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은 대답하지 않고 피식 웃기만 했다.“이런 쓰레기들은 오는 대로 다 죽여버릴 거예요.”추하린은 표정이 변하더니 나지막하게 말했다.“도련님, 제가 이런 말을 하는 목적은 사람을 죽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도망치려면 오늘 밤이 마지막 기회라는 말을 드리고 싶었어요. 내륙으로 돌아가면 용태웅 당주님께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겠지만 일본 야마구치파 검신, 그리고 일본 무신인 미야다 신노스케는 그러지 못할 거예요.”김예훈이 피식 웃었다.“오늘 집법부대를 평정하고 용천수를 죽였는데 이대로 도망치라고요? 그러면 제 체면이 뭐가 돼요.”추하린은 고개를 흔들었다.“도련님께서는 평범한 분이 아니시기에 생사 앞에서 체면 같은 건 전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완벽한 확신이 없으시면 떠났으면 좋겠어요. 저희가 걱정된다면 얼마든지 진주·밀양 용전을 포기하고 함께 떠날 수 있고요.”추하린은 모든 용기를 다 해서 이 말을 꺼냈다.그녀의 차가운 얼굴은 은은하게 빨개지기 시작했다.분명 얼음장처럼 차가운 사람이었지만 이웃집 누나처럼 수줍음이 가득한 모습이었다.김예훈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힐끔 쳐다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왜요? 제가 내일 패배해서 죽을까 봐 걱정인 거예요? 그래서 저를 떠나게 하려고 저한테 몸을 바치겠다는 거예요?”“도련님께서 원하신다면 저는 작은 마누라를 해드릴 수 있어요.”그녀의 눈빛은 부드럽기만 했다.하지만 김예훈은 한숨을 내쉬며 화제를 돌렸다.“됐어요. 이런 말은 더 이상 하지 말아요. 제가 집법부대에 도전장을 내밀고 일본 야마구치파를 건드렸을 때부터 이날이 올 줄 알았어요. 정말 저를 도와주고 싶다면 미야다 신노스케와 용태웅의 계획을 철저히 조사해 주세요. 여기서 가만히 있긴 하겠지만 조금이라도 더 아는 게 모르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김예훈은 원래 이런 것들을 알 필요가 없었다.하지만 추하린에게 이런 거라도 시키지 않으면 부하들 걱정에 더 긴장하고 두려워할 것이 뻔했다.김예훈의 말을 듣고 추하린은 그제야 고개를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라는 사람이 일본인과 은밀히 거래하면서 저에게 내통죄를 뒤집어씌우다니.”김예훈은 입가에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이 점만으로도 반드시 죽어야 할 목숨이에요. 그 사람이 안 죽으면 용문당에 얼마나 많은 남자가 이런 파렴치한 사람한테서 피해를 볼지 몰라요. 미야다 신노스케라는 사람은 일본 무신이자 야마구치파 검신이면 저를 괴롭히는 것도 정상이에요. 제가 먼저 야마구치파의 좋은 일을 망쳤으니까요. 원래 시간 나면 일본에 가서 야마구치파 패쪽을 부수려고 했는데 제 발로 찾아온다고 하니 힘을 아낄 수 있겠네요. 가끔은 이 일본인들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 인정하지 않을 수밖에 없어요. 아무튼 저를 찾아오는 사람은 한 명도 빠져나갈 수 없을 거예요.”김예훈의 담담한 말에 추하린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잠깐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아, 맞다. 다른 소식도 있어요. 대한민국 몇몇 무술 성지에서도 내일의 일을 알고 있는 것 같아요. 오륜 사찰을 선두로 많은 젊은 층들이 관전하러 올 거예요. 앞장서는 사람은 오륜 사찰의 선재 스님이라고 도련님도 아실 거예요. 그 외에도 일본 6대 파벌도 대표를 보낸다고 해요. 전해진 바에 따르면 야마자키파 아마미네 다이토가 직접 사람을 이끌고 올 거래요. 이 사람은 야마자키파 아마미네 토시로의 아들이거든요. 아버지한테서 80%의 실력을 물려받았다고 하는데 단순히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소위 심판 역할을 하려고 할 거예요. 미야다 신노스케와의 대결을 지켜보려고 하는 거죠.”김예훈은 피식 웃고 말았다.“언제부터 제 일에 무술 성지에서 심판 역할을 했다고 그러세요? 시비 걸러 오는 것이 아니고요? 그리고 야마자키파 아마미테 토시로는 맨날 저를 죽이겠다고 하더니 자기가 직접 안 오고 아들을 보낸대요? 뭐 하려는 건지.”추하린은 고개를 흔들었다.“도련님, 이 사람들이 갑자기 나타난 것도 당주님이 초대해서 그런 걸 거예요. 집법부대 당주이자 용씨 가문 제13대 수장이잖아요. 용문당이나 용씨 가문에서 모두 엄청난
김예훈이 오늘 저녁 미리 남양회관에 온 것은 양상철의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을 완전히 해결해 주기 위해서였다.이것을 해결해 주면 히든카드가 하나 더 생기는 셈이었다.비록 김예훈은 용태웅이 두렵지 않았지만 상대방이 단단히 준비했는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으면 그건 너무 어리석은 짓이었다.이순간 그는 쓸데없는 말을 건너뛰고 담담하게 말했다.“저를 안으로 안내해 주시죠.”양유선도 아무 말 없이 김예훈을 데리고 그때 그 남양풍의 마당으로 향했다.양유선은 문을 열고 부드럽게 말했다.“할아버지, 김예훈 도련님께서 오셨어요.”김예훈은 양상철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방안에는 독기가 가득했지만 예전처럼 극야한독은 없었다.이 밖에도 주변에는 마치 잠자고 있던 사자가 깨어나려는 것처럼 전투의 기운이 감돌았다.김예훈은 속으로 의아하기만 했다.그는 남양무신인 양상철이 조금만 회복했는데도 무신의 풍채를 다시 갖출 줄 몰랐다.이 점에서 봤을 때 그를 살려줄 수만 있다면 반드시 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도련님, 오셨어요? 어서 와요.”양상철은 상태가 나빴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많이 회복한 상태였다.이제는 혼자서 일어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김예훈이 오자 그는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김예훈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어르신은 정말 제 예상 밖이네요. 최소한 6박 7일은 지나야 지금 이 상태로 회복할 줄 알았는데 고작 3일밖에 걸리지 않았네요.”양상철은 중독되기 전에 실력이 어마어마해서 무신 중에서도 최상위인 것이 틀림없었다.아니면 이렇게 빨리 회복될 수가 없었다.비록 자신이 독으로 독을 물리치라고 했지만 이제와서 보니 특효약이었다.그런데 양상철이 이 고통스러운 과정을 견뎌내고 심지어 그 과정을 가속했다는 것은 김예훈의 예상을 뛰어넘는 일이었다.보아하니 오늘 헛걸음을 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얼마나 위안이 되는지 몰랐다.“다 도련님 덕분이죠. 만약 도련님께서 도와주지 않았다면 오래 버티지도 못했을 거예요.”양상철이 솔직하게 말했다.김예
“용태웅 이 사람들은 그냥 광대일 뿐이에요. 사람을 데리고 온다는 데 저도 체면이 있지, 제 편을 좀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김예훈은 어깨를 으쓱하며 솔직하게 말했다.멈칫하는 양유선과는 달리 양상철은 박장대소를 지었다.“도련님 성격이 점점 더 마음에 드는데요? 사내라면 바로 이래야죠. 할 건 하고, 책임질 건 책임지고. 숨기고 감추는 비겁한 자식보다는 낫죠. 도련님께서 이렇게 직접적으로 말씀하셨는데 저도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을게요. 오늘 잠 도련님이 제 몸 안의 독소를 말끔히 제거해 준다면 그러면 그 순간부터 도련님 일은 제 일이나 마찬가지예요.”기다리던 말을 들은 김예훈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양유선에게 미리 준비해둔 독극물을 끓여서 가마솥에 넣으라고 했다.가마솥 밑에 있는 장작이 활활 타오르면서 검은 거품이 하나씩 올라오며 비릿한 냄새가 코를 찔러 구역질이 났다.하지만 김예훈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그는 양상철의 몸을 꼼꼼히 확인한 후 양유선에게 수술용 기구를 몇 세트 가져오라고 했다.밤 12시가 되었을 때, 모든 준비가 완료되었다.김예훈은 직접 양상철을 일으켜 그를 가마솥에 놓고는 명령했다.“앞으로 두 시간이 제일 중요해요. 유선 씨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하게 밖에서 기다리셔야 할 거예요. 방해받는 순간 모든 것이 수포가 될 거예요.”김예훈의 표정은 진지하기만 했다.제어불능이 될 정도는 아니지만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독이 역류할 가능성이 있었다.그렇게 되면 독소를 제거하기는커녕 잘못하면 그 자리에서 죽을 수도 있었다.김예훈의 심각한 얼굴을 보자 양유선도 상황의 심각성을 알게 되었다.그녀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아무도 방해하지 못하게 할게요.”양유선은 열몇 명의 신뢰할 수 있는 부하들을 불러와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마당을 지키게 했다.그녀 역시 방 문을 지키고 서서 긴장한 얼굴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은 수술칼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서두르지 않고 양상철의 몸이 독액에 잠기도
“어르신, 오늘은 독의 뿌리를 뽑는 거라 이 과정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릴 거예요.”김예훈은 수술 도구를 꺼내며 말했다.“잠시 후 조금만 참아주세요.”양상철이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저도 전쟁터에 나가본 한때의 무신인데 두려운 것이 뭐가 있겠어요. 그리고 이 극야한독보다도 더 독한 놈이 있을것 같지도 않아요.”“그러면 저희 시작할게요.”김예훈은 미소를 지으며 거대한 주사기를 꺼내 양상철의 척추에 찔렀다.주사기를 당기자 검은 액체가 빨려 나왔다.양상철 몸 안에 있던 독소가 대부분 척추에 숨겨져 있었다.독소가 빠져나가서 양상철의 안색이 바로 좋아지면서 생기가 넘치는 것이 몇 살 젊어진 것 같았다.이 모습에 김예훈은 웃더니 수술칼을 꺼내 양상철 몸에 있는 각 혈을 찔렀다.푹! 푹! 푹!검은 피가 튀어나와 가마솥에 있는 독액과 서로 중화되어 이상한 향기가 퍼졌다.김예훈이 이렇게 하는 것은 이전에 남아있던 독소마저 뽑아내는 것이다.하지만 진정한 극야한독은 양상철 체내의 가장 깊은 곳에 숨어있어 쉽게 제거해 낼 수 없었다.김예훈이 그것을 완전히 파괴하려고 하자 독소들이 격렬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웁!”한때의 무신이었던 양상철마저도 이 순간에는 무척이나 고통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그는 가마솥 손잡이를 어찌나 꽉 잡고 있는데 곧 깨질 것만 같았다.양유선이 감정이 북받쳐서 소리를 질렀다.“할아버지!”“움직이지 마세요. 현재 상황이 특수해서 이 독액이 어르신 몸 안에 들어가 극야한독과 완전히 중화되어야 해요. 그래야만 완전히 회복할 수 있는 거예요.”양유선은 고통스러워하는 양상철을 보면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중독된 지 오래되었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독소를 제거할 수 없어요. 그런데 걱정하지 마세요. 어르신은 무신 급 실력자가 극야한독 때문에 목숨을 잃을 리는 없어요. 이 정도는 어르신께 아무것도 아닐 거예요.”양유선은 많이 안심되는 느낌이었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가마솥에 있던 독액의 색깔이 점점 연해지기 시작했다.
치료는 곧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김예훈은 수술칼을 꺼내 조심스럽게 양상철의 미간을 찔렀다.미간에 검은 핏줄이 있었는데 이것만 제거라면 양상철 체내에 있는 극야한독이 말끔히 사라질 수 잇었다.그의 무신 급 강력한 회복력을 봤을 때 하룻밤 사이에 상처가 자연스럽게 치유될 수 있었다.퍽!김예훈이 마지막으로 중요한 독소를 빼내려 할때, 열몇 대의 지프차가 남양회관을 마구잡이로 들이닥쳤다.차 문이 열리고, 열몇 명의 남양인들이 차에서 내렸다.이들은 하나같이 표정이 차가웠고, 허리춤에 총과 칼을 지닌 것이 딱봐도 전문적인 경호원으로 보였다.뒤이어 가장 중간에 있는 차 문이 열리더니 남녀 몇 명이 뒷짐을 쥐고 차에서 내렸다.가장 앞장선 사람은 단발머리의 남양 여성이었다.타이트한 원피스를 입고 있어 매끈한 구릿빛 피부와 날씬한 몸매가 여실히 드러났다.그야말로 매혹적이었다.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거만하기만 했고, 걸을 때 또각또각 하이힐 소리를 내면서 전체적으로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겼다.남양회관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호원들은 그녀를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하고 말았다.그녀가 회관 내부로 들어가자 사람들은 전부 미간을 찌푸렸다.심지어 매우 경계하는 표정을 짓기도 했다.미소를 짓던 남양 청년은 그녀를 보자마자 표정이 확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렸다.“신유림이 왜 진주에 왔어. 남양 3대 가문 중의 하나인 신씨 가문이 진주에서의 권력을 빼앗아 남양파를 접수하려는 건가? 남양파는 지금 양유선 수장님 손에 있잖아. 그런데 신유림은 남양에서 너무 강력한 존재야. 그리고 신씨 가문은 이제 남양 3대 가문에서 으뜸이라 신유림이 권력을 쥐면 수장님도 어떻게 할수가 없을거야.”“어르신께서 중독된 이후로 양씨 가문도 나날이 쇠퇴해지는구나.”“어르신께서 계셨다면 아무리 신씨 가문에 무신이 버티고 있다고 해도 양씨 가문을 건드리지 못했을 거야.”“쳇. 신씨 가문의 무신이라는 사람은 전쟁터에서 대한민국 총사령관님의 뺨 한 대에 죽었다지 않았어?”“신씨 가문은 지금 리
쨕!신유림은 아무 말 없이 길을 가로막는 그의 뺨을 때리면서 차갑게 말했다.“이 자식이. 말버릇이 왜 이래. 남양 3대 가문에서 남양파를 함께 세운 거라는 걸 잊었어? 신씨 가문은 그중에서도 으뜸인데 내가 오면 안 돼. 언제부터 남양파에 오려면 너한테 미리 보고해야 하는 거야. 무슨 자격으로? 양유선 옆에 오래 있다 보니까 주인이 누군지 벌써 잊었어?”신유림은 차가운 표정을 지으며 숨길 수 없는 살기를 내비쳤다.이 남자의 다음 말이 그녀를 조금이라도 불쾌하게 한다면 바로 죽일 것만 같았다.그 남자는 얼굴에 뺨자국이 나 있는 채로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화를 낼 수 없어 허리를 굽히면서 미소를 지었다.“농담도 참. 주인이 누군지 당연히 알고 있죠. 다른 뜻은 없었어요. 그냥 시간도 늦었는데 남양에서 오느라 힘드셨을 텐데 좀 쉬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저희 수장님께서 시즌 호텔에 스위트를 준비해 두셨는데 언제든지 가서 쉬셔도 돼요.”쨕!신유림은 또 그의 뺨을 때렸다.“내가 언제 쉬고 싶댔어? 몰래 무슨 짓을 하길래 자꾸만 나를 보내려고 하는 거야. 강아지 한 마리가 감히 내 앞길을 막아? 절대 잊지 마. 양유선이 수장이긴 해도 다른 두 가문은 남양파를 충분히 감시할 자격이 있다는 거. 그리고 우리가 양유선이 마음에 안 들어서 수장 자리에서 끌어내려고 해도 한마디면 해결될 일이야.”신유림은 한껏 싫증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그리고 내가 말해주는데, 별일이 없으면 나도 굳이 찾아오지 않았어. 진주 사람들은 대한민국 사람들처럼 똑같이 인성도 안 좋고 못생겼어. 이런 곳은 우리 남양인 손에 쥐어져야 진정한 국제 대도시로 발전할 수 있다고.”신유림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거만하게 말했다.하지만 신분이 만만치 않아 아무도 뭐라 할수가 없었다.“네. 유림 씨 말씀이 맞아요. 시키실 거 있으면 얼마든지 말씀하세요.”그는 허리를 굽신거리며 믿을만한 부하에게 양유선한테 알리라고 손짓했다.“너 같은 놈한테는 쓸데없는 말 하기도 싫어.”신유림은
신유림은 모든 사람을 경멸의 눈빛으로 쳐다보았다.양상철만 죽여버린다면 양유선은 남양파 수장 자리에 앉아있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했다.양씨 가문은 이 위치에서 이미 많은 이익을 얻었다.신유림은 이 자리를 탐내지 않는다고 했지만 사실 엄청나게 부러웠다.남양파는 진주·밀양에서 홍성파와 나란히 할수 있는 세력이었다.진주라는 국제 대도시에서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 자체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신유림의 말에 아가 그 남자는 눈가를 파르르 떨며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어르신께서는 요즘 상태가 많이 호전되었어요. 그리고 양유선 수장님께서 대한민국에서 대단한 분을 보셨는데 일전에 밀양 허씨 가문 문제도 해결해 주신 분이라고 하셨어요. 이분이 이미 독으로 독을 물리치는 방법으로 어르신을 도와주고 있으니 어르신께서는 곧 쾌차하실 거예요.”“뭐라고? 대한민국 능력자? 그깟 대한민국에 어떤 대단한 사람이 있다고.”신유림은 이 말을 듣자마자 화가 나서 그의 뺨을 또 때렸다.“허씨 가문 문제를 해결해 준 사람은 그냥 돌팔이 아니었어? 어떻게 사기꾼을 불러와 치료하게 할 수 있어. 그것도 모자라 독으로 독을 물리친다고? 미친 거 아니야? 양유선도 마찬가지야. 계속해서 몸만 팔면서 살 것이지 지금 뭐하는 짓이야. 진주 10대 명의, 리카 제국 최고의 전문가도 속수무책인데 대한민국 사람이 그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말도 안 돼. 양유선이 제정신이 아니니까 너희들도 미친 거야? 어떻게 대한민국 사람을 어르신께 접근하게 만들어. 만약 치료하지도 못하고 어르신이 그동안 갈고닦은 무술 비법을 빼앗아 가면 어떡하려고. 내가 어르신께서 빨리 죽었으면 하는 것도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편안히 보내드리려는 거 아니야. 지금처럼 고통을 받고 모욕까지 당하는 것은 남양파, 남양 3대 가문, 남양국의 얼굴에 먹칠하는 거라고.”신유림은 분노가 활활 타올랐다.한편으로는 양유선이 양상철을 다시 살리려고 해서, 다른 한편으로는 그 대한민국 사람이라는 놈이 정말 양상철을 구해낼까 봐 걱정이었다.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
분위기를 압도하는 차가운 목소리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움츠러들면서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이 순간 아무도 김예훈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미야다 신노스케마저 한 발로 밟아 죽일 수 있는데 무술을 배우지 않은 총잡이 김태빈 정도는 죽이려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바로 이때,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김태빈이 마침내 정신을 차리더니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김예훈이 이 정도로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분명 불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대놓고 내 뺨을 때리다니. 그것도 모자라 나를 발로 차기까지 해?’바로 이때, 김태빈은 처음으로 김예훈을 똑바로 응시했다.‘김현민도 이 자식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 김현민이 예전 같지 않았던 것이 아니라 김예훈이 정말 괴물 같은 놈이었던 거야.’적어도 김태빈은 태어나서 김예훈 보다도 더 거만한 사람을 본 적 없었다.“이런 제기랄. 도련님을 놔줘.”“도련님을 놔주지 않으면 바로 죽여버릴 거야.”“잊지 마. 여기가 누구 구역인지.”한 무리의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그제야 반응하면서 하나같이 총을 들고 다시 김예훈을 겨냥했다.김윤후도 심상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도련님, 함부로 하시면 안 돼요. 김태빈 도련님을 죽였다간 수습할 수도 없어요. 안동 김씨 가문 서열 3위의 아드님이라고요.”김태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넌 끝났어.”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진주·밀양에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한두 명이 아니었어. 곽영현, 진두준, 타케이 나오토... 너무 많아서 셀 수가 없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모두 어떤 결말을 맞이했는지 알아?”빠직.김예훈은 말이 끝나기 바쁘게 왼발로 김태빈의 왼쪽 손목을 부러뜨렸다.“이것이 바로 그들의 최후였거든.”“악!”처참한 비명이 울려 퍼지고, 김태빈은 고통스러워 바닥을 굴렀다. 김예훈이 가슴을 밟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펄쩍 뛰었을 것이다.이 모습은 현장에 있던 사람들
김태빈도 이 점을 염두에 둔 듯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하지만 곧 화도 내지 않고 평정심을 되찾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 기억이 맞는다면 박연서 사모님은 안동 김씨 가문의 안주인이 맞긴 하지만 10년 전에 자식을 잃은 슬픔으로 인해 진작에 안주인으로서의 권력과 지위를 포기한 상태라고 알고 있어. 내가 규칙을 어겼다는 것을 증명하기 전에 박연서 사모님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아니라 예전 그대로의 안주인임을 증명해야 할 거야.”“이럴 줄 알았어.”김예훈은 피식 웃으며 김윤후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김윤후는 멈칫하더니 품에서 금색 패쪽을 꺼내 조심스럽게 김예훈에게 건넸다.퍽.김예훈은 그 패쪽을 김태빈의 얼굴에 던지면서 냉랭하게 말했다.“눈 똑바로 뜨고 봐. 이것이 바로 수장님이 사모님을 보호하기 위해 남겨둔 수장 패쪽이니까. 이 패쪽을 보는 것은 곧 수장님을 본 것과 같은데 무례를 범한 거에 대해 어떻게 사죄하려고? 아무렇지도 않게 범인을 데려가려 하다니. 그것도 모자라 여기를 평지로 만들어버리겠다고? 너는 물론 김현민이 직접 와도 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지 못할 거야.”“그래?”김태빈은 표정이 싸늘해지면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총알을 장전하더니 패쪽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패쪽은 순식간에 뚫려 더 이상 원래의 모습이 아니었다.“수장님 패쪽이 어디 있는데? 난 왜 못 봤지? 수장님 패쪽이 없으면 이곳에서는 골든 수비대가 왕인 거야.”다음 순간, 김태빈이 무심한 표정으로 손을 휘둘렀다.“잡아! 방해하는 자가 있으면 바로 죽여버려.”“어디서 감히!”골든 수비대가 움직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나서서 김태빈의 뺨을 때렸다.쨕!미처 반응하지 못한 김태빈은 입가에 피를 흘리면서 어지러운 느낌에 뒤로 휘청거렸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입을 다물지 못한 채 정신이 혼미해져 있었다.골든 수비대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믿을 수가 없어 꿈인지 생시인지 확인하려고 자기 뺨을 때리기도 했다.별장 보디가드와 하인들 역시 정신이
충격에 빠진 골든 수비대 정예들과는 달리 김태빈은 이미 완전히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그는 갑자기 손을 휘두르더니 피식 웃었다.“그냥 이 자식을 무시하고 범인부터 잡아! 반항하는 자가 있으면 모조리 죽여버려.”이 명령을 듣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 하지만 아무리 겁이 나도 이런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나갈 뿐이다.이들은 김예훈 몸 곳곳에 있는 급소를 겨누면서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이 순간에도 김예훈이 갑자기 자기들을 죽일까 봐 걱정이었다.이때 김예훈은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 전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 말했다.“내가 움직여도 된다고 했어?”그저 말 한마디뿐이었지만 포스가 장난 아니었다.마치 거대한 기운이 위에서 아래로 짓누르는 듯한 느낌에 정예들은 주춤하고 말았다.이 순간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는 것이 일종의 모독이자 불경인 것만 같았다.부하들의 미세한 표정 변화는 김태빈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만들었다.그는 눈꺼풀을 살짝 떨면서 김예훈을 쳐다보았다.“김예훈, 난 네가 싸움 잘한다는 거 알아. 미야다 신노스케는 물론 야마자키파 여덟 명의 바람의 아들들을 죽인 것도 알아. 아마미네 토시로는 심지어 정면으로 승부하지 못했다면서? 네가 대단한 건 알겠는데 한 가지 생각해본 적 있어? 싸움을 아무리 잘해봤자 총알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해? 혼자 이 50자루의 총을 상대할 수 있겠냐고. 우리 골든 수비대를 이길 수 있어도 안동 김씨 가문에는 아직 2천 명의 경호원이 있어. 정 안되면 진주·밀양 각 세력의 인원을 동원할 수도 있다고. 10만 명은 안 되어도 8만 명은 될 거야. 혼자서 그렇게 많은 사람을 상대할 수 있겠어? 용문당 체면을 생각해서 너랑 끝까지 싸우지 않는 거야. 그래도 네가 나랑 맞서려 한다면 주저 없이 죽여버릴 거라고.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할게.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꺼지든가. 아니면 죽음을 맞이하든가 마음대로 해.”이 순간 김태빈은 김예훈에게 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에서의 절대적인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