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팰리스로 돌아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파티까지는 아직 반나절이라는 시간이 남아있었다.김예훈은 아래층을 구경해야겠다는 핑계를 대고 로얄 스위트룸을 벗어났다.직원 의상실에 들어간 그는 호텔 직원 복장을 훔쳐 입고 여기저기 구경하기 시작했다.사진의 각도, 배경, 그리고 방 가구 배치 등을 분석해 봤을 때, 임은숙이 중간층쯤에 납치되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이 높이에서 마침 밀양의 야경을 내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점심이면 손님들이 체크아웃하느라 가장 바쁜 시간이었다.김예훈은 중간층을 둘러보다 결국 18층 8호 방이 임은숙이 사진 찍었던 곳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방 입구에 도착한 김예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카펫에 얇은 먼지가 쌓여있는 것을 보니 최소한 3일은 청소한 흔적이 없어 보였다.신축 호텔에 이런 상황이 발생할 유일한 가능성은 누군가 18층을 전부 빌려 외부인 접근금지를 시켰다는 것이다.이로써 김예훈은 이곳이 수상하다는 느낌을 확신할 수 있었다.일반인이 한 층을 전부 빌린다고 해도 가장 꼭대기 층을 빌렸지 18층이라는 불길한 숫자를 선택하진 않았을 것이다.8번 방에 도착한 김예훈은 망설임도 잠시, 카드키를 갖다 대는 순간...띠리릭.방문이 열리고, 김예훈이 들어가려는 순간, 불길함이 엄습해 본능적으로 옆 구르기로 몸을 피했다.샤샤샥.김예훈이 몸을 피한 순간, 입구에 나란히 놓인 활 10개에서 화살이 날아오면서 맞은편에 있는 벽을 적중했다.견고한 벽이 관통될 정도면 활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었다.사람에게 꽂혔다면 무신 급이라고 해도 감당하지 못했을 것이다.별다른 생각을 하기도 전, 김예훈의 귓가에는 고막을 찌르는 듯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그는 본능적으로 앞구르기로 소화전 뒤로 몸을 피했다.피융! 피융! 피융!피한 순간, 총알 몇 개가 원래 김예훈이 있던 곳을 적중해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바닥에 주먹만한 구멍이 나고 말았다.깜짝 놀란 김예훈은 소화전 뒤로 피신했다.이 순간, 그는
밀양에서의 명문가는 허씨 가문이 유일했고 허씨 가문은 다년간 밀양을 주름잡고 있었다.‘내가 허씨 가문과 원한도 없는데 왜 하필 진주 4대 가문일까?’“아니다!”김예훈은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정민아가 도박하려면 무조건 밀양에 왔어야 했고, 타깃이 아무리 김예훈이라고 해도 상대방은 정민아부터 손보려고 한 것이 뻔했다.‘그렇다면 과연 부산 견씨 가문일지, 아니면 밀양 허씨 가문일지, 아니면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다른 지인일지..’김예훈은 한숨을 내쉬고는 스카이 팰리스 맞은 편에 있는 빌딩에 시선을 돌렸다.아까 총을 겨눈 저격수를 산 채로 잡기만 하다면 일부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지도 몰랐다.김예훈이 생각에 빠져있을 때, 또다시 총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피융! 피융! 피융!저격수가 김예훈의 위치를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옆에 있는 벽을 저격할 뿐이다.벽면에 있는 대리석이 깨지는 소리에 김예훈은 고막이 터질 것만 같았지만 여전히 꼼짝하지 않고 벽에 붙어있을 뿐이다.김예훈은 스카이 팰리스 보안 직원들이 바로 달려올 거라고 믿고 있었고, 위험을 무릅쓰고 달려 나가는 것보다 사람들이 몰려든 틈을 타 저격수 찾으러 가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김예훈의 예상과는 달리, 갑자기 느껴지는 불안감에 본능적으로 아까 있었던 곳으로 달려가 계단 쪽에 있는 방화실로 몸을 피했다.두둥!누군가 중무기를 사용하는 바람에 거대한 소리와 함께 이 층에 있는 몇몇 방이 폭발해서 없어지고 말았다.갑작스러운 소리에 스카이 팰리스 보안 직원들이 출동하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몰려들자 저격수는 동작을 멈췄다.김예훈은 바로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보안 직원이 몰려들어서야 방화실을 통해 17층으로 가 자기 옷으로 갈아입은 후 소리소문없이 이곳을 떠났다.저 멀리, 얼굴에 여우 가면을 쓴 한 여자가 서서히 총을 내려놓고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미션 실패했습니다.”차가운 말투에는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았다.“김청미, 김예훈 하나 죽이기가 그렇게도 어려워? 이
스카이 팰리스가 혼란한 틈을 타 방수아는 옆에 있는 타임 호텔 로열 스위트룸으로 옮기기로 했다.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다시 나타나 방수아와 함께 짐을 옮겼다.짐을 옮기면서도 정민아에게 전화해서 아직 무사하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안심했다.김예훈은 상대방의 타깃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정민아를 만나지만 않는다면 그녀가 위험에 빠질 일이 없다고 생각했다.이 밖에도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두 가지 계획이 실패한 이상 세 번째 작전은 당분간 시작하지 못할 것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지금으로서는 정신력을 집중해 방수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이었고, 하루빨리 해결해야만 상대방이 움직이기 전에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타임 호텔에 반나절이나 있었지만 그가 예상했던 대로 아무 일도 발생하지 않았고, 이 기회를 빌어 체력을 보충하기로 하고 푹 쉬기로 했다.휴식하는 동안, 방수아의 핸드폰은 몇 번이고 울렸고 전부 다 곽영석한테서 걸려 온 전화였다.약속 장소가 바뀌었다는 첫 번째 통화 외로, 나머지 통화는 꼭 제때 참석해야 한다며, 비즈니스를 위해 무슨 일이든 꼭 감내해야 하며, 충동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특히 오전처럼 사람을 때리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고 했다.허씨 가문 셋째 도련님은 다른 일반 제자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그와 맞서면 거대한 대가를 치러야 할지도 몰랐다.방수아는 전화 받을 때도 굳이 김예훈을 피하지 않고 대충 대답하고는 그를 도와 수박을 잘랐다.“곽영석이라는 분이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곽영현과 어떻게 되는 사이에요?”김예훈이 흥미진진해하면서 물었다.“참 재밌는 사람인 것 같아요. 수아 씨한테 관심이 많은 것 같은데 태도가 영 거만하네요.”방수아가 나지막하게 말했다.“곽영석 씨는 진주 4대 가문인 곽씨 가문의 친척이고 대학 시절 때 저의 선배이기도 해요. 필업하고 딱히 하는 일은 없이 진주 4대 가문의 구역과 밀양 구역에서 중재인을 도맡아 하고 있어요. 이런 일로 돈을 벌고 있더라고요. 오늘 저
김예훈은 한참 동안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잠시 후 입을 열었다.“수아 씨, 허도겸 씨 스타일을 잘 알고 있으면서 왜 오늘 저녁 만나자고 한 거예요?무슨 일이 있을까 봐 겁나지도 않으세요?”방수아가 피식 웃었다.“오빠도 계시잖아요. 그리고 인정하긴 싫지만 그래도 제가 서울 방씨 가문의 사람인건 사실이잖아요. 비즈니스상으로 저한테 골탕을 먹일 순 있어도 저한텐 어쩌지 못할 거예요.”김예훈은 피식 웃을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오늘 저녁 어떻게든 꼭 함께하리라고 마음먹었다.허도겸이라는 사람한테서 어쩌면 무슨 소식을 얻어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어느덧 저녁 식사 시간이 다가오고, 김예훈은 방수아를 따라 목적지로 향했다.“수아야. 허 도련님께서 계속 기다리고 계시잖아.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10km밖에 있는 개인 별장 앞, 금테 안경을 쓴 운치가 넘치는 한 남자가 방수아를 재촉하고 있었다.“수아야. 난 네가 나의 후배인 걸 봐서 도와주기로 한 거야. 허 도련님께는 네가 괜찮은 사람이라고 이미 말했어. 그러니까 절대 날 실망시키지 마. 7시에 도착한다더니 일찍 좀 출발하지 그랬어? 허 도련님은 성격이 급해서 누구를 기다리는 걸 질색하는 분이셔. 그분을 언짢게 하면 너의 회사 직원들이 불행해지는 건 물론 너도 밀양을 벗어나지 못할 거야. 밀양은 허씨 가문의 구역이라 너나 나나 이곳에서는 머리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알겠어?”곽영석은 신신당부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허도겸에게 잘 보이려고 억지로 웃으면서 말했다.“허 도련님, 걱정하지 마세요. 방 대표가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아무쪼록 오늘 도련님을 실명시켜 드리지 않을 거예요.”곽영석 뒤로 멀지 않은 곳에는 열몇 명의 남녀들이 서 있었다.이 외에도 로비 곳곳에는 검은 옷을 입은 외국 국적의 보디가드들도 서 있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키도 크고 건장한 것이 살기가 넘쳤다.이 중에 긴 머리에 창백한 얼굴을 한 남자가 아무렇지 않게 소파에 기대어 앉아 흥미
허도겸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입구를 쳐다보았다.밀양에서 허도겸의 구역을 박살 내는 자는 그에 따른 대가를 치러야 했다.다른 와인잔을 들고 있던 하객들도 반응하고서 가소롭게 쳐다보았다.최근 몇 년 동안 허도겸과 맞서는 사람들을 수도 없이 봐왔지만 한 사람도 빠짐없이 허도겸에게 처참히 짓밟히고 말았다.처참하게도 물고기 밥으로 공해에 버려진 사람들도 있었다.그래서인지 이들은 밀양만 오면 눈에 뵈는 것이 없이 행동했다.하객들은 이미 좋은 구경을 할 준비까지 마친 상태였다.곧이어 성큼성큼 걸어들어오는 김예훈의 뒤로 방수아가 보였다.“수아야!”곽영석은 단번에 방수아를 알아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쁜 후배가 제 발로 찾아온 것만으로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이다.하지만 방수아 앞에 서 있는 김예훈을 보자마자 곽영석은 얼굴이 어두워지고 말았다.“방 대표. 내가 똑똑히 말하지 않았나? 태도를 보여주기 위해서 혼자 오라고 신신당부했잖아! 그런데 왜 이런 놈을 데리고 왔어? 설마 우리를 놀래주려고 그런 거야?”곽영석은 기고만장한 표정으로 김예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에게 삿대질하면서 냉랭하게 말했다.“꺼져!”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방수아가 먼저 곽영석을 째려보았다. 서늘한 눈빛에 곽영석은 무의식적으로 뒤로 몇 발짝 물러서게 되었다.방수아는 곽영석한테 대꾸도 하지 않고 차가운 표정으로 유일하게 자리에 앉아있는 허도겸을 쳐다보았다.“그쪽이 바로 허씨 가문 셋째 도련님인 허도겸 씨에요?”방수아의 말투에 사람들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지금 상황 파악이 안 된 건가? 사과하러 온 것이 아니라 죄를 따지러 온 거였어?’어안이 벙벙해진 사람들은 방수아가 무슨 자격으로 허도겸에게 이러는지 몰랐다.외국 국적의 보디가드들도 이런 상황은 처음인지 팔짱을 끼고 비웃는 표정으로 이 상황을 지켜보았다.‘근본도 없는 개 한 마리를 끌고 와서 사람을 물릴려고?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대꾸도 하기 싫은 허도겸은 다리를 꼰 채 와인을 마셨다.이미 방
앞으로 나선 김예훈은 방수아를 뒤에 숨기고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진한 화장을 한 남자를 쳐다보더니 피식 웃었다.“그럼 어디 해보든가. 오전에 몇십 명을 병신으로 만들었는데 몇 명 더 추가해도 상관없긴 해.”“어머, 오전에 셋째 도련님 부하를 건드린 염치없는 놈이 바로 너야?”진한 화장을 한 남자가 김예훈을 아래위로 훑어보면서 말했다.“좀 하나 본데? 그런데 이걸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어? 밀양에서는 고개를 숙이고 다녀야 한다고. 죽고 싶어서 셋째 도련님의 사람을 건드려? 얼마나 염치없는 놈인지 찾아내서 죽여버리려고 했는데 마침 잘 왔어. 이봐, 이놈 사지를 찢어서 물고기 밥으로 공해에 던져버려!”곽영석을 포함한 사람들이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을 때, 네 명의 건장한 보디가드들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살기를 뿜어내면서 걸어왔다.이들이 봤을 때, 가냘파 보이는 김예훈은 그저 한주먹거리라고 생각했다.오전에 김예훈이 어떻게 그 많은 사람들을 병신으로 만들었는지는 전혀 생각하지도 않았다.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 역시 골프채를 들고 비웃고 있었다.부잣집 따님들로 보이는 여자들은 남자 파트너에게 기대어 방수아를 우습게 쳐다보고 있었다.남자를 찾으려는 자기처럼 능력 있고 사회적 지위가 있는 남자를 만나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아무리 봐도 기생오라비처럼 생겼는데 왜 데리고 온 거지?’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방수아는 눈빛이 차가워지고 말았다. 그녀는 도리를 따지러 왔지 싸우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허도겸 씨, 너무하는 거 아니에요?”“방수아 씨, 저는 오늘 수아 씨가 사과하러 온 줄 알았는데 저의 체면을 짓밟으려고 온 줄 몰랐네요.”와인을 마시고 있던 허도겸이 흥미진진한 말투로 말했다.“밀양에서는 제가 바로 법이라는거 알아야 할 텐데요? 지금까지 아무도 저의 체면을 짓밟는 사람은 없었어요. 수아 씨의 행동으로 인해 너무 불쾌하네요. 서울 방씨 가문의 아가씨라서 그런지 이쁘고 분위기가 넘치네요. 아주 마음에 들어요. 그러니까 서울 방씨 가문의 체면을 봐서
방수아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예훈이 먼저 담담하게 말했다.“뼈를 부숴서 꽃병에 쑤셔 넣겠다고? 허도겸, 정말 그럴 능력 된다면 어디 내 털끝하나 건드려 보든가.”‘털끝 하나 건드려 보라고?’이 말에 곽영석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저 새끼 정말 염치없는 놈이네. 실력 좀 된다고 해서 밀양에서 미쳐 날뛸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나 보지? 얼마나 많은 고수가 저 외국 국적을 가진 보디가드들한테 개처럼 두들겨 맞았는지 모르나 봐. 전부 다 유럽에서 전역한 장병급 실력자들이라 전쟁터에서는 일당백의 존재들인데. 이 보디가드들을 모셔 오려고 셋째 도련님께서 얼마나 큰 심혈을 기울였는데.’이들은 김예훈이 그저 자기 분수도 모르고 무모하게 덤벼든다고 생각했다.“지금이 어떤 시대인데. 아직도 죽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니.”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가 비웃으면서 말했다.“셋째 도련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저 새끼를 병신으로 만들어버려!”이때 네 명의 보디가드들이 동시에 주먹을 날렸다.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실력은 있어 보였다.최소한 현란한 움직임은 없었고, 일반 고수들은 상대가 안 될 것처럼 보였다.하지만 김예훈은 태연하기만 했다. 아무리 장병급이라고 해도 그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첫 번째 보디가드가 덮쳐왔을 때, 김예훈은 아무렇지 않게 앞으로 한 발짝 다가가 그의 뺨을 때렸다.쨕!상대방은 김예훈의 움직임조차 확인하지 못했고, 그저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캄캄한 느낌과 함께 왼쪽 뺨이 아파져 오는 동시에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쨕! 쨕! 쨕!나머지 세 명의 보디가드들도 여기저기 튕겨 나가 대리석 기둥에 부딪히거나 테이블에 부딪혀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이게 뭐야?”곽영석 등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말았다.“허도겸, 보디가드 실력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면 더 이상 너를 보호하지 못할 것 같은데?”김예훈이 티슈로 손을 닦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뺨 몇 대로 보디가드들을 전부 날려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말았다. 아까 공격에 가담하려고 했지만 김예훈이 네 명의 보디가드들을 쉽게 무너뜨릴 줄 몰랐다.지금도 김예훈이 도발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표정이 말이 아니었다. 그가 어두운 표정으로 명령했다.“무기들 꺼내!”나머지 네 명의 보디가드들은 서로 눈치를 보더니 허리춤에서 전기충격기를 꺼내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와 같이 서서히 김예훈에게 접근했다.쨕! 쨕! 쨕!청량한 뺨 소리와 함께 이 다섯 명은 저 멀리 날아가고 말았다.특히 화장을 진하게 한 남자는 처량하게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얼굴이 삐뚤어지고 말았다.김예훈은 비명을 무시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허도겸을 쳐다보았다.“허도겸, 보디가드들 실력이 별론데? 허씨 가문이 밀양에서 잘나간다고 들었는데 고수들도 많을 거 아니야. 어디 한번 불러보시든가.”김예훈이 순식간에 보디가드들을 제압한 모습에 곽영석 등은 눈가를 파르르 떨면서 감히 입을 열지도 못했다.하지만 허도겸은 여전히 김예훈을 가소롭게 쳐다보았고 표정 변화 하나 없었다.그는 여유롭게 와인을 마시면서 말했다.“이봐. 실력 좀 된다고 해서 잘난 척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여기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을 텐데...”그는 어마어마한 포스를 풍기면서 김예훈에게 인생 교육을 하는 것만 같았다.“그깟 실력으로 우리 보디가드들을 때려눕히고 나니 자기가 정말 그렇게 대단한 것처럼 느껴져? 유치하고 순진하긴! 지금 너의 행동이 밀양의 법도를 어긴 거 몰라? 공공장소에서 사람을 때리면 감옥에 가야 하는 거 모르냐고. 내가 전화 한 통 하면 넌 인생 끝장이야. 쓸쓸한 감옥에서 남은 생을 끝내고 싶어?”김예훈은 별로 대꾸도 하지 않았다.허도겸은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김예훈을 보고 말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는 것을 눈치채고 흥미진진하게 쳐다보더니 또 웃으면서 말했다.“그래도 상남자인가 본데? 감옥에 가는 거 하나도 안 두려운가 봐? 그러면 이쯤에서 다른 것을 놀아볼까? 방금 우리 부하가 동영상 하나를 보내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
철컥.네 번째도 여전히 헛발이었지만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가 이번에 총을 쏠 때는 이마에 식은땀을 흘렸다.다른 골든 수비대 정예들도 하나같이 눈꺼풀이 떨릴 정도였다.앞선 세 발은 아직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면 나머지 세 발은 한 발 한 발 지옥문을 드나드는 것과 같았다.김윤후는 이 순간 얼굴이 창백해져서 골든 수비대 정예가 손에 들고 있는 총을 빼앗으려다 간신히 참았다.그는 상대가 한순간 흥분해서 방아쇠를 여러 번 당길까 봐 두려웠다.죽음의 먹구름이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을 뒤덮어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이때 김태빈이 피식 웃더니 몸을 비틀며 말했다.“김예훈, 무릎 꿇고 사과 안 하면 다음번엔 다 같이 죽을지도 몰라.”“그래?”김예훈은 피식 웃더니 쏜살같이 앞으로 튕겨 나갔다.몸에 폭탄을 달고 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가 반응하기도 전에 김예훈은 재빨리 총을 낚아챘다.“이런 제기랄!”김태빈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하지만 김예훈은 그를 힐끔 보더니 총을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겨눴다.그러더니 피식 웃으며 말했다.“김태빈, 네가 그렇게 노는 걸 좋아한다면 내가 계속 놀아주지. 이 총에는 아직 두 번의 기회가 남아있어. 이번에 다 같이 죽을지, 아니면 다음에 다 같이 죽을지 선택권은 내 손에 있어.”김예훈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자.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무릎 꿇고 사모님께 머리 박고 사과해. 아니면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김태빈은 잠깐 멈칫하다가 웃으며 말했다.“김예훈. 난 네가 감히 그럴 용기가 있을 거로 생각하지 않아. 내륙에서 온 놈들은 하나같이 죽기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지. 능력 있으면 쏴보든가. 총을 안 쏘면 넌 벌레보다도 못한 놈이야. 너...”철컥.김태빈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김예훈이 아무런 표정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이 순간, 김태빈을 포함한 골든 수비대 정예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하얗게 질렸다.거만하기만 하던 김태빈은 아예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려
“악!”비록 헛발이었지만 사람들 대부분 놀라 비명을 질렀다.김태빈이 너무 독한 사람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마치 동반 자살하겠다는 사람처럼 오싹함을 자아냈다.누군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은 다시 흉측한 미소를 지으며 손가락을 튕겼다.피융.몸에 폭탄이 묶여있는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이번에도 역시 헛발이었지만 별장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또다시 혼란에 빠졌다.모두가 골든 수비대의 광기에 압도되어 뒤로 물러서고 싶었지만 자기 행동 때문에 김태빈이 자극받아 다 같이 죽으려할까 봐 겁났다.김윤후가 참지 못하고 분노했다.“도련님! 그만 하세요. 사모님께서 잘못되기라도 하면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세요.”“하하하하. 그때가 되면 다 같이 죽는 거지, 뭐. 저승길에서 다 같이 만날 건데 감당은 무슨. 그렇게 대단하면 지옥에 내려가서 나를 한 번 더 죽여보든가.”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김태빈은 미친 듯이 웃더니 자기 오른손을 밟고 있는 김예훈을 보며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어디 한번 날 죽여봐. 그럴만한 능력 없으면 날 놓고 무릎이나 꿇어. 아니면 내가 명령하는 순간 쟤가 또 방아쇠를 당길 거니까. 다음번에는 실탄일지 아닐지 아무도 몰라. 다 같이 죽을 수도 있고. 어때? 스릴이 넘치지? 장난 아니지?”김태빈은 배를 끌어안으면서 웃었다.“내 뺨을 때리고 납치한 것도 모자라 협박까지 해? 내가 맹승현처럼 부실한 놈으로 보였어? 내가 말해주는데 난 피바다에서 살아남은 놈이야. 나한테 협박 같은 건 먹히지 않아. 기껏 해 다 같이 죽으면 되니까.”김예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김태빈이 다시 한번 손가락을 튕겼다.딱.운 좋게도 역시나 헛방이지만 보디가드들과 하인들은 겁에 질려 온몸이 나른해졌다.앞에 헛방이 많을수록 뒤쪽으로 가면서 실탄일 확률이 더 높았다.운이 좋아서 앞으로 두 발 연속으로 헛방이라 해도 마지막 한 발은 누구도 피할 수 없었다.“창피한 줄 알아.”김예훈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미친 듯이 날뛰는 김태빈을 바
이 순간 살기도 끊임없이 퍼져나가고 있었다.모든 이들은 살기로 가득 차 언제든지 공격할 준비가 되어 있었고, 김태빈은 얼굴이 창백해진 채 더 이상 비명을 지르지 않도록 애쓰고 있었다.이어 그는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김 세자, 집법부대 당주, 대단한데? 감히 내 손을 부러뜨려? 내가 봤을 땐 넌 내 손이나 부러뜨릴 용기밖에 없어. 나를 죽이지는 못하겠지. 이게 뭘 설명하는지 알아? 너도 결국엔 겁먹은 거지. 넌 절대 나를 이길 수 없어. 능력 있으면 지금 당장 나를 밟아 죽여봐. 아니면 내가 너를 죽이고 범인을 데려갈 거니까. 어디 한번 해봐. 다른 선택지가 있을지.”김태빈은 말을 마치고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왼손이 분명 부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흥분제를 복용한 듯 사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김예훈은 그런 그를 보면서 능력만 있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미친 자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전에도 진주 4대 도련님 중의 한 명인 맹승현도 이런 기질을 타고났으나 김태빈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안동 김씨 가문이 진주·밀양을 수년간 굳건히 지켜온 것을 보면 이런 인재가 나타난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다음 순간, 김예훈은 왼발로 김태빈의 오른쪽 손목을 짓밟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있는 한 아무도 범인을 데려가지 못해. 그리고 너의 목숨 따위에는 관심도 없지만 오른쪽 손목도 부러뜨릴 거야. 절세 총잡이라면서? 명사수라면서? 손이 부러졌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하는지 지켜볼 거야.”“오른쪽 손목마저 부러뜨리겠다고?”김태빈은 조금도 위협을 느끼지 못했다.“김예훈, 그렇게 했다간 어떻게 되는지 너도 잘 알 거야. 난 너와 함께 죽을 거거든. 그렇게 대단하면 지금 바로 나를 죽여보든가. 못하겠으면 지금이라도 무릎 꿇고 사과해. 내가 봐줄지 어떻게 알아. 내가 명령하는 대로 총격전이 벌어지면 너는 물론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이 다 목숨을 잃을 거야. 이 많은 사람이 나를 따라 죽겠다는데 손해 보는 장사도 아니지.”김예훈이 어깨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