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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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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428화
한쪽에는 정체를 모를 낯선 여자라 여겨진 윤하경, 다른 쪽에는 회사에 줄곧 몸담아 온 주주들이 있었다. 현장 질서를 보던 보안요원들이 곧장 다가와 윤하경을 끌어내려 했다.윤하경이 어깨 너머로 호위하던 경호원들을 흘깃 보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윤하경을 가운데로 에워쌌다.“이분은 강 대표님의 배우자입니다. 손대면 법적 책임을 지게 됩니다.”윤하경과 강현우는 아직 결혼식을 올리지는 않았고, 혼인신고를 마친 사실도 극히 소수만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은 윤하경을 전혀 몰랐다.그때 한선아가 벌떡 일어나 코웃음을 쳤다.“내가 현우 엄마인데, 현우 일에 내가 모를 게 뭐가 있니?”곁에서 누가 바로 맞장구쳤다.“그러게요. 어머니가 며느리를 몰라보실 리가 있나요.”이 정도 반응은 윤하경도 이미 예상했다. 강현우가 의식이 없는 지금, 이 자리의 일부 주주와 임원들의 눈에는 한선아의 말이 더 힘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윤하경은 입꼬리만 아주 얕게 올렸을 뿐,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가방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펼쳐 들었다.“이건 저와 강현우 대표의 혼인 증명서입니다. 제가 강현우 씨의 아내인지 아닌지는 법이 판단합니다. 한 여사님이 뭐라 하신다고 달라지지 않아요.”한선아가 잠깐 굳더니 곧 차갑게 쏘아붙였다.“그 종이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누가 알아? 그리고 현우 상태가 이렇게 된 것도 네가 꾸민 게 아닐까? 네가 현우 아내라는 가짜 신분을 가지고 강한 그룹을 쥐락펴락하려는 속셈 아니야?”윤하경이 미간을 아주 살짝 올렸다.“가짜라고 생각하신다면 증거를 내세요. 근거 없는 트집을 잡는 건 대응하지 않겠습니다.”“그리고 강한 그룹을 손에 넣겠다는 마음이 누구에게 있는지, 한 여사님이 저보다 더 잘 아시겠죠.”윤하경은 더 이상 시간 낭비할 생각은 없었다. 한선아는 강현우에게서 내쳐진 뒤에도 강한 그룹 지분을 조금은 쥐고 있었지만, 그 비율이 높지는 않았다.강한 그룹 지분의 대부분은 여전히 강현우가 쥐고 있었다.한선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427화
윤하경의 시선이 일할 마음 없어 보이는 직원들 위를 차갑게 훑고 지나갔다.“다들 일에 집중이 안 되는가 봐요.”윤하경이 입꼬리를 가볍게 올렸다.“강한 그룹이 여러분을 모셔 온 이유가 여기 모여 수군대라고 한 건 아니라는 걸 모르진 않겠죠. 잡담하고 싶다면 사직서를 미리 써 두세요. 대표님 대신 제가 바로 결재해서 보내 드리겠습니다.”그 순간, 공기가 얼어붙었다.윤하경이 누구인지 확신하진 못했지만, 분위기만으로도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건 모두가 알아챘다. 그러자 흩어져 서성대던 직원들이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가 앉았다.윤하경은 가볍게 눈썹을 올렸다. 일부러 직원들을 괴롭히려는 뜻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 분위기에서 기선 제압을 하지 못하면, 안에 있는 사람들까지 자신을 얕볼 게 뻔했다. 분명 지금쯤 주주들과 임원들이 안에서 호시탐탐 그녀를 노리고 있을 것이다.윤하경의 표정은 담담했고, 일할 때의 강현우처럼 한 치 흐트러짐이 없었다.윤하경이 한 직원을 가리켰다.“회의실로 안내하세요.”직원은 바로 앞으로 나와 공손히 말했다.“이쪽으로 오시죠.”그리고 말과 함께 곧장 앞장섰다.회의실 앞에 이르자, 유리 칸막이 안쪽에서 몇몇이 블라인드를 비집고 바깥을 엿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윤하경이 다가서자 사람들은 황급히 자세를 고치고 제자리에 앉았다.윤하경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정면에는 한선아가 다리를 꼬고 앉아 느긋하게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윤하경이 억지 미소를 지으면서 입을 열었다.“한 여사님은 여기 웬일입니까? 회사에 직함 없으신 걸로 아는데, 무슨 용무로 오셨죠?”한선아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비웃음을 흘리며 받아쳤다.“왜? 내가 오면 네가 뒤에서 꾸미던 구린 짓들이 들통날까 봐 겁나는 거야?”윤하경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여사님, 농담이 지나치십니다.”아까 별장에서 이미 확실히 등을 돌렸으니, 지금 여기서도 봐줄 체면 따위는 전혀 없었다.윤하경이 담담하게 말했다.“다만 한 여사님이 여기 오신 걸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426화
강현우가 다친 사실은 회사 안에서 아직 아무도 몰랐다. 일이 터지자마자 윤하경이 우지원에게 정보 차단을 지시했기 때문이다.강한 그룹은 상장사였고 전문 경영인도 많았기에 강현우가 중요하긴 해도 당장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위치만은 아니었다. 게다가 요즘 윤하경이 임신하자 강현우가 집에서 곁을 지키느라 회사에 거의 나가지 않았으니, 임직원들이 강현우의 동선을 알 리도 없었다.하지만 방금 한선아가 회사에서 소동을 피운 이상 더는 숨길 수 없게 됐다.윤하경은 도무지 한선아의 속내를 알 수가 없었다.‘지금 병상에 누운 현우 씨도 결국에는 한선아가 열 달 품어 낳은 아들일 텐데...’잠깐 생각을 고른 윤하경이 우지원을 보았다.“지원 씨, 지금은 어떻게 하는 게 맞겠어요?”우지원이 침대에 누운 강현우를 한 번 훑어보고 대답했다.“가장 좋은 건... 형님이 빨리 눈을 뜨시는 겁니다. 그래야 회사 사람들도 안심하죠. 아니면...”우지원이 말을 멈추었다가 조심스레 이었다.“강한 그룹 임원들이나 원로급 분들은 형님 말씀만 듣습니다. 한선아 씨가 저렇게 나오면, 회사가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윤하경은 새삼 순진한 사람이 아니었고 그런 설명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그러니까... 뾰족한 수는 없다는 말이네요?”우지원이 머쓱하게 웃었다.“전... 그냥 몸으로 뛰는 사람입니다. 형님의 지시대로 움직이는 게 일이었지, 이런 수싸움은 정말 서툽니다.”윤하경은 말없이 강현우를 내려다보았다. 지금 이 순간만큼 그가 깨어나 주길 간절히 바란 적도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지금 자신 말고는 이 상황을 정리할 사람이 없다는 것도 분명했다. 강현우가 눈을 뜨기 전까지는 모든 걸 제자리에 돌려놔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마주할 것은 혼란뿐일 테니까 말이다.윤하경이 고개를 들면서 말했다.“준비하세요. 제가... 회사에 가야겠습니다.”윤하경은 지금 민진혁을 보내 봐야 효과를 내기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민진혁은 아직 몸이 회복되지 않았다. 큰 상처를 입고 겨우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425화
경호원들이 한선아를 밖으로 내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집안이 조용해졌다.윤하경은 관자놀이를 눌러 잠깐 숨을 고르고, 거실에 서 있던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시선이 닿자 가사도우미들은 하나같이 눈을 피했다.“오늘 있었던 일은 누구 입에서도 나오면 안 됩니다.”윤하경의 표정이 단단해졌다.“그리고 앞으로 한선아 씨가 다시 오더라도, 저나 현우 씨의 지시 없이는 절대 집 안에 들이지 마세요.”윤하경은 평소 강현우가 일 처리할 때의 단호함을 그대로 담은 목소리였다.“네.”가사도우미들은 고개를 떨구고 즉시 대답했다.일단 일을 해결했으니 윤하경은 아주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쯤에서 그만 멈추길 바랐다. 일이 커지면, 강현우가 눈을 떴을 때 한선아가 그사이에 무슨 소동을 벌였는지 알게 될 것이고, 겉으로는 드러내진 않아도 강현우는 마음이 상할 수 있었다.강현우도 결국은 사람이고, 사람이라면 기쁨과 슬픔이 있기 마련이다. 자기 어머니에게 거듭 상처받는다면 누구라도 아플 것이다. 예전의 윤하경도 그랬다. 아버지에게 원망이 컸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여전히 사랑을 기대했었다. 다만 실망이 쌓이고 또 쌓이자, 더는 바라지 않게 되었을 뿐이었다.한선아의 문제를 마무리한 뒤에야 윤하경은 병원으로 급히 돌아갔다.침대에 누운 강현우를 보자 가슴이 또다시 저렸다. 윤하경은 침상 곁 의자에 앉아 강현우의 손을 꼭 잡았다.며칠 사이에 얼굴의 상처는 제법 아물었지만 팔과 몸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못했다. 며칠이나 내내 지켜봤건만, 윤하경의 눈길은 여전히 강현우의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았다.가느다란 손끝으로 다치지 않은 신체 부위를 부드럽게 눌러 주며 마사지했다. 윤하경은 마사지하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는 의사의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그 며칠 내내, 빈틈이 생길 때마다 윤하경은 강현우의 귀에 대고 집안일과 최근 소식들을 조곤조곤 들려주었고 다치지 않은 곳을 천천히 주물러 주었다.“형수님!”갑자기 문밖에서 우지원의 목소리가 들렸다.윤하경이 손을 멈추고 돌아봤다.“왜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424화
윤하경은 입술만 비틀며 씁쓸하게 웃었다.“또 무슨 말씀을 하실 건가요?”이쯤 되니 윤하경은 한선아에게 존댓말 하는 것조차 아까웠다.한선아가 코웃음을 쳤다.“들으니 현우는 생사도 불분명하고 깨어날 가능성도 크지 않다더라. 날 집에 못 들어오게 막는 건, 혹시 현우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재산을 혼자 꿀꺽하려는 속셈이라 그런 거 아니야? 맞지?”텅 빈 거실에 울리는 한선아의 목소리가 한 글자도 빠짐없이 윤하경의 귀를 때렸다. 윤하경은 한선아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혈압이 순식간에 치솟는 느낌이 든 윤하경은 생각할 틈도 없이, 아까 내려놨던 찻잔을 집어 들어 한선아 쪽으로 내던졌다.평소에 윤하경은 대체로 말로 끝내는 성격이었다.그런데 방금 한선아가 한 말은 선을 넘었다. 지금 강현우가 병상에서 죽음의 고비를 헤매고 있는데, 친엄마라는 사람이 못 깨어날지도 모른다고 저주하다니... 윤하경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윤하경의 행동에 거실에 있던 사람들은 완전히 얼어붙었다.도우미들은 모두 멍한 표정을 지었고, 잔은 빗나가고 뜨거운 차만 한선아의 드레스 자락에 튀었다.한선아가 젖은 드레스를 내려다보다 고개를 번쩍 들고 윤하경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윤하경!”그야말로 귀를 찢는 고함이었고 딱 봐도 한선아는 화가 치밀어 올라 터질 것만 같았다.한선아가 막 달려들려는 찰나, 곁을 지키던 경호원들이 재빨리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서서 두 사람을 떼어 놓고 윤하경을 뒤로 감쌌다.윤하경은 화를 주체 못해서 미친 것 같은 한선아를 차갑게 바라보며 말했다.“적어도 현우 씨 걱정은 하는 줄 알고, 처음에는 예의를 갖춰 드렸죠. 그런데 방금 본인 아들을 그렇게 저주하시다니... 제가 당신을 너무 얕봤네요.”그 말에 한선아도 멈칫하더니 연신 고개를 내저었다.“난... 난 그런 뜻이 아니야!”“뜻이 뭐든 상관없습니다. 지금 당장 제 집에서 나가 주세요. 그리고 다시는 제 앞에 나타나지 마세요.”윤하경은 전혀 망설이지 않고 한선아를 내쫓으려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제1423화
“현우가 깨어나면 내가 이미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고 전해 줘. 남은 생은 아이와 너희에게 지은 죄를 갚으면서 살고 싶어.”한선아가 옅게 웃었다.“지나간 일은 없던 일로 해 주면 더 바랄 게 없지.”윤하경은 골치가 아파서 관자놀이를 손끝으로 눌렀다.“그게... 그 말씀은 현우 씨가 깨어나면 직접 해 주세요.”윤하경은 솔직히 좀 어이가 없었고 한선아와 강현우 두 사람 사이 문제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무엇보다 한선아가 자신에게 했던 일들이 아직도 생생했다.원래 윤하경은 원한이 있으면 복수하고, 신세를 지면 은혜를 갚는 성격이었다. 지금 이렇게 한선아와 차분히 마주 앉아 있는 것조차 배 속의 아이와 이어진 핏줄을 생각해서였다. 병원까지 찾아와 소란이라도 벌이면 휴식이 필요한 강현우만 힘들어질 것이다. 그런 게 아니었으면 윤하경도 진작에 자리를 떴을 것이다.윤하경이 도와줄 뜻이 없다는 걸 알아챈 한선아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 요즘 겪은 풍파 탓인지 한선아의 얼굴에는 세월이 더 깊게 내려앉아서 도리어 안쓰러워 보이기까지 했다.“하경아. 넌 정말, 그동안 내가 한 일들을 용서 못 하겠니? 속죄할 기회조차 주지 않겠다는 거니?”한선아는 눈물을 훌쩍이고 코를 훔쳤다.“그래도 나는 네 뱃속 아이의 친할머니야. 아이가 사랑받는 사람이 하나라도 더 많으면 좋은 거 아니야?”그 말에 윤하경은 다시 이마를 짚었다.‘이제는 또 동정심을 유발하면서 날 몰아붙이는구나.’윤하경은 숨을 길게 들이마시고 허리를 곧게 세우고 말했다.“어머님 말씀대로예요. 어머님께서 저한테 하신 일은 제 기준에서는 용서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이렇게 앉아서 정중히 말씀을 드리는 것도 현우 씨와 제 뱃속 아이 때문이에요. 굳이 끝까지 명확한 대답을 원하신다면, 잘 들으세요.”윤하경이 조용히 미소를 그었다.“어머님의 말씀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언젠가 현우 씨가 어머님을 용서하신다 해도, 저는 쉽게 잊지 못할 겁니다. 저에게는 확실히 선명한 상처였고, 게다가 어머님과 저 사이에는 피붙
