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g-log in한편, 흑룡과 만남을 뚜렷한 성과 없이 끝내고 작업용 트럭으로 돌아온 주동복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턱밑까지 차오르는 숨을 헐떡이며 정연우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서귀포해경 민원실에서 스쳐 지나듯 목격했던 여경, 요염하고도 팽팽한 실루엣이 뇌리에 선명하게 자리 잡아 도무지 떨어지지 않은 탓에, 짐승의 아랫도리는 터질 듯 부풀어 올라 머릿속 가득 지독한 욕정이 곤두서 있었다.
신호음이 채 가기도 전에, 화면 너머로 연우의 겁에 질린 떨리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경찰청 내부망이고 지랄이고 당장 탈탈 털어. 김유라 계집년, 서귀포해경에서 보았다고, 그런데 그년이 제주 경찰서에 근무한다는 네년이 잘못 알고 있는 것 아냐? 기한은 모레까지, 똑바로 알아내지 못하면… 네년의 보지를 걸레로 만들 테니까 알아서 기어.”
“서귀포해경이라니요?”
“흥! 김유라 그년 실물을 서귀포
한편, 화산섬에 여명이 밝아오자 김인아는 가슴을 짓누르는 절망 속에서도 이를 악물고 안간힘을 기울였다. 배 속의 아기는 물론 생명의 은인 도진과 살아남기 위해서는 위태로운 그를 반드시 살려내야만 했다. 피부를 상하게 하는 짠내에 절은 그의 몸이 저체온증과 상처 난 부위 염증이 악화하는 것을 필사적으로 막아야 했다. 인아가 그를 덮었던 옷가지를 조심스럽게 치우자 마침내 도진의 전신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인아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들이켜며 눈을 질끈 감았다.“어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하지만 생사를 다투는 간호를 위해선 도저히 피할 수 없는 과정이었다. 인아는 물기를 꽉 짠 젖은 옷자락으로 도진의 상체에 묻은 검붉은 핏자국과 오염물을 정성스럽게 닦아내었다. 탄탄하게 다져진 가슴 근육과 거친 사투의 흔적이 남은 복근을 지나, 그녀의 떨리는 손길이 마침내 그의 하체에 가닿았다. 그 순간 인아의 손끝과 움직임이 거짓말처럼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버렸다.비록 의식을 잃은 채 탈진해 있었으나, 다리 사이 묵직하게 자리 잡은 도진의 상징은 그 존재감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죽은 남편 장성봉과는 애초에 비교조차 되지 않는 엄청난 위용이었다. 심지어 광기에 젖어 자신을 음란하게 희롱하던 악마 주동치의 흉물스러운 물건과 견주어도 절대 뒤지지 않을 만큼 당당하고 거대한 갈색빛의 성기가 숲처럼 우거진 음모 사이로 위용을 드러내고 있었다.인아는 얼굴 전체가 화끈하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끼며 거칠게 마른침을 삼켰다. 저 거대한 육체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온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는 사실에 전율할 것 같은 경외감과 함께, 여태껏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원초적인 남성성이 그녀의 말초신경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인아는 애써 이성을 붙잡으며 젖은 천으로 그의 사타구니와 단단한 허벅지를 구석구석 닦아내었다. 손끝에 닿는 단단한 근육의 탄력과 묵직한 무게감이 그녀의 손바닥을 타고 심장 깊숙
오재도의 관심은 지금의 유라에게 그 따뜻함이 구원이 아니라, 오히려 씻을 수 없는 죄악이자 턱밑까지 차오르는 굴욕의 트라우마를 일깨우는 트리거였다.‘내 몸에 손대지 마… 난 더러워. 난 이미 그날 그 지옥에서 영혼까지 짓밟힌 쓰레기일 뿐이야….’머릿속은 폭풍우를 만난 것처럼 지독하게 혼란스러웠다. 청풍 3호는 행방을 알 수 없었고, 만악의 근원인 주동치는 바다 밑에 처박혔는지 세상 어디에도 그 형체를 찾을 수 없었다. 짐승의 목을 끊어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내달렸던 발악이 텅 빈 바다와 유가족들의 삿대질 앞에서 산산조각이 나 버린 것이다.주동치를 검거하기는커녕 빈손으로 쫓기듯 돌아와, 해경 로비 한가운데서 유가족에게 비난을 듣는 자신의 처지가 생각할수록 비참했다. 오재도가 자신을 향해 보내는 그 진심 어린 걱정의 눈빛조차도, 썩어 문드러진 자신의 치부를 더욱 뼈저리게 후벼 파는 가혹한 형벌처럼 느껴졌다.유라는 오재도의 손길을 뿌리치지도 못한 채,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술을 짓씹으며 피눈물을 삼켰다.‘끝났어… 복수도, 내 남은 인생도 여기서 다 끝난 거야.’등 뒤 어딘가에서 여전히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을 짐승의 시선과 눈앞에서 쏟아지는 싸늘한 비난 속에서 유라는 태풍보다 더 지독한 절망의 구렁텅이로 속절없이 침몰하고 있었다.그리고 그 아비규환의 소란스러운 풍경 너머, 해경 청사 1층 야외 주차장 구석에 은밀하게 세워진 검은색 세단 안에서 이 모든 광경을 변태적인 흥미로 가득 찬 눈으로 감상하는 짐승의 눈이 섬뜩하게 번들거렸다. 창문을 반쯤 내린 채 민원실 안을 응시하던 강태호의 입가에는 추악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뺨을 맞고 휘청이는 유라의 굴욕적인 모습, 그리고 찢어진 제복 틈새로 살짝 노출된 풍만한 가슴은 태호의 음심을 순식간에 최고조로 끌어올렸다.놈은
오재도가 다가와 유라의 어깨를 짚었지만, 유라는 그 따뜻한 온기를 받아들일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김 경사, 오늘은 일단 좀 쉬게. 자네 잘못이 아니야.”멀미를 겪으며 온 힘을 다한 수색, 그러나 실패한 작전이 안겨준 허탈감과 함께 해경 청사로 들어서는 김유라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위로나 격려가 아닌, 폭발한 유가족들의 원망이었다.그중에 강미숙의 패악은 단순한 항의의 수준을 넘어 영혼까지 잠식당한 광기 어린 발악이었다. 하나뿐인 아들을 세상에서 잃을지 모른다는 처절하고도 찢어지는 절망은 이성을 완전히 상실한 악귀가 되어 서귀포해경청을 지독한 난장판으로 뒤흔들었다.“뻔뻔하게 빈손으로 고개 쳐들고 들어오면 어떡해? 내 아들은 어쩌고 빈 배로 기어들어 오느냐고!”강미숙은 제정신이 아닌 실성한 귀신처럼 찢어지는 비명을 내지르며 유라에게 사납게 달려들었다. 8년 동안 뼛속 깊이 켜켜이 쌓인 한과 문부열에게 당했던 굴욕, 그리고 지독한 해상 멀미와 성과 없는 수색으로 심신이 피폐해질 대로 피폐해진 유라는 그녀의 돌발적인 난동을 미처 피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허망하게 허우적거리며 붙잡히고 말았다. 도움닫기 하듯 돌진한 강미숙의 거칠고 매서운 손이 헤어넷으로 갈무리한 유라의 머리칼을 사납게 휘감아 쥐고 사정없이 흔들어 댔다.“야, 이 천벌 받을 년아! 내 눈 똑바로 보고 대답해 봐! 우리 성봉이 바다 어디 있어! 내 아들 당장 살려내란 말이야!”강미숙의 손에 머리채를 속절없이 휘어 잡혀 헝클어진 머리가 한 움큼 뽑혀 나갈 듯 뜯겨나갔다. 한이 맺힌 어미의 괴력은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유라를 바닥으로 짓눌렀다.그 뒤를 미치광이처럼 따르던 장성봉의 누나 장자영은 한술 더 떠 핏대를 바짝 세우며 악을 썼다. 그녀는 들고 있던 피켓을 바닥에 내동댕이치더니, 유라의 얼굴 앞에 바짝 다가서 손가락질하며
태풍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고 물러간 바다는 기괴할 만큼 고요했다.불과 몇 시간 전까지만 해도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지워 버릴 듯 포효하던 파도는 언제 그랬냐는 듯 잦아들었다. 그러나 그것은 평온이 아니었다. 거대한 재앙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죽음의 침묵이었다.잔잔해진 수면 위로 청풍 3호의 잔해들이 떠다녔다. 부러진 난간과 찢겨 나간 선체 조각, 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부유물들이 검푸른 물결에 실려 해안으로 밀려들었다. 바닷물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하던 커다란 목재 널빤지 하나가 마침내 검은 모래사장에 걸렸다.그 위에 사내 하나가 축 늘어져 있었다.주동치였다.“커헉…! 컥, 퉤!”그의 입에서 바닷물과 피가 뒤섞인 검붉은 액체가 쏟아졌다. 사내는 숨을 몰아쉬며 몸을 뒤틀었다. 폐 속까지 밀려든 물을 토해내려고 할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온몸의 뼈가 으스러진 것 같았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조차 쉽지 않았다.특히 왼쪽 다리는 끔찍한 상태였다. 정강이 부근이 비정상적으로 꺾여 있었고, 살갗은 찢겨 피와 모래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손바닥에는 부러진 목재에서 떨어져 나온 굵은 가시가 깊숙이 박혀 있었다.그런데도 주동치는 죽지 않았다.푹 꺼진 눈두덩 아래에서 시커먼 눈동자가 번뜩였다. 죽음의 문턱에서 겨우 숨을 되찾은 인간의 눈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을 이 꼴로 만든 세상을 모조리 물어뜯겠다는 짐승의 눈에 가까웠다.주동치는 떨리는 팔로 널빤지를 짚었다.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는 몇 번이나 미끄러진 끝에 간신히 몸을 뒤집었다.그리고 해변으로 굴러떨어졌다.자갈밭에 부딪힌 몸에서 둔탁한 소리가 났다. 부러진 다리가 돌부리에 걸리자 눈앞이 새하얘졌다. 비명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지만, 그는 이를 악물었다. 고통에
불빛이 보이지 않았다. 따라서 도움을 청할 곳도 없었다.이름조차 모르는 고립된 무인도. 휴대전화도, 식량도, 마실 물도 없었다. 언제 다시 태풍이 덮칠지, 배 속의 아이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알 수 없는 절망 속에서 무엇보다 도진의 상태가 심상치 않았다.“일어날 수 있겠어요?”도진은 대답 대신 이를 악물었다. 모래를 짚은 손에 힘을 주며 상체를 일으키려 했으나, 가슴을 관통하는 통증에 얼굴이 일그러졌다.“…잠깐만요.”그는 한동안 고개를 숙인 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윽고 바닥을 짚고 천천히 몸을 세웠다. 다리가 휘청거렸지만, 이번에는 주저앉지 않았다. 인아가 급히 그의 팔을 붙잡았다.“천천히…요.”“여기서… 벗어나야 합니다.”“예, 저쪽으로 가요.”인아의 손가락 끝을 따라, 해안 안쪽에 움푹 파인 동굴 같은 틈새가 눈에 들어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여 발을 내디뎠다.몇 걸음 안 되는 거리가 끝이 보이지 않을 만큼 길었다. 마침내 도달한 동굴은 파도를 직격으로 피할 수 있는 은신처였다. 도진은 바닥에 누운 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창백한 얼굴에는 식은땀이 빗물처럼 엉겨 있었다.인아는 그의 옆에 주저앉아 젖은 머리카락을 걷어 주었다.“선장님… 우리 살아서 나가기로 했잖아요.”“…인아 씨, 반드시… 요.”희미하지만 분명한 목소리였다. 밖에서는 파도가 바위를 때리는 포효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인아는 도진의 손을 붙잡고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제가 어떻게든… 지켜줄게요.”잠
청풍3호 선체 아래쪽에서 무언가가 으스러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연달아 터졌다. 암초였다. 암초에 걸린 배가 거센 파도에 얻어맞을 때마다 용골이 비명을 질렀고, 갈라진 틈으로 밀려든 바닷물이 갑판 위를 무섭게 휩쓸었다. 발목을 적시던 물은 어느새 무릎까지 차올랐다. 난간에 매달린 구명조끼와 어구들이 물살에 휩쓸려 이리저리 날뛰었다.배가 가라앉고 있었다.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부풀어 오른 만삭의 배를 끌어안은 김인아는 기울어진 갑판에 한쪽 무릎을 댄 채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찢어질 듯 당기는 아랫배와 허리의 통증이 연달아 밀려왔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이 짓눌렸고, 차가운 바닷바람은 젖은 옷을 뚫고 뼛속까지 파고들었다.그녀는 이를 악물었다.여기서 정신을 놓으면 끝이었다.뱃속의 태아도, 자신도, 그리고 눈앞에서 피를 흘리는 김도진 선장도. 모두 이 검푸른 바다에 삼켜질 터였다.언제 침몰할지 모르는 청풍 3호의 기울어진 갑판 위, 신음하는 인아는 핏발 선 시신경을 곤두세워 전방에 가져갔다.애초에 이 비정한 망망대해 한가운데서 청풍 3호가 암초에 부딪혀 치명적인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그만큼 해수면이 깊지 않다는 뜻이었다.인아는 핏발이 선 눈으로 짙은 해무를 뚫어지라 주시했다. 한 치 앞도 분간하기 어려운 안개 너머로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려왔다.그러던 순간이었다.몰아치던 태풍이 거짓말처럼 잠깐 숨을 고르더니, 해무의 한쪽이 바람에 걷혔다.그 틈으로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처음에는 거대한 파도가 솟아오른 줄 알았다. 하지만 안개가 조금 더 걷히자, 수면 위로 우뚝 솟은 검은 화산암 절벽이 드러났다. 나무 한 그루 자라기 어려울 만큼 가파른 암벽이 병풍처럼 해안을 둘러싸고 있었다. 그 위로 희미하게 보이는 짙은 언덕은 분명 육지의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