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강호의 말을 들은 견세환의 표정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녀는 임강호가 이렇게 말했으니 그녀의 부귀영화는 이제 끝났다는 것을 잘 알았다.견씨 가문은 그녀를 위해 나서주지 않을 것이다.견세정은 견씨 가문의 직계가 아닌 방계였으니까.그 생각에 견세정은 머리가 아팠다. 그리고 상현은 쳐다보며 눈을 부라렸다. 바로 이 자리에서 상현을 찢어 죽이고 싶었다.오늘 일은 상현 때문이었다. 그를 위해 오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얼굴을 부여잡고 있는 진우현은 똥 씹은 표정이었다. 견세정도 힘을 못 쓰고 있으니 감독인 그가 뭘 할 수 있겠는데. 오직 상현만이 이성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상현도 알고 있었다. 오늘 일은 성수현에게 귀찮은 일만 늘려주었다고.잘못하면 상현이 부산 견씨 가문에 해명해야 할지도 모른다.그리고 성수현은 그를 걸리적거린다고 생각하고 바로 내쫓을지도 모른다.잠깐 고민한 상현은 어쩔 수 없이 입을 열었다.“임강호 어르신, 오늘의 일은 모두 우리의 잘못입니다. 우리가 김예훈 씨를 몰라뵈고 감히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진우현을 죽어도 마땅합니다. 혜성 세트장의 일은 저희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성 세자님의 패 쪽도 제가 부순 것으로 하겠습니다.”그렇게 말하는 상현의 낯빛은 흙빛이었다.어쩔 수 없이 이 일들을 가슴속에 묻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더 나쁘게 번질 것이다.“정소현 씨에게 200억을 배상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 감독을 시켜 정소현 씨의 병실 문 앞에서 3일을 꿇게 하고 다음 히트작들에 정소현 씨를 여자 주인공으로 넣어주겠습니다. 임강호 어르신, 그리고 김예훈 씨. 성 세자님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로 양보해서 원한을 끝내는 것이 어떻습니까?”상현은 낄 곳과 끼지 말아야 할 곳을 아는 사람이다. 언제 공격해야 하고 언제 항복해야 하는지 잘 알았다.여자 연예인들은 상현을 보고 입을 딱 벌렸다.그 대단한 상현도 다른 사람 앞에서 고개를 숙일 때가 있구나, 하는 시선이었다.그리고 그들은 김예훈을 쳐다보면서 불
“대가?”임강호의 표정이 약간 굳었다.“글쎄,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인지 모르겠군.”말을 마친 그는 임시아를 보면서 담담하게 얘기했다.“시아야, 강서 임씨 가문의 모든 회사와 그룹에 알려서 혜성 엔터와 관련된 사업을 다 접으라고 해라. 그리고 견세정의 횡포를 내가 더는 견딜 수 없다고 선포해라. 감히 이들과 왕래하는 자는 나와 척지는 것이라고 전해! 도대체 무슨 대가를 말하는 건지 어디 한 번 지켜보자꾸나.”“네.”임시아는 빠르게 대답한 후 사람들 앞에서 연락을 돌렸다.임시아가 전화를 치자 견세정과 상현 등 사람들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그들은 오늘 이런 재수 없는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다.임강호는 김예훈의 편을 들어줄 뿐이 아니라 김예훈이 더 날뛸 수 있게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그렇다면 아무리 그들의 뒤에 성수현과 부산 견씨 가문이 있다고 해도 큰 손해를 입을 것이다.“김예훈, 넌 너 때문에 부산의 큰 인물들이 싸우는 걸 보고 싶어? 너 같은 놈이 이 일의 후과를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아? 적당히 하고 끝내라니까. 이 정도면 너도 나쁘지 않은 제안이잖아. 기어이 피를 봐야겠어? 네가 뭔데? 네까짓 게 감히?!”이때 뺨을 맞았던 여자 연예인이 참지 못하고 윽박질렀다.그녀의 눈동자는 원한을 가득 품고 있었다. 그리고 김예훈을 노려보며 소리 질렀다.그녀가 봤을 때, 이 사건의 원흉은 김예훈이였다. 상현이 고개를 숙이는데 고마운 줄을 모르고 으스대다니.정말 허세가 하늘을 찌르는 사람이 아닌가. 그녀에게 있어서 김예훈 같은 놈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그저 경비원일 뿐이다.경비원을 하다가 임강호라는 귀인을 만나서 자기가 임강호라도 된 줄 아나? 감히 상현과 그들 앞에서 허세를 부리다니.꿈도 컸다.상현은 그 여자 연예인의 목소리에 시선을 김예훈에게로 돌려 담담하게 얘기했다.“김예훈, 모든 일은 너 때문에 시작되었으니 네가 끝을 내야 할 거야. 지금 상황에서 서로 싸우면 그 누구도 얻는 것이 없어. 너도 포함해서 말이
상현과 진우현 감독은 모두 그녀와 똑같은 표정을 하고 있었다.김예훈이 허세에 빠져서 정말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안다고 생각했다.경비원 따위가 혜성 엔터를 건드리려고 하다니.머리가 잘못된 거 아닌가?김예훈의 가장 큰 배후는 눈앞의 임강호일 것이다.임강호가 없이 그가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임강호와 임시아는 흥미진진하다는 듯 웃었다.두 사람은 김예훈의 진짜 실력을 알았다. 물론 그때는 김예훈의 일부를 보여준 것이지만 오늘에는 정말 김예훈의 실력을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두근거렸다.김예훈은 다른 사람의 말을 무시한 채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혜성 엔터테인먼트를 공격해. 지금부터 혜성 엔터테인먼트의 주가는 빠르게 내려갈 거야. 그리고 믿음도 바닥나겠지. 혜성 엔터의 연예인들도 다 악플과 욕을 받게 될 거야. 알겠어?”말을 마친 김예훈은 담담하게 전화를 끊었다.사람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다들 김예훈을 보면서 입을 떡 벌린 채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이건 전쟁 선포나 다름없다.심지어 임강호의 수법보다 더욱 잔인했다.그 여자 연예인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드러냈다.전화 한 통으로 혜성 엔터테인먼트를 해치우려고 하다니? 정말 자기가 세계의 부자, 아니, 한국의 부자라도 되는 줄 아나?임강호가 나서주지 않는데 김예훈이 연예계에 오래 종사한 혜성 엔터를 해치운다고?정말 꿈도 이런 허무한 꿈이 없었다.“웃기지도 않네.”상현은 가볍게 웃으며 김예훈의 말을 신경도 쓰지 않았다.전화 한 통으로 혜성 엔터를 망가뜨린다고? 장난하나?임강호면 몰라도, 머리에 피도 안 마른 김예훈이 무슨 능력으로? 아까의 모든 것은 그저 허세를 부리기 위한 것이 아닌가!진우현은 얼굴을 부여잡고 다가와 차갑게 얘기했다.“우리 혜성 엔터의 주가가 네 마음대로 될 것 같아? 우리는 진주와 리카 제국에서 상장한 그룹이야. 네가 무슨 수로 주가를 하락시켜? 뭐? 그림이라도 그릴 건가? 그리고 우리에 대한 믿음을 깨부수
“뭐라고?”그 말을 들은 상현은 몸이 바르르 떨렸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얘기했다.“그럴 리가 없어!”다른 여자 연예인들도 놀란 표정으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 너무 분해서 눈가가 파르르 떨렸다.김예훈이 이런 실력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혜성 엔터를 이렇게 빠르고 쉽게 짓밟다니.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길래 이렇게 무서운 힘을 갖고 있는 건가!철컥.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병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앞장선 형사는 견세정을 무시하고 바로 상현의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상현 씨, 방금 18명의 여자 연예인이 동시에 제보했습니다. 당신을 강간죄로 체포합니다. 수사에 협조해 주시죠. 아, 그리고 그분들 모두 충분한 증거를 가져왔습니다. 옷부터 시작해서 영상까지요. 그러니 쉽게 풀려날 수는 없을 겁니다. 저희와 같이 돌아가서 자세히 얘기하죠. 해명하지 못한다면 영원히 나올 수 없을 겁니다.”형사가 쥔 긴급체포영장을 보면서 상현은 그만 다리에 힘이 풀려 쓰러질 뻔했다. 손에 쉰 시가마저 툭 하고 바닥에 떨어졌다.몇 사람이 다가와 상현에게 수갑을 채웠다.“상현 씨, 다른 건 몰라도 이 세상에는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말이 있어요. 당신 같은 사람은 평생 옥살이나 하면 되겠네요.”김예훈이 앞으로 나가 상현의 어깨를 툭툭 치고 담담하게 얘기했다.“그리고 이건 시작일 뿐이에요. 앞으로 내가 당신 배후인 성수현을 찾아가 볼 테니까. 그는 당신을 구해줄 사이도 없을 거예요.”말을 마친 김예훈은 여자 연예인들의 뺨을 한 대씩 치고 진우현을 발로 찬 후 병실을 나갔다.임강호 등 사람들은 담담하게 지켜보기만 했다.사람들이 다 떠나간 후, 임강호는 김예훈을 찾아와 난감해하며 한숨을 내쉬었다.“예훈 군, 미안하네. 내가 부하들을 잘 다스리지 못해 이렇게 되었네. 내 잘못이야. 이번에 돌아가면 제대로 기강을 잡을 테니까 이런 일이 다시는 없을 거네.”김예훈은 웃으면서 얘기했다.“이번 일은 신경 쓰지 마세요. 제가 직접 성수현을 찾아가 사과를 받아낼 테니까요.”
성수현은 별로 다른 사람 일에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었다.비록 부산 6대 세자이긴 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겸손한 사람이었다.바둑을 두고, 그림을 그리고, 거문고를 연주하고, 무술을 연마할 때는 그 누구도 방해할 수가 없었다.지금 바둑 놓고 있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전화가 울렸다는 건 큰일이 발생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전화를 받더니 담담하게 말했다.“말해.”전화기 너머 비서는 그의 불쾌한 말투를 알아차리고 용건부터 말했다.“세자님, 견 서장님과 상현 어르신께 일이 벌어졌습니다! 김예훈 찾으러 병원에 갔다가 마침 임강호 임시아 부녀를 만나 견 서장은 그 자리에서 제복을 벗어야 했고 상현은 어르신 역시 감옥에 들어가게 되었고, 그리고 또 혜성 엔터테인먼트 역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이 봐주지 않으면 파산될 지경입니다. 제가 특별히 무법 지대 소식통을 통해 김예훈의 신분을 알아보았더니 저희 생각보다 심상치 않은 사람이었습니다. 성남에서는 김 세자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경기도 김 세자님이요!”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이 이름을 외쳤다.시간이 긴박하여 확인한 내용이 많지는 않았지만 경기도 김 세자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세자님이라고 불리는 사람은 보통 사람이 아니야. 커다란 경기도에 김세자는 단 한 명뿐인데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충분히 짐작이 가.’“그래? 난 또 그냥 평범한 사람인 줄 알았네. 상현 어르신이 상대가 안 되었다는 건 당연한 일이었네.’성수현이 또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뭐 어때서? 나도 김세자를 들어봤는데 혼자 힘으로 경기도에서 유일한 명문가인 김씨 가문을 꺾었다지. 그런데 김씨 가문은 우리가 봤을 때 아무것도 아니야. 경기도를 독차지했다고 해도 우리 상류층에 들어올 수 있는 자격이 없어. 기껏 해 발꿈치나 닿을 수 있는 정도겠지. 그깟 경기도를 점령했다고 감히 부산에 와서 거들먹거려? 부산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성수현은 시종일관 태연한 모습이었다. 김예훈의 신분을 알았다고 해
“여기가 어디라고 감히 부산 센터를 침입해! 죽고 싶어?”이때 손에 총을 쥐고 있는 한 무리의 보디가드가 달려와 김예훈을 겨냥했고 뒤에 있는 통로에서는 고통에 허덕이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보디가드들은 흉악한 표정을 하고 있었지만 김예훈을 향한 두려움도 없지 않아 있었다.이곳을 들어오면서 이들에게 본때를 보여줬던 것이다.김예훈은 이들을 무시하고 아무렇지 않게 바둑판 앞에 앉더니 백돌 하나를 바둑판에 놓았다. 이로써 모든 흑돌의 길이 가로막히고 말았다.그는 또 백돌 하나를 집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소문으로는 성수현 세자께서 한 시대를 주름잡았다지요. 바둑 실력도 대단하다고 들었는데 오늘 보니 뭐 그냥 그렇네요.”성수현은 보디가드들에게 물러가라면서 손짓하더니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고는 웃으면서 말했다.“김예훈? 김 세자?”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저 같은 사람은 성 세자님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줄 알았는데 부산 6대 세자이신 성 세자님께서 저를 알아볼 줄 몰랐네요. 무서워해야 할까요, 아니면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성수현은 그저 말없이 아무렇지 않게 우려낸 차를 김예훈에게 건네더니 말했다.“김 세자님 겸손하시네요. 경기도를 주름잡으신 분이 어찌 저 성수현을 무서워하시겠습니까? 그런데 김 세자님은 경기도 최강자이긴 해도 부산의 물이 몸에 안 맞을 수도 있을 텐데요? 제가 건의 하나 드릴까요?”김예훈은 찻잔을 들더니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성 세자님께 어떤 좋은 건의가 있으신가요?”“배상하고, 패배 인정하고 물러나면 부산의 물이 몸에 안 맞을 거라는 걱정도 따라서 사라지겠죠.”성수현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김예훈도 피식 웃더니 말했다.“사실 저에게도 처방 하나가 있는데 아쉽게도 보조 약재가 하나 부족하네요.”“보조 약재요?”성수현은 웃을 듯 말 듯 하면서 말했다.“그냥 보조 약재일 뿐이에요.”김예훈이 온화한 표정으로 말했다.“혜성 엔터테인먼트 하나면 이 병도 말끔히 치료될 것 같네요. 성 세자님 평소에 좋은 일을 많이 하
성수현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물었다.“그러면 어떤 요구를 제시할 건데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저는 요구가 그렇게 높지 않습니다. 성 세자님이 패배하는 날엔 저의 졸개가 되는 거예요. 형님인 제가 살라면 살고 죽으라면 죽어야 하는 거예요!”성수현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한참 쳐다보더니 비서에게 손짓하면서 말했다.“계약서 준비해.”이때 한 아름다운 여비서가 걸어와 창백한 표정으로 계약서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계약서 내용을 확인한 여비서는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었다.‘부산 6대 세자인 성수현이 이깟 촌놈이랑 이런 내기를 한다고?’하지만 일개 하인인 신분으로는 말릴 용기도 없었다.그렇게 계약서가 준비되고, 성수현은 보지도 않고 화끈하게 사인을 하고 지장까지 찍었다.이어 그의 손짓 하나로 계약서는 김예훈 앞에 놓이게 되었다.그 역시 담담한 표정으로 아무렇지 않게 사인을 하고서 여비서에게 건넸다.김예훈과 성수현의 신분을 봤을 때 일단 사인을 했으면 계약서 내용대로 시행해야 했다. 아니면 이 바닥에서 더는 어울릴 수도 없었다.이때 김예훈이 센터로 걸어가더니 담담하게 말했다.“성수현 동생은 어떤 무기를 사용할 건가? 마음대로 해. 난 상관없으니까.”김예훈의 거들먹거리는 소리에 성수현은 표정이 일그러졌다.아무리 거들먹거리는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다지만 나머지 다섯 명의 부산 세자들도 김예훈 정도로 거들먹거리지는 않았다.하지만 성수현의 심성을 보았을 때 김예훈이 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신 역시 사용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는 갑자기 앞으로 덮치더니 김예훈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너무나도 갑작스럽고 현란한 움직임에 보디가드들은 어리둥절하기만 했다.‘이 실력은 무림 고수인 것이 틀림없어.”“태극권.”김예훈은 갑자기 흥미가 당겼다.‘지금 같은 시대에 태극권으로 무술 실력을 연마한 것을 보니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사람이군.’하지만 김예훈은 전혀 뒤로 물러서지 않고 정면으로 맞서 똑같이 주먹을 뻗었다.성수현과 정면으로
그제야 성수현의 실력을 깨달은 김예훈은 여전히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고개만 까딱 몇 센티미터를 사이에 두고 성수현의 일격을 피하게 되었다.성수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또 두 주먹으로 김예훈의 태양혈을 노렸다.김예훈은 여전히 평온한 표정으로 뒤로 반보 물러서서 이 일격을 또 피하게 되었다.슉!성수현은 불굴의 의지로 이번에는 두 주먹으로 김예훈의 가슴을 치려고 했다.이대로 적중하게 되면 갈비뼈 몇 대가 끊어질 수도 있었다.하지만 김예훈은 이번에는 주먹으로 맞이하지 않고 오른손으로 성수현의 주먹을 내리누르자 사람 전체가 이상한 방향으로 날아가게 되었다.일련의 공격에도 김예훈은 정면승부보다 피하는 것을 택했다.다른 사람이 봤을 땐 김예훈이 열세에 처해 반격의 여지가 없어 보였을 수도 있었다.성씨 가문의 보디가드들은 그렇게 흥미진진하게 구경하고 있었다.이들이 봤을 땐 성수현이 무조건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김예훈 주제에 어떻게 성 세자님 상대가 되겠어?’“재미있군.”김예훈이 계속 피하자 성수현은 무표정으로 다시 아까보다는 빠르게 움직이면서 무시무시한 주먹을 내뻗게 되었다.아까는 상대방의 실력을 확인하려고 시험하는 단계였다면 이제는 진짜 실력을 보여줄 때가 되었다.이 일격은 김예훈의 흥미만 돋우게 되었다.김예훈은 자세를 다잡더니 성수현을 발로 차 멀리 날려 보냈다.아무런 기교도 없는 평범하디 평범한 발차기였지만 성수현은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계속 주먹을 뻗어봤자 김예훈 털끝 하나 건드리지도 못하고 발차기 하나로 멀리 날아갈 것이 뻔해.’이 순간 성수현은 당황하고 말았다.‘김세자라는 이 사람 경기도를 통합시킨 이유가 있었어. 그 실력은 일반인들의 상상을 넘어설 정도야. 무술을 이 정도로 수련한 걸 봐서 조선시대였다면 장군감이었을 지도 몰라. 지금 시대에서는 무신인 거지.’성수현이 봤을 때 김예훈은 이미 무신 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었다.놀라움도 잠시, 성수현은 순식간에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와 다리를 뻗었다.퍽!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
“왜? 이해 못 하겠어?”김예훈은 앞으로 걸어가 손을 내밀어 조심스럽게 김태빈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이해 못 하겠으면 나를 죽여버리든가. 그럴 수나 있겠어?”김예훈의 담담한 표정에 김태빈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다음 순간 더는 참지 못하고 허리춤에서 총을 꺼내 김예훈의 이마를 겨냥했다.“김예훈, 입 다물라고. 내가 말해주는데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야. 여기서는 내가 기라면 기고, 엎드리라면 엎드려야 하는 거라고. 넌 여기서 함부로 날뛸 자격은 없어. 난 킬러가 너를 다치게 했든 안 했든, 용문당이 심문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한마디만 물을게. 범인을 넘길 거야. 안 넘길 거야. 안 넘기면 용문당 체면이고 뭐고 그냥 죽여버릴 거야. 싸움 잘하는 건 알겠지만 아무리 실력이 대단하다고 해도 총알을 이길 수 있겠어?”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거의 오십 명에 달하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동시에 김예훈의 전신을 노렸다.이 순간 김태빈이 한마디만 하면 바로 김예훈을 만신창이로 만들어버릴 것만 같았다.김예훈은 전혀 흔들림 없이 피식 웃더니 어깨를 으쓱였다.“내 손에서 사람을 데려가려면 진짜 실력을 보여줘야 할 텐데. 그깟 총 몇 자루로는 나랑 상대할만할 자격이 없을 거야.”“자격?”김태빈은 피식 웃고 말았다.“안동 김씨 가문에서는 용전이든, 용연옥이든, 용의 부대든, 용문당이든 다 상관없어. 5대 문호, 10대 명문가 규칙에 따르면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이 바로 진주·밀양에서 왕이야. 네가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든, 용의 부대의 보호 대상이든 전혀 상관없어. 단언컨대 진주·밀양에서는 넌 그저 나한테 협조할 수밖에 없어. 방해할 생각하지 마. 아니면 너를 죽여버리고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릴 거니까. 내가 사모님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아?”김예훈의 말에 자극받았는지 김태빈은 표정이 차가워지더니 살기가 가득했다.“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김예훈은 무슨 우스갯소리를 들은 것처럼 골든 수비대를 쳐다보았다.“너희들은 아직 그럴만한 자격이 없을 텐데
입구에는 오직 김예훈만이 제자리에 서서 김태빈의 앞길을 막고 있었다.김태빈은 차가운 시선으로 그를 쳐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네가 누구든. 어떤 사람이든 내 앞길을 막지 말고 꺼져.”김태빈의 거만한 말투에도 김예훈은 화를 내지 않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날 못 알아보겠어? 태산 뒷산 금지구역에서 몰래 양상철 어르신이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려는 걸 막은 사람이 너지? 일본인의 앞잡이가 되어 내가 아마미네 토시로를 죽이는 걸 방해해놓고 나를 모른 척하는 거 재밌어?”김예훈의 웃을 듯 말 듯 한 말투에 김태빈은 분노하고 말았다.“입 다물어.”저번에 김현민을 위해 나선 것은 은혜를 갚기 위함이었고,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애써 숨겨온 신분이 김예훈 앞에서 바로 투명하게 밝혀질 줄 몰랐다.비록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김태빈은 경계심을 품기 시작했다.‘역시 김현민과 김서하 모두를 골머리 앓게 만든 사람이네.’“당연히 알지. 여자 등이나 처먹는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인 김예훈이잖아. 내가 말해주는데. 네가 용문당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너를 어쩌지 못할 거라 생각하나 본데. 여긴 진주·밀양이야. 우리 안동 김씨 가문의 구역이라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고 해서 함부로 해도 되는 줄 알았으면 오산인 거야. 여긴 안동 김씨 가문의 말이 곧 법이거든.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내가 진주·밀양에서 한 달에 얼마나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을 죽이는지 알아? 내가 원한다면 너 하나쯤 죽이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야.”김태빈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너를 건드리지 않는 건 사모님의 체면을 봐서야. 아무리 그래도 여긴 사모님 별장이잖아.”“쯧. 사모님 별장이라는 거 알고는 있었어?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냐고.”김예훈은 가소로운 표정으로 그를 비웃고 있었다.“그러면 네가 지금 여기서 무슨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 옳고 그름도 구분하지 못하고 어른을 모욕하는 거만한 짓? 골든 수비대
안동 김씨 가문에서 골든 수비대의 지위는 집행 기관과 유사하기도 했고, 폭력성을 띤 조직이기도 했다.그들은 안동 김씨 가문의 중요 인물을 보호할 뿐만 아니라 내부 안전을 수사하고 잠재적 위험 요소를 해결하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간단히 말해서 깨끗한 일이든, 더러운 일이든 모두 골든 수비대에서 책임지고 있다고 볼 수 있었다.그리고 장기간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골든 수비대 인원들은 매년 반년 동안 해외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이들은 정말 칼에 묻은 피까지 핥는 사람들이라 각자의 실력은 상상을 훨씬 뛰어넘었고, 평범한 경호원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었다.곧이어 흰 정장을 입고 머리를 뒤로 넘긴 남자가 앞장서서 50여 명의 장정을 이끌고 별장 안으로 들어왔다.아직 이곳을 떠나지 않은 김예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입구에 서서 이들을 지켜보고 있었다.원래는 김현민이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안동 김씨 가문의 절세 총잡이인 김태빈이 찾아올 줄 몰랐다.김예훈은 양상철이 했던 말이 떠올라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손으로 향했다.새하얀 손바닥에 박힌 굳은살을 보고 있자니 뭔가 무시하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박연서의 전담 보디가드인 김윤후가 앞으로 나서서 차가운 시선으로 김태빈을 바라보았다.“셋째 도련님 맞으시죠? 어떻게 겁도 없이 이 시간에 쳐들어올 수 있는 거죠?”김태빈은 검은 우산을 펼치며 김윤후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언제부터 하인 따위가 내 앞에서 함부로 떠들 수 있었던 거지? 내가 누군지 알고 있다면 내가 골든 수비대 책임자로서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다는 것도 알 텐데? 방금 거미파 킬러가 사모님을 암살하려 했다는 신고받고 왔어. 이건 우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의 안전과 체면에 중요한 일이라 범인을 데려가야겠어. 심문이 끝나면 처리해야 되는대로 처리할 거야. 때리든 죽이든 사모님께 명확한 답변을 드릴 거라고. 김윤후, 네가 아무리 사모님 전담 보디가드라고 해도 여기서 말할 자격은 없어. 난 특권을 받은 사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