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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Author: 월야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1 13:39:29

촤악!

차가운 물이 얼굴과 목덜미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서는 숨을 들이마시다가 사레가 들렸다.

젖은 훈련복이 피부에 달라붙었고, 주머니는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

교관이 빈 바가지를 통에 던졌다.

“처음부터.”

이서는 몸을 숙였다.

그러나 손가락이 말을 듣지 않았다.

두 번이나 주머니를 놓친 끝에 겨우 가슴에 끌어안았지만, 머리 위로 올리기도 전에 무릎이 꺾였다.

그녀는 그대로 모래바닥에 쓰러졌다.

입안으로 흙이 들어왔다.

주변에서 누군가 숨을 들이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이서는 팔을 움직였다.

하지만 손바닥이 모래를 긁을 뿐 몸이 올라오지 않았다.

다시 힘을 주자 팔꿈치가 꺾였다.

눈앞이 어두워졌다.

그때 교관이 그녀의 번호표를 붙잡았다.

“일어나. 아직 안 끝났어.”

이서는 목이 꺾일 만큼 거칠게 끌어 올려졌다.

무릎이 바닥에 끌렸다.

교관은 그녀를 다시 세우려 했지만 이서의 다리가 버티지 못했다.

그녀는 교관의 손에서 미끄러져 주저앉았다.

그 순간 훈련생들 사이에서 작은 움직임이 일었다.

민주였다.

그녀가 대열에서 반 발짝 앞으로 나왔다.

“저 사람…….”

말을 끝내기도 전에 옆에 있던 훈련생이 민주를 붙잡았다.

“가만있어.”

민주는 팔을 빼려 했지만 상대가 더 세게 잡았다.

“너까지 저렇게 되고 싶어?”

그 말에 민주가 멈췄다.

이서는 흐릿한 시야 너머로 그 모습을 보았다.

민주가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눈물이 고인 얼굴이었다.

이서는 입술을 움직였다.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다.

나오지 말라고, 너까지 다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러나 목구멍에서는 거친 숨소리만 새어 나왔다.

그때 운동장 입구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서강혁이었다.

검은 제복의 남자가 대열 사이를 지나 운동장 중앙으로 걸어왔다.

교관들이 일제히 자세를 바로잡았다.

강혁은 바닥에 쓰러진 이서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훈련복은 물과 흙으로 엉망이었고, 손바닥에서는 피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는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교관의 기록판을 받아 들었다.

“117번.”

강혁이 기록을 읽었다.

“배식 질서 교란. 상급생 지시 불복종. 처벌 중 반복 이탈.”

이서는 고개를 들려고 했다.

그러나 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강혁이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

“왜 그랬지?”

이서는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 밥을…… 가져가려고 했어요.”

“그래서?”

“못 준다고 했어요.”

강혁은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부어오른 뺨과 찢어진 입술, 흙이 묻은 턱을 차례로 살폈다.

“상급생이 빼앗아 갔다는 거군.”

이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처음으로 자신의 말을 이해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어진 말은 달랐다.

“그런데 넌 지키지 못했어.”

이서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강혁은 그녀의 가슴에 붙은 번호표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117번. 네가 아직 모르는 게 있군.”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곳에서는 약한 사람에게 자기 몫을 지킬 권리가 없다.”

그 말이 운동장에 울렸다.

강혁은 훈련생들을 향해 돌아섰다.

“모두 들었나?”

대열이 움직였다.

그는 교관에게 기록판을 돌려주었다.

“117번은 자신이 가진 것을 지키겠다고 버텼다. 그런데 결국 아무것도 지키지 못했지.”

이서는 모래바닥을 움켜쥐었다.

강혁의 시선이 다시 그녀에게 향했다.

“저항할 힘이 없는 사람이 저항하면 어떻게 되는지, 오늘 잘 배웠을 거다.”

그는 교관에게 지시했다.

“처벌을 끝내고 의무실에 보내. 내일 훈련에는 반드시 참가시키고.”

이서는 고개를 들었다.

끝났다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강혁은 그녀가 안도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였다.

“117번의 오늘 식사는 지급하지 마.”

이서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교관이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강혁은 그대로 돌아섰다.

이서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죽 한 그릇을 지키려다가 벌을 받았다.

그런데 이제는 저녁까지 빼앗겼다.

배 속에서 비어 있는 소리가 났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눈물이 흘러내렸지만 닦을 힘도 없었다.

강혁은 돌아보지 않았다.

***

처벌이 끝났을 때는 해가 산등성이 너머로 기울고 있었다.

이서는 숙소로 돌아가는 계단을 제대로 오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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