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예훈, 네 주제에 그래도 꽤 당당하게 사네?” “네 생각엔 언제까지 그렇게 당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금이야 보기엔 아주 잘 살고 남 부러울게 없는 것 같지만 그냥 일시적일 뿐이야.” “우현아 씨가 널 가지고 놀다가 질리면 언제든지 뻥 차버릴 거라고.” 단숨에 많은 말들을 정신없이 내뱉은 조효임은 김예훈의 자존심과 자신감을 철저히 짓밟아 놓은 줄 알았다. 조효임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됐어. 내가 할 말은 이제 여기까지야. 어디 한번 다 네 멋대로 해봐.” “예훈아, 효임이가 한 말이 듣기 거북할지는 몰라도 다 너를 위해서 하는 말이잖니.” “듣기 좋은 말들만 들으면서 살수는 없단다. 입에 쓴 약이 몸에도 좋다는 말도 있잖아?” 조인국은 가만히 듣고만 있다 천천히 말을 꺼냈다. “실종된 네 부모님을 책임져야 하지 않겠니?” “그래! 만약 부모님이 그토록 아끼던 아들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을 알면 지금 돌아가셨다고 해도 화가 나 관을 깨부수며 나올걸?” 이미연도 조인국이 입을 뗀 틈을 타 말을 덧붙였다. 그녀의 말에 김예훈의 눈빛이 싸늘하게 식어갔고 그는 이미연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결국 조인국의 체면을 봐서 이미연에게 다른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 김예훈은 깊은 숨을 내쉬더니 냉정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누가 쪽팔릴지는 모르겠어도 저는 절대로 쪽이 팔릴 사람이 아니라 서요.” “곧 알게 될 겁니다.” “김예훈, 이런 거짓부렁이 같은 말들로 위협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어?” 이미연은 와인 잔을 손에 들고는 한 모금 마시며 그를 조롱했다. “너 스스로를 좀 봐봐! 다들 젊은이지만 천차만별이잖아? 우 도련님과도 비교상대가 안 되고 유 도련님과도 안 되지. 특히 오늘 밤의 주인공인 회장님이랑은 뭐 하늘과 땅 차이 아니겠어?” “듣자 하니 회장님도 너랑 비슷한 또래의 사람이라던데 부산에 온지 한 달도 안돼서 흩어져있던 부산 용문당을 다 모이게 만들었잖아.” “일본 야마자키 파 부산 도관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우충식의 말에 미처 반응을 못했지만 다들 힘껏 박수를 치고 있었다. 사람들은 고개를 들어 정면에 있는 무대를 쳐다보며 기대에 가득 차있었다. 김예훈은 옅은 미소를 띠더니 뒷짐을 지고는 천천히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조효임은 자신의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다가 김예훈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그에게 물었다. “김예훈, 너 지금 뭐해?” 김예훈은 조효임의 물음에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을 했다. “사람들이 다 나를 보고 싶어 하잖아, 내가 가서 인사는 해야지.” “너를 보고 싶어 한다고?” 조효임은 잠시 당황하는 듯싶더니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 “김예훈, 사람들은 회장님을 보고 싶어 하는 거야. 네가 올라가서 뭐하게?” “이젠 연기를 하다하다 막 착각에 빠져서 사는 거야? 네가 진짜 회장님이라도 되는 줄 알아?” 이때 조효임이 김예훈을 쳐다보는 눈빛에는 괄시와 실망이 가득했다. [때가 어느 때라고 아직까지 저래?] 김예훈은 조효임의 비웃음에도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맞아! 내가 말했잖아? 내가 바로 김 회장이라고.” 그의 말에 조효임과 다른 사람들은 일제히 김예훈을 쳐다보았고 다들 천하의 바보를 보는 듯한 눈빛이었다. 우지환은 그를 쳐다보며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사업부 사원도 똑바로 못하는 사람이 회장님을 자칭한다고? 김 회장님은 우리 오산 그룹에 숨겨진 든든한 배후라는 것을 모르는 거야?” 유광민 또한 김예훈을 비웃으며 말을 꺼냈다. “그렇게 자신감이 넘친다면 무대 위로 올라가서 말해보지? 내 생각엔 아마 우현아 씨도 너를 구해줄 것 같지는 않은데.” 조인국은 김예훈을 달래듯 말했다. “예훈아, 그만해. 이 자리가 어떤 자린지 짐작이 안 가냐?” 이미연은 행여나 김예훈 때문에 자신마저 피해를 볼까 두려워하며 입을 뗐다. “김예훈, 닥치고 빨리 돌아와. 죽으려면 혼자 죽어! 우리까지 끌어들이지 말고.” “예훈아, 이건 네가 지금 화가 난다고 저지를 일이 아니야. 이러다가 누구한테 맞아
조씨 집안은 이미 혼비백산이 되어 도마 위의 생선마냥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뒷짐을 진 채로 무대 위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는 김예훈을 보며 그들은 말로는 표현 못할 후회의 감정들이 물 밀 듯 밀려왔다. 김예훈? [데릴 사위이자 여자한테 붙어 밥이나 얻어먹는 잡초뿐일 그가 부산 용문당의 회장이라고?] 전투력은 강하다 못해 한손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는 큰 인물이 김예훈이었다니? 회장님과 김예훈은 천차만별인 다른 세상 사람이라고 믿었는데 동일인물이라니? 조씨 집안사람들은 어떻게 해도 두 사람을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현실은 그들에게 가혹한 운명의 장난을 내던지고 있었다. 제일 얕보았던 김예훈이 말로만 듣던 위대한 회장님이라는 충격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조인국은 넋이 나간 채 아무 말도 못하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우지환은 차디찬 냉기가 몸에 흐르는 듯 온 몸이 굳어 덜덜 떨었다. “김예훈이 바로 김 회장님이라고? 우리 오산 그룹의 숨겨진 배후가 김예훈이라니.” 그는 아까 전에 오산 그룹의 배후를 몇 번이나 조롱하고 비웃은 기억이 떠올라 자신의 인생은 이미 끝장이 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광민은 아무 말 없이 서 있다가 오른 손으로 상 위에 놓아져있던 음식을 자를 때 쓰는 칼을 들더니 스스로 자신의 왼손을 찔렀다. 그는 김예훈이 정말 김회장님이 확실하다면 자기 스스로 이런 행동을 하지 않고는 오늘 밤 사지가 다 찢겨져 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이내 그의 손에서 나는 피가 흘러 땅바닥에 뚝뚝 떨어졌지만 유광민은 상처를 치유할 담도 없었다. 그래서 유광민은 심한 고통을 이빨을 꽉 깨물고 참기만 할 뿐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이때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된게 다 저 우지환 때문이야. 정말 목을 졸라서라도 죽여버리고 싶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이게 다 사실이야? 내가 꿈을 꾸는 건가?” 조효임은 이제야 반응을 한 건지 창백해진 안색으로
조효임은 어리둥절해 하며 어머니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이미연이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산 용문당의 전 회장 최정호 씨, 들어봤지? 대단한 사람이지. 그런데 어떻게 된 줄 알아? 성남시로 가는 도중에 누구한테 베여 죽었대. 지금은 무덤에 풀이 자랐을걸? 그래서 김예훈의 위세 당당한 모습만 보면 안 돼.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상 더없이 위험할 거야! 김예훈은 지금 우리보다 잘난 것 같지만 괜찮아. 어쩌면 우리가 곧 그 사람보다 힘이 세게 될지도 모르잖아? 우리는 이미 부산의 상류층에 있는 사람이야. 김예훈이 나타나는 바람에 부산의 상류층에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도 문제야!”이미연은 계속 말했다. “한 가지 더, 효임아, 너는 지금 SNS 플랫폼의 최고의 유명 인플루언서야! 기껏해야 1년쯤이면 톱스타가 될지도 몰라. 그때가 되면 너의 신분과 지위는 한 조직의 회장님보다 몇 배나 높아질 거야! 부산의 연예계에서 영향력이 막강할 날이 멀지 않았어.”이미연은 원래 조효임을 위로하고 있었을 뿐이었다.하지만 이내 그럴 가능성이 정말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자신이 앞으로 톱스타의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큰 영광이라고 느꼈다. 그까짓 부산 용문당의 회장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조인국도 마침내 김예훈에게서 시선을 거두며 다소 창백한 미소를 지었다. “효임아,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 너는 앞으로 김예훈 못지않을 것이다. 너는 지금 이미 SNS 유명 인플루언서야. 우리 집은 돈이 많은 편이지. 나는 원래 네가 이것을 하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마음을 바꿨어. 이제는 내가 전력을 다해 너를 응원하고 최고로 만들 거야! 기껏해야 1년, 아니 반년이면 너는 지금의 김예훈보다 더 빛날 것이야!”조인국은 자극받은 게 분명하다.특히 김예훈이 원래 그들 조씨 가문의 사위였던 것을 생각하면서, 또 오후에 조씨 가문과 김예훈이 교제를 끊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지금 조인국은 피를 토하고 싶어 하는 정도였다.그는
이미연도 다급 해하며 물었다. “인국 씨, 낙선이라니요?”“간단해요.”옆 테이블에서 송성민의 야유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는 조인국을 실눈으로 바라보았는데 표정은 웃는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했다.“당신의 가문은 이미 회장님과 아무런 관계가 없으므로 부산 용문당과의 비즈니스 협력에서도 특권 자격이 없어졌어요. 모든 것은 규칙과 절차에 따를 수밖에 없어요. 부산 용문당과 협력하려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데 남을 이길 수 없으니 낙선하는 게 정상이죠.”이 말에 조인국은 얼굴색이 급기야 변하며 말했다. “무슨 뜻이에요? 내가 사업을 이렇게 크게 할 수 있는 것은 내 능력이에요. 김예훈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송성민은 술잔을 들고 술을 마시며 담담하게 말했다. “조인국 씨, 당신은 최근 한 달 동안 용문당의 건을 많이 받았죠? 한 달의 양이 당신이 지난 10년에 한 것과 비슷해요. 이게 정말 당신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하나요? 당신이 능력이 있었다면 이 정도 양은 더 일찍 했을 것에요. 있으나 없으나 별 차이 없는 작은 주문 몇 개를 계속하고 있는 게 아니라! 갑자기 장사가 잘된 건 회장님께서 꼭 당신 가문을 우대하라고 당부한 것 때문이에요. 참, 내가 듣기로는 당신들이 여기에 올 수 있었던 것도 회장님께서 며칠 전에 특별히 당부해서 당신들에게 기회를 준 것뿐이라고 들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당신네 식구가 상류층에 들어갈 자격이 있고, 여기 앉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요? ”우르릉순간 청천벽력이 울리는 것과 같았다. 원래 조씨 가문은 송성민의 말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지금 이 한 달 동안의 일들을 되돌아보니…영문도 모른 채 폭주한 주문과 누군가가 준 초대장…정말 다 김예훈이 당부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을 했다. 순간 이미연과 조효임의 시선은 동시에 우지환에게로 향했다.이미연이 물었다. “우리의 초대장은 지환 씨가 준 것 아니에요? 지환 씨?!”송성민이 낄낄거리며 웃었다.“우지환의 초대장도 하도 청하서 받은 것인데 그 사람
조효임이 놀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휴대폰이 울렸다.핸드폰을 들어 보니 SNS 컴퍼니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그녀는 급히 전화를 받았다.“조효임 씨, 실례하지만 여기는 SNS 컴퍼니입니다!”핸드폰 너머에서 싸늘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회사를 대표해 두 가지를 설명해 드리러 왔습니다.”“첫째, 우리가 전에 협상하고 있던 계약을 취소해요. 회사에서는 당신을 계속 추켜세우려 하지 않아요. 게다가 우리는 아직 정식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기 때문에 회사 측에서 당신에게 아무런 배상금을 줄 필요가 없습니다. 3일 이내에 우리는 당신의 계정을 취소할 것입니다, 준비해두세요.”“둘째, 전에 사장님께서 당신을 응원하기 위해 건물주 계정으로 100억의 후원금을 줬어요. 지금 공식적으로 취소하겠습니다.”이 말을 들은 조효임은 몸을 떨며 말했다. “뭐라고요? 저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겠다고요? 후원금을 다시 가져가겠다고요? 왜요? 저를 마음이 들어 하지 않으셨어요? 잊지 마세요, 저는 SNS 인플루언서 랭킹 1위입니다. 저를 잃으면 당신들의 손실이 매우 클 것입니다!”전화 맞은편에서 여자의 목소리는 덤덤했다. “효임 씨, 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플랫폼에서 누구를 추켜세우려고만 한다면 누구든지 그렇게 만들 수 있어요. 조효임 씨가 없더라도 우리는 장효임, 이효임, 박효임을 만들어 스타로 만들 수 있어요. 사장님이 당신을 응원하지 않았다면 당신 같은 외모로 랭킹 1위를 차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까?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정말 모르시는 거세요?”뚜뚜. 말이 끝나자마자 상대방이 바로 전화를 끊었다.조효임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그녀는 자신의 인기와 성과가 모두 김예훈의 후원금 덕분이라고 믿고 싶지 않았다.이미연이 물었다. “효임아, 왜 그래?”조효임은 이미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우지환을 보며 말했다. “우지환 씨, 사실대로 말해봐요. 당신이 정말 건물주예요? 방금 SNS 컴퍼니에서 전화가 왔어요. 나와
김예훈을 대신하여 송성민이 전한 이 말은 김예훈과 조씨 가문은 이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어쨌든 오늘 오후는 조씨 가문이 먼저 김예훈과 교제를 끊으려 한 것이다. 김예훈이 직접 나서서 조씨 가문을 짓누르지 않은 것은 이미 조씨 가문의 체면을 세워준 것이다.지금은 그냥 과거에 그들에게 준 것을 다시 가져왔을 뿐이다. 일부러 조씨 가문을 괴롭히는 일은 하나도 하지 않았으니 지극히 의리 있는 것이다.자원을 잃어서 조씨 가문이 어떻게 되는지는 김예훈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어쨌든 모두가 어른이다. 어른은 자신의 선택에 대해 대가를 치러야 한다.단상에서 몇 마디 말을 한 김예훈은 최산하와 진윤하 두 사람의 안내로 현장의 용문당 간부들에게 술을 권하기 시작했다.한계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없는 주량을 가진 김예훈에게 있어서 이것은 쉬운 일이었다.비록 그는 용문당의 일에 그렇게 관여하지 않지만 회장의 자리에 앉았고 답례 파티에 참석했으니 그들의 체면은 세워줘야 했다. 젊고 유능한 김예훈에게 지금 후광까지 빛나고 있는 것 같았다. 조씨 가족은 모두 멍한 채 있었다. 오늘 밤 받은 충격은 너무 커서 지금은 다들 정신이 없었다.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이 광경을 보면서 그들이 오후에 천외루에서 한 짓이 무엇을 잃게 했는지 더욱 확실하게 알았다.심지어 김예훈은 몇 번이나 그들에게 주의를 시키었다. 결국, 그들은 직접 이 정을 끊었다.가장 중요한 것은 지난 한 달 동안 조씨 가문의 휘황찬란한 삶이 이제부터는 그림의 떡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조인국은 용문당과 협력할 자격을 거의 잃었으니 이제는 작은 장사로 살아갈 수밖에 없다.그리고 조효임도 더는 유명 인플루언서가 아니라 다시 직장인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꿩 잃고 매 잃는 셈이다.이것이 조씨 가문의 지금의 심정이다. 가서 김예훈한테 몇 마디 부탁하고 싶었지만 이전의 일들을 생각하니 그들은 걸음을 옮길 수 없었다.우지환은 계속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김예훈이
앞장선 남자는 거만한 기색으로 콧구멍으로 사람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그의 곁에는 얼굴빛이 차갑기 짝이 없는 아름다운 여인이 있었다.그 외에 그들 뒤에는 남자 둘, 여자 둘이 있었는데 합쳐 모두 6명이었다.하지만 이 여섯 명은 모두 온 장내를 압도하는 기운을 가지고 있었다.입구 옆에 있던 용문당 자제들이 무의식적으로 앞으로 나섰는데 뜻밖에도 그들의 발길에 걷어차여 다시 때릴 힘조차 없었다.이 장면은 모두를 놀라게 했다.안색이 좋지 않은 우충식은 손뼉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해결해.”그의 명령과 함께 십여 명의 그의 직계가 바로 앞으로 나아가 하나같이 전력을 다해 싸웠다.쾅쾅쾅. 한 남자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섰는데 혼자서 십여 명을 맞섰다. 그는 한주먹과 한 발로 한 사람씩 해결했다. 십여 명의 용문당 자제들이 다 쓰러졌다. 어떤 사람은 피를 한 모금 내뿜고 혼수상태에 빠졌다.어떤 사람은 땅에 주저앉아 끊임없이 경련을 일으키며 기색이 보기 흉할 정도였다.이 장면은 많은 손님을 놀라고 긴장하게 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김예훈에게 시선을 돌려 회장이 눈앞의 이 장면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보려고 했다.조씨 가문은 그제야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이를 보며 고소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지금 그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바로 김예훈이 재수 없는 모습이다.만약 김예훈이 오늘 죽는다면 이미연은 더없이 기뻐할 것이다. 얼굴색이 변한 우충식은 직접 나설 준비를 했다.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고 보안도 그가 책임지고 있으니 말이다.원래 그는 김예훈에게 잘 보여서 제1의 부회장 자리를 차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창피하기 짝이 없다.김예훈은 손을 내저으며 우충식을 멈추게 한 후, 담담한 표정으로 군중 앞으로 걸어와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김예훈인데, 무슨 일이지?”그는 이 사람들의 신분을 어느 정도 짐작했다.상대가 자신을 향해 온 것이니 다른 사람을 개입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내 이름은 육건하이고, 용문당 집법부대의 수제자이며, 용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