸들을 다루면서 다른 손으로 센터페시아 안쪽에 숨겨 둔 위성 전화를 꺼내 재빨리 한 번호를 눌렀다.“지원 바람, 얼른 사람들 데리고 와. 좌표는 네 휴대폰으로 보냈어. 그리고 경찰에도 신고해. 심종연이랑 임하은의 범죄 증거는 일부만 먼저 넘겨.”전화를 끊자마자 장성훈은 핸들을 세게 꺾었다. 설원을 가르며 달리던 차량은 눈에 덮인 좁은 샛길로 급히 방향을 틀었다.길은 비좁고 울퉁불퉁했지만 양옆으로 높이 솟은 얼음 둔덕이 시야를 가려 추격자들이 쉽게 따라붙을 수 없었다.얼마나 더 달렸을까.멀리 하늘 끝이 희미하게 밝아 오기 시작할 무렵, 드디어 전방에 환한 불빛으로 가득한 건물들이 모습을 드러냈다.극지 외곽에 자리한 호텔, 그리고 그곳은 장성훈이 진작부터 준비해 둔 은신처였다.차량이 호텔 정문 앞까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10화

    두 사람은 힘을 합쳐 주민혁을 옆에 세워 둔 개조 설상차 뒷좌석에 태웠다.그 차는 아까 타고 달아났던 차보다 훨씬 눈에 띄지 않았다. 차체 전체가 빙원과 같은 색의 위장 도료로 덮여 있어, 한눈에 봐도 특수 처리가 된 차량이었다.장성훈은 운전석에 올라타자마자 중앙 제어판을 빠르게 두드렸다. 그러자 화면 위로 복잡한 코드가 쉴 새 없이 떠올랐고 붉게 깜빡이던 경고등은 얼마 지나지 않아 초록불로 바뀌었다.“역추적 차단 시스템을 가동했어요. 당분간은 놈들의 위치 추적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그는 고개를 돌려 뒷좌석의 두 사람을 확인했다.“꽉 잡아요. 여기서 최대한 빨리 빠져나가야 합니다.”차 안에서는 히터 바람이 천천히 퍼져 나와 얼어붙었던 공기가 조금씩 누그러졌다.최수빈은 주민혁의 머리를 제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주민혁의 의식은 이미 희미해져 있었고 입술 사이로는 계속해서 무언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최수빈은 몸을 숙여 그의 입가에 귀를 가까이 댔다. 그리고 그제야 주민혁이 같은 말을 자꾸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칩... 잃어버리면 안 돼...”그의 손이 무의식적으로 허공을 더듬다가 이내 최수빈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최수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 창백해진 주민혁의 얼굴을 내려다보며 낮게 말했다.“알아요. 칩은 나한테 있어요. 절대 안 잃어버려요.”그 칩은 최수빈의 방한복 안쪽 주머니, 심장 바로 위쪽에 숨겨져 있었다. 심종연의 실험실에서 몰래 빼내 온 물건으로 안에는 그가 해외 세력과 결탁한 정황, 국가 프로젝트 자금을 빼돌린 내역이 전부 담겨 있었다.심종연을 무너뜨릴 결정적인 증거였다.백미러로 그 모습을 슬쩍 확인한 장성훈은 핸들을 쥔 손에 조금 힘을 더했다.그러고는 정적이 흐르던 답답한 분위기를 깨며 입을 열었다.“주 대표님은 6년 전부터 심종연의 비리를 캐고 있었어요.”장성훈은 앞만 바라본 채 말을 이어갔다.“그때는 수빈 씨를 안 믿은 게 아니었어요. 수빈 씨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09화

    한편 그 시각, 장성훈은 주민혁 일행과 합류했다.시선이 주민혁의 가슴 쪽에 닿는 순간, 장성훈은 눈빛이 확 달라졌다.간신히 지혈해 둔 붕대가 이미 새빨간 피로 흠뻑 젖어 있었는데 피는 눈에 보일 만큼 빠르게 번져 나가고 있었다. 벌어진 상처 자국도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상처가 다시 터졌어요.”장성훈은 곧바로 트렁크를 열어젖혔다. 그 안에는 구급상자와 두꺼운 방탄조끼 두 벌이 가지런히 실려 있었다.“빨리, 사람부터 내려!”최수빈은 주민혁을 거의 끌어안다시피 붙잡고 있었다.고통으로 인해 주민혁은 온몸을 작게 떨고 있었고, 이마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은 눈 녹은 물과 뒤섞여 뺨을 적셨다.입술은 너무 세게 깨문 탓에 핏기가 사라져 있었지만, 그는 끝내 신음 소리 한 번 제대로 흘리지 않았다.최수빈의 손끝도 심하게 떨렸다. 손에 쥔 거즈에 아직 따뜻한 피가 배어 있었는데 끈적하게 스며드는 그 감촉에 심장이 자꾸만 철렁 내려앉았다.주민혁의 몸은 무겁게 축 늘어져 있었다. 최수빈은 온 힘을 다해 버텼고 급히 달려온 장성훈까지 힘을 보태서야 겨우 주민혁을 눈밭의 비교적 평평한 곳으로 옮길 수 있었다.장성훈은 곧장 쪼그려 앉아 구급상자를 열었다. 소독솜, 지혈겸자, 봉합실이 그의 손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차례대로 꺼내졌다.“어깨 잡고 있어요.”장성훈은 고개도 들지 않은 채 말했다. 손에 든 지혈겸자로는 이미 알코올 솜을 집어 벌어진 상처 가장자리를 그대로 누르고 있었다.주민혁의 몸이 순간 크게 떨렸다. 본능적으로 몸을 비틀며 버티려 했지만 미간은 깊게 찌푸려졌고 얼굴빛은 종잇장처럼 창백했다.최수빈은 급히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눌렀다.손끝에 닿은 피부가 뜨겁게 달아올라 있어 더욱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그녀는 장성훈의 손놀림을 바라봤다. 망설임 없는 손길 아래, 벌어진 상처가 소독약에 젖어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듯 눈물이 차올랐지만 최수빈은 이를 악물고 끝까지 참아 냈다.“심종연 쪽에서 근처 빙원 보급소를 전부 봉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08화

    “여보세요.”심종연의 목소리는 잠겨 있었다. 애써 분노를 억누르고 있는 것이 고스란히 느껴졌다.전화기 너머에서는 부대표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다급하게 쏟아졌다. 너무 당황한 탓에 할 말도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채였다.“대표님, 큰일 났습니다! 저희 쪽 물량이 전부 가로채였습니다. 화동 지역 유통망도 육씨 가문 쪽에서 싹 빼앗아 갔어요! 그리고, 그리고 국세청과 국가기밀 관련 부서 사람들까지 갑자기 들이닥쳐서 불법 경영이랑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회사는 이미 봉쇄됐어요!”“뭐라고요?”심종연의 눈빛이 거칠게 흔들렸다. 손에 쥔 휴대폰이 그대로 떨어질 뻔했다.휴대폰을 더욱 세게 움켜쥐니 손가락 마디가 새하얗게 질렸다.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른 분노가 순식간에 온몸으로 번져 나갔다.“육씨 가문? 육민성 짓이에요?”“네, 맞습니다. 이번에 육민성과 결혼한 송미연이 손을 잡고 움직였습니다. 너무 빠르게 치고 들어와서 저희가 대응할 틈도 없었어요!”부대표는 거의 울먹이다시피 말을 이어갔다.“지금 회사 안은 완전히 뒤집어졌습니다. 윗선 사람들은 다 빠져나갔고 저희 몇 명만 남아 있어요.”심종연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 갔다.핏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새까맣게 가라앉은 얼굴이었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는 휴대폰을 벽으로 내던졌다. 그러자 휴대폰은 그대로 산산조각 나 바닥에 흩어졌다.옆에 서 있던 임하은의 얼굴도 종잇장처럼 질려 있었다.이 타이밍에 육민성이 이런 식으로 숨통을 끊어 놓을 줄은 상상도 못 한 것이었다.임한 그룹은 임씨 가문의 마지막 버팀목이었다. 만약 임한 그룹까지 무너지면 그동안 자신이 쌓아 올린 것들은 전부 허사가 되고 말 것이었다.“이제... 어떻게 하죠?”평소의 독기 어린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임하은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회사가 봉쇄되면 남극에 있는 우리는 기반을 잃은 거나 다름없어요. 버틸 힘이 없어진다고요.”억지로라도 진정하기 위해 심종연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지금은 화를 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07화

    “심 대표님, 이게 심 대표님이 말한 계획이에요?”임하은은 손을 번쩍 들어 그를 가리키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빈틈 하나 없이 막아 뒀다면서요?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면서요? 그런데 지금은 뭐예요? 도망쳤잖아요! 증거들까지 챙겨서 달아났다고요!”심종연은 고개를 돌려 차가운 눈빛으로 임하은을 바라보았다.“지금 무슨 자격으로 날 탓하는 거예요? 주민혁 씨랑 꼭 약혼하겠다고 고집부린 사람이 누구였는데요. 어떻게든 자기 곁에 묶어 두겠다고 버티면서, 그 사람한테 숨 돌릴 틈을 준 것도 임하은 씨잖아요. 안 그랬으면 주민혁 씨가 도망칠 기회를 잡기나 했겠어요?”“내가 고집을 부렸다고요?”임하은은 기가 막히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다 우리 계획 때문이었잖아요. 민혁 씨가 쥐고 있는 기밀은, 그 사람을 내 곁에 붙들어 둬야만 확실하게 통제할 수 있었으니까. 문제는 심 대표님이죠. 심 대표님의 계획이 허술했으니까, 경비 교대 시간조차 제대로 계산 못 했으니까 저 둘한테 틈을 내준 거잖아요.”“적당히 해요!”심종연은 정곡을 찔린 듯 얼굴이 확 굳더니 임하은에게 성큼 다가가 그녀를 노려보았다.“임하은 씨, 내가 그쪽 속셈을 모를 줄 알아요? 임하은 씨는 나를 이용하고 심씨 가문의 힘까지 이용해서 임씨 가문이 잃은 걸 되찾으려 했어요. 그러면서 주민혁 씨까지 끝까지 손아귀에 넣으려 했고요. 욕심도 참 대단하네요. 그리고 잊지 마요. 임하은 씨가 그렇게 기를 쓰고 결혼하려는 그 남자, 그 사람의 스승이 그쪽 아버지의 손에 죽었다는 거. 그런데도 주민혁 씨가 정말 임하은 씨를 아내로 맞아들일 거라 생각해요?”임하은의 몸이 크게 떨렸다. 얼굴에서는 순간 핏기가 싹 가셨다. 심종연의 냉기 서린 눈빛을 마주하고 나서야 그녀는 깨달았다.지난 시간의 공조는 협력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가 서로를 이용한 거래에 불과했던 것이다.심종연은 싸늘하게 말을 이어갔다.“모든 걸 쥐고 흔들 수 있을 거라 생각했나 보죠? 하지만 임하은 씨는 결국 내 손에 들린 체스 말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306화

    “저기다! 빨리 쫓아!”눈보라를 뚫고 날아온 강한 서치라이트가 차 뒤 유리를 정통으로 비췄다. 그와 동시에 몇 발의 총성이 터졌고 쨍그랑하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뒷유리가 산산조각 났다. 눈가루와 유리 파편이 한꺼번에 차 안으로 들이쳤다.주민혁은 반사적으로 최수빈을 안쪽으로 끌어당기며 낮게 말했다.“꽉 잡아요!”최수빈은 이를 악문 채 핸들을 힘껏 움켜쥐었다. 눈빛이 매섭게 번뜩였다.젖은 눈길은 꽤나 미끄러웠다. 바퀴가 쌓인 눈을 밟을 때마다 계속 헛돌았고 차체는 크게 흔들렸다. 심지어 몇 번이나 길가에 솟아오른 얼음 능선에 부딪힐 뻔했다.그런데도 핸들을 잡은 그녀의 손만큼은 소름 끼칠 정도로 침착했다. 차가 미끄러질 때마다 순식간에 균형을 되찾으며 다시 제자리에 바로잡은 것이다.“손잡이 꽉 잡아요!”최수빈의 목소리가 매서운 바람 소리에 휩쓸려 퍼졌다.뒤쫓아오는 놈들은 조금도 거리를 내주지 않았다.총알이 쉴 새 없이 차체를 때리며 퍽퍽 둔탁한 소리를 냈고 차에는 순식간에 총탄 자국이 수두룩하게 박혔다.“왼쪽으로 꺾어. 삼백 미터 앞에 빙하 틈이 있어. 그 안으로 들어가면 놈들의 시야를 한동안 끊을 수 있어.”주민혁이 갑자기 입을 열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창밖을 응시했다. 거센 눈보라에 시야가 흐릿한데도 방향만큼은 정확히 짚어냈다.겉으로는 병실에 갇혀 있던 것처럼 보어도,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 일대 지형을 머릿속에 모조리 그려 넣고 있었다.어디에 빙하 틈이 있는지, 어디에 몸을 숨길만 한 설동이 있는지, 어디에 지형을 이용할 수 있는지 전부 외워 둔 상태였다. 거의 살아 있는 지도나 다름없었다.최수빈은 망설이지 않고 핸들을 세게 꺾었다.빙하 틈 안쪽은 좁고 비좁았다. 양옆으로는 가파른 얼음 벽이 솟아 있었고 추격자들이 비추던 불빛도 그 벽에 가로막혀 잠시 목표를 놓쳤다.“빙하 틈 따라서 쭉 가. 끝까지 가면 갈림길이 나올 거야. 오른쪽 샛길로 들어서면 보급소 뒤편으로 빠질 수 있어.”주민혁의 목소리는 섬뜩할 만큼 차분했다. 차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77화

    주민혁이 그녀를 보기를 원하지 않을 때, 박하린은 그를 만날 수 있는 어떤 경로도 가질 수 없었다.심지어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주시후는 굵은 빗줄기 속에 그대로 서 있는 박하린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줌마, 엄마 좀 들여보내 주세요.”한참을 비 맞고 서 있는 엄마가 안쓰러웠다.“이렇게 비 맞으면 분명 감기 걸릴 거예요. 지금 아빠한테 전화해서 오라고 할게요.”도우미는 주시후의 눈에 담긴 감정을 읽으며 말없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주씨 가문 일은 겉보기보다 훨씬 더 복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59화

    박하린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늘 그 독특한 내면의 자존감과 내적 동력으로 인해 자신 외의 그 누구도 진심으로 인정하지 않았다.그런 그녀를 향해 최수빈은 느릿하게, 그러나 날카롭게 한마디를 던졌다.“이정도 멘탈이니 남의 가정에도 떳떳하게 끼어들 수 있었겠죠.”말소리는 오직 두 사람만 들을 수 있을 만큼 작았다.하지만 박하린의 표정은 그 말에 즉각 일그러졌고 눈빛도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진승우는 무대 위 두 사람의 표정만 봐도 알 수 있었다.입씨름에 있어서는 박하린은 늘 최수빈에게 밀렸다.최수빈의 입은 억지를 부려도 논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45화

    주민혁은 영원히 박하린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었고 진승우도 주민혁의 외삼촌이었으니, 주민혁이 먼저 둘을 버리거나 모른 척할 리는 없었다.이에 대해 육민성은 한 단어로 형용했다.‘매정하다.’주민혁은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이었다.최수빈에게 일말의 감정도 없는 지금, 그는 무슨 짓으로든 그녀를 궁지로 밀어 넣을 수 있었다.친자 확인을 위해 최수빈은 저녁에 할머니도 찾아뵐 겸, 본가에 들렀다.할머니는 퇴원 후, 계속 본가에 남아 요양 중이었다.다만 최수빈이 예상하지 못한 점이 하나 있었다. 본가에는 마침 주민혁과 주시후도 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06화

    그녀는 오늘 최수빈이 신화급 위치에서 어떻게 추락하는지를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볼 작정이었다.“이런 소문들, 도대체 어디서 들은 거죠?”갑작스레, 차가우면서도 맑은 남자의 목소리가 군중 사이에서 또렷하게 들려왔다.순간, 공기가 멈춘 듯 고요해졌고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소리가 난 쪽으로 쏠렸다.검은색 정장을 입은 주민혁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겨 최수빈에게로 다가왔다.최수빈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걸 느끼며 미간을 좁히고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이 타이밍에 대체 왜 그가 나선 건지 알 수 없었다.주민혁은 천천히 그녀의

더보기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작품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작품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