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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또다른 포식자

Penulis: 미친개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10 15:36:08

절도있는 거수 경례와 함께 유라의 목소리가 사무실에 울렸다.

“8월 25일 자로 제주 광역수사대, 발령받은 김유라 경사입니다. 신고합니다!”

책상에 비스듬히 앉아 서류를 보던 문부열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문 과장의 눈은 서류가 아닌, 유라의 잘록한 허리와 그 아래 팽팽하게 솟구친 둔부를 노골적으로 훑어 내려갔다.

“아, 김유라 경사. 소문은 익히 들었지. 실력보다… 하드웨어가 아주 훌륭하다고.”

문부열이 자리에서 일어나 유라에게 다가왔다. 그의 몸에서 풍기는 진한 위스키 향과 비릿한 스킨로션 냄새가 유라의 트라우마를 자극했다. 문부열은 유라의 앞에 멈춰 서서, 마치 물건을 감정하듯 그녀의 어깨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쓸어내렸다. 단순한 격려라기엔 손가락 끝의 힘이 지나치게 노골적이었다.

“제복이 좀 타이트한 것 같은데? 경찰학교 예산이 부족했나, 아니면 김 경사 몸이 예산보다 더 넘치는 건가?”

문부열은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유라의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권총 홀스트가 닿아있는 허벅지 근처까지 문부열의 손이 슬쩍 스쳐 지나갔다. 유라는 본능적으로 몸이 굳었지만, 상관의 ‘스킨십’이라는 명분 앞에 이를 악물고 버텼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과장님.”

“그래, 그래야지. 제주 바다는 육지보다 훨씬 거칠 거든. 김 경사처럼… 탐스러운 사냥개는 내가 특별하게 관리가 필요할 것 같군.”

문부열은 유라의 귓가에 낮게 읊조리며, 그녀의 셔츠 깃을 정리해주는 척 손가락을 안쪽으로 밀어 넣어 쇄골 근처의 살결을 툭 건드렸다. 순간 8년 전 폐건물에서 느꼈던 그 소름 끼치는 감각이 유라의 전신을 훑고 지나갔다.

유라는 심리분석가로서 문부열의 눈에서 번들거리는 노골적인 음침함을 읽었다. 문 과장은 주동치를 잡으러 온 수사관을 환영하는 게 아니었다. 자신의 영지에 새로 들어온 보기 귀한 여자를 감상하고 있었다.

신고식을 마치고 집무실을 나오는 유라의 손이 파르르 떨렸다. 주동치라는 짐승을 잡기 위해 들어온 이곳에서, 그녀는 벌써 또 다른 포식자의 아가리 속으로 걸어 들어왔음을 직감했다.

발령 신고식 이후 3일간, 문부열은 김유라에게 단 한 번의 시선도 주지 않았다. 관심 없는 척, 그저 유능하고 바쁜 수사과장의 모습으로 일관하며 유라의 경계심을 교묘하게 허물어뜨렸다. 그러나 그것은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의 동선을 파악하기 위해 숨을 죽이는 인고의 시간이었다.

4일째 되는 날 오후, 수사과장 집무실의 내선 전화가 유라의 책상 위에서 날카롭게 울렸다.

“김 경사, 잠시 과장실로 오지.”

짧고 사무적인 명령. 유라는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문부열은 안경을 고쳐 쓰며 서류 더미에 파묻혀 있었다. 그는 유라가 들어왔음에도 한참 동안 서류를 넘기며 그녀를 세워두었다. 권력자가 피지배자를 길들이는 가장 고전적이고 비열한 압박이었다.

“앉게, 김 경사.”

마침내 고개를 든 문부열의 눈빛은 인자한 상사 그 자체였다. 순간 실내는 바깥 날씨만큼이나 후끈했다.

문부열은 책상 위에 놓인 유라의 인사기록 카드를 천천히 훑으며 부드럽게 입을 열었다.

“서울 본청에서도 탐내던 인재가 왜 굳이 이 험한 제주 광수대까지 자원했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여긴 육지보다 훨씬 비리고, 비린내 나는 놈들이 많거든. 우리 예쁜 김 경사가 다치기라도 하면 내 마음이 참 아플 것 같아서 그래.”

말끝은 다정했지만, 과장의 시선은 유라의 셔츠 옷깃 사이, 숨을 쉴 때마다 오르내리는 흉곽의 움직임을 집요하게 쫓고 있었다.

‘이 팽팽한 제복 안에 숨겨진 살결은 얼마나 더 희고 고울까. 꼿꼿하게 세운 저 자존심이 내 발치 아래서 수치심으로 뭉개질 때, 저 단정한 입술에선 어떤 비명이 터져 나올지 벌써 아랫도리가 묵직해지는군.’

문부열이 망상에 빠진 그때 유라가 또박또박 말을 이었다.

“과장님, 저는 오로지 범죄자 소탕을 위해 자원했습니다. 특히 대륙에서 건너온 짐승이 제주에 있다고 하니, 제 손으로 잡고 싶습니다.”

유라의 대답은 단호했다. 하지만 문부열은 비릿하게 웃으며 의자를 앞으로 당겨 유라에게 바짝 밀착했다. 순간 유라의 심장이 파열될 것처럼 요동쳤다. 문부열 과장의 위스키 향 섞인 숨결이 유라의 뺨을 스쳤다.

“범죄자 소탕, 하하! 대륙의 짐승이라… 좋은 포부야. 하지만 김 경사, 자네 기록을 보니 8년 전 서울에서 있었던 폭행 사건 수사 기록에 자네 이름이 참고인으로 있더군. 재개발 구역 폐건물이었나?”

유라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과장은 이미 유라의 아킬레스건을 정확히 쥐고 있었다.

“자네를 위해서 묻는 거야. 혹시 사적인 원한 때문에 공적인 수사를 망칠까 봐 걱정돼서 말이지. 신입 여경의 커리어에 오점이 남으면 안 되잖아, 안 그래?”

문부열은 말을 하며 유라의 손등에 자신의 두툼한 손을 겹쳐 올렸다. 단순한 격려를 가장한 노골적인 추행. 그의 손가락 끝이 유라의 맥박이 요동치는 손목 안쪽을 끈적하게 만졌다.

“어려운 일 있으면 언제든 나를 찾아오게. 내가 김 경사의 든든한 뒷배가 되어줄 테니. 물론… 그만큼 김 경사도 나한테 충성스러운 사냥개가 되어줘야겠지만.”

문부열의 눈에서 번들거리는 음심은 이미 유라의 제복을 낱낱이 벗겨내고 있었다. 그는 ‘보호’라는 명분으로 유라의 목에 보이지 않는 사슬을 채우고 있었다. 유라는 과장의 눈길에 소름이 돋았지만, 수사권을 쥐고 있는 문부열을 거역할 수 없음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명심하겠습니다, 과장님.”

“그래, 우리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도록 하지. 김 경사의 그 깊은 사연까지 말이야.”

집무실을 나오는 유라의 등 뒤로 문부열의 가학적인 시선이 뱀처럼 달라붙었다. 주동치를 잡으려고 온 이곳에서, 유라는 이미 문부열이라는 거대한 거미줄에 한쪽 날개가 짓눌린 채 복수의 서막을 올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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