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도현은 여전히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마카오 현지에서 영향력을 키워 나가는 한편, 마카오 행정장관과도 종종 식사를 할 정도로 정·재계 인사들과 두루 교류하고 있었다.그러던 어느 날.도현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강 회장님, 잠시 뵐 수 있을까요?”“아, 장관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장관님께서 보자고 하시는데 한걸음에 달려가야죠. 어디십니까?”“하하하. 역시 강 회장님은 젊어서 행동도 빠르군요.”“어디로 오실 필요는 없어요. 여기 강 회장님 호텔 로비입니다.”“네, 장관님. 바로 내려가 뵙겠습니다.”도현은 서둘러 겉옷을 걸쳤다.그때 비서가 물었다.“회장님, 어디 가시나요?”“로비에 잠깐 다녀오려고요. 혹시 일정이 있나요?”“아닙니다. 앞으로 두 시간 정도는 일정이 없습니다.”“아, 그래요? 그럼 다녀올게요.”“네, 회장님.”도현은 로비에 도착하자 장관을 발견하고 인사를 건넸다. 장관도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그의 옆에는 젊은 남자 한 명이 함께 있었다.두 사람은 악수를 나눈 뒤 자리에 앉았다.“강 회장, 이번에 사람을 한 분 소개해 주려고 직접 호텔로 왔소.”“네, 장관님. 잘 오셨습니다. 편하게 VIP룸으로 가서 조용히 이야기 나누시는 건 어떻습니까?”“그게 좋겠구려. 그럽시다.”장관은 도현의 말을 옆에 있던 남자에게 전했다.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도현은 직원을 불러 손님들을 VIP룸으로 안내하고 음식도 준비하도록 지시했다.직원은 서둘러 인터폰으로 지시 사항을 전달했다.“그럼 장관님, 가시죠.”도현은 장관과 남자를 안내해 엘리베이터에 올랐다.“강 회장, 이번에 새로 리모델링하더니 호텔이 더욱 화려해졌구려.”“네. 이번에는 카터 문 사장님이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습니다. 장관님께서도 뒤에서 많은 도움을 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하하하. 내가 뭘 했다고 그러시오. 다 강 회장 수완이 좋은 덕분이지.”“과찬이십니다.”잠시 후 엘리베이터가 멈췄다.“장관님, 여깁니다. 들어가시죠.”세 사
도현은 다시 TOT사의 자료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었다.혹시 놓친 부분은 없는지, 미처 확인하지 못한 위험 요소는 없는지.자료를 하나씩 검토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몰랐다.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네, 들어오세요.”비서가 들어와 물었다.“회장님, 오후 일정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남은 일정이 뭐가 있죠?”“마카오 재계 회장님들과의 간담회가 있습니다.”도현은 잠시 생각한 뒤 대답했다.“오늘은 컨디션이 좋지 않아 불참한다고 전해주세요.”“네, 회장님.”도현은 서류를 내려놓고 다시 물었다.“오후에는 조금 쉬면서 서류를 검토하고 싶은데, 빠지면 안 되는 일정이 있을까요?”비서는 일정표를 꼼꼼히 살펴봤다.“회장님, 이후 외부 일정은 없습니다.”“그래요? 그럼 소이 씨도 퇴근하세요.”“네, 알겠습니다. 회장님.”비서까지 퇴근하자 회장실은 조용해졌다.도현은 다시 자리에 앉아 서류 검토를 이어갔다.TOT사.살펴볼수록 매력적인 회사였다.‘내일은 출근하면서 공 사장님을 만나봐야겠어.’도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다른 서류들도 차례로 검토했다.한참을 일하다 보니 문득 허기가 느껴졌다.그제야 시간을 확인한 도현은 필요한 서류들을 챙겨 가방에 넣고 회장실을 나섰다.---다음 날 아침.TOT사.“강 회장님, 이렇게 이른 시간에 뵙자고 하셔서 깜짝 놀랐습니다.”공 사장이 반갑게 인사했다.도현은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죄송합니다. 서류를 확인하다 보니 궁금한 점이 점점 많아졌습니다.”“잘 오셨습니다. 어서 안으로 들어가시죠.”공 사장은 도현과 함께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회사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직원들 모두에게서 생기가 느껴졌다.공 사장은 미리 준비해 둔 회의실로 도현을 안내했다. 그곳에는 실무 직원 한 명이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고 있었다.“강 회장님, 저희 개발팀장입니다.”개발팀장은 정중하게 인사한 뒤 준비한 자료를 바탕으로 설명을 시작했다.하지만 전문적인 용어가 이어지자 도현은 조금 난처해졌다.“죄송합니
로렌은 은은한 재즈 음악이 흐르는 작은 술집으로 도현을 안내했다.술집에 들어선 도현은 잔잔한 음악과 한산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는지 로렌을 바라보며 물었다.“로렌 사장님은 이런 곳을 어떻게 이렇게 잘 아세요?”“도현 씨, 이제 우리 둘뿐이에요!”“아... 로렌 씨, 죄송합니다.”두 사람은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음악을 듣고 있으니 직원이 다가왔고, 두 사람은 간단한 칵테일과 안주를 주문했다.잠시 후, 도현이 먼저 입을 열었다.“아까 TOT 공 사장님과 투자 문제로 이야기할 때 놀라셨죠?”로렌의 표정이 단번에 굳었다.“일 얘기는 그만해요! 도현 씨랑 둘이 있을 때만큼은 일 얘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일 얘기는 회사에서만 해요.”도현은 아무 말 없이 그녀를 바라봤다.그 모습을 보던 로렌은 답답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아니, 나랑 둘이 있을 때 일 얘기 말고는 할 이야기가 그렇게 없어요?”“죄송합니다.”로렌은 어이가 없다는 듯 도현을 바라봤다.“도현 씨, 연애해 본 적은 있어요?”잠시 뜸을 들인 그녀가 혼잣말처럼 덧붙였다.“없죠? 있을 리가 있나...”“있습니다.”도현이 조용히 대답했다.“사랑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도...”말끝을 흐린 도현은 물을 한 모금 마셨다.그 말을 들은 로렌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멍하니 그를 바라봤다.그동안 상상했던 여러 경우 중 최악이었다.차라리 연애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남자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차라리 여러 여자를 만나고 다니는 남자였어도 괜찮았을 것이다.차라리 자신이 두 번째 여자라도 좋다고 생각했다.이 남자의 마음을 얻을 수만 있다면.그런데 몇 년 동안 도현을 지켜봤지만, 그가 만나는 여자는 없었다.사람을 붙여 알아보게까지 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그래서 한편으로는 안심했는지도 몰랐다.그런데 그런 남자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있다니.그것도 지금까지 잊지 못한 여자라니.로렌은 믿고 싶지 않았다.“거짓말하지 마요. 거짓말이죠?”그녀
천룡그룹은 출범식과 취임식을 성대하게 마무리했다.이후 각 사업 부문도 저마다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물류와 유통 사업은 리천의 능력과 대규모 투자를 바탕으로 전국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호텔과 카지노 사업 역시 마카오에서 최고의 시설과 서비스를 앞세워 연일 성황리에 영업 중이었다.마카오의 현금이 모두 천룡그룹으로 흘러간다는 소문이 나올 정도였다.금융투자회사는 로렌의 수완으로 규모를 키워가고 있었고, 투자를 원하는 업체들이 줄을 이었다.도현은 로렌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도 투자회사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었다.도현은 서류를 살펴보다가 한 회사를 확인한 뒤 로렌에게 물었다."로렌 사장님, 이번 투자 건은 어디까지 진행됐습니까?"로렌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설명을 이어갔다."현재 투자는 50% 정도 진행된 상태입니다. 나머지 투자금은 1년간 순차적으로 지원할 예정입니다.""현재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IPO도 준비 중입니다. 향후 투자금은 주식으로 받을 예정이며, IPO에 성공하면 투자금의 500% 이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도현은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좋군요. 그럼 이 회사는요?"로렌은 다른 서류를 확인하며 대답했다."이 회사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다만 조금 위험 부담이 있습니다. 아직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현재 개발 중인 기술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습니다.""성공 확률은 30%가 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추가 투자까지 요청하고 있습니다."도현은 해당 회사의 서류를 꼼꼼하게 살펴봤다.두 번, 세 번 거듭 확인한 뒤 로렌에게 다시 물었다."로렌 씨, 이 회사와 지금 미팅이 가능할까요?"로렌은 살짝 당황한 표정으로 되물었다."지금요? 불가능한 건 아닙니다만…… 무슨 이유로 그러시는 겁니까?"도현은 시계를 확인했다."지금이…… 5시니까. 그럼 사장님과 7시에 저녁 식사를 할 수 있을까요? 저번에 로렌 씨와 식사했던 그…… 상호가…… 미…… 뭐였죠?"로렌은 어이가 없다는 듯 도현을 바라보
호텔 연회장 안쪽 밀실.장천룽은 잠시 쉬카이를 바라봤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잠시 숨을 고른 뒤, 쉬카이는 다시 입을 열었다."셋째, 장천룽 회장님은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과 자원을 활용해 한 사람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장천룽의 눈빛이 흔들렸다.쉬카이는 그를 바라보며 마지막 말을 전했다."그 사람은 바로…… 이장천의 손자, 이현준이다."밀실 안이 조용해졌다.장천룽은 예상하지 못한 이름을 듣고 잠시 말을 잃었다. 카터 문 역시 놀란 표정으로 쉬카이를 바라봤다.그리고 노인은 말없이 세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쉬카이는 잠시 침묵한 뒤 다시 입을 열었다."넷째는……"쉬카이가 넷째 명령을 말하려는 순간, 노인이 그의 손을 잡으며 말을 멈추게 했다."쉬카이. 넷째는 내가 직접 말하겠네."쉬카이는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 앉았다.노인은 장천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먼저 넷째를 말하기 전에 묻겠네, 장천룽."잠시 말을 멈춘 그가 장천룽의 눈을 바라봤다."자네는 내 말을 따르겠는가?"장천룽은 놀란 표정으로 곧바로 대답했다."어르신, 무슨 말씀이십니까. 당연히 어르신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를 것입니다.""어르신의 손자분은 찾으신 겁니까?""어디에 있는지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당장 사람들을 보내 모셔오겠습니다."노인은 장천룽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내 하나뿐인 손주를 자네가 그동안 잘 돌봐주었네. 그래서 내가 이리 기쁜 마음으로 자네를 보러 온 게야."장천룽은 더욱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니, 어르신.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제가 어르신의 손주를 돌보고 있었다니요……."잠시 생각하던 장천룽의 눈이 커졌다."혹시 그럼…… 설마?"노인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맞네. 자네가 거두어 지금 이 자리까지 오르게 한 강도현이 바로 내 손자, 이현준이네."장천룽은 충격을 받은 듯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노인은 세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넷째. 나 이장천의 손자 이현준은 바로 강도현이다.""
호텔 CL 연회장.도현의 연설은 참석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연설을 마치고 단상에서 내려오자 곳곳에서 박수가 쏟아졌다. 사람들은 앞다투어 도현에게 다가와 축하 인사를 건넸다. 투자자들은 도현과 악수를 나누며 앞으로 더 많은 투자를 약속하기도 했다.그야말로 천룡그룹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성대한 자리였다.연회장 입구 쪽에는 금산물류의 주 사장과 왕하오, 리샤오펑도 도착해 있었다.세 사람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바쁘게 움직이는 도현을 바라봤다. 오랜 시간 함께했던 친구가 이처럼 성장한 모습이 무척 자랑스러웠다.도현 역시 바쁜 와중에 그들을 발견하고는 미소로 인사를 대신했다.한편, 장천룽 회장은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문득 뒤쪽을 돌아봤다.그리고 쉬카이를 발견하는 순간,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의 시선은 곧 쉬카이 옆에 있는 노인에게로 향했다.장천룽은 린메이화에게 조용히 말했다."임자, 나는 잠시 저쪽에 다녀오겠소. 신위에와 함께 여기 있게."린메이화가 의아한 표정을 짓기도 전에 장천룽은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그가 향한 곳은 노인이 있는 자리였다.장천룽은 노인 앞에 도착하자마자 깍듯하게 허리를 숙였다."어르신…… 어르신……"장천룽은 말을 잇지 못했다.노인은 그런 장천룽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손짓으로 옆자리를 가리켰다.장천룽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인 뒤 노인의 옆자리에 앉았다.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도현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쉬카이뿐만 아니라 장천룽 회장까지 저 노인에게 저토록 예의를 갖추다니.대체 어떤 인물이기에 저런 사람들이 한결같이 존경을 표하는 것일까?도현의 궁금증은 점점 커져 갔다.그사이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취임식의 공식 순서가 마무리되고 축하 행사가 시작됐다.단상에서 내려온 카터 문 역시 여러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그러다 노인을 발견한 순간, 그의 표정이 크게 달라졌다.카터 문은 망설이지 않고 노인에게 다가갔다.그리고 노인의 손을 두 손으로 꼭 붙잡은 채 연신 허
"도현 씨."윤서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도서관 안.사람들이 힐끔거리는데도 그녀는 신경 쓰지 않았다.시선은 오직 강도현의 상처에 고정되어 있었다."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도현은 잠시 말을 아꼈다.그리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별일 아닙니다.""그게 별일 아닌 얼굴이에요?"서연의 눈가가 붉어졌다.그 모습에 도현은 괜히 시선을 피했다.누군가 자신을 걱정해주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특히 이렇게까지."정말 괜찮습니다.""거짓말."짧은 한마디.도현은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후.도서관
강도현은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밤공기는 제법 차가웠다.윤태성과의 만남 이후 며칠.머릿속이 복잡했다.귀족과 평민.넘을 수 없는 벽.그리고 윤서연.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포기할 생각은 없다는 것.도현은 피식 웃었다."결과는 바뀌지 않는다..."윤태성의 말이 떠올랐다."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죠."그 순간이었다."어이."골목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술 취한 남자 셋이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도현은 별생각 없이 길을 비켜주려 했다.그런데.툭.한 남자가 일부러 어깨를 부딪쳤다."어?"남자가
8년 전. 서울. 조선의 수도. 초고층 빌딩이 하늘을 찌르고 무인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는 현대 도시. 하지만 사람들의 신분은 여전히 수백 년 전과 다르지 않았다. 귀족. 그리고 평민. 태어나는 순간 모든 것이 결정되는 나라. 조선이었다. * "도현아! 늦겠다!" 이른 아침. 낡은 주택가 골목에서 중년 여자의 목소리가 울렸다. 강도현은 허겁지겁 신발을 신고 밖으로 뛰어나왔다. "다녀오겠습니다!" "밥은 먹고 가!" "시간 없어요!" 도현은 손을 흔들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인천국제공항. 수십 명의 기자들이 입국장 앞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나옵니다!" 누군가 외쳤다. 곧 검은 정장을 입은 경호원들이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 사이로 한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훤칠한 키. 깔끔하게 넘긴 검은 머리. 차가운 인상 속에서도 묘한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얼굴. 남자의 등장과 동시에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천룡그룹 총수님! 조선 투자 규모가 정말 30조 원입니까?" "왕실과의 회동이 예정되어 있다는 소문이 사실입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