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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77화

Author: 금붕어
최수빈은 강지안의 말을 듣는 순간, 마치 벼락을 맞은 듯 멍해졌다. 온몸의 피가 한순간에 얼어붙은 것 같았다.

그 자리에 굳어 서서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고 강지안을 똑바로 바라보는 채 입술만 몇 번 달싹였을 뿐 끝내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의아해하며 탐색하는 듯한 기색이 섞여 있던 눈빛에는 이제 공포만이 남아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쥔 것처럼 숨을 쉴 때조차 날카로운 통증이 동반되었다.

그동안 그녀가 애써 외면해왔던 수많은 장면들이 떠올랐다.

혼자 있을 때 유난히 길어지던 침묵, 깊은 밤마다 눌러 삼키던 한숨, 언제나 감정이 닳아버린 듯 무감하고 냉랭했던 태도...

그 모든 것을 최수빈은 그냥 지나쳐왔었다.

그 순간 그것들은 모두 얼음송곳이 되어 가차 없이 그녀의 머릿속을 찔러댔다.

주민혁은 감정이 없는 기계가 아니었다.

“아니에요... 그럴 리가 없어요....”

겨우 말을 꺼냈지만 최수빈의 목소리는 심하게 떨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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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62화

    아주 지독하게 잘 짜여진 농담인 마냥, 이 모든 상황이 우스웠다.“네, 알겠습니다.”송미연은 마음속 감정을 꾹 눌러 삼키고 고개를 끄덕인 뒤, 장현영의 사무실을 나섰다.문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는 차가운 벽에 등을 기대고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어떻게든 스스로를 가라앉히려 애쓴 것이다.복도에는 사람들이 오가고 있었고 동료들은 모두 제 일을 하느라 바빴다. 때문에 잠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한 그녀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한결도 장현영의 사무실에서 나와서는 송미연의 곁으로 다가와 미안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미연 씨, 미안해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어요. 다만 이해관계가 얽힌 일이라 피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혹시라도 미연 씨에게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요.”“알아요.”송미연은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눈빛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한결 씨 말이 맞아요. 저는 분명 빠지는 게 맞고 장 팀장님의 결정도 틀리지 않았어요.”송미연은 임한결을 원망하지 않았다. 임한결은 그저 가장 옳은 선택을 했을 뿐이었다.잘못된 건 그녀가 아닌, 끊으려 해도 끊기지 않고, 정리하려 해도 더 얽혀드는 이 지긋지긋한 인연이었다. 그리고 떨쳐내려 해도 끝내 따라붙는 과거가 문제였다.담담한 송미연의 얼굴을 바라보자 임한결은 오히려 마음이 불편해졌다.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막상 꺼낼 말이 없었는지라 결국 그녀는 고개만 끄덕였다.“그럼 전 먼저 사건 검토하러 갈게요. 혹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송미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고 나서 임한결이 사무실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 뒤에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사무실 한쪽.임한결은 자리에 앉아 서류철을 펼쳐 보았지만 어쩐지 집중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송미연이 있는 방향을 힐끗 바라보았다.혼자 조용히 앉아 있는 송미연의 뒷모습은 유난히 가냘프고 외로워 보였다. 그래서인지 임한결의 마음에도 씁쓸함이 번졌다.일부러 송미연을 겨냥한 것이 아니었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61화

    송미연은 포기할까도 생각했다. 아예 위닝 테크에 출근하지 말까 고민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당장 수입보다 지출이 더 많은 자신의 처지를 떠올리면, 끝없이 손을 벌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면, 또 언제까지고 이렇게 무너진 채 살아갈 수는 없다는 현실을 마주하면 결국 거북한 마음을 억눌러야 했다.그녀에게는 이 일이 필요했다. 이 수입도 필요했다.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과거의 모든 것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위해서라도...임한결이든 육민성이든...그녀는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해내고 스스로의 원칙만 지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다음 날.송미연은 간단히 단장한 뒤, 위닝 테크로 향했다.입사 절차는 순조롭게 진행됐다.인사팀 직원은 그녀와 임한결을 데리고 법무팀을 둘러보며 업무 환경을 소개해 주었다.법무팀 팀장 장현영은 마흔을 넘긴 여성으로 일 처리가 깔끔하고 판단이 빠른 사람이었다.그녀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돌려 말하지 않고 본론부터 꺼냈다.“두 분 다 법학 전공에 실력도 괜찮다고 들었습니다. 수습 기간은 한 달이에요. 결과는 각자 실력으로 증명하세요. 최종적으로 남게 될 사람은 회사의 핵심 법무 업무를 혼자 책임질 수 있어야 합니다.”한마디로 두 사람은 경쟁자였다.조금의 포장도 없는 선언에 임한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세요, 팀장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송미연도 따라 고개를 끄덕였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입사 첫날이라고 해서 따로 인사를 나누거나 적응할 시간은 없이 곧바로 업무가 시작됐다.장현영은 두 사람을 사무실로 불러 두툼한 서류철 하나를 건넸다.“현재 회사에서 가장 시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사건입니다.”그녀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천공연구원과의 계약 분쟁 건이에요. 우선 두 사람이 함께 사건 내용을 파악하고 초안 수준의 대응 방안을 정리해서 오늘 오후까지 제출하세요.”송미연의 손끝이 서류철에 닿았다.그리고 표지에 적힌 ‘천공연구원’이라는 다섯 글자를 보는 순간, 몸이 딱 굳어 버리며 순간 심장이 철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60화

    송미연은 이제 지쳐 있었다.더는 육민성의 마음을 추측하고 싶지도 않았고 그의 사소한 행동 하나하나에 흔들리고 싶지도 않았다.이미 산산조각 난 관계 안에서 혼자 발버둥 치는 것도 이제는 끝내고 싶었다.그녀가 바라는 건 그저 조용한 삶, 조용히 일할 수 있는 직장 하나, 그리고 과거를 완전히 내려놓은 채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뿐이었다.육민성이 뻗었던 손이 허공에서 멈췄다.천천히 거둬들인 손은 그대로 주먹을 쥔 채 굳어 갔다. 손등의 핏줄과 하얗게 질린 마디가 그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다.송미연이 정말 지쳐 있다는 걸 그도 알고 있었다.정말 더는 자신과 얽히고 싶지 않은 거였다.때문에 여기서 더 붙잡는 건 그녀를 더 힘들게 할 뿐이고 자신 역시 더 깊이 무너질 뿐이었다.두 사람은 가로등 아래 말없이 서 있었다.공기 속에는 어색함과 씁쓸함, 그리고 쉽게 떨쳐 내지 못한 미련이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참 뒤에야 육민성이 천천히 입을 열며 체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알겠어. 더는 억지로 붙잡지 않을게. 미연 씨의 삶에도 끼어들지 않을 거고. 미연 씨가 원하는 대로 해. 다 맞춰 줄게.”육민성의 눈빛은 애틋함으로 가득했다. 마치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모습을 마음속 깊이 새겨 두려는 사람처럼 말이다.“대신 몸 잘 챙겨. 일 때문에 바빠도 끼니 거르지 말고, 너무 늦게까지 무리하지도 말고. 혹시 힘든 일 생기면... 꼭 나 아니어도 되니까, 수빈이한테라도 말해. 혼자 다 버티려고 하지 마.”송미연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돌려 옆에 서 있는 플라타너스 나무만 바라볼 뿐이었다.붉어진 눈가를 그에게 들키고 싶지 않았다.침묵하는 그녀의 태도만으로도 육민성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이제 정말 나랑은 엮이고 싶지 않는가 보네.’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슴 안을 짓누르는 통증을 억지로 삼켜 낸 뒤, 마지막으로 그녀를 한 번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무겁고 느린 발걸음, 육민성은 불과 몇 걸음 가다가도 자꾸만 뒤를 돌아봤다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59화

    송미연이 메시지를 보낸 뒤, 육민성은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택시가 집 아래에 멈춰 서자 송미연은 요금을 결제하고 차 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순식간에 옷깃 안으로 파고들어 그녀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그렇게 송미연은 정장 재킷을 여미며 건물 입구로 걸어갔다.그러나 문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발걸음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가로등 불빛 아래, 한 키 큰 남자가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손가락 사이에는 불붙이지 않은 담배 한 개비가 끼워져 있었고 온몸에서는 쓸쓸함이 옅게 느껴졌다.육민성이었다.꽤 오래긴 듯, 그는 발소리를 듣자마자 고개를 들었고 송미연을 본 순간 눈빛이 잠시 밝아졌다가 이내 다시 어두워졌다.정장에는 아직 바깥 공기가 그대로 묻어 있었다. 위닝 테크에서 곧장 왔는지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을 틈조차 없었던 듯했다.순간 미간을 찌푸리며 송미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돌려 자리를 피하려 했다.“미연 씨.”육민성이 조금 잠긴 목소리로 그녀를 불러 세웠다.고요한 밤공기 속에서 그 목소리는 유난히 또렷했고 이상하리만큼 사람 마음에 파고들었다.송미연은 그 자리에 발걸음을 멈췄다.하지만 뒤를 돌아보거나 대답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육민성은 천천히 다가오더니 송미연의 등 뒤에서 반걸음쯤 떨어진 곳에서 멈춰 섰다.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녀가 싫어할까 봐 차마 다가서지 못하는 것이었다.긴장한 탓에 잔뜩 굳어 있는 송미연의 어깨를 바라보자 육민성은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내가 보고 싶지 않은 거 알아. 미연 씨가 오해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그래도 몇 마디만 하고 싶어. 정말 몇 마디만.”송미연은 결국 몸을 돌리더니 시선을 들어 육민성을 바라보았다.가로등 불빛이 그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눈가에 선 붉은 핏줄과 짙은 피로를 드러냈다. 그 역시 그동안 편치 않았던 게 분명했다.하지만 송미연의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차갑게 가라앉아 있을 뿐이었다.“할 말 있으면 해요. 나 피곤해서 얼른 올라가 쉬고 싶어요.”육민성의 목울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58화

    송미연은 입술을 꾹 다문 채 육민성의 말에 대답하지 않더니, 더는 눈길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비상계단 쪽으로 걸어갔다.육민성은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 붙잡고 싶었다. 하지만 목 안이 꽉 막힌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허공에 멈춰 선 그의 손끝이 천천히 굳어 갔다.눈빛도 조금씩 어두워져 가며 남은 것은 깊은 허탈감과 무력감뿐이었다.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임한결은 대충 상황을 짐작한 듯했지만 눈치 있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위닝 테크 회장이 그런 육민성을 보고 웃으며 분위기를 풀었다.“육 대표님, 저분이 송미연 씨죠? 전문성이 아주 뛰어나더군요. 임한결 씨와 함께 둘 다 보기 드문 인재입니다. 이번에 저희 법무팀이 제대로 보물을 만난 것 같아요.”육민성은 애써 입꼬리를 끌어올려 형식적인 미소를 지었다. 마음은 이미 송미연의 뒷모습을 따라가고 있었다.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난 그냥 미연 씨한테 믿을 만한 일자리를 찾아 주고 싶었을 뿐인데,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 주고 싶었을 뿐인데... 어쩌다 이렇게까지 꼬여 버린 거지? 왜 날 오해하는 거지?’비상계단 안에서 송미연은 한 계단씩 천천히 내려갔다.차가운 벽이 손바닥에 닿았지만 속에서 끓어오르는 답답함과 서러움은 조금도 가라앉지 않았다.1층에 도착한 그녀는 비상구 문을 밀고 나왔다.그러다 벽에 기대어 서서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는데 어깨가 아주 작게 떨렸다.자신이 조금 예민해진 걸지도 모른다는 건 알고 있었다. 어쩌면 지나치게 몰아붙이고 있는 걸지도 몰랐다.하지만 육민성이 해 온 일들을 떠올리면 그녀로서는 오해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는 늘 이런 식으로 송미연을 위한다고 하면서 정작 그녀에게 한 번도 원하는지, 싫지는 않은지, 괜찮은지 물은 적이 없었다.가짜 결혼을 시작할 때도, 이혼할 때도, 그리고 이번에 일자리를 알아봐 줄 때도 그는 언제나 모든 걸 주도했다.그 속에서 송미연은 실에 매달린 인형처럼, 육민성이 잡아당기는 방향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1457화

    위닝 테크는 최수빈이 소개해 준 곳이었다. 그리고 그 최수빈 역시 육민성의 이야기를 듣고 그녀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준 거였다.그런데 지금 임한결까지 여기 나타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찜찜했다.‘그 사람은 애초부터 임 선생님이 여기에 지원할 걸 알았던 건가? 아니, 어쩌면 일부러였을 수도 있지. 날 불편하게 만들고 스스로 물러나게 하려고. 혹은 임 선생님이 나보다 더 이 자리에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수빈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연결해준 건가?’생각이 꼬리를 물수록 송미연의 속은 점점 더 답답해졌다. 때문에 임한결을 바라보는 눈빛에도 자연스럽게 냉기가 섞였다.임한결 역시 송미연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눈치챈 듯, 가볍게 웃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저 사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거든요. 나중에 피아노가 좋아서 피아노 선생 일을 하게 된 거고요. 그래도 전공은 계속 놓지 않았어요. 가끔 지인들 법률 관련 일도 도와주고 있었는데, 이번에 위닝 테크 채용 공고 보고 괜찮겠다 싶어서 지원해 봤어요.”송미연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시선을 내려 자신의 이력서를 바라볼 뿐이었다. 손끝은 무의식적으로 종이 끝자락만 만지작거렸다.임한결이 어쩌면 아무 잘못도 없다는 건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육민성과 임한결의 관계, 그리고 그날 아파트에서 두 사람이 함께 돌아오던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그 기억만 떠올리면 가슴 한쪽이 꽉 막힌 듯 답답했다.두 사람 사이에 다시 어색한 침묵이 내려앉으며 회의실 안에는 중앙 냉난방기에서 흘러나오는 바람 소리만 희미하게 울려 퍼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법무팀 팀장과 인사팀장이 회의실로 들어왔고 면접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먼저 자기소개가 이어졌고 곧바로 전문 질문들이 쏟아졌다.계약 조항 검토 시 핵심 체크 사항부터 상업 분쟁 대응 전략, 지식재산권 보호 방안까지, 질문의 범위는 넓었고 전문성도 상당했다.송미연과 임한결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두 사람 다 법학 전공자였고 송미연은 기업 법무 실무 경험이 풍부했다.반면 임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05화

    모든 건 최수빈이 끼어들었기 때문이었다.이처럼 거창한 자리에서 이런 식의 돌발 인터뷰가 터져 나오자 현장에 있던 주요 인사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좋지 않았다.그리고 지금 모든 시선은 온통 최수빈을 향해 쏠려 있었다.그녀 혼자만이 아니었다.딸까지도 ‘사생아’라는 모욕적인 꼬리표가 붙어 거센 여론의 중심에 서 있었다.한지원은 얼굴이 굳더니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오늘 막 우상으로 모시겠다고 다짐한 사람인데 이런 상황을 맞닥뜨리다니 그녀는 도무지 믿고 싶지 않았다.최수빈이 그런 비열한 짓을 할 사람일 리 없다고 그건 절대 아니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22화

    최수빈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너 지금 준비해도 이미 늦었어.”송미연은 밖에 나갈 때면 꼭 예쁘게 꾸미고 준비도 완벽해야만 했다.그녀 스스로 말하길, 제대로 갖추지 않은 모습으로 나가는 건 ‘재벌가 딸’답지 못하다고 했다.“내가 뭘 챙겨? 이틀 정도 나가 있는 건데 필요한 건 가서 사면 되지.”요즘 송미연은 최수빈의 정신 상태가 영 신경 쓰였다.겉으로 보기에는 다 내려놓은 것처럼 보여도 그녀는 최수빈이 정말로 다 놓은 게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최수빈은 조금 난감하다는 듯 말했다.“미연아, 어떤 일들은 너무 상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19화

    그의 시선이 느릿하게 최수빈 쪽으로 향하자 최수빈은 눈을 피하듯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조용히 주민혁을 스쳐 지나가려던 찰나, 그가 최수빈의 등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소송, 취하하지? 하린이랑 법정 싸움 해봤자... 설령 네가 이긴다 해도 넌 아무것도 얻을 수 없어. 하린이는 여전히 하린이니까. 의미 없는 일에 시간 낭비하지 마.”그 말 한마디에 최수빈의 걸음이 딱 멈춰 섰다.그는 지금 박하린의 편을 들고 있었다.표절, 도용 같은 사안은 판단 기준도 모호하고 법적으로도 긴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그러니까 이 말은

  • 죽음의 끝자락에서 깨달은 것   제521화

    최수빈은 딸이 아플까 봐 몹시 두려웠다.무엇보다 병이라는 건 한 번 겪은 적이 있기에 그녀는 이번에는 절대 딸에게 어떤 사소한 것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이혜정도 알고 있었다. 최수빈이 주예린을 얼마나 걱정하고 있는지를.“아침 좀 늦게 먹으면 어때. 조금 늦는다고 달라질 것도 없고 내가 보니까 예린이는 아직도 좀 더 자고 싶은 것 같더라. 그냥 차에서 재우고 너 공항까지 데려다줄게.”“택시 타는 것보다 네 차 타는 게 편하잖아. 너 돌아올 때도 데리러 갈게.그러자 최수빈이 말했다.“엄마, 나 벌써 택시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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