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는 핸드폰을 꺼내 선재 스님에게 수많은 영상을 보여주었다.김예훈이 음식을 주문하는 모습, 힘들어서 커튼도 안 치고 방 안에 누워있는 모습 등등.또 다른 동영상은 용전 정예들이 순찰하는 모습이었는데 위치가 어딘지 명확하게 알수 있었다.“좋아. 아주 좋아. 김예훈, 대단한 거 아니었어? 일본 무신, 용문당 당주를 막 대하더니 너도 피곤할 때가 있는 거야? 지금은 양상철도 없는데 언제까지 잘난 척할 수 있는지 지켜볼 거야.”이때 선재 스님의 손짓하나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차에서 내렸다.선재 스님은 두 명의 팀장에게 조용히 말했다.“1번, 너는 사람들을 데리고 방화문으로 들어가 통로를 지키고 있어. 2번, 너는 전용 엘리베이터 입구를 지키고 있고. 아무도 못 들어가게 해. 다른 사람들은 나랑 같이 바로 꼭대기 층으로 가서 용전 정예들을 해결하는 거야. 잘 기억해. 무조건 하나도 빠짐없이 속전속결로 죽여야 해. 가장 중요한 건 김예훈을 산채로 데려오는 것이야. 죽기보다도 못한 고통을 느끼게 해줄 거니까.”한 무리의 부하들이 조용히 대답했다.“네. 사모님.”사모님 소리에 선재 스님은 더욱더 흥분하면서 재차 확인해 보지도 않고 바로 명령을 내렸다.“움직여!”선재 스님은 일본 검을 꺼내 흥분, 원망, 냉정이 뒤섞인 기분으로 시즌 호텔로 들어갔다.새벽 3시인 관계로 호텔 로비에는 야간중인 직원 몇 명밖에 없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정예들의 상대가 아닌 이들은 곧 기절하고 말았다.길을 지킬 사람은 길을 지키고, 문을 부술 사람은 문을 부수고, 엄호하는 사람은 엄호하면서 손발이 척척 맞았다.곧 열몇 층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가장 꼭대기 층에 있는 공중 화원에 도착하게 되었다.모든 행동은 거의 군인처럼 일사불란했다.바로 이때, 선재 스님 일행은 마치 무인 지대에 들어선 듯했다.그녀는 얼른 스위트룸에 들어가 김예훈을 죽이고 싶은 마음밖에 없었다.하지만 공중 화원이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는 것은 미처 눈치채지 못했다.샤샥.출입구에 배치된
“얼른 당주님부터 보호해!”“경찰서에도 신고하고!”몇몇 용전 정예들이 일사불란하게 건물 내부로 들어가자 선재 스님은 입가에 가소로운 표정을 지었다.‘김예훈, 역시 아무런 능력도 없는 놈이었네. 어쩜 부하들도 직접 나설 용기가 없어 경찰서에 신고할 생각부터 하지? 얼마나 무능한 놈이길래 이런 말을 하는 거야.’선재 스님은 일본 검을 뽑아 들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공격해.”30여 명의 부하들은 허리춤에서 일본검을 꺼내 앞으로 돌진했다.시즌 호텔 꼭대기 층에 있는 스위트룸 면적은 대략 45평 정도에 불과했다.부하들이 이미 순식간에 스위트룸 전체를 포위해서 선재 스님은 김예훈이 독 안에 든 쥐와 같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이전에 낭패 본 적 있어서 완전히 경계를 내려놓은 것도 아니었다. 그녀는 부하들에게 총을 꺼내라는 신호를 보내고는 자신도 총을 꺼내 총알을 장전하면서 발로 문을 걷어찼다.선재 스님은 거실에 있는 열몇 명의 용전 정예들을 보면서 거만한 표정으로 말했다.“김예훈 나와보라고 해. 안 나오면 너희들을 다 죽여버릴 거야.”이 순간 선재 스님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위엄을 풍기고 있었다.이렇게 해야만 어제 용문당 도관에서 잃었던 체면을 다시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하지만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안방 문이 열리면서 김예훈이 찻잔을 들고 무관심한 표정으로 걸어 나와 소파에 앉았다. 살기가 가득한 선재 스님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이때 스피커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선재 스님은 표정이 확 굳어버리고 말았다.김예훈은 선재 스님이 누군가에게 등 떠밀려 온 것인 것을 알고 있었다.그의 눈빛에서 조롱을 읽은 선재 스님은 다시 평정심을 잃기 시작했다.두려움과 분노가 동시에 이성을 지배한 선재 스님은 김예훈을 향해 총을 겨누면서 소리를 질렀다.“죽여! 죽여버리라고. 다른 사람은 다 죽여도 김예훈 목숨만은 남겨놔.”선재 스님의 명령하에 그녀의 뒤에 있던 열몇 명의 부하들이 모두 검을 들고 앞으로 돌
이때 한 광기가 넘치는 암살자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들어올렸다.쨍.추문성이 피하지도 않고 두 손으로 검을 잡는 순간 거대한 불빛이 뿜어져 나왔다.검은 그대로 두 동강이 나버렸고, 암살자의 목에 붉은 점이 나타나더니 빠르게 옆으로 확산했다.다른 암살자들은 깜짝 놀라서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나면서 총을 꺼내려고 했다.푸슉.추문성이 무표정으로 당도를 휘두르자 이들은 도망칠 기회도 없이 하나같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목을 감싸면서 바닥에 쓰러졌다.추문성은 이미 예전의 추문성이 아니었다.이렇게 많은 고수들을 쉽게 해결하는 걸 보면 이미 평범한 장병급 실력자로 보이지 않았다.이 순간 추문성은 이미 무신 급 턱밑까지 다다른 수준이었다.하지만 추문성은 더 이상 나서지 않고 가소로운 표정으로 선재 스님을 쳐다보았다.따라서 현장은 다시 평온을 되찾았다.“추문성...”선재 스님은 휘둥그레진 두 눈으로 추문성을 쳐다보며 고함을 질렀다.“네가 어떻게 감히 이 사람들을 죽일 수 있어. 얘네가 누구 사람인 줄 알고. 진주·밀양에서 쫓겨나고 싶어? 기생오라비 같은 김예훈과 끝까지 함께하려고? 추씨 가문 정말 제대로 미쳤구나. 죽고 싶어서 환장한 모양이야.”선재 스님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이들은 김현민이 직접 붙여준 정예들로 입만 열면 사모님이라고 불러줘서 무척이나 맘에 들었다.선재 스님은 심지어 이제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이 되면 이들을 어떻게 잘해줄지 생각하고 있는 중이었다.그런데 추문성의 손에 죽을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추문성이 아무말도 없이 손짓 한번 하자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곧바로 밖에서 시체들이 던져졌고, 열몇 명의 진주·밀양 용전 정예들이 모든 퇴로를 차단했다.이 순간 이미 대세가 기운 선재 스님은 눈빛이 어두워지면서 차갑게 말했다.“김예훈, 말해봐. 누가 너한테 몰래 소식을 전했는지.”“누가 나한테 소식을 전했냐고?”차를 마시고 있던 김예훈은 하마터면 뿜을 뻔했다.“스스로 배신할 가치라도 있다고 생각
선재 스님의 눈에는 김예훈이 그저 남의 등이나 처먹는 그런 놈이었다.속으로는 김예훈과 추하린의 관계만 흩트려 놓으면 다시 판을 뒤집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이때 김예훈이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선재 스님, 이 지경에 이르렀는데 그런 말로 나를 자극해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 당신을 죽일 마음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기다리지 않고 아까 진작에 죽였어.”“도대체 뭘 하려는 건데.”선재 스님은 표정이 확 어두워지고 말았다.“아주 간단해. 누가 너를 여기까지 보냈는지 말해.”김예훈이 웃으며 말했다.“비록 그 사람이 아무 생각도 없는 김현민이라는 건 알지만 네가 오륜 사찰에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고 해도 난 상관없어. 어차피 나도 오륜 사찰을 처리하고 싶었으니까.”김예훈이 아무렇지도 않게 한 말에 선재 스님은 표정이 변하면서 진지하게 말했다.“현민 씨를 함정에 빠뜨리려고?”김예훈이 피식 웃었다.“나를 죽이려고 이 많은 사람을 보냈는데 나라고 걔를 함정에 빠뜨리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 너도 알고 보면 참 불쌍한 여자야. 이용당한 것도 모르고 오륜 사찰을 팔아가면서 자기를 마음에 두지도 않는 남자를 보호하려고 하다니. 선재 스님, 궁금한 게 있어. 김현민이 너한테 어떤 약속을 했길래 이렇게 충성을 다하는 거야. 너 하나만을 사랑하겠다고 했어? 아니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안주인 자리를 저한테 내어주겠다고 했어? 이런 말을 믿는 자신이 너무 어리석다고 생각하지 않아?”자기 속마음을 꿰뚫고 있는 듯한 김예훈의 말에 선재 스님은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그녀는 자신이 했던 모든 행동을 다시 뒤돌아볼 수밖에 없었다.불안해하면서 자기를 의심하기 시작한 선재 스님의 모습에 김예훈이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이제 곧 날이 밝아지는데 아침 먹으러 갈 거야. 생각할 시간을 1분만 더 줄게. 오륜 사찰을 배신할지, 아니면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을 배신할지 잘 생각해 봐. 아무튼 난 다 상관없으니까.”이때 선재 스님이 발로 바닥을 힘껏 밟자 수많은 타일
추하린이 부하를 이끌고 시즌 호텔 공중 화원에 도착했을 때 주변은 이미 깨끗이 정리된 상태였다. 심지어 타일 틈새에 있던 핏물마저도 말끔히 청소되었다.공기 청정제까지 뿌려 광합성과 어우러져 살벌한 분위기와 피 냄새가 많이 사라진 느낌이었다.김예훈 앞에 있는 긴 테이블에는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하지만 그는 다과에는 관심이 없었고, 그저 보이차만 마실 뿐이다.추하린이 보이자 그는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진주·밀양에서 허유주, 동하임, 강서연을 비롯한 많은 여성을 알고 있지만 그중에서 진심으로 믿는 사람은 오직 추하린뿐이었다.게다가 추하린이 일을 결단력 있게 잘 처리하여 김예훈의 마음에 쏙 들었다.이것이 바로 어젯밤 사건에 진주·밀양 용전 정예들만 나타난 이유이기도 했다.김예훈은 추하린이 일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거로 전혀 의심치 않았다.“어젯밤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김예훈은 직접 추하린에게 차를 따라주면서 담담하게 말했다.추하린은 주저하지 않고 답했다.“김 도련님, 선재 스님은 죽이지 말았어야죠.”“전 죽인 적 없어요.”김예훈이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죽는 거로 충성을 다하겠다는데 아무도 말릴 수 없었어요. 현장에 증인들도 많았어요.”추하린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다 저희 사람들이라서 문제예요. 증언해봤자 아무런 신빙성도 없다고요. CCTV도 고장 나서 김 도련님이 선재 스님을 죽이지 않았다는 증거를 내놓지도 못해요.”김예훈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왜요. 김현민이랑 오륜 사찰에서 경찰서에 신고라도 하겠대요? 진주법으로 저를 다스리겠대요?”추하린은 머리가 지끈거리는지 이마를 주물렀다.“경찰서에서 해결한다면 전혀 두려울 필요도 없죠. 그런데 선재 스님이 죽는 바람에 김현민이 일본 야마구치파 검신을 보내서 김 도련님을 죽이려 했다는 증거가 없어진 거잖아요.”“용태웅은 증인이 아니에요?”김예훈이 물었다.“죽었어요.”추하린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어젯밤 유서를 남기고 감옥에서 죽었어요
“용태웅은 해결되었고, 그러면 선재 스님은...”추하린은 김예훈에게 분명 해결 방법이 있을 거로 생각했지만 그래도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김예훈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누구나 알다시피 이 사건은 분명 김현민과 관련되어 있을 거예요. 그런데 시체를 가지고 김현민을 찾아가봤자 아무런 의미도 없어요. 지금 저희가 그에 대해 아는 바대로 말과 행동이 다른 냉혈인이라 절대 인정하지 않을 거예요. 어쩌면 저희한테 다시 누명을 씌워 문제를 더 크게 만들수도 있어요.”“그러면 김 도련님 뜻은...”추하린은 미간을 찌푸린 채 눈가를 파르르 떨었다.김예훈이 무엇을 하려는지 대략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김예훈은 선재 스님 시체 위에 메모리 카드 하나를 던지며 말했다.“CCTV가 다 고장 나긴 해도 누군가 핸드폰으로 선재 스님이 자살했다는 과정을 찍어서 다행이에요. 시체를 오륜 사찰에 보내는 김에 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려요. 그러면 오륜 사찰에서 곧 저희한테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을 거예요.”덤덤한 김예훈과는 달리 추하린은 그제야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이 동영상을 인터넷에 퍼뜨리면 오륜 사찰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오륜 사찰의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것이다.김예훈은 엄연히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데 오륜 사찰이 옳고 그름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만 아니라면 무조건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었다.그리고 이 사건의 주범은 오륜 사찰을 건드린 상태에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자리에 앉기에는 쉽지 않을 것이다.이런 생각에 추하린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역시 김 도련님은 계획이 다 있었네요. 존경스러울 따름이에요.”김예훈은 그녀에게 또 차를 따라주면서 말했다.“제가 부탁한 거, 빠른 처리 부탁할게요. 그리고 한 분한테 밥 한 끼 사드리려고요.”추하린이 멈칫하면서 물었다.“누군데요?”그녀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이렇게 큰 사건이 발생했는데 밥 먹을 여유가 있다고? 아니면 진주·밀양에
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왜 그분이 먼저 다가오지 않고 저희가 접근해야 하는데요? 저 대신 쪽지를 건네주세요. 경기도 김 세자, 김예훈이 식사 한 끼 대접하고 싶다고요.”김예훈의 확신에 찬 표정에 추하린은 멈칫하다 결국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김 도련님, 저는 왜 이런 중요한 시점에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안동 김씨 가문 큰 어르신의 생신이 다가오는데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이 박연서 사모님을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데요. 생신날 박연서 사모님이 김현민을 아들로 받아들이겠다고 선포하기 전까지는 함부로 집을 나서지 못 가게 할 거예요. 솔직히 말해서 지금 박연서 사모님을 만나려고 하는 건 엄연히 안동 김씨 가문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생각해서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괜찮아요. 저희가 가만히 있다고 해도 김현민이 저희를 가만히 내버려 둘 것도 아니잖아요. 생신날이 다가오는 관계로 어쩌면 김현민이 자리를 굳히기 위해서 함부로 행동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수장 자리에 앉는 순간 저를 죽이기 위해 반드시 최선을 다할 거예요.”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김예훈은 어깨를 으쓱거렸다.추하린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면 김 도련님 뜻은...”김예훈이 담담하게 말했다.“경기도 김씨 가문도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소속인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경기도 김 세자로서 진주·밀양에 온 지도 오란데 수장님 부인께 식사를 대접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잖아요.”“이상하진 않죠.”추하린이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런데 김현민이 골치가 아프겠네요.”추하린이 김현민을 위해 기도할 정도였다.김예훈은 사실 안동 김씨 가문에 별로 관심이 없었다.그런데 김현민이 자꾸만 건드려서 적극적으로 나설 욕구가 생긴 것이다.게다가 김현민은 김예훈과 박연서가 만난다는 사실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사실 추하린도 경기도 김 세자와 안동 김씨 가문이 어느 정도 연관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다.“골치 아프긴요.”
진주 태산 남씨 가문 별장.서로 마주 보고 앉아있는 곽영현과 남지훈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그들의 맞은편에 다리를 꼬고 차를 마시고 있는 김병욱이 있었기 때문이다.김병욱은 새 번호로 문자 한 통을 보내고 나서 곽영현과 남지훈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두 분, 같은 진주 4대 도련님으로서 제가 방금 말씀드린 거래에 참여하실 건가요? 만약 참여하실 거라면 오늘부터 저희는 한편이 되는 것이고, 제가 수장 자리에 앉게 된다면 두 분을 절대 잊지 않을게요. 그런데 만약 참여하지 않는다면 김현민 도련님께 두 사람이 배신하려 했다고 할 거예요.”아까 김예훈에게 문자를 보낸 사람은 바로 김병욱이었다.이 말을 들은 곽영현은 표정이 굳어지더니 오랜 침묵 끝에 차갑게 말했다.“김현민 도련님으로 저희를 협박하려고요? 김병욱 씨, 정신이 나간 거 아니에요? 아무런 증거도 없는데 김현민 도련님이 당신 말을 믿어줄 것 같아요? 당신은 김현민 도련님이 기르고 있는 개 한 마리에 불과하다는 거 몰라서 그래요? 오랜 세월을 형제처럼 지내온 저희가 기르던 개 한 마리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되려고 한다면 김현민 도련님이 당신을 바로 한 대 쳐서 죽여버리려고 하지 않을까요?”김병욱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그럴 리가요.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하는데요. 4대 도련님이라는 신분도 김현민 도련님이 저에게 준건데 도련님을 떠나면 제가 무슨 자격으로 수장 자리에 오르겠어요. 그래서 도련님은 당신들 말을 믿지 않을 거예요. 반대로 저한테 동영상이 하나 있는데 다 보고 나서도 지금처럼 태연하게 말할 수 있기를 바랄게요.”말하는 사이 김병욱은 핸드폰을 꺼내 이들에게 동영상을 보여주었다.“남자 대장부는 맨날 다른 사람 밑에 있으면 안 돼.”화면 속 곽영현은 패기가 넘치고 거만한 표정으로 힘차게 말하고 있었다.흐뭇하게 보는 김병욱과는 달리 곽영현과 남지훈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어두워졌다.‘몰래 촬영하다니!’“말해보세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곽영
“제가 김태빈한테 시킨 건 맞지만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들의 안전이 걱정되어서 거미파 킬러를 심문하려고 한 거였어요. 거미파 킬러가 박연서를 암살하려던 게 확실해요. 저는 안동 김씨 가문의 내정된 차기 수장으로서 결정적인 순간에 권한을 행사했을 뿐이에요. 제가 함부로 권력을 행사했다는 것 빼고는 저를 탓할 수 있는 게 뭔데요? 저는 김태빈한테 박연서를 건드리라고 한 적도 없고, 골든 수비대가 함부로 해도 된다고 한 적 없어요.”김현민은 차를 마시며 태연하기만 했다.“게다가 제가 방금 입수한 소식에 따르면 거미파 킬러가 진작에 죽었다고 했어요. 가짜 소문이 퍼진 것도 박연서와 김예훈이 손을 잡고 저를 함정에 빠뜨리려는 수작이었다고요. 그런데 함정에 뛰어드는 사람이 제가 아니라 오히려 김태빈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겠죠.”“거미파 킬러가 이미 죽었다고?”김서하는 멈칫하고 말았다.‘내가 가장 걱정하던 부분이긴 했지만 증인이 없다면 두려워할 필요도 없잖아?’김현민은 웃으며 부하가 보내온 동영상을 보여주었다.영상을 보면 거미파 킬러는 누군가에 의해 구덩이에 묻히고 있었다.김서하는 그 장면을 보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이를 악물며 말했다.“박연서 그년이랑 김예훈 사이에 뭐가 있는 거 아니야? 아니면 어떻게 둘이 힘을 합쳐서 우리를 함정에 빠뜨릴 생각을 할 수 있어. 이런 제기랄. 저 사람들 때문에 우리만 강력한 조력자를 하나 잃어버렸네.”김현민이 웃으며 말했다.“새옹지마인 거죠. 김태빈한테 시킬 때부터 사실 이미 그가 실패했을 때의 후과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김예훈이 강하게 반격할 거라고 예상했지만 작은아버지가 마침 외국에서 돌아올 줄은 몰랐어요. 그래도 상관없어요. 셋째 집안과 넷째 집안의 무너진 거니까요. 작은아버지가 김태빈을 무너뜨리고 셋째 집안의 권한을 빼앗았으니 평소 중립을 지키던 셋째 아버지가 이런 상황에서 계속 중립을 지킬 리는 없다고 봐요. 셋째 아버지가 계속 중립을 지킨다 해도 언젠가 한쪽으로 치우칠 거라고 믿어요.”김현민의 확신에
박연서가 김승준에게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을 바꿔야 한다고 할 때, 진주 외곽에 있는 은밀한 별장 안.휴대폰 벨 소리에 깨난 김서하는 전화를 받자마자 표정이 확 변했다.그녀는 자기 방에서 나와 김현민 방문을 두드리면서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큰일났어. 김태빈이 잡혔대. 거미파 킬러를 잡아서 입을 막으려다가 별장에서 충돌이 발생했는데 그놈의 김예훈이 김태빈의 뺨을 때려서 체면을 완전히 구겨버렸어. 게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김승준이 돌아왔고. 김승준이 직접 김태빈의 오른손을 병신으로 만들어버렸대. 김태빈을 골든 수비대 책임자 자리에서 끌어내려 그 자리에 김윤후를 앉혔고, 김태빈은 집법부대에 끌려가 심문을 받고 있대. 김예훈 그놈은 귀한 손님 대접받기로 하면서 누구든 그를 건드리기만 하면 죽여 버릴 거래. 현민아, 우리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안 돼. 계속 이대로 나갔다간 네 주변 사람들이 점점 줄어들 거야. 네가 동원할 수 있는 인맥도 점점 줄어들 거고.”각종 일을 처리하느라 지쳐서 잠들었던 김현민은 이 순간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핸드폰을 켜보니 많은 사람이 상황 보고를 보내왔다.하지만 그는 빠르게 상황을 파악한 뒤에도 서두르지 않고 창문에 기대어 차를 마셨다.“현민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지금이 어느 때라고 아직도 그렇게 한가롭게 있어. 재난이 닥쳐온 거 모르겠냐고.”김서하의 안색은 너무나도 안 좋았다.“빨리 집법부대에 연락해서 김태빈을 풀어주라고 해. 골든 수비대가 김윤후한테 넘어가면 안 돼. 박연서가 골든 수비대를 장악하는 순간 우리가 엄청 불리해져. 아니다. 김승준의 명령이라 너도 말리지 못하겠지. 어르신 만나야겠어. 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은 어르신밖에 없어.”김서하는 이 순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웠다.그는 김현민의 것이 다른 사람 손에 넘어가는 걸 가만히 지켜볼 수 없었다.김현민이 피식 웃더니 말했다.“당황할 필요 없어요.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니까. 지금 어르신께 도움을 요청하면 오히려 저희가 무능하다고 생각할 거예요. 그
“난 괜찮아.”박연서는 뒤돌아 밝은 눈동자로 김승준을 바라보다 곧 미안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십 년 동안 내가 승준 씨에게 너무 큰 실망을 안겨준 것 같아. 아이를 잃고 계속 슬퍼하다가 승준 씨 감정은 한 번도 살피지 못했어. 승준 씨도 나를 신경 쓰느라 일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도 알고 있어. 내가 다시는 아이를 가질 마음이 없어서 어르신께서 현민이를 아들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한 것도 알고 있고. 그래서 현민이가 지금 안동 김씨 가문에서 꽤 큰 권력을 쥐게 되는 바람에 수장 자리가 위태로운 거잖아. 이렇게 된 거 다 나 때문인 것 같아.”김승준은 평소 눈물만 흘리던 아내가 자신을 이해하고 있을 줄 모르고 멈칫하고 말았다.‘김예훈 씨가 연서 씨 마음의 병을 고쳐줬다는 게 사실이었어?’김승준은 박연서의 마음의 병을 치료해주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에너지와 인맥을 동원했는지 모른다.‘아무런 효과도 없었는데 김예훈 씨한테 뺨을 몇 대 맞은 거로 다시 회복했다고?’김승준은 이해가 안 되어 김예훈을 혼내주고 싶었지만 아내가 다시 정상인 모습으로 돌아오자 더 이상 원망할 마음도 없이 오히려 감사할 따름이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사실 난 연서 씨를 한 번도 탓한 적 없어.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지나간 일은 이미 지나간 일이야. 우리 다시 시작하면 돼.”박연서는 갑자기 표정이 싸늘해지더니 조용히 말했다.“아니. 이 일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김승준이 멈칫할 때, 박연서가 계속해서 말했다.“내가 지금 모든 에너지를 동원해서 10년 전 우리 아들이 일찍 죽은 일을 다시 조사하고 있어. 방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반드시 목숨의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래야 마음의 병도 나을 수 있고, 정말 지나간 일로 떠나보낼 수 있을 것 같아.”김승준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태빈이가 오늘 저녁에 온 이유도...”“맞아. 내가 몇 가지 자료를 확인했거든. 어제 그 자료들을 불태우라고 시킨
“첫째, 오늘부터 골든 수비대는 김윤후가 책임져. 기존 책임자 김태빈은 안동 김씨 가문 집법부대에서 심문을 받아야 할 거야. 둘째,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별장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내 명령 없이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해. 내 명령을 어기면 무조건 처형할 거야. 셋째, 용문당 집법부대 당주님이신 김예훈 씨는 지금부터 나의 귀한 손님이며 진주·밀양에서 나랑 동등한 신분을 누리게 될 거야. 김예훈 씨를 모욕하는 자는 곧 나를 모욕하는 것으로 반드시 죽여버릴 거야.”김승준은 말하면서 흐뭇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김예훈도 김승준을 바라보며 웃으며 말했다.“수장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김예훈은 자신이 그동안 진주·밀양에서 해온 일을 그가 안동 김씨 가문 수장으로서 분명히 다 알고 있다고 믿었다.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귀한 손님으로 대접하고 있으니 이건 사실 그의 태도를 보여주는 거였다.그를 위해 우산을 들어주던 성지우는 이때 의아한 표정으로 김예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잘생긴 것 외에는 별 볼 것 없는 김예훈이 왜 수장님에게 중요한 존재인지 몰랐다.하지만 평소에 명령을 잘 따르는 그녀는 이 순간에도 쓸데없는 말 없이 자세를 낮추며 말했다.“네.”김태빈은 ‘집법부대’라는 네 글자를 듣자마자 정신이 번쩍 들면서 얼굴이 창백해졌다.“작은아버지, 저는 작은아버지 조카잖아요. 제가 얼마나 충성을 다했는데 저한테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 작은아버지!”김승준은 전혀 들리지 않는 것처럼 아무렇지 않게 별장 안으로 들어갔다.이때 성지유의 손짓하나에 경호팀이 김태빈을 붙잡아 바로 헬리콥터 기내로 데려갔다.김태빈이 몰락하고 김윤후가 부상하면서 안동 김씨 가문에 거대한 파문이 일어날 것이 뻔했다.이로써 김예훈도 진주·밀양이라는 큰 무대에서 큰 부각을 나타내게 되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의 귀한 손님을 건드리면 죽어서도 용서받지 못했다.한마디로 김예훈은 김승준 덕에 빛나는 사람으로 거듭났다고 할 수 있었다....김승준은 박연서의 방이
“네가 게임을 좋아하는 거라면 내가 함께해주지. 여기 빼낸 총알 다섯 알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다섯 집안을 대표하는 동시에 너의 자존심을 지켜준 거나 다름없어. 마지막 한 알은 한 남자가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을 뜻하고. 이제부터 벌어질 일은 네 운명에 달렸어.”김승준은 말을 끝내자마자 총으로 김태빈의 오른쪽 어깨에 겨냥했다.그리고는 태연하게 방아쇠를 당겼다.퍽.굉음과 함께 김태빈은 온몸이 흔들렸고, 거대한 힘에 휩쓸려 그래도 옆으로 날아갔다.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그는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비명을 지르고 싶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이를 꽉 깨물었다.‘첫 방에 맞다니. 정말 지지리도 운 없는 놈이네.’김예훈은 의미심장하게 김승준을 쳐다보았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이 능력도 있고 기개가 넘치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하지만 이것도 당연한 것이 만약 이 정도의 능력이 없었다면 안동 김씨 가문 사람들의 들끓는 마음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김태빈은 바닥에서 일어나려고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두 손이 모두 망가져서 지렁이처럼 바닥에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그의 부하들은 모두 무릎을 꿇고 있었고, 아무도 그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이 순간 김태빈의 눈빛에는 원망이 가득했다.예전에는 무슨 잘못을 저지르든 몇 마디 꾸중만 들었을 뿐이다.어차피 김승준은 자식이 없어서 조카들을 엄청나게 아꼈었다.아무리 화가 났더라도 기껏 해 뺨이나 몇 대 때리고 발길질하는 정도였다.이 정도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후손들에겐 애들 장난에 불과했다.하지만 김태빈은 김승준이 직접 총으로 자기 운명을 결정지을 오른팔을 망가뜨릴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그에게는 인생의 큰 치욕일 뿐만 아니라 앞날의 미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의미했다.자기가 안동 가문 셋째 집안의 도련님이자 아버지가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 중의 한 명인데 말이다.김태빈은 김승준이 이렇게 하는 건 자기 아버지의 체면을 짓밟은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했
“네가 팀을 이끌고 별장을 포위하고, 수장 패쪽을 망가뜨리고, 제멋대로 행동한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네가 절차대로 나한테 전화라도 했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다고. 그랬다면 네 행동을 이해했을 거야. 좀 더 문명적으로 이렇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지 않았다면 더 이상 뭐라 하지 않았을 거라고. 그런데 넌 내가 골든 수비대에 대한 믿음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행동하려 했어. 넌 내가 수년간 골든 수비대를 위해 쌓아온 명예를 짓밟으려는 거라고. 김태빈, 정말 실망이야.”김승준은 한숨을 내쉬면서 김태빈을 쳐다보았다.김태빈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망설이고 있었다.하지만 그때, 골든 수비대 정예들이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무릎을 꿇었다.“저희가 잘못했습니다. 수장님께서 저희를 처벌해주세요.”김태빈은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서 눈꺼풀이 떨렸다.그는 김승준 앞에 무릎 꿇으면 평생 다시 일어설 수 없다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이때 김태빈은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작은아버지를 무시한 게 아니에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거미파 킬러를 잡으려는 거였어요. 다른 킬러가 진주에 숨어있다가 저희 안동 김씨 가문 고위층을 노릴까 봐 두려웠다고요. 무슨 일이 일어날까 겁나서 급한 마음에 그런 거라고요. 제가 한 행동이 잘못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바로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한테도 사과할게요. 작은어머니께서 불편하셨다면 제 뺨을 때려도 좋아요. 절대 피하지 않을게요.”김태빈은 말하면서 일부러 부러진 왼손과 뺨 자국이 나 있는 얼굴을 드러내며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말없이 호소하는 듯했다.그는 일부러 뒤로 한 발짝 물러나는 척했다.김승준이 조금이라도 물러서거나 이 일을 이대로 너머길 기미만 보여도 김태빈은 그 틈을 타서 김예훈을 한 방에 밟아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김예훈은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으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김승준이 왜 결정적인 순간에 돌아왔는지 김예훈은 대충 이유를 짐작하고 있었다.만약 김태빈이 아직도 예전 방식대로 김승준을 속이려 한다면
골든 수비대든, 별장 경호원이나 하인들이든 이 순간 본능적으로 고개부터 숙였다.늘 거칠고 포악스럽던 김태빈도 김승준 앞에서는 갑자기 자기가 광대처럼 느껴져 너무나 우스꽝스럽고 무식해 보였다.그의 광기는 이 남자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잠시 후, 거의 모든 사람이 일제히 허리를 숙이며 공손하게 인사했다.“수장님.”오직 김예훈만은 인사하지 않고 오히려 흥미롭게 강렬한 기운을 뿜어내고 있는 이 중년 남성을 바라보았다.김승준이 이번에 돌아온 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예훈은 이제는 직접 나설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박연서에게 억울함을 뒤집어씌운 사람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었다.김예훈은 이참에 힘을 아낄 수 있어서 좋았다.김예훈이 웃을 듯 말 듯 한 표정을 짓고 있을 때, 김태빈이 비틀거리며 일어나더니 얼굴을 감싼 채 김승준 앞에 다가가 공손하게 인사했다.“작은아버지.”이 순간 김태빈은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친척관계를 이용해 한 줄기 희망을 찾으려는 무모한 시도를 하고 있었다.김승준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담담하게 말했다.“골든 수비대에 특수 권한을 부여한 건 나야. 사정이 급할 때 권한을 임시로 행사하는 것도,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침입한 것도 이해해. 그리고 내 수장 패쪽을 망가뜨린 것도 난 네 책임을 따지지 않을 거야. 어차피 난 항상 골든 수비대를 늘 지지해왔고, 골든 수비대가 있어서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도 똘똘히 뭉칠 수 있었어. 그런데 나한테 한마디도 없이 별장을 장악하고 규칙을 어기고 함부로 사람을 죽이려 한 건 내 아내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내가 오늘 안 돌아왔으면 너의 작은 어머니도 죽였겠네?”말하는 사이 김승준은 김태빈의 턱을 잡고 고개를 갸우뚱거리면서 말했다.“어르신 생신이 지나면 김현민이 바로 수장이 될 수 있을 거로 생각해? 그래서 내가 만만해 보였어?”“작은아버지, 그럴 리가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없어요. 작은아버지를 얼마나 존경하는데요. 그냥 오늘 급하게 움직여야
김태빈은 얼굴을 감싸주니 채 표정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김예훈 같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자기보다 더 잔인한 사람을 마주하자니 정말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심정이었다.김태빈은 마음속으로 이미 겁을 먹었지만 그동안 잘난 척한 것을 생각하면 자존심을 내려놓고 애원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빌면 골든 수비대가 진주·밀양에서 가장 큰 웃음거리가 될 거라는 걸 뼈저리게 알고 있었다.“마지막으로 기회 한번 더 줄게. 알아서 오른손을 부러뜨리고 사모님께 무릎 꿇고 사과해. 아니면 목숨을 내놔야 할 거야.”김예훈은 태연하게 김태빈의 운명을 선고해버렸다.김태빈이 얼굴이 일그러진 채 오른손을 부러뜨리려 할 때, 하늘에서 갑자기 거대한 굉음이 울려 퍼졌다.곧이어 열 대의 검은 물체가 굉음을 내며 접근했다.이것은 무장 헬리콥터로 멀리서부터 바다를 가르며 말로 다 할 수 없는 살기를 뿜어내면서 다가왔다.사람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이 무장 헬리콥터들은 이내 별장 꼭대기에 도착했다.이때 거대한 총이 헬리콥터에서 하나둘씩 튀어나와 현장에 있는 모든 골든 수비대 정예들을 조준했다.곧이어 무심한 듯한 목소리가 공중에서 흘러나왔다.“여기는 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 수장 경호팀. 이곳은 우리가 접수했으니 총 내려놔.”얼굴을 감싸고 있던 김태빈은 이 말을 듣고 표정이 확 변했다.‘이제 끝장이야.’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둘씩 맥이 풀려 손에 들고 있던 총을 바닥에 떨어뜨렸다.이들은 진주·밀양을 누비고 다니면서 모든 사람을 짓밟고 다녔지만 수장 경호팀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굴지 못했다.김윤후가 본능적으로 말했다.“수장님께서 돌아오셨어.”김예훈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부대를 바라보며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진주·밀양 안동 김씨 가문의 수장 김승준이라는 사람이 참 재미있네. 천군만마를 이끌고 외국에서 돌아온 거야? 뭐 하러 온 거지?’김예훈이 흥미롭게 지켜보는 가운데 헬리콥터들이 차례로 내려와 별장 한가운데에 멈췄다.총구로 골든 수비대를 겨누고
거침없던 김태빈이 마지막 순간에 이렇게 겁먹을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김태빈 역시도 자기가 충분히 미친 줄 알았는데 김예훈이 자기보다는 훨씬 더 미친 사람일 줄 몰랐다.엄마를 크게 부르는 김태빈을 보며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정신이 혼미해져 도무지 반응할 수 없었다.‘이것이 바로 김태빈의 진짜 얼굴인가?’잠시 멍해 있던 사람들은 갑자기 폭탄이 안 터진 것을 깨닫게 되었다.‘왜 안 터진 거지? 총을 쏘면 다 같이 죽는 거 아니었어? 왜 아무 일도 없는 거지?’김태빈은 얼굴이 갑자기 굳어버리더니 이 순간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늘 목숨으로 사람을 협박하던 김태빈이 생사의 갈림길에서 울며불며 엄마를 부를 줄이야...이 순간 김태빈은 차라리 맹승현처럼 겁에 질려 울고 싶었다.장내 한복판.김예훈은 의아한 표정으로 총을 보면서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총알이 어디 걸렸나? 보니까 다들 운이 좋나 봐요.”말하는 사이, 김예훈은 다시 몸에 폭탄이 묶인 골든 수비대 정예를 향해 총을 겨누더니 거침없이 방아쇠를 당겼다.철컥. 철컥. 철컥.소리만 날 뿐 총알은 튕겨 나오지 않는 걸 보니 정말 어디 걸렸던 거였다.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김예훈이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가슴이 조여오는 느낌이었다.담담한 목소리, 거침없은 행동에 골든 수비대 정예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극도로 어두워졌다.그들이 평소에 아무리 거만하고 대단할지라도 생사의 갈림길에서 김태빈이 엄마를 찾은 것으로 이미 고개를 들 수 없었다.골든 수비대는 오늘부터 진주·밀양에서 하나의 큰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재미없어. 총을 바꿔서 계속 놀아볼까?”김예훈은 고장 난 총을 바닥에 던져버리고 손을 툭툭 털면서 김태빈에게 다가갔다.그리고 손을 뻗어 김태빈 허리춤에 있던 총을 빼내려 했다.방금 죽음의 문턱을 넘나든 김태빈은 창백해진 얼굴로 본능적으로 피하려 했다.거의 죽을 뻔한 사람만이 생명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이 순간 김태빈은 진짜 두려워하고 있었다.“왜? 넌 골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